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형순
변 호 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동원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
(1)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
피고인은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하여 상대방의 선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을 한 사실이 없고, 단지 피고인의 직무 범위 내에서 관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하 ‘수급권자’라 한다)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하여 자신의 집 전화로 ‘어려운 일이나 도와줄 일이 없느냐’라는 취지로 질문하고 고충사항을 들어주었던 것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선거운동을 한다는 주관적인 의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조직적, 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볼 만한 행동을 한 사실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공직선거법 제58조 소정의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이 당시 인제군수를 당선시키고자 하는 계획 하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전화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유권자 계층에 해당하는 수급권자들에 대한 공약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서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행위를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선거운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개인정보법’이라 한다) 위반의 점
개인정보법 제11조 , 제23조 제2항 의 규정취지는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자가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하고 있는 직위를 이용하여 다른 목적으로 함부로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으로서 그로부터 개인정보를 건네받은 자를 처벌하려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바, 그렇다면 인제군청 (직위명 생략)인 피고인의 경우 수급권자들의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여 개인정보법 제11조 소정의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직원이었던 자’로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개인정보법 제11조 소정의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직원이었던 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여러 양형조건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소정의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하고, 이는 특정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모든 행위로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장래의 선거운동을 위한 내부적·절차적인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선거운동의 준비행위나 통상적인 정당활동과는 구별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그 행위의 명목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태양,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특정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1432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6. 8. 12. 지방행정직 9급 공무원에 임용되어 인제군청 등에서 근무하여 오다가 (이름 생략)이 인제군수로 당선된 후 지방행정주사로 승진함과 동시에 사회복지과 (직위명 생략)으로 발령받은 사실, 그런데 피고인은 2006. 3. 20. 자신이 수급권자에 대한 개인정보처리를 담당하지 않았음에도 사회복지과 직원으로부터 인제군 거주 수급권자 1,526명의 인적사항, 연락처 등이 기재된 개인정보 출력물을 넘겨 받아 소지하고 위 명단을 토대로 원심판시 기재와 같이 2006. 4. 2.경부터 같은 달 19.경까지 발신번호 표시제한 조치를 한 채 자신의 집 전화를 이용하여 (이름 생략) 등 600여명에게 “나는 인제군수의 딸인데 어려운 일은 없느냐, 도와줄 일은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한 다음 그 답변을 정리하여 인적사항과 요구사항 등을 기재해 둔 사실, 그 당시 피고인은 현직 인제군수인 (이름 생략)이 2006. 5. 31. 실시예정인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인제군수 예비후보자로 등록된 자임을 알고 그 선거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사실(공판기록 212쪽), 한편 피고인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선거에서 인제군수를 찍지 않으면 앞으로 수급권자 대상에서 제외되겠구나’, ‘선거때가 되니 또 전화하는구나’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피고인이 전화를 하게 된 경위와 시기, 그 수단과 방법, 피고인과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 위 전화통화의 내용 및 상대방의 반응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인제군수의 당선을 목적으로 투표를 얻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유리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로서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소정의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일상적·의례적·사교적인 행위이거나 선거의 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나아가 위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관적인 인식도 넉넉히 인정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개인정보법 위반의 점
개인정보법은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직원이었던 자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의 처리업무를 위탁받아 그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자에 대하여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면서( 제11조 ), 이에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에 대하여 개인정보법 23조 제3항 에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그 규정내용에 비추어 개인정보의 처리를 행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또는 직원이었던 자를 적용대상으로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공공기관의 컴퓨터에 의하여 처리되는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개인정보법의 입법취지( 제1조 )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규정내용과 달리 그 적용대상을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직원 또는 직원이었던 자’로 제한하여야 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직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제군청 소속 (직위명 생략)으로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에 해당하는 이상,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으로서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선거법을 준수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망각하고 2006. 5. 31. 실시예정인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직 군수가 당선되는데 유리하도록 선거운동을 한 사안으로, 특히 수급권자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후 발신번호 표시제한 조치를 한 상태에서 인제군수의 딸인 것처럼 전화통화를 하고 그 요구사항 등을 정리해 두는 등 그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위와 같이 선거에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600여 회에 걸쳐 관내 수급권자들에게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 선거에 상당히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지능과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주장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