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지방 향교에 관한 분쟁이 실질적으로 사단으로서의 특질에 관한 것일 때 적용되는 법리 및 비법인 사단의 중요한 요소에 관한 사항이 분쟁의 실체를 이루는 경우 단체법적인 일반 법리에 따라 절차상의 하자 유무를 가려야 하는지 여부(적극)
[2] 법인 또는 비법인 사단인 어느 단체가 상급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가입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상급단체가 제정한 규칙에 따라 규율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결정 기준 및 성균관이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을 축소하고 그에 따라 구성원 자격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4]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내 특정 지역의 유림 일부가 을 지방 향교를 설립하자, 성균관이 을 지방 향교의 신설을 승인하고 위 특정 지역 거주자들을 갑 지방 향교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한 사안에서, 을 지방 향교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갑 지방 향교의 관할은 변동이 없고, 성균관이 을 지방 향교의 신설을 승인하고 위 특정 지역을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에서 배제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이 변경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확한 단체법적인 근거 없이 위 특정 지역 거주자들을 갑 지방 향교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균관과 지방 향교는 유교사상에 관한 신앙단체로서의 성격 외에 독립된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방 향교에 관한 분쟁이라도 그 실질이 사단으로서의 특질에 관한 것일 때에는 단체에 관한 민법의 일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지방 향교나 성균관이 모두 유교를 전파하고 유교문화를 연구하는 일종의 종교단체 및 학문 연구 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고 성균관이 실질적인 상급단체로서 지방 향교들과 함께 전국적인 조직을 이루어 유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방 향교들 내지는 유림 사이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발생한 분쟁은 성균관과 해당 지역의 유림이 노력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과 같이 비법인 사단의 중요한 요소에 관한 사항이 분쟁의 실체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 내지 자율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단체법적인 일반 법리에 따라 절차상의 하자 유무를 가려야 한다.
[2] 법인이거나 비법인 사단인 어느 단체가 상급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상급단체의 지위에서 가입단체에 대하여 업무상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인정될 수 있지만 그 권한은 가입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고, 같은 이치로 가입단체가 상급단체의 규칙이나 정관을 자신의 정관으로 받아들인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가입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상급단체가 제정한 규칙에 따라 규율된다고 볼 수 없다.
[3]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은 독립된 비법인 사단인 지방 향교의 설립 목적과 사원 자격에 직결되어 있으므로, 비법인 사단에 유추적용되는 민법 제34조 에 따라 기본적으로 지방 향교의 정관이나 규약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독립된 비법인 사단인 지방 향교가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에 관한 성균관의 정관이나 결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아니한 이상, 비록 성균관이 실질적으로 지방 향교의 상급단체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이해 당사자인 해당 향교의 동의 없이는 임의로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을 축소하고 그에 따라 구성원 자격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내 특정 지역의 유림 일부가 을 지방 향교를 설립하자, 성균관이 을 지방 향교의 신설을 승인하고 위 특정 지역 거주자들을 갑 지방 향교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한 사안에서, 을 지방 향교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갑 지방 향교의 관할은 변동이 없고, 성균관이 을 지방 향교의 신설을 승인하고 위 특정 지역을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에서 배제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갑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이 변경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명확한 단체법적인 근거 없이 위 특정 지역 거주자들을 갑 지방 향교의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 (공2006상, 851)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심재돈)
피고, 피상고인
성균관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목)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피고와 지방 향교는 모두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현들에 대한 향사의 봉행, 문묘의 유지, 유교이념의 연구 및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하여 유교사상을 유지하고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신앙단체이다. 그런데 과거의 향교는 국가에 의해 설치된 지방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대의 향교는 지방 유림으로 구성된 비법인 사단으로 변형되어 존속하고 있다. 즉 오늘날의 지방 향교는 과거에 형성된 관할 구역을 활동영역으로 하여 자치규범을 만들고 이에 근거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의사결정기관인 총회를 두며 재산을 관리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성균관은 과거에 국가에 의해 중앙에 설치된 최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본강점기에 폐지되어 그 지위를 상실하였고, 해방 이후 유림에 의해 과거의 성균관을 모태로 하여 지방 향교를 비롯한 각종 유교단체를 대표하는 최고기관과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는 비법인 사단으로서 피고가 조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와 지방 향교는 유교사상에 관한 신앙단체로서의 성격 외에 독립된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방 향교에 관한 분쟁이라도 그 실질이 사단으로서의 특질에 관한 것일 때에는 단체에 관한 민법의 일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법인이거나 비법인 사단인 어느 단체가 상급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상급단체의 지위에서 가입단체에 대하여 업무상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인정될 수 있지만 그 권한은 가입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고, 같은 이치로 가입단체가 상급단체의 규칙이나 정관을 자신의 정관으로 받아들인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가입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상급단체가 제정한 규칙에 따라 규율된다고 볼 수 없다.
