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업무상횡령·사기·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위반]〈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 사건〉[공2014상,793]
판시사항

[1] 난자의 유상거래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 , 제51조 제1항 제5호 에서 정한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 난자 제공의 대가로 채무면제 등 소극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 규정이 난자를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에 이용하는 경우에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이 갑과 공모하여, 갑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불임여성들로부터 인공수정 시술비 등을 감면하여 주는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하였다고 하여 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같은 법 제13조 제3항 에서 금지하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12. 2. 1. 법률 제1125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생명윤리법’이라 한다)은 생명과학기술에 있어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3항 ), 이를 위반하여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를 이용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제51조 제1항 제5호 ).

위와 같은 생명윤리법 규정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는 난자 제공의 대가로 물건 또는 권리의 이전 등 적극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채무면제 등 소극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되고, 한편 난자의 유상거래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위 규정은 난자를 인공수정배아의 생성에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에 이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피고인이 갑과 공모하여, 갑이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불임여성들로부터 인공수정 시술비 등을 감면하여 주는 조건으로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하였다고 하여 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12. 2. 1. 법률 제1125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생명윤리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불임치료를 위한 비용 지출이 예정된 불임환자들에게 비용을 감면하여 주고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것은 생명윤리법 제13조 제3항 에서 금지하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화현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참고자료 및 서면 제출’, ‘변호인 의견서’, ‘상고이유보충서’, ‘참고자료 제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가. 업무상 횡령의 점에 관하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어떤 재물이 타인의 재물인가 여부는 민법, 상법, 기타의 민사실체법에 의하여 결정되고(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5350 판결 등 참조), 이때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위탁관계는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도3840 판결 ,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7396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사단법인(이하 ‘공소외 1 법인’이라 한다)에서 수행하는 체세포복제기술 개발 등에 관한 연구의 책임자로서 공소외 1 법인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연구비를 관리·집행하는 업무를 총괄함에 있어 연구비는 생명공학 연구에 사용하도록 그 용도가 특정되어 있음에도, 공소외 1 법인으로부터 실험용 소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공소외 2 등 명의의 계좌들로 연구비를 송금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2001. 3. 14.부터 같은 해 9. 1.까지 위 계좌들로부터 현금을 인출하여 피고인의 매제 공소외 3 명의의 차명 예금계좌로 분산 입금하는 방법으로 13회에 걸쳐 합계 4억 7,550만 원을 은닉·소비하고, 2004. 7. 16. 위 계좌들로부터 현금 1,150만 원을 인출하여 공소외 1 법인 이사장 공소외 4의 딸 결혼식 식대로 지급하는 등 총 4억 8,700만 원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① 공소외 1 법인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공익법인으로서 원칙적으로 그 재산의 취득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사건 연구비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5 회사’라 한다) 계열사 등 출연기관들로부터 유상취득한 것이 아니어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취득을 무효라 할 수 없고, 또한 금전은 원칙적으로 점유의 이전으로 소유권의 변동이 생기므로, 이 사건 연구비는 공소외 1 법인의 소유에 속하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며, ② 피고인은 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공소외 1 법인의 연구책임자로서 그 연구비를 관리·보관하며 연구 목적에 사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등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에 있고, 설령 공소외 1 법인이 피고인의 연구비 사용에 대한 감독을 