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8가단96240 손해배상 ( 기 )
원고
박○○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보나 담당변호사 김호민
피고
1. 주식회사 대구방송
대구 수성구 두산동
대표이사 이○○
2. 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
3. 김○○
대구 수성구 범물동
4. 임○○
대구 수성구 매호동
5. 이○○
대구 수성구 지산동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현
변론종결
2010. 1. 26 .
판결선고
2010. 2. 16 .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억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0. 13. 부터 소장도달일까지
는 연 5 %,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 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
이유
1. 기초적 사실관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 3 ~ 8 · 11호증, 갑2호증의 1 · 2, 갑9호증의 1 ~ 3, 갑10호증의 1 ~ 4, 을1호증의 1 ~ 3, 을2 · 3호증의 각 기재나 영상, 피고 이○○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
가. 당사자들의 지위 및 관계
원고는 2008년 5월경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이고, 피고 주식회사 대구방송 ( 이하 ' 피고 대구방송 ' 이라고 한다 ) 은 방송업에 종사하는 법인이다. 피고 이○○은 피고 대구방송의 사회부 기자이고, 피고 김○○는 피고 대구방송 사회부 팀장이며, 피고 임○○은 피고 대구방송의 보도국장이고, 피고 이○○는 피고 대구방송의 대표이사이다 .
나. 원고 관련 2008. 10. 13. 자 피고 대구방송의 뉴스 보도 및 홈페이지 게재내용 피고 대구방송은 2008. 10. 13. ' TBC 프라임뉴스 '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 정치권실세 금품전달 ' 이라는 표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뉴스를 대구 및 경상북도 지역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보도 ( 이하 ' 이 사건 보도 ' 이라 한다 ) 를 한 후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
경상북도 교육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사학재단 실소유자가 이전 정권의 핵심 실세들에게도 거액을 건넸다고 진술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보도에 이ㅇㅇ 기자입니다.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청도 모 사학재단 실소유자인서 모씨로부터 DJ정부 시절 핵심실세였던 박○○ 의원 측에 3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서씨는 검찰에서 박의원 측으로부터 10억원의 정치자금을 요구받았고, 박의원의측근을 통해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서씨는 조○○ 전 경상북도 교육감에게 3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달 대구구치소로 수감됐습니다. 서씨는 그러나 돈의 성격과 시기, 장소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도권에서 부동산 사업 등을 하며 수백억대를 모은 서씨는 또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씨에게도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서씨가 사업로비 등을 위해 정권의 핵심실세들에게 잇따라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수사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교육감의 뇌물수수 과정에서 정치권에 돈에전달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실체적 진실규명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해 파장이 예상됩니다. TBC 이○○입니다 . |
피고 대구방송은 다음과 같은 자료화면을 배경으로 하여 이 사건 보도를 진행하였
라. 검찰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서○○의 실제 진술내용
그러나 대구지방검찰청 소속의 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서OO ( 이 사건 보도에서 언급된 서 모씨, 서씨 ) 에 대한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서○○가 2008. 9. 24. 다음과 같이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
문 : 피의자는 정치인에게 기부를 한 적은 있는가요 .답 : 김대중 정부 말기쯤에 우리도 모르는 어딘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누군지 밝히지도않고 청와대에서 왔다고만 하면서 정치자금 3장 ( 3억 ) 을 내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젊고 오기가 있어서 ' 내가 이민을 갔으면 갔지 그렇게 까지는 못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3, 000만원을 영수증 받고 기부만 하겠다 ' 고 했습니다. 그리고 누구인지 지정하지 않고 선관위에 3, 000만원을 적법하게 기탁하였는데, 그 얼마 후에 바로 |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왔고, 그 이후로 공사에서 많은 불이익을 입었습니다 .문 : 그런 요구를 했던 사람이 누군인지 정말 모르는가요답 :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에서 당시 비서실장이던 박○○을 모시는 사람이라고자신을 소개했고 이름을 밝히라고 하니 밝히지 않았습니다 . |
10. 2. 대구지방법원에 구속상태로 업무상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공소제기하였다 .
