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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6.9.8. 선고 2016나2026554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6나2026554 손해배상(의)

원고겸망A의소송수계인항소인

1. B

원고항소인

2. C

3. D

원고3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B

피고피항소인

1. 의료법인 길 의료재단

2. E

변론종결

2016. 8. 18.

판결선고

2016. 9. 8.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 B에게 88,408,459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판결.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피고 의료법인 길 의료재단(이하 '피고 재단'이라 한다)이 운영하는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774번길 소재 가천대길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서 입원하고 있던 중 낙상사고를 당하여 뇌실내 뇌내출혈에 의한 심폐기능정지를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고, 원고 B는 망인의 아들, 원고 C, D은 망인의 손자들이며, 피고 E은 망인을 간병한 간병인이다.

나. 망인의 과거력

1) 망인은 2005년경 뇌졸중이 발생하였고, 2013년 7월경 교통사고 후 실어증(aphasia) 및 우측반신근력저하 증상이 나타나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뇌동맥 폐쇄(occlusion ICA), 뇌경색(Cbr infarction), 좌측 뇌실주의 백질(Lt. PVWM)을 진단받고,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2013. 7. 15. 혈전제거술(thrombectomy)을 시행받았다. 이후 망인은 G 병원으로 전원되어 재활치료를 받던 중 짜증, 충동적인 행동을 보여 2013년 10월경 피고 병원 신경정신과에 입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정신분열증(MDD)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받았다.

2) 망인은 2014. 1. 13. 인천 부평구 소재 H병원으로 전원되어 재활치료를 받았는데, 2014년 2월경부터 재활치료를 거부하는 등 치료에 협조하지 않았다.

다. 피고 병원에서의 이 사건 사고의 경과 및 사망

1) 망인은 2014. 4. 21. 우울증, 실어증 등의 증상으로 피고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 입원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뇌졸중 등의 질환으로 인한 우측 편마비가 있어 독립적인 이동이 불가능하고 간병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입원 당일 망인의 보호자에게 간병인이 필요함을 설명하였고, 망인은 같은 날 피고 E을 24시간 일대일 개인 간병인으로 고용하여 피고 E의 간병을 받기 시작하였다.

2) 망인은 2014. 6. 17. 07:00경 안전 바(ambulation bar)를 잡고 거동을 연습하던 중 상체를 드는 과정에서 잡고 있던 안전 바를 놓치며 바닥에 주저앉아 등과 머리를 부딪쳤는데,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 CT 검사를 시행한 결과 망인에게 특별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3) 망인은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언어치료는 잘 협조하지 않았으나 재활치료에는 잘 협조하고, 혼자서 난간을 붙들고 걷는 연습을 하는 등 증상의 호전을 보였으며, 이에 피고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은 망인의 퇴원을 계획하였다.

4) 망인은 2014. 6. 21. 15:30경 입원실 내에서 넘어지면서(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오른쪽 눈썹 부위에 2cm 크기의 열상 및 뇌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E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 가는 바람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19:30경 망인의 오른쪽 눈썹 부위 열상을 확인하고 봉합을 시행하였다. 한편 피고 병원 의료진이 같은 날 20:00경 망인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자극에 눈을 뜨고, 간헐적으로 눈을 맞출 수 있으나 지시에 따르지 못하는 상태로 망인에게 사지 강직이 관찰되자, 피고 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망인의 상태를 급성 좌측 뇌경막하 출혈(SDH FTP Lt.acute)로 진단하고, 망인에게 응급 개두술(craniotomy Lt FTP), 혈종 제거(removal of hematoma) 및 경막성형술(duroplasty)을 각 시행하였다. 위 수술 당시 망인에게 뇌부종(brain edema)은 적었으나 측두엽 부위 (temporal area)에 동맥 출혈(artery bleeding) 등이 관찰되었다.

5) 그 다음 날인 2014. 6. 22. 06:00경 망인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망인이 자극에도 움직임을 보이지 아니하자 피고 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망인에게 우측 뇌실외 배액술(EVD Kocher's point Rt.)을 시행하였는데, 당시 망인은 수술 후 출혈, 경련, 감염 및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6) 2014. 6. 25. 망인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났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뇌 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망인에게 뇌실내 출혈 증가(increase in extent of IVH) 소견이 관찰되었다.