2.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삼척향교는 1398년 설립되어 구 삼척군 일대를 관할 구역으로 하여 운영되어 왔고 그 관할 구역 내의 유림이 구성원으로 활동하여 왔던 사실, 삼척향교의 자치규범에 해당하는 삼척향교직제에는 삼척향교 전체 장의 중 구 삼척군 북평읍 지역에서 9명이 선출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1980년경 구 삼척군 북평읍과 구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어 동해시가 창설되었고, 1993. 9. 11.경 삼척향교의 관할이던 북평읍과 강릉향교의 관할이던 묵호읍의 유림 일부가 동해향교 및 유도회 동해지부를 설립하였고 피고 및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이를 승인한 사실, 북평 지역 유림은 동해향교 설립이 묵호 지역 유림측의 독단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동해향교나 유도회 동해지부의 활동에는 관여하지 아니한 채 계속하여 삼척향교 및 유도회 삼척지부에 소속된 것을 전제로 장의 등 향교임원 선출권을 행사하여 왔고, 피고도 북평 지역 유림을 그대로 삼척향교의 임원으로 임명해온 사실, 그런데 피고는 2000. 5.경 종전 입장을 바꾸어 관할 구역 거주자에 한하여 장의로 임명될 수 있다는 성균관향교직제 제16조 단서의 규정을 들어 유도회 삼척지부 북평지회에서 선임하고 삼척향교에서 임명추천한 구 삼척군 북평읍 거주자들의 장의 임명을 거부한 사실, 그 후로도 피고는 같은 입장을 견지하여 삼척향교가 2005. 3. 29. 유림총회를 거쳐 원고들을 삼척향교의 장의 내지 감사로 임명하여 달라고 추천하였으나, 피고는 2005. 5. 1.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임명거부 결정’이라 한다)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과거에 향교가 지방 교육기관으로서 국가에 의하여 설립됨에 따라 향교의 권한이 미치는 범위가 설립된 지방 행정구역에 따라 구분되었던 것과는 달리, 지방 향교의 법적인 실체가 지방 교육기관에서 비법인 사단으로 변경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은 행정기관과는 독립된 단체인 지방 향교가 문묘 등 향교재산을 관리하고 유교 성현들에 대한 향사를 봉행하며 유교이념을 유지·보급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장소적 범위와 함께 사원(사원)인 향교 구성원의 자격을 결정짓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의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은 독립된 비법인 사단인 지방 향교의 설립 목적과 사원 자격에 직결되어 있으므로, 비법인 사단에 유추적용되는 민법 제34조 에 따라 기본적으로 지방 향교의 정관이나 규약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비법인 사단인 삼척향교가 정한 자치규범인 삼척향교직제는 정관에 해당한다고 보이는바, 삼척향교가 그 삼척향교직제에 의하여 북평 지역의 유림에게 향교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북평 지역을 관할 구역으로 하여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관할 구역 내의 일부 유림이 동해향교나 유도회 동해지부의 신설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삼척향교에서 동해향교의 설립을 받아들여 북평 지역을 종전의 관할 구역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삼척향교직제를 개정하지 아니하고 있고, 더욱이 북평 지역 유림이 여전히 삼척향교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여 왔다면, 동해향교의 신설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삼척향교직제와 달리 북평 지역이 삼척향교의 관할 구역에서 배제되고 그 지역 유림이 삼척향교 구성원의 자격을 잃는다고 할 수 없다.