마. 피고 이○○ 기자의 취재과정 및 피고 대구방송의 방송실행과정 피고 이○○ 기자는 피고 대구방송의 사회부에 소속되어 법조출입기자로 활동하던 당시인 2008. 10. 10.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이○○ 특수부장검사실을 방문하였는데, 그 곳에서 이○○ 부장검사로부터 서○○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들은 다음 , 그 날 피고 김○○ 사회부 팀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정보보고를 하였다 .
제목 : “ 자고로 벙어리가 돼야 한다 ”- 조○○ 교육감 수사관련 뒷얘기입니다. 김○○ 검사장 조교육감 사퇴 권고, 불구속으로 수사 마무리 - 조교육감에게 돈 준 서○○ ( 이서중고 재단소유자 ) 는 돈 주는 데 선수 - 조교육감에게 돈 줄 때 2006년 5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천만원 건네짐 - 교육감 비서실에 명절안주 전달하면서도 케이스에 백만원짜리 돈 다발 넣어줘, 전현직 비서실장도 2백만원 받아- 서씨는 검찰 조사에서 DJ 정권 시절 박○○에게도 3천만원 전달 ( 박○○측 10억 요구했지만 3천만원만 줬다고 ) YS 시절에는 김○○에게도 돈 전달 털어놔 ( 모두 공소시효 지남 ) - 서씨는 서울에서 건설하면서 천억대 재산가로 경기도 하남에 대규모 땅 소유 9홀 퍼블릭 골프장 건설 추진하고 있어 -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 시절 고위공직자나 지역 실세들을 대상으로도 로비하며 돈 건넸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검찰은 보고 있음 - 하지만 서씨는 자고로기업가는 보아도 못 본 채, 들어도 못 들은 채, 입이 있어도 벙어리가 돼야 한다며 함구, 검 |
찰도 더 이상 수사 확대 못해 |
2. 당사자들의 주장내용
가.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내용
원고는 서○○에게 10억원을 요구한 적이 없었고, 원고의 측근을 통하여 3, 000만원을 받은 적도 없었다 .
그런데 피고 대구방송은 2008. 10. 13. 허위사실인 이 사건 보도내용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프라임 뉴스를 통해 보도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 이○○은 취재기자로서, 피고 김○○는 사회부 팀장으로서, 피고 임○○은 보도본부장으로서, 이러한 허위의 방송기사가 보도되게 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또한 피고 대구방송의 대표이사인 피고 이○○는 이 사건 기사의 보도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고도 이를 승인하였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허위의 기사를 방송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직원들을 관리 · 감독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
원고는 현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지금까지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여 왔다. 특히 2008년 국정감사의 경우에는 ' 국감베스트 ' 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지금껏 쌓아올린 좋은 평가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정치공세에 휘말려 원고의 명예가 더더욱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국민의 표로 심판받는 국회의원에게는 도덕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것인데 , 피고들의 허위사실 보도로 인하여 원고의 귀책사유 없이 원고의 도덕성에는 이미 상당한 흠집이 생겼다. 사후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보도내용의 삭제만으로는 이미 훼손된 원고의 명예가 회복될 수 없다 .
이러한 원고가 입은 피해의 중대성, 명예와 도덕성이 생명인 국회의원이라는 원고의 사회적 지위, 보도내용이 모두 허위인 점, 원고 측에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원고는 피고들에게 위자료 중 일부로서 1억원을 청구하는 바이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우선 1억원 및 불법행위일인 2008. 10. 13. 부터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나. 피고들의 항변내용 이 사건 보도는 원고가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내용의 관련 피의자 진술이 있었다고 하니 검찰에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수사촉구 차원의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서○○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내용의 보도가 아니다. 즉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애당초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
또한 피고 이○○ 기자로서는 그 당시 서○○가 구속 상태였으므로 그러한 진술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이○○ 부장검사가 서○○의 진술에 대해 말해 주는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으므로 피고들의 이 사건 보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
언론보도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어느 정도 접근했다면, 다소간 오류가 있더라도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로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이상, 언론의 기능들 중 중요한 기능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의 보호를 위하여 면책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속보성이 생명인 방송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
한편 반론권은 언론사 자체 취재를 통해 보도가 이루어질 때 주어지는 것이고, 수사기관의 발표나 진술을 통하여 보도가 이루어질 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며, 이 사건 보도는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어서 반론권 보장이 적용될 수 있는 보도도 아니다 .