7) 이후 망인은 피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계속하여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2014. 12, 30, 19:40경 뇌실내 뇌내출혈로 인한 심폐기능정지로 사망하였다.

라. 관련 형사사건

한편 피고 E은 피고 병원 간호사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혼자서 몸을 가누기 힘든 망인을 방치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되어 인천지방법원 2014고약23647호로 벌금 7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피고 재단에 대한 주장

1) 망인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아래와 같은 입원계약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뇌실내 뇌내출혈로 인한 심폐기능정지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피고 재단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망인 및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가) 피고 병원 의료진은 피고 E이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나)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을 낙상위험환자로 분류하였음에도 망인을 일반 폐쇄병실에 수용하고, 망인에게 신체적 강박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낙상위험환자에 대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

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혈전제를 복용하고 있는 망인의 낙상위험에 대비하여 안전성 있는 설비(바닥 및 벽면의 안전매트 등)를 갖추어야 함에도 망인에게 낙상주의 지시와 침대의 안전 바를 올리는 조치만을 하였을 뿐 낙상예방을 위한 안전설비를 갖추지 아니하였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낙상위험환자인 망인을 위하여 의료시설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 있는 설비를 마련하여야 함에도 망인에게 낙상주의 지시와 침대의 안전바를 올리는 조치만을 하였는바, 피고 재단은 의료시설의 소유자로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민법 제758조 소정의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3) 폐쇄병동의 특성상 환자의 보호자는 간병인을 지휘·감독할 수 없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간병인에게 병원규정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각종 교육을 시행하며, 간병인의 근무태도를 관리·감독하는 등 간병인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였으므로, 비록 피고 재단과 피고 E 사이에 형식적인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 E은 피고 재단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재단은 피고 E의 사용자로서 피고 E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 망인 및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E에 대한 주장

피고 E은 혼자서 몸을 가누기 힘든 망인을 간병함에 있어 자리를 비울 때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망인의 간호를 요청하는 등 망인의 낙상을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으므로, 피고 E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 및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 재단에 대한 판단

가) 입원계약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참조).