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지방 향교는 국가의 지방 교육기관으로 설립되었다가 국가나 지방 행정기관과는 독립된 비법인 사단으로 실체가 변경되었으므로, 비록 과거에 피고가 국가에 의하여 설립된 중앙 교육기관의 기능을 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재 비법인 사단으로 실체가 변경된 피고가 지방 향교의 설립 주체라 할 수 없고 또한 현재의 지방 향교가 피고 내부의 지역적인 하부 조직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가 지방 향교의 운영에 관한 직접적인 권한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독립된 비법인 사단인 지방 향교가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에 관한 피고의 정관이나 결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아니한 이상, 비록 피고가 실질적으로 지방 향교의 상급단체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이해 당사자인 해당 향교의 동의 없이는 임의로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을 축소하고 그에 따라 구성원 자격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뿐 아니라, 동해향교 신설 당시나 피고가 종전의 입장을 변경한 2000. 5.경에 피고의 정관이나 규약 등에서, 피고의 승인에 의하여 새로운 향교가 신설될 때에 종전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이 당연히 축소된다고 정하거나, 피고가 종전 지방 향교의 동의 없이 관할 구역을 축소 또는 변경할 수 있는 단체법적인 근거나 절차를 정한 규정이 있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원심과 같이 피고가 과거 국가가 행하였던 향교 설립 권한과 아울러 개별향교의 관할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이어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동해향교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삼척향교의 관할은 여전히 종전 관할 구역인 북평 지역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동해향교의 신설을 승인하고 북평 지역을 삼척향교의 관할 구역에서 배제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삼척향교의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이 변경되는 효력이 발생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이와 같이 북평 지역은 삼척향교의 관할 구역에 속하므로, 성균관향교직제 제16조 단서에 의할지라도 북평 지역에 거주하는 원고들은 삼척향교 관할 구역 내에 주소를 가진 자에 해당하므로 삼척향교의 임원인 장의 내지 감사로 임명될 자격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삼척향교의 동의 없이 삼척향교의 기존 관할 구역에 속하였던 북평 지역이 삼척향교의 관할에서 배제되었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북평 지역에 거주하는 원고들의 삼척향교 임원이 될 자격을 부정하여 임원 임명을 거부한 것은, 성균관향교직제 제16조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지방 향교나 피고가 모두 유교를 전파하고 유교문화를 연구하는 일종의 종교단체 및 학문 연구 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고 피고가 실질적인 상급단체로서 지방 향교들과 함께 전국적인 조직을 이루어 유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사건 분쟁이 삼척과 동해 지역의 향교 내지는 유림 사이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발생된 것이어서 피고와 해당 지역의 유림이 노력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지방 향교의 관할 구역 및 구성원의 자격과 같이 비법인 사단의 중요한 요소에 관한 사항이 분쟁의 실체를 이루고 있는 이 사건에서는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 내지 자율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단체법적인 일반 법리에 따라 절차상의 하자 유무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명확한 단체법적인 근거 없이 원고들에 대한 삼척향교 임원 임명을 거부한 것은 성균관향교직제를 위반한 행위로서 비법인 사단인 삼척향교의 활동 구역 및 사원 구성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북평 지역 유림의 유교 활동에도 커다란 장애를 초래하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4.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주된 근거로 들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임명거부 결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종교단체 외에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지방 향교의 독립성, 비법인 사단의 정관 내지 규약에서 정하여야 하는 사항의 변경 절차 및 분쟁의 실질이 사단으로서의 특질에 관한 것일 때에 적용되는 법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 판결 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5. 결론
그러므로 선택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