3. 판 단 .
가. 명예훼손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의 일반적 판단기준에 따른 검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행위를 하면 원칙적으로 형사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민사상 불법행위에도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관련된 보도 부분은 매우 구체적인 사실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의견표명이라기보다 사실적시라고 보아야 한다 .
그러나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이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언급된 사실이 진실하다면, 그러한 행위의 위법성은 제거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또한 언급된 사실이 진실하지 않다고 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을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제시해 온 일반적 판단기준이다 .
이 사건에서 피고 대구방송이 보도한 내용 중 원고와 관련된 보도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공적인 인물로서, 그 전력이나 비리 등은 공공의 이해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
또한 이 사건 보도 중 원고와 관련된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보도는 정치권에 돈이 전달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이에 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데 그 기본적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 사건 보도가 서○○의 검찰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만큼, 원고와 관련된 보도내용이 진실한지의 문제에 관해서는 정치자금 요구 부분과 정치자금 전달부분으로 나누어, 서○○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이 사건 보도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우선 정치자금 요구 부분과 관련하여 서○○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 박○○을 모시는 사람이 저에게 3억원을 요구했다 " 는 것이고, 이 사건 보도내용은 " 서씨가 박○ ○ 의원 측으로부터 10억원의 정치자금을 요구받았다 " 는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원고측이 서○○에게 억대의 정치자금을 요구하였다는 진술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일치하므로, 서○○가 진술한 내용이 이 사건 보도와는 달리, 요구주체가 원고가 아니라 원고의 측근이었다거나 요구금액이 10억원이 아니라 3억원이었다고 해도,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정치자금 요구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보도가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1 ) .
그 다음 정치자금 전달 부분과 관련하여 서○○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 저는 누구인지 지정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회에 3, 000만원을 기탁했다 " 는 것이고, 이 사건 보도내용은 " 서씨가 박○○ 의원 측근을 통하여 박○○ 의원 측에 3, 000만원을 건넸다 "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보도는 진실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대구방송이 정치자금 전달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보도내용을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문제된다 .
서○○에 관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김○○ 검사였고, 피고 이○○ 기자에게 서이 ○의 검찰진술을 설명한 검사는 이○○ 부장검사였으므로, 검찰 내부에서 김○○ 검사가 이○○ 부장검사에게 서○○에 관한 수사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그런데 정치자금 전달 부분과 관련하여 서OO의 검찰진술과 이 사건 보도의 차이가 일어난 원인에 관하여는 몇 가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김○○ 검사가 이○○ 부장검사에게 서○○의 진술내용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김○○ 검사가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잘못 설명하였거나, 이○○ 부장검사가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잘못 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이○○ 부장검사가 피고 이○○ 기자에게 서○○의 진술 내용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이○○ 부장검사가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잘못 설명하였거나, 피고 이○○ 기자가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잘못 들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
만일 김○○ 검사가 이○○ 부장검사에게 설명하는 단계에서 오류가 없었고, 이○○ 부장검사가 피고 이○○ 기자에게 서○○의 진술내용대로 설명했는데도, 피고 이○○ 기자가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잘못 들었다면, 피고들이 이 사건 보도 중 정치자금 전달 부분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러나 만일 김○○ 검사가 이○○ 부장검사에게 설명하는 단계에서 오류가 있었다거나, 이○○ 부장검사가 피고 이○○ 기자에게 이 사건 보도내용처럼 설명했었다면 , 피고 이○○ 기자로서는 구속상태에 있어 접근불가능한 서○○에게 실제 진술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었고, 게다가 이 부분을 설명한 주체는 서○○를 조사하는 대구지방검 찰청에 속한 특수부장검사였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보도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이러한 몇 가지 가능성 ( 그 외 이○○ 부장검사가 김○○ 검사가 아닌 다른 검찰내부 인원을 통하여 서○○ 진술내용을 들었을 수도 있다 ) 중 어떤 것이 실체적 진실인지를 밝힐 수 있는 증거와 관련하여서는, 피고 이○○ 기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당사자본인신문절차에서 ' 본인은 이○○ 부장검사로부터 설명들은 그대로 피고 김○○ 사회부 팀장에게 보고했다 ' 는 취지로 진술한 것 이에는 더 이상 원고나 피고들로부터 제출되지 않고 있다 .
