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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6. 2. 7. 선고 2005노4045 판결
[통신비밀보호법위반·공갈미수·국가정보원직원법위반] 상고[각공2006.3.10.(31),932]
판시사항

국가정보기관의 전(전) 직원이 대기업 임원과 언론 사주 사이의 정치권 동향과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 등의 도청자료를 타인에게 교부한 행위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도청자료를 교부함으로써 누설한 내용의 성격에 따라 일부는 위 법조에서 정하는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고, 일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국가정보기관 내 정보수집 조직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기업 임원과 언론사 사주 사이의 정치권 동향과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와 녹음테이프 등의 도청자료를 타인에게 교부한 행위가 “모든 직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누설한 내용 중 도청자료 내용의 수집 경위에 관한 부분은 국가정보기관의 조직·편제, 활동 내용 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 정보가 적국에 누설될 경우 국가정보기관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명백하므로 위 법조에서 정하는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지만, 도청자료 자체의 내용 즉 대기업 임원과 언론사 사주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동향과 각 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하여 논의한 내용은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에서 정하는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이 그러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공개되더라도 국가정보기관의 정상적인 정보수집활동 등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조에서 정하는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외 1인

검사

김병현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일원 담당변호사 강신옥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2를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 119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 1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항소 후의 구금일수 68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피고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금원을 갈취하려 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공갈미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피고인이 도청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정경유착비리와 정부기관에 의한 불법도청 등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크게 기여한 점,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으로 피고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월 및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 2

(1) 사실오인

피고인이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삼성그룹으로부터 5억 원을 받아내기로 구체적으로 모의한 사실이 없다. 또 피고인 1이 공소외 1을 처음 만난 며칠 후에 피고인이 피고인 1로부터 도청자료 일체를 돌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이 독자적으로 계속 공소외 1 등을 만나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였으므로 피고인은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1의 행위가 삼성그룹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볼 때 공갈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공갈미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법리오해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피고인 1에게 전달한 녹음테이프, 녹취문건 등 도청자료(이하 ‘이 사건 도청자료’라 한다)의 내용은 국가정보원의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기업 임원과 언론사 사주의 사적인 대화에 불과하여 국가정보원직원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직무상 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국가정보원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피고인은 이 사건 도청자료를 피고인 1에게 전달한 행위를 공소시효가 완성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으로 처벌한 원심의 판단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정보원직원법 소정의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을 이루는 명확성의 원칙이나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결국 위 법리오해 주장에 포함된다고 보아 아래에서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

(3) 양형부당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누설하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오랜 기간 동안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의 직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한 점, 피고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다. 검 사

