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회사가 여성근로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근로자보다 적은 기본급을 지급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에 정한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회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손해배상권고결정은 적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여성근로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성근로자보다 적은 기본급을 지급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에서 정한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제1호 , 제42조 제4항 제2호 에 따라 그 회사에 여성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한 것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권고한 결정은 적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기륭전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백준현)
피고
국가인권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숙)
변론종결
2008. 5. 1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7. 10. 8. 07진차232호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 진정사건에서 원고에 대하여 한 손해배상권고결정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는 위성라디오 및 GPS 등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이고,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소외 7, 소외 8(이하 ‘진정인들’이라 한다)는 2005. 8.경까지 원고 회사에서 근무한 계약직 직원이다.
나. 진정인들은 2007. 3. 5. 피고에게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동일한 업무를 담당했던 남성근로자 소외 9 등에 비해 별지 기본급지급내역 기재와 같이 임금을 적게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07진차232호로 원고 회사를 상대로 진정(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다. 이에 피고는 2007. 10. 8. 이 사건 진정을 받아들여 원고 회사가 위 소외 9에 비해 여성인 진정인들에게 임금을 적게 지급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에서 정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결정한 후 같은 해 11. 14. 원고 회사에게 진정인들에 대하여 임금조건에서 남성근로자에 비해 불리한 차별대우를 한 것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권고하는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회사의 주장
원고 회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1) 이 사건 진정은 진정원인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제기되었으므로 피고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진정을 각하했어야 함에도 이를 조사하여 판단하였다.
(2)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는 피고가 관계기관 등에 대해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는 원고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권고할 권한이 없다.
(3) 소외 9는 주로 조립업무를 담당했던 진정인들과는 달리 주로 상차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상차업무는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여서 진정인들보다 월 5~6만 원의 기본급을 더 지급받았던 것이므로 원고 회사가 진정인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으로 임금을 덜 지급한 것이 아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진정인들은 원고 회사와 아래 기간에 대해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SR 또는 IRD 부서에서 생산업무를 담당하던 중이던 2005. 8.경 원고 회사로부터 각 해고되었다.
소외 1 : 2002. 10. 1. ~ 2005. 9. 30.
소외 2, 소외 3 : 각 2005. 1. 1. ~ 2006. 6. 30.,
소외 4 : 2004. 5. 1. ~ 2005. 10. 31.
소외 5, 소외 6 : 각 2004. 8. 1. ~ 2006. 1. 31.
소외 7 : 2002. 12. 1. ~ 2006. 5. 31.
소외 8 : 2004. 2. 1. ~ 2005. 7. 31.
(2) 원고 회사의 생산직 직원은 계약직, 파견직, 정규직으로 구분되며, 남성근로자의 비율은 약 4 ~ 13% 정도(2002.경 ~ 2005.경 기준)였다.
(3) 원고 회사는 생활정보지에 ‘생산직 또는 전자제품 조립 경험자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신규 생산직 직원 채용을 공고해 왔는데, 업무나 공정에 따라 남·녀를 달리 모집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고 회사의 생산업무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입 직원들은 간단히 생산공정을 익힌 후 작업 배치에 따라 각 공정에 바로 투입되었고, 작업 배치에 남녀 성별에 따른 업무 구분은 없었으며, 각 부서의 조장은 작업량이나 인력 수요에 따라 수시로 작업 배치를 변경할 수 있었다.
(4) 원고 회사의 생산부문은 생산되는 제품 종류에 따라 IRD, SR, GPS, SMD, QC, MBCO의 6개 부서로 나뉘었고 QC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들은 수개의 생산 LINE으로 구성되었으며, 하나의 생산 LINE에는 10~15명의 근로자가 배치되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립·검사·포장 작업을 하였는데 각 부서의 작업 공정은 거의 비슷하였다.
조립 및 검사 공정은 ① 바코드를 스캔한 후 컴퓨터에 저장, ② 메인보드와 모듈 조립, ③ 음향 및 신호 오류 테스트, ④ 보조장치 부착, ⑤ 안테나 납땜, ⑥ 음향 및 무선감도 테스트, ⑦ 밝기조절기능 테스트 등의 단계로, 포장공정은 ① 바코드 인쇄, ② 상표 및 보호테이프 부착, ③ 제품 및 액세서리 포장, ④ 고유번호 부착, ⑤ 박스에 바코드 부착, ⑥ 박스 밀봉 등의 단계로 각 구성되었고, 각 단계마다 한 사람의 근로자가 배치되어 작업 후 다음 단계의 근로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5) 소외 회사는 위와 같은 공정을 마친 제품들을 공장 구석에 쌓아 두었다가 일정 분량에 이르면 한꺼번에 컨테이너로 운반(이하 ‘상차작업’이라 한다)하였는데, 상차작업은 일주일에 1~5회 정도 불규칙하게 이루어졌으며, 생산부문에 근무하던 남녀 근로자 전원이 동원되었다.
