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도12205 가. 컴퓨터등사용사기 [피고인 A, B, D에 대한 예비
적 죄명 : 특정경제범죄가중처 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사기, 피고인 C에 대한 예비적 죄
명 : 사기, 피고인 E, F에 대한 예비적 죄명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입찰방해
피고인
1.가.나.
A
2.가.나.
B
3.가.나.
C C
4.가.나.
D
5.가.나.
E
6. 가.나.
F
상고인
검사(피고인들에 대하여)
변호인
변호사 AU(피고인 A, B, F을 위한 국선)
변호사 AV(피고인 C, D, E을 위한 국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8. 29. 선고 2014노1722 판결
판결선고
2015. 1.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컴퓨터 등사용 사기의 점(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정보처리의 직접적인 결과로 특정 건설사가 낙찰자로 결정되어 낙찰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되었다거나, 그 낙찰자 결정이 사람의 처분행위가 개재됨이 없이 컴퓨터 등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컴퓨터 등사용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져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또한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고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이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요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91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인 발주처의 재무관용 컴퓨터와 입찰자용 컴퓨터에 각각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여 각 입찰 대상 공사의 낙찰하한가를 알아낸 다음, 이를 토대로 낙찰 가능한 입찰금액을 특정 입찰자들에게 알려주어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특정 입찰자들을 위 각 공사의 낙찰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 명목의 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하한가를 알아내는 행위 자체는 사전에 가격정보를 알아내어 낙찰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찰의 준비행위에 해당할 뿐 재무관을 상대로 한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투찰 과정에서 재무관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하한가를 알아냈다는 점을 스스로 알려야 할 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낙찰자 결정을 위한 재무관의 적격 심사시 입찰 과정에서 관련 가격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하였는지 여부는 심사대상이 아니므로 재무관이 위와 같은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만을 들어 재무관이 착오에 빠졌다고 평가할 수 없고, 낙찰자인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취득하기 까지는 낙찰자 결정 이후 순조로운 계약의 체결과 쌍무계약상의 반대급부인 공사의 이행이 필요하므로 단지 낙찰자 결정이 있다고 하여 그 즉시 공사대금을 취득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낙찰자 결정으로 인하여 발주처에 전체적인 재산의 감소로서의 경제적인 손해는 물론 손해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이 관여한 이 사건 각 시설공사의 전자입찰은 모두 적격심사를 거치게 되어 있고, 적격심사 대상 공사에 대한 전자입찰은 입찰공고, 예비가격 작성, 투찰, 개찰, 적격심사, 낙찰자 선정, 계약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먼저 발주처 재무관이 입찰공고를 한다.
② 이어 개찰 전까지 인증된 재무관용 컴퓨터를 통하여 조달청 서버에서 공사기초 금액의 ±3% 범위 내에서 15개의 예비가격을 생성하되, 각 예비가격과 이에 대응하는 추첨번호는 임의로 섞여 재무관의 인증서와 함께 암호화되어 조달청 서버에 전송·저 장된다.
③ 입찰자는 입찰기간 중 인증된 입찰자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입찰금액을 입력한 다음 예비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15개의 추첨번호 중 임의로 2개를 선택하여 조달청 서버에 그 값을 전송 · 저장한다. () 개찰 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입찰자들이 선택한 예비가격 추첨번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상위 4개의 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을 평균하여 공사예정금액을 산정하고 다시 여기에 투찰율을 곱하여 낙찰하한가를 산정하게 된다.
⑤ 재무관은 낙찰하한가 이상 공사예정금액 이하로서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계약이행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일정 점수 이상인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2) 그런데 피고인들은 성명불상 프로그래머 등과 함께 이 사건 각 시설공사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무관용 컴퓨터에 암호화되기 직전 15개의 예비가격과 그 추첨번호를 해킹하여 볼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그 예비가격과 추첨번호를 알아내어 추첨번호 4개를 선정한 다음, 입찰자용 컴퓨터에는 입찰금액을 입력하면서 선택하는 2개의 예비가격 추첨번호가 미리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 중에서만 선택되어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 서버로 전송되도록 하는 악성프로그램을 각각 설치함으로써, 결국 피고인들에 의하여 지정된 추첨번호 4개가 입찰자들이 선택한 상위 4개의 추첨번호가 되도록 하였고, 나아가 그 사정을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4개의 추첨번호에 대응하는 예비가격의 평균에 의하여 공사예정금액 및 낙찰하한가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3) 결국 이 사건 각 시설공사 발주처는 15개의 예비가격만을 선정할 뿐 낙찰하한가 및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사예정금액은 입찰과정에서 입찰자들에 의한 무작위적인 상위 4개의 추첨번호 선택이라는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정하여지도록 되어 있고 최종 공사예정금액 및 낙찰하한가는 입찰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발주처의 재무관도 알 수 없음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를 통하여 피고인들이 선정한 4개의 추첨번호에 따른 평균 공사예정금액에 의하여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최종 공사예정 금액 및 낙찰하한가를 결정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작하였고, 나아가 그 최종 낙찰하한가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 결정된 정상적인 낙찰하한가로서 비밀이 유지된 가격이라고 믿은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한 입찰자 순서,대로 낙찰자 지위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4) 그리고 비록 낙찰하한가에 가장 근접한 금액으로 입찰한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바로 그 사실만으로 낙찰자로 결정되지는 아니하고 입찰시에 제출된 서류에 의하여 계약이행경험, 기술능력, 재무상태,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적격심사를 거쳐 일정 점수 이상인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만, 실제로 재무관이 수행하는 적격심사 과정을 보면 수행능력평가는 입찰 전에 관련 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된 시공실적과 경경 평가 자료의 이상 유무를 확인함으로써 심사한다. 따라서 위 자료들에 의하여 일정 점 수 이상에 해당하는 입찰참가자 중에서는 결국 낙찰하한가에 근접한 입찰가격을 투찰한 것에 의하여 낙찰자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하한 가는 낙찰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와 같은 입찰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관한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피고인들은 악성프로그램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의 기준이 된 공사예정금액 및 그에 따라 산정된 낙찰하한가를 사전에 조작하고 이를 모르는 발주처의 재무관으로 하여금 그 가격이 입찰자의 부정한 행위 없이 무작위적으로 결정된 공정한 가격이라고 믿게 하여 그 가격에 의하여 낙찰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나아가 특정 입찰자에게 그 가격을 알려주어 그로 하여금 그 가격에 가장 근접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하도록 한 것으로서, 발주처의 재무관이 만약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위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가격을 기초로 낙찰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여 위와 같은 특정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피고인들이 낙찰하한가의 결정 과정을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그와 같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하여진 낙찰하한가를 토대로 특정 입찰자가 입찰가격을 정하여 투찰한 일련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이 사건 발주처의 재무관 내지는 입찰담당자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② 특정 입찰자를 포함한 피고인들이 상호 공모한 이러한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인 발주처 내지는 입찰담 당자가 그 특정 입찰자에 대하여 최우선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적격심사를 진행함으로써 그 특정 입찰자들이 이 사건 각 공사의 낙찰자로 결정되고 나아가 그에 따른 공사계약 체결 및 공사대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위 기망행위와 이러한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판결의 무죄부분 중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사기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인 컴퓨터등사용사기 부분도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인 입찰방해죄는 원심에서 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사기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주심대법관고영한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