피고인 2는 국가공무원, 특히 국가정보원의 직원이라는 신분에 비추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행위를 하였고, 피고인 1은 국가기관의 도청자료를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인 점,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범행으로 국가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대내적·대외적 공신력이 급격히 저하되었으며 대화 내용을 도청당한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된 점, 유사 사례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들을 엄벌해야 마땅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에게 징역 1년 2월 및 자격정지 2년, 피고인 2에게 징역 1년 6월의 형을 각 선고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 단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이 원심 법정에서 한 각 일부 진술,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2가 원심 법정에서 한 각 진술,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1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진술기재,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2에 대한 제1, 3회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일부 진술기재,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1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3에 대한 각 진술조서(피고인들 각 진술부분 포함)의 진술기재 등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이 공소외 3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진, 회장단 중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선배들을 통해서 찾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소외 1 구조조정본부장이 힘이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을 만나면 되겠다.’고 말하여 자신이 삼성그룹의 고위층과 접촉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한 사실, 이를 믿은 공소외 3이 삼성그룹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도청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피고인 2를 피고인 1에게 소개하여 주었고, 피고인 2가 이 사건 도청자료를 피고인 1에게 건네 준 사실, 피고인 2가 이 사건 도청자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묻자 피고인 1은 “내가 삼성에 가서 ‘미국에서 이 문건을 단독 입수했는데 자료 소지한 사람들을 내가 다 커버하고 있다, 삼성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으니 삼성측도 사업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말하겠다.”라는 취지로 답하기까지 한 사실, 당시 피고인 1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실적이 없었고, 피고인 2는 국가정보원에서 직권면직된 후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과 퇴직금을 투입하여 통신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입은 거의 없어 매달 3,000만 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1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건네받은 바로 다음날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공소외 1을 만나 녹취문건을 보여주면서 “도청한 친구들이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 아주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5억 원 정도를 주면 내가 중재를 하여 무마해 주겠다. 잘못되면 도청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될지도 모른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 피고인 1은 공소외 1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공소외 2 이사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삼성측에서 알아서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삼성측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울 계획을 세워라’, ‘돈이 안 되면 삼성에서 하는 공사라도 하청해 달라’는 취지로도 말한 사실, 이 사건 도청자료에는 1997. 대선을 앞두고 공소외 1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하여 논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삼성그룹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였던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위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이용하여 삼성그룹으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로 공모하여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도청자료를 제시하면서 금원을 지급하거나 공사를 하청하여 주지 않으면 이 사건 도청자료가 공개될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하여 피해자 삼성그룹으로부터 재산상의 이익을 갈취하려 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나는 이 사건 도청자료의 내용과 피고인 1의 행위 및 그에 대한 공소외 1, 공소외 2의 태도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로 하여금 외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로서 공갈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설사 상대방이 외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갈미수죄가 성립하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피고인 1의 행위가 공갈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 2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 공모공동정범의 경우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도1560 판결 참조), 다만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그 공모자 중의 1인이 다른 공모자가 실행행위에 이르기 전에 그 공모관계에서 이탈한 때에는 그 이후의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5. 7. 11. 선고 95도955 판결 참조), 피고인 1이 공소외 1을 만나 이 사건 공갈미수 범행의 실행행위에 착수한 이상 그 뒤에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이 사건 도청자료를 회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가 공갈미수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피고인 1의 독자적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는 피고인 2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나. 피고인 1에 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1의 양형부당 주장과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함께 살피건대, 피고인 1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행위로 취득한 자료를 유출하여 당사자들의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위 도청자료를 빌미로 거액을 갈취하려 하였고, 공동피고인 2로부터 건네받은 이 사건 도청자료를 임의로 복사하여 두었다가 이를 이용하여 삼성그룹과 재차 접촉을 시도하는 등 그 범행 수법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한 점, 반면 삼성그룹이 협박에 응하지 않아 이 사건 공갈범행이 미수에 그침으로써 피고인 1이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정보기관의 공신력이 추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정보기관 스스로 정당한 이유 없이 오랜 기간 동안 불법도청행위를 계속해 온 데 있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 사실이 폭로되어 향후 이러한 위법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 피고인 1의 건강이 좋지 못한 점, 기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형법 제51조 소정의 사항들을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 1과 검사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2의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2는 1991. 7.경부터 1993. 4.경까지, 1994. 7.경부터 1998. 2.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 조직인 일명 ‘미림팀’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유흥업소·식당 등지를 근거로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화를 도청하여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여 왔는바, 1997. 12. 중순경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자 자신의 신분에 불리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신변 보호를 위하여 2004. 12. 하순경 미림팀 활동 과정에서 생산하여 폐기하지 않고 있던 도청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임의로 반출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중, 1999. 3.경 국가정보원에서 직권면직된 후 같은 국가정보원 퇴직 직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 1이 공소외 5 당시 문화관광부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교분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1999. 9. 하순경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프레지던트 호텔 커피숍에서 피고인 1을 만나 자신이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으로서 정보수집 조직의 팀장이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테이프는 요원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고생하고 한강을 오가면서 목숨을 걸고 만든 것이다, 녹취보고서는 테이프의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정리한 것인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여 안전기획부에서는 나 이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외부에 나가면 큰일이니 비밀을 지켜 달라’고 말한 뒤, 1997. 4. 9.과 같은 해 9. 9. 및 같은 해 10. 7. 3회에 걸쳐 서울의 호텔 일식집 등지에서 공소외 1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하여 논의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 3건과 1997. 9. 9.자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1개 등 이 사건 도청자료를 피고인 1에게 교부함으로써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였다.”라는 것인바, 원심은 피고인 2가 국가안전기획부의 공식적인 지휘감독체계하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주요 인사들의 대화내용을 도청하는 조직을 이끌고 정보수집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도청자료를 취득한 점, 이 사건 도청자료의 누설이 도청대상자인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가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기능의 수행에 막대한 지장과 혼선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비밀로 유지할 중대한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도청자료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소정의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2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 은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재직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동법 제32조 는 이에 위반하는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바, 제17조 제1항 소정의 비밀이라 함은 그 요건 중 하나로서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고, 한편 위 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직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것인데, 그 비밀의 범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영역을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5547 판결 ).