이러한 상태에서 ' 진실오인에 관한 상당성 이유의 존재 여부 ' 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막연한 추측에 의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판단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가지는 다분히 주관적인 시각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므로 그 판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
이러한 사실관계의 불명확성이나 증거관계의 부족성 때문에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제시해온 일반적 판단기준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 .
그러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항상 서로 충돌되는 관계에 있는 헌법상의 두 기본권 즉 개인의 명예와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두개의 권리가 이 사건 민사재판에서 각기 구체적으로 얼마나 보호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재보는 방법을 통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
나. 원고의 명예와 피고들의 언론권이 가지는 보호가치들의 형량을 통한 검토 ( 1 ) 이 사건 민사재판에서 원고의 명예가 가지는 보호가치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본인이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2008년 국정감사의 경우에는 ' 국감베스트 ' 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지금까지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여 왔는데,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지금껏 쌓아올린 좋은 평가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고, 정치공세에 휘말려 원고의 명예가 더더욱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으며, 원고의 도덕성에는 이미 상당한 흠집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
그런데 원고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정무직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명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언론매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호할 가치가 매우 적어진다고 판단된다 .
공무원을 공복 ( 公僕 ) 이라고 부르듯이, 공무원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종이고 머슴이며 노비라고도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노비신분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주인이나 시민들을 상대로 고소를 하거나 재판을 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만일 종이나 머슴에게 있어서 명예스러운 일이 유일하게 있다면, 그것은 " 일잘 하는 종, 충성스런 머슴, 사심 없이 일하는 종 " 등의 소리를 듣는 일일 것이다 .
즉 공무원의 명예는 공무원이 일한 결과에 대해 국민이 인정해주고 칭찬해줄 때에만 비로소 외부로부터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공무원의 신분으로부터 처음부터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공무원에게 다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공무원에게는 애당초 본인이 나서서 보호하고 지켜야 할 명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
물론 공무원도 언론매체의 왜곡된 보도 때문에 억울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은 정정보도청구나 반론보도청구라는 제도를 누구에게나 열어놓고 있으므로, 공무원도 언론매체의 보도로 인해 오해를 받았다면, 이러한 제도들을 통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할 수 있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공복의식 ( 公僕意識 ) 에 투철한 공직자가 취할 도리일 것이다 .
게다가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 제14 ~ 16 · 18 · 24조 등에 의하면, 이러한 정정보도청구나 반론보도청구에 있어서는 언론사 등의 고의 ·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하고 ( 반론보도청구에 있어서는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도 불문한다 ), 국가기관 ,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당해 업무에 대하여 그 기관 또는 단체를 대표하여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언론사 등이 이러한 청구를 거부할 경우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이나 중재도 신청할 수 있다 .
또한 원고는 민주당에 속한 국회위원으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여 일하는 지위에 있다. 이러한 고위직, 정무직 공무원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언론매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 등으로 원고 본인을 위 해서나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배척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판단된다 .