현실적으로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 가지고 공소외 1 법인이 피고인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연구비를 임의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공소외 1 법인은 공소외 5 회사 계열사와 사이에 생명공학 분야 신기술 및 상품의 공동 개발 등을 위하여 공소외 5 회사 계열사는 공소외 1 법인에 5년간 합계 75억 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지급하고 공소외 1 법인은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의 공동연구개발 사업협약 등을 체결한 다음, 이에 따라 공소외 5 회사 계열사로부터 이 사건 연구비를 수령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공소외 1 법인이 공동연구개발 사업협약 등에 따라 공소외 5 회사 계열사 등으로부터 수령한 연구비는 금전으로서 위 사업협약 등의 실체법적 효력과 관계없이 공소외 1 법인의 소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기록에 나타난 공소외 1 법인과 공소외 5 회사 계열사 사이의 공동연구개발 사업협약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소외 1 법인이 공소외 5 회사 계열사로부터 이 사건 연구비를 받은 것이 유상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이유설시 부분은 적절하지 아니하나, 이 사건 연구비가 공소외 1 법인의 소유에 속하는 타인의 재물로서 횡령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 법인과의 위탁관계에 기하여 그 연구비를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소기각 결정, 공소장변경의 범위 및 불고불리 원칙에 관한 법리, 횡령죄의 보호법익, 재물의 타인성 및 공익법인의 재산귀속에 관한 법리, 위탁보관관계 및 임의사용 승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와 관련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공소외 1 법인 연구비 편취의 점에 관하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등 참조), 한편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의 경우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범자 상호 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868 판결 ,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도2014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0년 10월경 제1심 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피고인은 제1심 공동피고인 2에게 ‘연구원들의 인건비와 여비 등 운영비가 필요하니 실험재료나 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처럼 비용처리를 하여 운영자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제1심 공동피고인 2는 이에 따라 거래처에 부탁하여 마치 실험용 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등을 받아 공소외 1 법인에 제출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1 법인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거래처에 기자재 대금을 송금하게 한 다음 거래처로부터 다시 그 돈을 받는 방법으로 공소외 1 법인으로부터 2회에 걸쳐 합계 5,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제1심 공동피고인 2의 제1심 및 검찰 진술 등과 그 판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제1심 공동피고인 2에게 허위의 증빙서류로 연구비를 부당하게 지급 청구하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또한 연구팀 최고책임자로서의 피고인의 지위·역할, 제1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한 지휘·감독관계, 공소외 1 법인으로부터 수령한 금원의 사용용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범행 전체의 핵심적 경과를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며, 나아가 피고인의 편취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 피고인 등의 행위와 공소외 1 법인의 연구비 지급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기죄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 공모공동정범의 공모행위의 입증방법 및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와 재물의 처분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정부연구비 편취의 점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실험용 돼지를 구입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마치 구입한 것처럼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작성하고 이를 피고인에 대한 정부연구비의 관리·집행을 담당하는 ○○대학교 △△△△연구소에 증빙자료로 제출하여 연구비를 송금받는 방법으로 2004. 11. 12.부터 2005. 5. 26.까지 5회에 걸쳐 합계 1억 9,266만 원의 정부연구비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이 참여한 정부 연구용역계약의 체결경위와 계약형식, 연구비 수령을 위한 지급신청 절차와 필요한 증빙서류의 내용, 연구용역계약에 따른 연구비의 사용처 제한과 잔존 연구비의 처리절차, 피고인이 연구비 수령을 위하여 사용한 기망행위의 수단이나 방법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연구비 집행기관인 ○○대학교 △△△△연구소를 기망하여 연구비를 편취한 사실과 이에 관한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기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생명윤리법은 생명과학기술에 있어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3항 ), 이를 위반하여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를 이용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제51조 제1항 제5호 ) .

