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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8.21.선고 2008두7953 판결
산재보험유족보상·장의비청구부지급결정취소
사건

2008두7953 산재보험유족보상 · 장의비청구부지급결정취소

원고,상고인

박 ( )

제천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권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94 - 267 ( 소관 : 충주지사 )

송달장소 대전시 서구 둔산2동 929번지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송무부

대표자 이사장 김원배

소송수행자 조, 이, 황I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08. 5. 8. 선고 2007누3006 판결

판결선고

2008. 8. 21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다만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하였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5. 1. 24 .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 .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딸인 이 ( 이하 ' 망인 ' 이라 한다 ) 은 TITLETTI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망인을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4명과 함께 교대로 야간당직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이□□은 2006. 4. 22. 부터 같은 해 5. 15. 까지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실, 망인은 2006. 5. 20. 23 : 10경 이 사건 사업장에 혼자 남아 야간당직근무를 하다가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1층 출입문을 폐쇄한 사실, 한편 이□□은 칼을 소지하고 미리 위 병원에 침입하여 2층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1층 출입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망인에게 접근하여 칼로 위협하면서 지하물리치료실로 끌고 내려가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는 망인을 칼로 찔러 살해한 사실, 이□□은 경찰에서 강도 목적으로 위 병원에 침입하며 망인을 살해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여 강도살인죄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검찰에 이르러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당시 망인에 대하여 연정을 품고 있었는데 망인이 자신의 교제요구를 거부하여 살해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 이에 이□□은 살인죄로 기소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 혼자 남아 야간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망인으로서는 위 병원의 입원환자들에 대한 통상적인 간호업무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침입이나 범죄행위로부터 환자들의 안전과 병원의 시설 및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경비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이 야간에 혼자서 그와 같은 경비업무를 수행하던 중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에 의하여 흉기에 찔려 사망하였다면 이는 망인의 경비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침입자의 가해행위와 망인의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배제할만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업무와 이□□의 가해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이 망인에 대하여 연정을 품고 교제를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한 것이 발단이 되어 위 범행에 이른 것이므로 이는 이□□의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에서 유발된 것으로서 업무의 기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점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

기록에 의하면, 이□□이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당시부터 망인에 대하여 연정을 품고 있었고 퇴원 후 망인에게 자신과의 교제를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하여 망인을 살해하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로는 이□□의 검찰 이후의 진술뿐이다 .

그러나 이□□은 경찰에서 이미 강도의 목적으로 위 병원에 침입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어 진술이 서로 모순되고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강도살인죄의 무거운 죄책을 피하기 위하여 허위로 그와 같이 진술을 번복하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한 이□□은 위 범행 당시 23세로서 29세인 망인보다 6살이나 어리고, 불과 24일 정도 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환자와 간호사의 관계로 망인과 접촉하였을 뿐이므로 이와 같은 이□□과 망인 사이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이 교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살해를 결의할 만큼 망인에 대하여 깊은 연정을 품고 있었다거나 교제요구의 거부에 대하여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계획적으로 칼을 소지하고 위 병원에 침입하여 숨어 있다가 출입문을 폐쇄하자 곧바로 칼을 들이대고 위협한 이미의 일련의 행위가 망인에 대하여 교제를 요구하는 행위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고, 망인이 위 범행 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동전으로 8, 000원 정도만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이 강도 또는 절도의 목적으로 위 병원에 침입하였다고 볼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따라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이□□의 가해행위가 전적으로 망인과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설령 이□□이 강도의 목적으로 위 병원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 병원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던 망인으로서는 칼을 들고 위협하는 이□□에 대하여 소리를 지르면서 저항하다가 이□□에 의하여 살해된 이상 망인의 사망은 경비업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단순히 이□□의 내심의 의사가 사적인 원한 또는 감정에 기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도 없다 .

뿐만 아니라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더라도, 이□□은 입원치료 당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담당간호사인 망인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교제를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칼로 위협하여 망인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기로 마음먹은 다음 , 위 병원이 외부인의 침입에 취약하고 범행 당일 야간에 여성간호사인 망인 혼자서 당직근무를 하며 위 병원에 소수의 입원 환자들 외에 인적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한 후, 계획적으로 위 병원 2층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1층 출입문을 닫는 시간에 맞추어 망인에게 접근하여 위와 같은 범행을 범하였다는 것이므로, 이□□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 망인의 간호업무의 성격 및 환자와의 관계, 위 병원의 외부 침입에 대한 취약성, 여성인 망인 혼자서 야간당직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근무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직무 자체에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성적 범행의 표 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 .

그럼에도 원심은 이□□의 신빙성 없는 진술에만 의존하여 망인의 사망이 순전히 이□□의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단정하여 업무의 기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김영란

주 심 대법관 이홍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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