(2)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4. 4. 21. 피고 E이 작성한 간병계약 관련 서약서(갑 제7호증, 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를 확인한 이외에 별도로 피고 E이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든 각 증거에 제1심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 및 환자 가족에게 간병인이 필요함을 설명한 후 환자 및 환자 가족이 간병인의 사용에 동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 가족이 지정한 간병인 또는 간호부가 사전에 파악하고 있는 간병인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간병인의 선정이 이루어지는 점, ② 이와 같이 선정된 간병인이 환자와 간병인의 서명 등이 공란으로 된 간병계약 관련 서약서를 피고 병원에 가지고 오면, 통상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를 설명한 후 위 서약서에 환자의 서명을 받음으로써 간병계약의 체결이 이루어지는 점, ③ 망인은 이전에 망인의 간병을 한 경험이 있는 피고 E을 간병인으로 선정하였고,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의 연락을 받은 피고 E은 2014. 4. 21. 이 사건 서약서를 가지고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위 서약서에는 '간병인 소속협회: 한우리', '(주) 한우리 간병인협회(Tel: 032-327-1155)'라는 기재가 있는 점, ④ 망인은 이 사건 서약서에 서명함으로써 피고 E과 사이에 직접 간병계약을 체결한 점, ⑤ 피고 E은 망인을 간병하는 동안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이후 피고 E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경찰 조사 당시 '처음 망인을 간병할 당시에는 ㈜한우리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한우리 간병인협회가 피고 병원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순천향대병원과 새로이 간병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피고 E은 자신의 거주지와 순천향대병원과의 거리가 멀어 (주)한우리 간병인협회를 탈퇴하여 개인자격으로 있다가, 피고 병원으로부터 재차 망인에 대한 간병을 요청받고 개인자격으로 간병을 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피고 E이 간병인 자격 등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 ㈜한우리 간병인협회를 탈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⑦ 간병인은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는 경우 보호자를 대신하여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는 목적으로 이용되고, 피고 병원은 폐쇄병동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바, 피고 E은 이미 피고 병원에서 망인을 간병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피고 E이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어 있는지 여부 등 피고 E의 신원을 확인하여야 할 필요성이 적었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피고 E이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입원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 E이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지 아니한 것과 이 사건 사고와의 연관성을 찾기도 어려우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망인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이 입원한 당시부터 망인을 낙상고위험환자로 분류하고 망인에게 낙상에 주의할 것을 설명한 사실, 나아가 피고 병원 의료진은 피고 E에게 근무 중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환자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하며, 부득이한 경우 환자와 간호사의 동의를 구함으로써 낙상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온 사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사고가 있기 하루 전인 2014. 6. 20. 08:00경 망인과 피고 E에게 낙상에 주의하고, 진정제(sedative drug) 투여에 따른 졸림이나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낙상 스티커와 낙상주의 표지판을 침상에 부착하고, 낙상방지를 위하여 침대 난간을 항상 올려두며, 거동 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이동할 것을 설명한 사실, 또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사고 직전인 2014. 6, 21. 15:00경에도 망인과 피고 E에게 낙상방지를 위하여 침대 난간을 항상 올려두고, 거동 시 간병인의 도움을 받도록 하며, 거동이 불편할 경우 과도한 활동을 제한하고,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바닥에 물기가 없도록 하며 바퀴를 고정하여 앉을 것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는 낙상예방간호 실무 등 피고 병원 및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4) 제1심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환자를 격리하거나 환자의 두 손 또는 두 손 및 두 발을 침대에 고정시키는 신체적 강박조치를 취하기 위하여는 환자에게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거나 환자의 신체적 상태가 불안정하여 집중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또는 환자의 행동을 제어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임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무럽 망인이 위와 같은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아 오면서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재활치료에 잘 협조하고, 혼자서 난간을 붙들고 걷는 연습을 하는 등 증상의 호전을 보였으며, 이에 피고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은 망인의 퇴원을 계획하기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을 격리하거나 망인에게 신체적 강박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또한, 일반환자와 구별하여 낙상위험환자만을 위하여 설치한 특수폐쇄병동은 당시 의료기관에서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시설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낙상위험환자로 분류한 망인을 일반 폐쇄병실에 수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낙상위험환자에 대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6)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2013. 7. 15.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혈전제거술을 시행받은 후 항혈전제인 티클로피딘정(Ticlopidine HCL 500mg)과 아스트릭스(Aspirin 100mg)를 복용 중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입원실 바닥과 벽면 등의 안전매트, 낙상 위험환자를 위한 침대 등 폐쇄병동에 입원한 낙상고위험환자의 낙상예방을 위한 안전설비가 당시 피고 병원 및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 내의 것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당시의 임상수준에 비추어 낙상예방을 위한 안전설비를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7) 한편 이 사건 사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지속적인 낙상예방교육에도 불구하고 피고 E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동의를 구하지 아니한 채 망인을 병실에 혼자 두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망인이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다 발생한 것1)임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과 피고 E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낙상사고의 가능성을 예측하여 이를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8) 결국,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낙상방지를 위한 입원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망인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공작물 책임의 성립 여부

(1)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을 낙상고위험환자로 분류하고 망인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망인과 피고 E에게 지속적으로 낙상예방교육 등을 실시하였는바 이는 피고 병원 및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낙상위험환자인 망인을 폐쇄병동에 수용하면서도 입원실 바닥과 벽면 등의 안전매트, 낙상위험환자를 위한 침대를 설치하는 등 최대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나,2) 원고들이 들고 있는 위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기존의 시설 그 자체에 어떠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피고 병원 시설 자체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하여 망인에게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있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사용자 책임의 성립 여부