위와 같은 생명윤리법 규정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는 난자 제공의 대가로 물건 또는 권리의 이전 등 적극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채무면제 등 소극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한편 난자의 유상거래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위 규정은 난자를 인공수정배아의 생성에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체세포복제배아의 생성에 이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제1심 공동피고인 6과 공모하여 2005. 1. 25.부터 같은 해 8. 17.까지 제1심 공동피고인 6 운영의 산부인과 병원에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러 온 불임여성 25명으로부터 인공수정 시술비 및 과배란 주사비 등 합계 37,915,000원을 감면하여 주는 조건으로 인공수정 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래 자신들의 불임치료를 위한 비용 지출이 예정된 불임환자들에게 그 비용을 감면하여 주고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것은 생명윤리법 제13조 제3항 에서 금지하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진지한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해당 범죄의 적용법조, 구성요건 해당성, 범의 및 비난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헌법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난자 기증의 경위, 시점 등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 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으나,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그 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사람이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이와 달리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어 상대방의 권리 실현 또는 계약 목적 달성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사유까지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5124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2004년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이하 ‘2004년 논문’이라 한다)과 2005년 사이언스지 게재 논문(이하 ‘2005년 논문’이라 한다)의 내용을 조작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피고인의 연구성과와 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 등을 과장한 다음, 공소외 5 회사에 마치 2005년 논문의 내용이 모두 진실하고 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이 아주 큰 것처럼 거짓말하여 공소외 5 회사로 하여금 2005. 9. 28. 피고인을 위한 연구 후원금 10억 원을 ▽▽▽▽재단에 기부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고, 또한 농협중앙회로부터 연구비 지원 의사표시를 받고 위 논문들의 조작 사실 등을 숨긴 채 이를 승낙하여 농협중앙회로 하여금 2005. 9. 1. ▽▽▽▽재단에 피고인을 위한 연구 후원금 10억 원을 지원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세계 최초로 자가핵이식 방법에 의한 인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논문에 게재된 명칭은 NT-1)를 수립하였다는 내용의 2004년 논문을 게재·발표하였다. 이 논문에는 피고인 연구팀이 유전자지문 분석검사(체세포 제공자의 체세포 유전자와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의 동일성을 비교·분석하여 체세포복제 방식에 의한 줄기세포주의 수립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배아체 형성검사(줄기세포주의 분화능력을 확인하는 검사의 일종), 테라토마 형성검사(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확인하는 검사의 일종으로서 줄기세포를 실험용 쥐에 투입하여 암세포의 일종인 테라토마의 형성 여부를 관찰하는 검사), 면역염색검사(배아줄기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항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각인유전자 역전사효소 중합연쇄반응 검사(줄기세포에 대하여 부계 유전자와 모계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분석함으로써 줄기세포가 체세포복제배아에서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처녀생식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실시하여 위 배아줄기세포주가 정상적으로 수립되었음을 검증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 피고인의 연구팀이 자가핵이식 방법에 의한 체세포복제배아 생성을 시도하여 그 과정에서 줄기세포주를 수립하였고, 위와 같은 각종 검사를 실시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① 피고인 연구팀이 실시한 유전자지문 분석검사는 담당 연구원인 제1심 공동피고인 5가 줄기세포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지 아니한 채 체세포 제공자라고 생각한 사람의 혈액 유전자만 가지고 줄기세포용 시료와 체세포용 시료를 모두 만들어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서 체세포복제 방식에 의한 줄기세포주 수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검사라고 할 수 없고, ② 테라토마 형성검사의 경우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가 아니라 이와 무관하게 ◇◇◇◇ 연구소가 수립·보유하는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에 의한 테라토마 사진 등을 마치 피고인 연구팀이 수립한 줄기세포주의 테라토마 사진인 것처럼 논문에 게재한 것이며, ③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주가 정상적인 체세포복제 방식으로 수립된 것인지 아니면 처녀생식에 의하여 우연히 수립된 것인지에 대하여는 과학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 다만 피고인은 ① 제1심 공동피고인 5의 위와 같은 유전자지문 분석검사 조작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고, ② 2004년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제출한 후 논문에 게재된 테라토마 형성검사와 별도로 위 논문의 줄기세포주(NT-1)에 대한 테라토마 형성검사를 실시하여 논문 최종 게재 전 테라토마가 형성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라) 2004년 논문에 이어서 피고인은 사이언스지에 세계 최초로 타가핵이식 방법에 의한 이른바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 11개(논문에 게재된 명칭은 NT-2 내지 12)를 수립하였다는 내용의 2005년 논문을 게재·발표하였다. 이 논문에는 피고인 연구팀이 유전자지문 분석검사, 배아체 형성검사, 테라토마 형성검사, 면역염색검사, 핵형검사(줄기세포의 염색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 면역적합성 검사(체세포 및 줄기세포에서 각 유전자를 추출하여 줄기세포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실시하여 위 배아줄기세포주들이 정상적으로 수립되었음을 검증하였고, 한편 배아줄기세포주 수립을 위하여 총 185개의 난자를 사용하였으며, 전체 배양 과정에서 동물 영양세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인간 영양세포만을 사용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마) 그런데 ① 2005년 논문에 발표된 줄기세포주 11개 중 9개(NT-2 내지 8, 10, 11)는 제1심 공동피고인 5가 ◇◇◇◇ 연구소에서 가져온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를 피고인 연구팀의 배양접시에 옮겨 배양하는 이른바 섞어심기 방법에 의하여 마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가 수립된 것처럼 꾸민 것이고, 나머지 2개(NT-9, 12)는 줄기세포주로 수립되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인이 논문에 게재한 것으로서, 결국 2005년 논문에 발표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는 정상적으로 수립된 것이 없다. 또한 ② 2005년 논문에 발표된 각종 검사 중, 면역염색검사, 핵형검사, 테라토마 형성검사의 경우 일부 줄기세포주(NT-2, 3)에 대하여만 검사가 이루어졌는데도 논문에는 마치 모든 줄기세포주에 대하여 검사가 실시된 것처럼 게재되었고, 배아체 형성검사의 경우 검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는데도 검사가 실시된 것처럼 게재되었으며, 유전자지문 분석검사와 면역적합성 검사의 경우 제1심 공동피고인 5가 줄기세포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지 아니한 채 체세포 유전자만 가지고 줄기세포용 시료와 체세포용 시료를 모두 만들어 검사를 의뢰한 것인데도 마치 정상적으로 검사가 실시된 것처럼 게재되었다. 그리고 ③ 피고인 연구팀은 2005년 논문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실험 과정에서 총 275개의 난자를 사용하였고,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인간 영양세포 외에 생쥐 영양세포를 상당 기간 사용하였다.