세계 각국은 명예훼손에 대하여 민사적 구제와 형사적 처벌에 관한 법률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달된 선진국일수록 명예훼손 소송이나 형사고소가 공직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인식 하에 공직자가 명예훼손 관련법을 이용하는 행위를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반면에, 민주주의의 덜 발달된 나라일수록 명예훼손관련 법은 공직자의 부조리에 대한 공개적인 논란과 정당한 비판을 막는 수단으로 남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
원고는 이 사건 보도가 2008. 10. 13. 나온 지 불과 2일 후인 2008. 10. 28.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부 청구로서 우선 1억원을 피고들에게 구하고 있다 .
피고들이 이러한 고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당한 것 자체만으로도 피고들의 공직자에 대한 감시의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이 사건 소송으로 인하여 피고 이○○ 기자가 법조기자업무를 그만 두고 다른 취재업무를 하게 되는 인사조치가 내부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피고들의 공직자에 대한 감시 의지는 위축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이 합쳐지고 누적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후퇴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
게다가 원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면책특권 등 일반 국민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발언 권한 등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으로서, 일반 국민에 비하여 언론매체에 대한 접근이나 이용 측면에서도 훨씬 수월한 입장에 있다. 즉 원고는 손쉽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질 수도 있고, 신문에 글을 투고하거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수도 있으며, 원고가 지금껏 쌓아올린 좋은 평가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 그러한 사회적 명성은 다분히 언론매체의 도움이나 활용 또는 이용을 통하여 형성된 측면이 크다 .
그런데 언론매체를 통해서 원고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가 나오거나 나오게 할 때는 원고가 그 혜택을 그대로 누리다가, 언론매체를 통해서 원고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는 원고가 곧바로 민사재판이나 형사고소를 통하여 언론매체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향후 피고 대구방송은 물론이고 어느 언론매체이든 원고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조심하게 되는 것과 아울러 원고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도 일체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
이렇게 공직자에 의해 제기되는 명예훼손 관련 소송들이나 형사고소들이 누적되고 , 이러한 청구나 고소들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참된 정치인과 거짓된 정치인을 구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나오는 언론매체의 통로가 막히게 되고,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한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 2 ) 이 사건 민사재판에서 피고들의 언론권이 가지는 보호가치의 정도
피고들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라고 하는 언론의 기능은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민사재판에서 피고들의 이 사건 보도가 적법하였음이 판결을 통하여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
이렇게 피고들은 자신들의 언론권이 민사재판을 통하여 보호되고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과연 법원이 언론의 면책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판결을 해나간다고 하여 피고들이 말하는 '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 ' 이라고 하는 언론의 기능이 강화될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직자나 권력수임자 (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 ) 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은 언론의 기능들 중 매우 주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공직자나 권력수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고 하는 언론의 주요기능은 언론권을 감싸는 불가침 영역을 법적으로 넓게 보장받음으로써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동기나 정치적 편향성이나 권위의식 등을 일체 배제하고, 진실보도라고 하는 언론 본래의 역할에만 오로지 충실할 때 살아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즉 우리나라에서 공직자나 권력수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고 하는 언론의 주요기능이 위축된 근본원인은 공직자나 권력수임자에 의해 가해지는 언론사 등에 대한 고소나 재판을 통한 압박, 언론의 면책범위의 협소 등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언론사나 언론종사자들이 일종의 권력의식이나 권위의식을 가지고 진실을 무책임하게 외면해버리는 태도에 있다고 보인다 .