(3)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도청자료를 교부함으로써 누설한 내용에는 ① 이 사건 도청자료 내용의 수집 경위에 관한 부분, 즉 피고인 2가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으로서 정보수집 조직의 팀장이었고, 국가안전기획부 요원들과 함께 호텔 음식점 등지에서 공소외 1, 공소외 4 등 주요 인사들의 대화를 도청하여 녹음테이프를 만들고 위 녹음테이프를 토대로 녹취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관하였다는 점과, ② 이 사건 도청자료 자체의 내용 즉 공소외 1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동향, 각 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하여 논의한 내용의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4) 먼저 위 ① 사실의 경우, 이는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 또는 그 후신인 국가정보원의 조직·편제 및 그 활동 내용 등에 관한 것으로 위 정보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와 정보 역량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으로서, 국가정보원법도 국가정보원의 조직·편제, 인원, 예산 등을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하고 있는 점( 제6조 , 제12조 ), 위와 같은 사실이 누설될 경우 국가정보원의 정상적인 정보수집활동 등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국가 또는 국가정보원의 기능에 위협을 줄 수 있으며, 비록 피고인 2가 소속된 정보수집팀이 수행한 업무의 대부분이 도청등 비합법적 활동이었고 그 수집한 정보의 내용이 결과적으로 대부분 국내 정치와 관련된 것이어서 국가안전기획부의 고유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수집 과정에서 대공, 대정부전복 등 국가안전기획부의 고유기능에 부합하는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직 및 인적 구성에 관한 사항은 비록 피고인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퇴직한 후라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적국에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기획부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므로 그러한 사항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① 사실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소정의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위 ① 사실은 결국 국가정보기관의 불법적인 활동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 2가 국가안전기획부 대공정책실 지역과에 지역정보담당관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위 대공정책실에 편제된 비밀정보수집조직인 일명 ‘미림팀’의 팀장으로 근무한 점, 위 미림팀의 활동과 관련하여 대공정책실로부터 월 800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포함한 예산을 지원받은 점, 미림팀이 수집한 정보는 피고인 2에 의하여 국가안전기획부 담당 과장, 국장, 차장, 부장 등 공식 체계에 따라 상부에 보고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미림팀의 활동이 적어도 당시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소속 직원의 외형상·사실상 직무수행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① 사실이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위 ① 사실을 피고인 1에게 말한 행위는 국가정보원의 전(전) 직원으로서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5) 그러나 위 ② 사실의 경우, 비록 그 대화당사자가 재벌기업의 고위층 인사 또는 언론사의 최고경영자이고, 그 내용 역시 재벌기업의 대선자금 제공 등과 관련되어 있어 그 사실이 공개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은 분명해 보이나(실제로 피고인 1을 통하여 이 사건 도청자료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위 대화 내용은 국가정보원이 직무로서 수집·작성 및 배포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호 소정의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국가안전기획부나 그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위 대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때까지 위 대화 내용을 토대로 그 고유 업무와 관련된 어떠한 조치를 취하거나 범죄혐의 유무에 관하여 수사하도록 그러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바도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정보원직원법 소정의 비밀의 범위 역시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의 영역을 최대한 넓혀줄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되어야 하는 점, 재벌기업의 고위층 인사와 언론사의 최고경영자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더라도 이로 인하여 국가정보원의 정상적인 정보수집활동 등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볼 수 없고(위와 같은 대화의 내용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위와 같은 대화내용을 도청하였다는 사실이 함께 공개됨으로써 국가정보원의 정상적인 정보수집활동 등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과는 구별하여야 할 것이다.), 달리 국가 또는 국가정보원의 기능에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② 사실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 소정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렇다면 피고인 2에 대한 위 공소사실 중 위 ② 사실에 관한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일죄 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공소사실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피고인 2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 피고인 1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피고인 1에 대한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각 기각하고, 피고인 2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75. 3. 14.부터 2004. 3. 31.까지(1999. 3. 31. 직권면직 후 2004. 1. 31. 복직) 국가정보원 및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하던 자인바,