(바) 다만 피고인은 ① 제1심 공동피고인 5가 위와 같은 섞어심기 방법으로 줄기세포주 9개를 수립한 것처럼 실험 결과를 조작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② 2개의 줄기세포주(NT-2, 3)에 대한 유전자지문 분석검사와 면역적합성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③ 면역염색검사, 핵형검사, 배아체 형성검사, 테라토마 형성검사 등은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동일성 여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줄기세포주 수립 과정에서 체세포복제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다.

(사) 2005년 논문이 발표된 후 공소외 5 회사 그룹 공소외 6 회장은 2005년 7월경 피고인을 만나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피고인이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이에 따라 공소외 5 회사 기술원장 공소외 7이 그 무렵 피고인의 연구실로 찾아가 피고인과 연구 후원금 지원을 논의하였다. 이를 기초로 공소외 5 회사는 피고인이 줄기세포 분야의 선도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여 연구심화와 자유로운 국제활동 등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피고인의 후원회를 관리하는 ▽▽▽▽재단에 3년간 매년 10억 원씩 합계 30억 원의 연구비를 기부하기로 하고, 2005. 9. 1. 피고인 및 ▽▽▽▽재단과 위와 같은 내용의 연구비 후원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에 따라 같은 달 28. ▽▽▽▽재단에 10억 원을 지급하였다.

(아) 공소외 8 주식회사 사장 공소외 9는 2005년 7월 중순경 피고인의 연구실을 찾아가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어서 농협중앙회에 피고인에 대한 연구비 후원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피고인에게 축산발전연구 후원기금으로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2005. 9. 1. ▽▽▽▽재단에 10억 원을 지급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농협중앙회에 특별한 의견을 표시하거나 요청을 하지는 아니하였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피고인이 비록 일부 검증 실험의 데이터 조작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논문들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는 줄기세포주의 수립 여부와 관련하여 2004년 논문의 줄기세포주(NT-1)가 정상적으로 수립된 자가핵이식 줄기세포주이고,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주 중 적어도 일부(NT-2, 3)가 정상적으로 수립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라는 점 등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이와 함께 공소외 5 회사 등의 연구비 후원 경위, 피고인의 언론 인터뷰나 강연 내용 등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논문 내용 일부 조작행위 또는 언론 인터뷰나 강연 행위 자체는 연구비 편취를 위한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공소외 5 회사는 별다른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줄기세포 연구비를 후원한 것으로서 줄기세포의 구체적인 실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연구비 후원 논의 과정에서 공소외 7 등에게 ‘줄기세포가 상용화되면 공소외 5 회사에게 유리한 기회를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외 5 회사 측과의 사업 진행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할 뿐 연구비 후원의 반대급부를 약정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이 연구비 후원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5 회사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논문조작 이후 논문의 연구성과와 관련하여 연구비를 지원받은 행위에 대하여는 그 조작 내용과 조작 부분이 논문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중요성, 연구비 지원의 동기 및 구체적인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문조작 행위가 있었음을 알았다면 실제 연구성과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연구비 지원을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논문조작 사실에 대한 불고지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① 공소외 5 회사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의 일환으로서 피고인에게 연구비를 후원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피고인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 및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주를 수립하고 그 상용화 가능성을 증대하였다는 데 있고, 일부 검증 실험 데이터의 진실성이나 무오류성은 연구비 후원계약의 체결 여부를 좌우할 본질적 사항이라 볼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은 제1심 공동피고인 5의 섞어심기 행위 등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달성하였다고 믿고 있던 연구성과를 기초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소외 5 회사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일 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전혀 수립되지 아니하였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숨긴 채 연구비를 받은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연구비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보증인적 지위에 기하여 논문조작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작위에 의하여 공소외 5 회사를 기망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농협중앙회 측이 먼저 연구비 지원 의사를 밝혀 피고인은 단순히 이를 승낙하였을 뿐 후원금의 액수, 용도 등을 농협중앙회에서 결정하였고, 후원금의 용도 역시 줄기세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축산발전연구 후원기금인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농협중앙회에 대하여 논문조작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이에 관한 연구비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죄에서의 적극적 기망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공소외 5 회사 또는 농협중앙회를 기망하여 후원금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다.

검사가 주장하는 줄기세포의 상용화 가능성 조작 부분을 더 살펴보아도, 앞서 본 바와 같은 난자의 사용 개수 또는 줄기세포 배양에 사용한 영양세포 등에 관한 2005년 논문의 오류 내용과 정도, 공소외 5 회사 및 농협중앙회의 피고인에 대한 연구비 후원의 동기와 목적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연구비 편취를 위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기망의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소영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