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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9.30. 선고 2020도16680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

2020도16680 병역법위반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로쿨

담당변호사 손수일 외 3인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11. 12. 선고 2020노1028 판결

판결선고

2021. 9.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병역법(2019. 12. 31. 법률 제16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2호는 '사회복무요원이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일부터 3일의 기간이 지나도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는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소집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사유를 의미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도251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군사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4. 11. 7. 척추질환 4급의 병역판정을 받고, 2017. 3. 10. 사회복무요원 선복무를 시작하였다.

2) 피고인은 2017. 4. 3.경 복무 중 요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고, 2017. 5. 25. 위 상해에 대하여 공상·공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다.

3) 피고인은 2017. 6. 22. 군사교육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였으나 허리통증이 심해졌고, 통증관리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시도를 하는 등 훈련에 어려움을 겪다가 약 일주일 만에 퇴소하였다.

4) 피고인은 훈련소 퇴소 후 2017. 7.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시작하였고, 2017. 10. 19.경 강박장애, 상세불명의 적응장애, 공황발작을 동반한 불안장애 등 진단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7. 7.경부터 2018. 3.경까지 (병원명 1 생략)에서, 2018. 3.경부터 2018. 10.경까지 (병원명 2 생략) 병원에서 각 통원 치료를 받았고, 2017. 9. 26.부터 2017. 9. 27.까지는 (병원명 3 생략) 병원에, 2017. 10. 10.부터 2017. 10. 19.까지, 2019. 1. 17.부터 2019. 1. 21.까지는 (병원명 1 생략) 병원에 각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피고인은 2018. 10. 4.경에는 자폐성 정신병증, 상세불명의 우울장애를, 2019. 1. 21. 무렵에는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기타 양극성 정동장애를 추가로 진단 받았다.

5) 피고인은 2017. 9. 말경 및 2018. 3. 16.경 정신질환 치료용 약물을 과다복용하거나 목을 매는 등의 방법으로 자살시도를 하여 응급실로 실려 갔고, 2017. 10. 10.경 (병원명 1 생략) 병원에서 실시한 심리상태검사 결과 자살의 위험성이 '중상'으로 평가되었다.

6) 한편 관할 병무청은 피고인에게 2017. 12. 28.자 및 2018. 4. 26.자 군사교육 소집통지서를 각 송부하였으나, 피고인은 정신과적 치료를 사유로 병무용 진단서를 첨부하여 각 소집 연기신청을 하였다. 피고인이 2018. 3. 20. 제출한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에 첨부한 2018. 3. 19.자 (병원명 1 생략) 병원 발행의 병무용 진단서에는 병명란에 '강박장애, 적응장애'로 기재되어 있고, '향후 치료에 대한 의견'란에는 '환자의 경직된 사고, 충동성은 성격적인 요인들도 관여를 하고 있어 치료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됨. 특히 지난주에는 자살/자해 시도가 있었는데, 앞으로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성숙한 충동성으로 인한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사료됨'으로, '치료 후의 심신장애에 관한 의견'란에는 '치료 후에도 경직된 사고, 충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됨'으로 각 기재되어 있다. 또한 수사기관에 제출된 2018. 11. 21.자 (병원명 2 생략) 병원 발행의 병무용 진단서에는 '강박사고, 분노감, 자살 사고 및 시도 등의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여 정신약물치료 중이고, 향후 일상생활 기능 및 사회직업적 기능의 저하가 현저하여 1년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다.

7) 피고인은 2019. 3. 19.자 이 사건 군사교육 소집통지를 받을 당시 담당자로부터, 이미 연기신청을 2회 하였으므로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상 더 이상 연기는 불가능하고 병역처분변경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피고인은, 선복무사회복무요원의 경우 군사교육 등 의무이행 연기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이 병역법 시행령 등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는 규정이라고 단정하고, 병무청이 질병치료 후 복무에 복귀하고자 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위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연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안내에도 불구하고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지 않았다.

8) 병무청 담당자는 2019. 3. 19. 및 2019. 4. 17. 피고인의 어머니에게 수차례 통화하여 군사교육 소집에 응하지 않으려면 꼭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도록 안내하였다. 피고인의 어머니는 위 안내에 따라 피고인에게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도록 설득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강하게 거부하여 결국 2019. 5. 17.경 병역법위반으로 고발되기에 이르렀다.

9) 이후 피고인은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여 2020. 5. 26. 중앙신체검사소 신체검사 결과 신경증적 장애로 5급 판정을 받았고, 2020. 6. 8. 소집해제되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피고인은 사회복무요원 복무 시작 후 정신질환이 발병하였고 그로 인하여 군사교육 기간 중 1회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점, 피고인은 2017. 7.경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입원 및 통원치료를 계속 받았는데 피고인을 치료한 의사들은 피고인이 충동장애, 우울증 등으로 자살 위험, 충동성 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간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점, 피고인은 정신질환을 사유로 군사교육 소집을 2회 연기하였다가 이 사건 군사교육 소집 시에는 연기횟수 제한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연기를 허용하지 않는 병무청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스스로 단정하여 담당자로부터 안내받은 병역처분변경신청을 강하게 거부하였던 점, 병무청으로부터 이 사건 고발을 당한 후에야 결국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여 2020. 5. 26. 신체검사에서 신경증적 장애로 5급 판정을 받고 2020. 6. 8. 소집해제되기에 이른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이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피고인이 군사교육 소집통지를 받은 당시 안내받은 병역처분변경신청을 거부하고 군사교육소집에 응하지 못한 것은 피고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정신과적 질병이 군사교육에 응하지 아니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병역법 제88조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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