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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7.8.선고 2015고합258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사건

2015고합258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피고인

A

검사

유정호(기소), 오재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B, C(국선)

판결선고

2015. 7. 8.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D 그랜저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10. 3. 03:50경 위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관악구 문성로 103 난곡 우체국 사거리를 난곡사거리 방면에서 시흥동 방면으로 편도 3차선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곳 전방은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였으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전후좌우를 잘 살펴 전방의 신호에 따라 진행하여야 하고, 전방 신호가 적색인 경우에는 정지선 안쪽으로 안전하게 정차한 후 녹색 신호가 점등된 이후에 출발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상에 정차하였고, 전후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차량 정지신호를 위반하여 선 출발한 업무상 과실로 때마침 문성터널 방면에서 독산동 방면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E(26세)이 운전하는 F CB400 오토바이의 앞바퀴 부분을 위 그랜저 개인택시의 왼쪽 뒷바퀴 부분으로 충격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14. 10. 3. 04:41경 서울 동작구 보라매로5길 20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에서 다발성 장기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정지선을 위반하여 정차했다가, 녹색 신호가 켜지기 전에 선 출발한 것은 사실이나, ① 정지선 위반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고, ② 선 출발의 경우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③ 설령 선 출발 행위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다 해도 역시 그 과실과 이 사건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

3. 판단

가. 공판 과정에서 이루어진 증인신문과 동영상 재생, 서증 조사 등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무렵 난곡사거리 방면에서 시흥동 방면으로 편도 3차로의 2차로를 이용하여 진행하다가 난곡우체국 사거리(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 한다) 앞에 이르러 적색 신호를 보고 정차하게 되었다.

② 피고인이 진행하는 방향의 전방에는 정지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정지선으로부터 피고인 진행방향으로 2.9m 앞에는 폭 8m의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피고인은 최초 정차 시 앞범퍼 부분이 위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에까지는 못 미친 상태로 정차하였다.

③ 피고인은 위 정차 시점으로부터 약 10초 후에 택시를 약간 전방으로 이동시켜 다시 정차하였고, 이에 따라 택시의 앞범퍼 부분이 횡단보도 2개의 칸 중에서 피고인 진행방향으로 첫 번째로 도달하게 되는 칸의 중간 즈음에 위치하게 되었다.

④ 그 후 피고인은 위 두 번째 정차 시점으로부터 약 15초 후에 택시를 서서히 진행하기 시작하였고(위 진행 시작 시점으로부터 약 1초 전에 피고인 진행방향 기준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는 차량, 즉 피해자 오토바이가 보게 되는 신호등은 황색 신호로 바뀐 상태였다), 그로부터 2와 5/15초1)가 지나자 피고인 진행 방향 전방의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는데(동시에 피해자 오토바이가 보게 되는 신호등은 적색 신호로 바뀌었다), 그 시점에서 피고인의 택시 앞범퍼 선은 아직 위 횡단보도의 두 번째 칸 중간 즈음에 위치하였으며, 피고인은 계속하여 전방으로 진행하였다.

⑤ 피고인 진행 방향 전방의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위 시점으로부터 2와 14/15초가 될 무렵 피해자의 오토바이 전면 부분이 피고인의 택시 좌측면의 뒷바퀴 부분을 충격하였다.

⑥ 피해자의 오토바이는 목격자 차량의 블랙박스 촬영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이미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하향하면서 전도가 진행 중인 상태였고, 피고인의 택시를 충격할 무렵에는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앉아 완전히 전도된 상태였다.

⑦ 피해자는 당시 오토바이를 주행하여 문성터널 방면에서 독산동 방면으로,

즉 피고인의 진행 방면 기준으로는 좌측에서 우측 방면으로 진행하여 이 사건 교차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 의하면 목격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내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만을 기초로 하여 피해자의 주행 속도를 약 시속 72㎞로 계산하면,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이 사건 교차로를 향하여 진행하다가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7m 전에 이르렀을 때 이미 피해자 진행방향의 신호는 적색 신호로 바뀌었던 것으로 계산된다.2) 특히 위 감정서를 작성한 증인 G의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의 오토바이는 당시 전도되어 도로 바닥에 마찰하는 상태이어서 속도가 느려졌을 것인데도 그 상태에서 확인되는 속도만도 약 시속 72㎞에 이르기 때문에,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전도되기 전에 실제로 주행하던 속도는 72㎞보다 상당히 더 빨랐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위와 같이 계산한 거리 57m도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⑧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2%의 만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⑨ 이 사건 교차로는 피고인이 교차로로 진입하는 좌측 편(피해자가 교차로로 진입하는 우측 편)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위치하고, 교차로 바깥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 사건 교차로 가까이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피고인의 택시나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각자의 진행 방향에서 교차로로 진입하는 상대방의 차량을 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나. 정지선 위반 행위에 관한 판단