(6) 소외 9는 2002. 4.경 전자제품을 조립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원고 회사에 지원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면접시험에서 땜질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스크류를 박아 본 경험이 있는지 등 주로 조립작업과 관련된 질문을 한 후 소외 9를 채용하였다. 소외 9는 원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2002. 12. 1. 원고 회사와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정식직원이 된 이후부터는 SR 부서 3 LINE에서 주로 안테나 납땜을 하다가 한가할 때는 박스를 접어 포장하거나 스크류를 박는 등 그때마다 주어진 일을 하였다. 한편, SR 부서 2 LINE에서는 여성근로자인 소외 14, 소외 15가 주로 안테나 납땜을 담당하였다.
(7) 피고는 2007. 3. 13.부터 같은 해 8.경까지 진정인들 및 참고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원고 회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거나 원고 회사에 대한 실지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조사하였는데, 진정인들 및 소외 9가 2003. 12.경부터 2005. 8.경까지 지급받은 기본급의 내역은 별지 기본급지급내역 각 기재와 같다.
(8) 피고는, 진정인들이 2005. 8.경 모두 해고되었고 이후 원고 회사가 생산업무 일체를 외부 업체에 맡겨 생산직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자 이 사건 진정은 정책과 관행의 개선을 권고하기에 부적절한 경우로 판단하여 진정인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것을 권고하는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4호증, 제5호증의 1 내지 3, 제6호증, 제7호증의 1, 2,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 단
(1) 원고의 첫째 주장에 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는 피고는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하여 진정이 접수된 경우 그 진정을 각하하되 진정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공소시효 또는 민사상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사건으로서 피고가 조사하기로 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정하고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진정을 조사하기로 결정하여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진정인들이 2005. 8.경 원고 회사에서 해고된 후 2007. 3. 5.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 사건 진정의 내용은 원고 회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정인들에게 임금을 차별지급하였다는 것임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며, 이 사건 진정의 내용은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 제2항 , 제8조 제1항 에 따라 사업주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게 되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이 사건 진정은 진정인들이 원고 회사에 근무한 마지막 날인 2005. 8. 31.경부터 그 공소시효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제기되었으므로 피고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의해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의 둘째 주장에 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은 피고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피진정인, 그 소속기관·단체 또는 감독기관(이하 ‘소속기관 등’이라 한다)의 장에게 제42조 제4항 각 호 에 정한 구제조치의 이행,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피고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 포함시킬 수 있는 사항을 정한 같은 법 제42조 제4항 제2호 는 ‘원상회복·손해배상 그 밖에 필요한 구제조치’를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진정사건에 관하여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는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고의 셋째 주장에 관하여
(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진정인들과 소외 9는 원고 회사의 생산직 근로자로서 조립·검사·포장·상차작업에 이르는 연속된 작업공정의 각 단계에 배치되어 협동체로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거의 비슷한 일련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소외 9가 진정인들에 비해 기본급을 더 지급받을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가사 원고의 주장대로 진정인들이 조립업무를 담당하였던 반면 소외 9는 주로 육체적 부담이 더 큰 상차업무를 담당하였다 해도 체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많은 체력을 요하는 노동을 한다는 점만으로는 남성근로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으며, 단순한 근력을 필요로 하는 상차업무가 섬세함과 집중력, 경험을 필요로 하는 조립업무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할 만큼의 많은 노력과 높은 기술을 요하는 업무로도 보이지 않는다).
(나) 또한, 원고는 소외 10, 소외 11, 소외 12, 소외 13 등 소외 9보다 기본급이 높은 여성근로자들도 존재하였으므로 소외 9가 반드시 여성근로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도 주장하나, 을 제8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위 소외 10, 소외 11, 소외 12, 소외 13이 원고 회사에 입사한 시기는 1993.경부터 1996.경 사이인 사실이 인정되어 그들의 기본급을 이 사건 진정의 비교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 회사가 별지 기본급기재내역과 같이 진정인들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제공한 소외 9에 비해 진정인들에게 기본급을 적게 지급한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에서 정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성별에 의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같은 법 제44조 제1항 제1호 , 제42조 제4항 제2호 에 따라 원고 회사에 진정인들에 대하여 임금조건에서 남성근로자에 비해 불리한 차별대우를 한 것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권고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