피고들은 이 사건 소송 도중에 서○○에 대한 수사기록 표지 및 형사증거목록 그리고 서○○에 대한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을제1호증의 1 · 2 · 3이라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이는 피고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건 서○○가 검찰에서 원고와 관련하여 진술한 내용이 담긴 수사서류를 입수하였음을 뜻하고, 그 피의자신문조서를 통하여 정치자금 전달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보도 부분이 진실과 다름을 인식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
그런데도 피고 대구방송은 그 즉시 이 사건 보도 중 일부가 진실과 다름을 알리는 내용의 추가적인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고 대구방송의 홈페이지에 이 사건 보도자료가 계속 게시되고 있음을 수차례 재판도중에서 지적해도 오랫동안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보도와 관련된 반론보도 문제에 관해서도 피고들은 ' 수사기관의 발표나 진술을 통하여 보도가 이루어질 때는 반론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 ' 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
피고들은 이 사건 보도를 통하여 공소시효가 지나 어차피 불기소처분을 할 사안이라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이유로 검찰에게 수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상응하여 피고 본인들도 서○○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하게 되어 이 사건 보도내용 중 일부가 진실과 다름을 사후에라도 알게 되었으면, 서○○의 진술내용을 그대로 알리는 내용의 정정보도를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
이처럼 권위의식을 버리고 진실보도라는 언론의 임무에 충실하는 태도들이 축적될 때, 언론에 대해 ' 책임 없는 제4의 권력 ' 이라고 하는 비판이 국민들의 입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법원이 언론의 면책범위를 과감하게 넓히는 방향의 판결을 해 나가기를 주저하게 되는 이유 중에는 무책임한 언론을 방조하고 조장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
결국 언론권이 가지는 보호가치의 정도는 개별 언론이 구체적 사안에서 진실보도책임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감당하고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고, 상업적 동기나 정치적 편향성이나 권위의식 등에 의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는 언론일수록 그 언론권의 보호가치는 현저히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 ( 3 ) 공직자의 명예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할 경우의 보호영역의 경계선이 사건은 공직자에 관한 언론보도가 명예훼손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고 , 이를 달리 표현하면 공직자인 원고의 명예권을 둘러싼 보호영역권주장과 언론사나 언론종사자인 피고들의 언론권을 둘러싼 보호영역권주장이 서로 대립되고 엇갈릴 경우 양쪽 권리의 보호영역의 경계선을 어디로 잡느냐 하는 것이 문제된 사건이기도 하다 .
원칙적으로 언론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공적인 영역에 관한 경우에는 사적인 영역에 관한 경우에 비하여 언론권의 보호영역권이 더 넓어지도록 경계선을 설정해야 한다 .
특히 언론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공직자의 도덕성 ·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경우에는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고 하는 언론기능의 보호영역권이 좁아지게 만드는 경계선을 함부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직자의 명예에 대한 보호영역은 본질적으로 매우 좁을 수밖에 없고, 공직자에 대한 감시나 견제기능은 언론의 매우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
다만 공직자에 대한 감시나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보도가 악의적인 면을 가지거나, 아주 과도하게 공격하는 면을 가질 경우에는 언론기능의 보호영역권의 범위가 좁 아지도록 경계선을 잡을 수밖에 없다 ). 악의적이거나 아주 과도하게 공격적인 면을 가진 언론보도는 본질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기 마련이고,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보도는 보호할 가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
이 사건에서 피고 대구방송이 이 사건 보도를 할 당시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이 사건 보도가 원고에 대해 악의적인 면을 가지거나, 아주 과도하게 공격적인 면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
이는 이 사건 보도내용에는 서○○가 조○○ 전 경상북도 교육감에게 3, 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사실과 김○○씨에게도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한 사실 등이 나란히 언급되고 있고,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점, 서○○가 실제로 진술한 내용은 ' 원고를 모신다고 하는 자로부터 정치자금 3억원을 요구받았다가 이를 거절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3, 000만원을 기탁하자 그 얼마 후에 바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왔고, 그 이후에 공사에서 많은 불이익을 입었다 ' 는 것인데, 이러한 서○○의 실제 진술내용보다 이 사건 보도내용이 원고에 대해 더 악의적이거나 공격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봐도 그러하다 .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
4.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타당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판사
판사 송명호
주석
1 )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
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
(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다45275 판결 등 참조 ) .
2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37647 판결, 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8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53805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