① 증인 G의 증언과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 의하면, G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에 만약 정지선을 준수하여 정차했다가 녹색 신호가 켜진 후에 출발하였을 경우는 물론,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와 같은 정도로 정지선을 위반하여 정차한 상황에서라도 녹색 신호가 켜진 후에 정상적으로 출발하기만 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정지선을 위반하여 정차한 행위가, 자연적인 의미에서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또한, 도로교통에 관한 법령에서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정지선을 침범하여 차량을 정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를 통하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운전자가 정차 시에 교차로와 상당한 거리를 띄워 차량을 정차하도록 함으로써 차량이 더 이른 시점에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녹색 신호가 켜진 시점으로부터 약 10m를 이동한 상황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만약 이 사건에서 보다 정지선을 더 넘어서서 앞범퍼 부분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넘어선 지점에 정차하고 있다가 같은 방법으로 출발하였다면, 횡단보도의 폭, 피고인 택시의 전장,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피고인의 택시를 충격한 지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피고인의 택시가 먼저 교차로를 통과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정지선을 위반하여 정차한 것이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정지선을 잘 지켜서 정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로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이 해당 주의의무의 규범 목적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결과, 즉 보행자에 대한 피해 발생과는 무관한 형태로 이 사건 사고에 연결된 것인 이상, 피고인의 정지선 위반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다. 선 출발 행위에 관한 판단

1)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의 운전자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단순히 추상적인 의무 위반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문제되는 운전자의 행위가 당해 상황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당해 상황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은 당해 상황에 있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그 교통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출발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인 주의의무 내지는 교통법규 준수 의무가 있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진행 방향의 신호가 녹색 신호로 바뀐 후에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피고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진행 방향 좌측 도로에서 과속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자신이 선 출발을 하게 될 경우에는 그 차량과 충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예상하고서 그와 같은 결과 발생을 회피하기 위하여 선 출발을 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거나 그와 같은 점을 예상하고서 선 출발 과정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위와 같은 차량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주의의무까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이 사건 교차로 주변의 건물과 가로수 때문에 피고인이 교차로에 어느 정도 진입하기 전까지는 피고인 진행 방향 좌측 도로에서 진행하여 이 사건 교차로로 진입하는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② 이 사건 사고의 목격자였던 증인 H는 피고인 차량 좌측의 좌회전 차로에 정차하여 신호대기 중이던 자신의 차량에서 유리창을 닫은 상태에서도 이 사건 사고 전에 피해자 오토바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고 증언하였으나, 그 증언만으로는 그 굉음이 발생하는 지점이 이 사건 교차로의 어느 방향에서 어느 쪽을 향하여 오는 것인지를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설령 피고인이 선 출발한 행위가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로서 업무상 과실로 평가될 수 있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선 출발하기 시작한 후로부터 4초가 넘는 시점에서, 그리고 신호등이 녹색 신호로 바뀐 시점으로부터도 거의 3초가량 되어서야 발생한 것이다.

②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 오토바이의 측면을 들이받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 오토바이의 정면이 피고인의 택시 좌측 뒷바퀴를 들이받은 것이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진행 방향의 신호등이 녹색 신호로 바뀌었을 당시, 즉 피해자 진행 방향의 신호등이 적색 신호로 바뀌었을 당시 피해자 오토바이의 위치는 사고 지점으로 약 57m로 계산된다는 것이고, 피해자 오토바이가 전도되지 아니 하였을 경우의 실제 속도를 고려하면 피해자가 전방 신호가 적색임을 인지한 지점은 위 57m보다도 더 후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당시 피해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2%의 주취 상태였고,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부터 오토바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전도) 피고인 택시 좌측 뒷바퀴 부분을 충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전도된 이유가 피해자의 주취 상태로 인한 조향, 제동 조작의 미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오토바이가 전도되지 않았거나 조향, 제동 조작을 잘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4. 결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00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윤승은

판사오세영

판사이유빈

주석

1) 증인 G의 증언과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장면이 촬영된 피고인 택시의 블랙박스와 피고인 왼쪽

의 좌회전 차선에 정차하였던 목격자 차량(이하 '목격자 차량'이라 한다)의 블랙박스의 각 영상은 1초당 15프레임으로 촬영되

었고, 이에 따라 위 감정서를 작성한 G은 위 프레임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여 이 사건 사고를 분석하였다.

2) 피해자 진행방향의 신호등이 황색 신호로 되어있었던 시간은 대략 3초가량이라는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계산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피해자의 오토바이가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110m도 더 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이미 피해자 진행방

향의 신호는 황색 신호로 바뀌었던 것으로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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