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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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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13. 6. 14. 선고 2012노4121 판결
[의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김태호(기소), 김정은(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위더스 담당 변호사 김광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홈페이지에 ‘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에 대한 경험담을 게시한 사실은 있으나, ① VBAC은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질병의 치료‘를 의미하는 ’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② 그 행위의 대상이 ’산모‘이지 ’환자‘가 아니며, ③ 병원 홈페이지는 광고매체가 아니고 광고비용을 지출한 사실도 없어 ’광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의 금지된 의료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에 대한 선고유예)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가. 직권으로 살피건대, 당심에 이르러 검사가 공소사실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변경된 공소사실

의료인은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하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1. 1.경부터 2012. 5.경까지 대구 수성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하고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환자들이 위 병원홈페이지 ‘VBAC 소감’란에 브이백성공소감이라는 글을 게시하면 분만비의 10%를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유인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누구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위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들의 치료경험담을 게시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이 병원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하여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불특정 다수 사람에게 광고하였다.

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는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본다.

3.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 주1) 에서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고, 의료법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2호 에서는 이러한 광고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산모들의 VBAC 시술후기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VBAC'이 ‘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비추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당해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그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은 그 규정의 본질적 내용에 가장 접근한 해석을 위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참조).

2)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 , 의료법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2호 에서 사용되는 ‘치료’에 대해 의료법상 정의규정이 없는바, 앞서 본 형벌법규의 해석원칙에 비추어 ‘치료’의 의미를 살펴보면, ① 일상적인 용례상 ‘치료’는 질병이나 상처와 같이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전제로 이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처치를 의미하는 점, ② 의료법 제12조 제1항 에서는 의료인이 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로 통칭하고 있는데, ‘의료행위’의 범주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등 참조)’로 이해되므로 의료행위에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같이 질병과 관련 없는 행위도 포함되는 점, ③ 의료법 제56조 제2항 에서는 ‘의료’, ‘치료’, ‘진료’라는 용어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같은 법조에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용어별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인 점, ④ 의료행위는 그 위험성으로 인하여 반드시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사회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어서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범위가 확장될 수 있으나, 일단 의료행위를 할 자격을 부여받은 의료인에게는 의료광고를 할 자유가 원칙적으로 보장되고 예외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등 사회적 해악이 큰 경우에만 의료광고가 금지되는 것이므로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태양은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법률규정에 사용된 ‘치료’란 환자의 비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전제로 투약, 시술, 처치 등 의학적 방법을 통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3) 이러한 기준에 따라 VBAC 시술이 ‘치료’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면, VBAC 시술의 경우 이전에 제왕절개를 한 경험이 있는 산모가 자연분만을 할 경우 실패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일반적인 자연분만에 비해 상세한 검사를 하여 자연분만의 가능성 유무를 의사가 판단하고, 분만하는 과정에서도 높은 주의를 기울여 산모를 관찰하며, 산모와 태아에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제왕절개 등의 시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의료행위에는 해당하나, 산모에게 있어서 출산이 임박한 상태나 제왕절개의 경험이 있는 상태를 질병이라고 할 수 없고, 산모로 하여금 출산을 하도록 유도하고 관찰하는 행위를 들어 비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다. 소결

따라서 VBAC 시술이 ‘치료’에 해당함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바(검사는 피고인의 행위가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11호 ‘그밖에 의료광고의 내용이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하거나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VBAC 시술은 자연적인 출산상황을 회복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국민건강에 어떤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항소 역시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 , 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바,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순탁(재판장) 권미연 류희현

주1) 검사는 공소장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로 ‘의료법 제89조, 제56조 제2항 제11호’를 기재하였다. 그런데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1 내지 9호와 의료법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1 내지 9호는 각각 대응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2호의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하는 경우’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를 구체화한 규정이다. 피고인은 ‘VBAC 체험후기를 게시한 것은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를 오기로 보아 피고인의 행위가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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