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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2.12. 선고 2014도16286 판결
가.컴퓨터등사용사기[예비적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나.입찰방해
사건

2014도16286 가. 컴퓨터등사용사기[예비적 죄명 : 특정경제범죄가

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입찰방해

피고인

1. A

2. B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C(피고인 A를 위하여)

변호사 D(피고인 B을 위하여, 국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노2372 판결

판결선고

2015. 2.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먼저 주위적 공소사실인 피고인들에 대한 컴퓨터 등 사용 사기의 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다음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피고인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 본다.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E 등과 공모하여 발주처인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재무관 컴퓨터와 입찰자의 컴퓨터에 각각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여 입찰 대상 공사의 낙찰하한가를 알아낸 후 이를 토대로 낙찰 가능한 입찰금액을 특정 입찰자들에게 알려주어,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특정 입찰자들을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 명목의 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이 권한 없는 정보처리에 의하여 낙찰하한가를 알아낸 행위는 재무관을 상대로 한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고, 또한 피고인들이 재무관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하한가를 알아냈다는 점을 스스로 알려야 할 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재무관이 그 심사권한 내에서 입찰가격과 입찰자의 계약이행능력을 종합하여 낙찰자 결정을 하였으므로 착오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이 관여한 이 사건 각 시설공사의 전자입찰은 모두 적격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고, 적격심사 대상 공사에 대한 전자입찰은 입찰공고, 예비가격 작성, 투찰, 개찰, 적격심사, 낙찰자 선정, 계약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먼저 발주처 재무관이 입찰공고를 한다.

② 이어 개찰 전까지 인증된 재무관용 컴퓨터를 통하여 조달청 서버에서 공사기초금액의 ±3%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비가격을 생성하되, 각 예비가격과 이에 대응하는 추첨번호는 임의로 섞여 재무관의 인증서와 함께 암호화되어 조달청 서버에 전송 · 저장된다.

③ 입찰자는 입찰기간 중 인증된 입찰자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입찰금액을 입력한 다음 예비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15개의 추첨번호 중 임의로 2개를 선택하여 조달청 서버에 그 값을 전송 · 저장한다.

④ 개찰 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입찰자들이 선택한 예비가격 추첨번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상위 4개의 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을 평균하여 공사예정금액을 산정하고, 다시 여기에 투찰율을 곱하여 낙찰하한가를 산정한다.

⑤ 재무관은 낙찰하한가 이상 공사예정가격 이하로서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여 적격 여부를 가리는데, 구체적으로 시공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등 수행능력평가와 입찰가격평가 등에 일정한 점수를 배분하여 그 합산 점수에 따라 낙찰자를 결정한다.

(2) 그런데 피고인들은 E 등과 함께 이 사건 각 시설공사 발주처인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재무관 컴퓨터에 암호화되기 직전 15개의 예비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해킹하여 볼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예비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알아내고 추첨번호 4개를 선정한 다음, 입찰자의 컴퓨터에는 입찰금액을 입력하면서 선택하는 2개의 예비가격 추첨번호가 미리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 중에서만 선택되어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 서버로 전송되도록 하는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함으로써, 결국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가 입찰자들이 선택한 상위 4개의 추첨번호가 되도록 하였고, 나아가 그 사정을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4개의 추첨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의 평균에 의하여 공사예정금액과 낙찰하한 가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3) 결국 이 사건 각 시설공사의 발주처는 15개의 예비가격만을 선정할 뿐, 낙찰하한 가와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사예정금액은 입찰 과정에서 입찰자들에 의한 무작위적인 상위 4개의 추첨번호 선택이라는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정하여지도록 되어 있고, 최종 공사예정금액과 낙찰하한가는 입찰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발주처의 재무관 자신도 알 수 없게 되어 있음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를 통하여 그들이 선정한 4개의 추첨번호에 따른 평균 공사예정금액에 의하여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최종 공사예정금액과 낙찰하한가를 결정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작하였고, 나아가 그 최종 낙찰하한가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 결정된 낙찰하한가로서 비밀이 유지된 가격이라고 믿은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낙찰자 지위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4) 그리고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금액으로 투찰한 건설사라고 하여 바로 낙찰자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입찰시에 제출된 서류에 의하여 시공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지만, 실제로 재무관이 수행하는 적격심사 과정에서 수행능력평가는 입찰 전에 관련 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공실적과 경영평가 자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위 자료들에 의하여 일정 점수 이상에 해당하는 입찰참가자 중에서는 결국 낙찰하한가에 근접한 입찰가격을 투찰한 것에 의하여 낙찰자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하한가는 낙찰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입찰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관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피고인들은 악성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의 기준이 된 공사예정가격과 그에 따라 산정된 낙찰하한가를 사전에 조작하고 이를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이 부정한 행위 없이 정상적으로 결정된 공정한 가격이라고 믿게 하여 낙찰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나아가 특정입찰자에게 그 가격을 알려 주어 그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하도록 한 것으로서, 발주처의 재무관이 만약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위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가격을 기초로 낙찰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여 위와 같은 특정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피고인들이 낙찰하한가의 결정 과정을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낙찰하한가를 토대로 특정 입찰자가 입찰가격을 정하여 투찰한 일련의 행위는 이 사건 발주처의 재무관이나 입찰담당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② 피고인들의 이러한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인 발주처나 입찰담당자가 특정 입찰자에 대하여 최우 선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적격심사를 진행함으로써 그 특정 입찰자가 이 사건 각 공사의 낙찰자로 결정되고 나아가 그에 따른 공사계약 체결과 공사대금 지급이 이루어졌다. 고 보아야 하므로, 위 기망행위와 이러한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의 유죄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4.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에 관한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 이상 이와 함께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각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는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인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 관한 부분과 그 밖에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입찰방해죄에 관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주심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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