(1) 살피건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피고 E에게 낙상예방교육 등을 실시한 사실, 환자와 간병인의 이름 등이 공란으로 된 간병계약 관련 서약서를 피고 병원에 가지고 오면, 통상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를 설명한 후 위 서약서에 환자의 서명을 받음으로써 간병계약의 체결이 이루어지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병원은 폐쇄병동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바, 피고 병원에서 간병인의 사용은 전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결정에 달려있는 점, ② 이에 망인은 입원 당일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간병의 필요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예전에 망인을 간병한 적이 있는 피고 E을 직접 고용한 것인 점, ③ 피고 E이 2014. 4. 21. 작성한 이 사건 서약서의 당사자란에는 피고 E과 망인의 서명이 있을 뿐, 피고 재단 혹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서명은 존재하지 않는 점, ④ 망인은 피고 재단이 아닌 피고 E에게 직접 간병료를 지급하였고, 피고 재단이 피고 E으로부터 소개 수수료 등을 지급받은 적은 없었던 점, ⑤ 그 밖에 피고 병원과 간병인 사이에 간병계약을 체결하는 등 별도의 법률관계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점, ⑥ 나아가 통상 1인의 간호사가 수인의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어 감시∙관찰의 정도가 특별히 증가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에 부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간호 내지 주기적인 환자 관찰 의무를 넘어서 계속적인 환자 관찰 의무와 그에 따른 거동 보조 등의 의무까지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간병인의 업무가 피고 병원의 입원계약상 채무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재단과 피고 E 사이에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는 등 사용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피고 E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 E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당시 망인이 뇌졸중 등에 따른 우측 편마비로 인하여 독립적인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사실, 이후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뇌내출혈 등을 원인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에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 및 을가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E이 작성한 이 사건 서약서 제8조는 '근무 중 환자를 방치하지 아니하고 부득이한 경우 환자와 간호사의 동의를 구한다(새벽기도, 드라마 시청, 식사 등)'고 정하고 있고, 또한 위 서약서 제12조는 '낙상, 상해, 도난,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② 이에 따라 피고 E은 망인의 간병인으로서 망인이 병적 상태로 인하여 거동, 식사, 배설 등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망인을 돌봄과 동시에 망인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낙상 등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부터 망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망인을 관찰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경우 피고 병원의 의료진에게 이를 알려 의료진이 대신 망인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③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4일 전인 2014. 6. 17.에도 안전 바를 잡고 거동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바닥에 등과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었으므로, 망인을 간병하는 피고 E으로서는 망인의 낙상위험에 대비하여 더욱 주의를 기울여 망인의 거동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④ 한편 망인은 6인실 병실에 입원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다수의 환자들이 비디오 시청을 위하여 병실 밖으로 나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망인을 혼자 두는 것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 E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망인의 간호를 부탁하는 등 망인의 낙상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망인을 병실에 홀로 두고 병실을 나갔던 점, ⑤ 또한 망인의 입원실은 간호사실과 마주 보고 있고 당시 간호사실에는 간호사 F이 근무 중이었으며 입원실 문이 개방된 상태였으므로, 피고 E은 화장실을 가기 전 간호사에게 이를 알려 간호사로 하여금 망인을 관찰하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간호사에게 이를 알리지 아니하고 자리를 비웠고, 이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피고 E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할 것인바, 따라서 피고 E은 망인의 단독상속인인 원고 B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1)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다1576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거동 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이동할 것을 교육하였음에도 망인이 스스로 움직이려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인 점, 이 사건 사고는 피고 E이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피고 E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B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 B의 피고 E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 B의 피고 재단에 대한 청구, 원고 C, D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창형

판사 김민기

판사 이한일

주석

1)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 병원 Transfer out Note(갑 제2호증, 12쪽)에는 '망인이 병실에서 침상에 누워있다가 혼자 일어서면서 나오려고 하다가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 병원 Transfer in Note(갑 제2호증, 13쪽)에는 '휠체어 탑승 중 일일어서려다 넘어지며 head trauma 입음'이라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 병원 Duty Note(갑 제2호증, 18쪽)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 일어서던 중 쓰러져 수상'이라 기재되어 있고, 피고 병원 I이 작성한 발생경과서(갑 제3호증의 2)에는 '간병인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망인이 운동하겠다며 병실에서 걸어 나오다가 넘어진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피고 병원 의무기록상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에 관한 기재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를 목격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 추후 피고 병원 의료진들이 간호사 등의 설명을 토대로 이를 작성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한편 위 피고 병원 의무기록지의 각 기재 및 피고 E의 주장(2015. 6. 22.자 준비서면, 2016. 8. 10.자 준비서면)을 종합하면, 적어도 '이 사건 사고는 피고 E이 망인을 병실에 두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망인이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 2016. 8. 18.자 준비서면 제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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