1. 1991. 7.경부터 1993. 4.경까지, 1994. 7.경부터 1998. 2.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 조직인 일명 ‘미림팀’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유흥업소·식당 등지를 근거로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화를 도청하여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여 왔는바, 1997. 12. 중순경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자 자신의 신분에 불리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신변 보호를 위하여 2004. 12. 하순경 미림팀 활동 과정에서 생산하여 폐기하지 않고 있던 도청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임의로 반출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중, 1999. 3.경 국가정보원에서 직권면직된 후 같은 국가정보원 퇴직 직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 1이 공소외 5 당시 문화관광부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교분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1999. 9. 하순경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프레지던트 호텔 커피숍에서 피고인 1을 만나 공소외 1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 사이의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 3건과 녹음테이프 1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테이프는 요원들과 함께 자정이 넘도록 고생하고 한강을 오가면서 목숨을 걸고 만든 것이다. 녹취보고서는 테이프의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정리한 것인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여 안전기획부에서는 나 이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국가안전기획부에 감청팀이 있었고 자신이 위 감청팀의 팀장으로 요원들과 함께 주요인사들에 대하여 감청을 한 사실을 거론함으로써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고,

2.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4 사이에 이루어진 정치자금 제공 관련 대화를 도청한 녹음테이프 및 녹취보고서를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이용하여 삼성그룹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 내기로 피고인 1과 공모하여,

피고인 1이 1999. 9. 하순경 서울 중구 태평로2가 250 소재 삼성그룹 본관 구조조정본부장 사무실에서, 위 1항과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전달받은 녹취보고서를 구조조정본부장 이학수에게 제시하면서 녹취보고서 내용과 같이 정치자금 제공 사실 등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뒤, 도청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5억 원을 요구하고 위 요구에 불응하면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언론 등에 공개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그 무렵 이학수로부터 협상을 위임받은 공소외 2 이사에게 5억 원이 여의치 않으면 건설공사를 하도급하여 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피해자 삼성그룹으로부터 금원을 갈취하려고 하였으나, 이학수가 금원을 제공하지 아니한 채 국가정보원에 신고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과 피고인 1이 원심법정에서 한 이에 부합하는 각 일부 진술

1. 원심 증인 이학수, 공소외 2가 원심법정에서 한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일부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1에 대한 제1, 2, 4회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일부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이학수, 공소외 2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3에 대한 각 진술조서(피고인, 피고인 1 각 진술부분 포함)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각 압수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2조 , 제350조 제1항 , 제30조 (공갈미수의 점, 징역형 선택), 국가정보원직원법 제32조 , 제17조 제1항 (직무상 비밀 누설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죄질이 더 무거운 판시 공갈미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무죄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2는 1991. 7.경부터 1993. 4.경까지, 1994. 7.경부터 1998. 2.경까지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 조직인 일명 ‘미림팀’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유흥업소·식당 등지를 근거로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화를 도청하여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여 왔는바, 1997. 12. 중순경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자 자신의 신분에 불리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신변 보호를 위하여 2004. 12. 하순경 미림팀 활동 과정에서 생산하여 폐기하지 않고 있던 도청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임의로 반출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중, 1999. 3.경 국가정보원에서 직권면직된 후 같은 국가정보원 퇴직 직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 1이 공소외 5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교분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1999. 9. 하순경 서울 중구 을지로2가 프레지던트 호텔 커피숍에서 피고인 1을 만나 1997. 4. 9.과 같은 해 9. 9. 및 같은 해 10. 7. 등 3회에 걸쳐 서울의 호텔 일식집 등지에서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공소외 4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권 동향 및 대권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하여 논의한 대화를 도청하여 작성한 녹취보고서 3건과 1997. 9. 9.자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1개 등 이 사건 도청자료를 피고인 1에게 교부함으로써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였다.”라는 것인바, 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국가정보기관의 직원으로서 직접 불법도청행위를 하여 만든 이 사건 도청자료를 포함한 도청테이프 274개를 임의로 반출하여 보관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이 사건 도청자료를 이용하여 거액을 갈취하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고 불법도청테이프를 유출시키는 등 그 범행 수법이나 범행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한 점, 반면 이 사건 공갈 범행이 미수로 그쳐 피고인이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피고인이 24년간 국가정보기관에서 성실하게 공직생활을 하여 왔고 별다른 범죄의 전력이 없는 점, 기타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형법 제51조 소정의 사항들을 모두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하였다.

판사 최재형(재판장) 김성환 이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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