사건
2018가단8642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씨앤케이
담당변호사 김명수(소송구조)
피고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석
담당변호사 선병주, 노용균
변론종결
2018. 11. 9.
판결선고
2018. 11. 23.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7,377,029원 및 이에 대한 2017. 3. 24.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의왕시 C 소재 D한의원(이하 '피고 한의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한의사이고, 원고는 피고 한의원에서 침술 치료를 받은 환자이다.
나. 원고는 2017. 3. 24. 좌측 발목 뒷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며 피고 한의원에 내원하였고, 피고는 원고 증상에 대하여 원고의 좌측 발목 곤륜혈 부위에 부항술, 좌측 하지 위중혈, 신맥혈과 우측 손목 후계혈 3곳에 침 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 한다)을 시행하였다.
다. 원고는 2017. 3. 25. 우측 발에 힘이 없고 비틀거린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안양시 만안구 E 소재 F병원에 내원하였고, 뇌경색 진단을 받아 입원하여 2017. 5. 10. 위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8 내지 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의료상 과실 및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그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침을 놓았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뇌경색이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할 것이나,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결과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2017. 3. 24. 피고 한의원에서 이 사건 시술을 받은 사실, 다음날인 2017. 3. 25. 뇌경색 진단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의 뇌경색 발병이 피고의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 거시증거와 이 법원의 G협회, H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원고가 2017. 3. 25. 진단받은 뇌경색의 원인은 원고가 이미 앓고 있던 당뇨병, 원고의 나이 및 과거 뇌졸중의 과거력으로 인한 것인 점, ○ 원고의 뇌경색은 뇌의 병변에 의한 증상으로서 이 사건 시술은 뇌경색 발병에 기여한 것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시술에 있어 어떠한 과실이 있다거나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뇌경색이 발병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시술 이전에 원고에게 시술로 인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위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비교한 후 의료행위를 선택할 기회를 잃게 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2) 판단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시행한 이 사건 시술은 한의원에서 통상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침술치료로 이로 인하여 뇌경색 증상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이 인정되는바,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시술의 부작용이나 경과 등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발생한 뇌경색이 피고의 이 사건 시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시술을 시행한 것 자체만으로는 수술 등의 침습을 과하는 과정과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설명의무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전원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시술 이후 피고 한의원 간호사에게 감각마비 내지 어지러움을 호소하였으나 피고는 뇌경색 진단을 위한 검사 시행이나 추가 조치를 위한 전원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의 뇌경색 증상을 악화시켰다.
2) 판단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피어 그러한 증세를 발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질환의 발생 여부 및 정도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권유할 주의의무가 있지만(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3208, 2003다13125 판결 등 참조), 의사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따른 진료를 하였음에도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지 못한 결과 그 질환의 발생 가능성에 대하여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까지 그 질환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설명·권유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7140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 한의원에 내원한 당시 피고가 전원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시술로 인하여 뇌경색이 발생할 의학적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위 거시증거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원고는 이 사건 시술 이전에도 피고 한의원에서 발목이나 다리와 관련된 치료를 수차례 받은 환자였던 점, ○ 원고는 이 사건 시술 이후 좌측 발목의 통증과 경미한 하지무력만을 호소하였을 뿐 달리 뇌경색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았던 점, ○ 원고가 이 사건 시술 다음날인 2017. 3. 25.에서야 피고에게 유선상으로 반신무력증상과 당뇨 및 뇌졸중 과거력에 관하여 알렸고,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상급병원에 내원하여 진단을 받을 것을 권유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2017. 3. 24. 피고 한의원에 내원하여 이 사건 시술을 마칠 때까지 피고가 원고의 뇌경색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전원의무를 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김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