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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560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2011상,956]
판시사항

[1]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에도 불구하고 위헌결정의 소급효의 범위를 달리 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동일한 형벌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하였으나 이후 사정변경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경우, 해석으로 위 위헌결정의 소급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3]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하였으나 이후 외부 사정변경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한 경우, 위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한 사례

[4] 피고인이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구 특경법’이라 한다) 위반(수재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대신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위 조항에 따른 공소시효기간 경과 후에 위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개별 사건에서 정의 내지 평등의 원칙을 구현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의 원칙에는 배치되는 측면도 있어 그 중 어느 원칙을 보다 중시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적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이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과 비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명문으로 달리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입법적 결단에도 불구하고 효력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위헌결정의 특수성 때문에 예외적으로 부분적인 소급효의 인정 또는 소급효의 제한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사자의 소급적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 소급효 인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 또는 신뢰보호원칙의 침해 우려,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법적 질서 혹은 기득권과 위헌결정에 따른 새로운 법적 질서의 조화 등 제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맹목적인 소급효의 인정이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법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소급효의 범위를 달리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2] 형벌조항의 경우 그 제정이나 개정 이후의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로 말미암아 비로소 위헌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때에는 그 조항의 효력발생 시점까지 위헌결정의 전면적인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적 정의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은 비형벌조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동일한 형벌조항이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합헌으로 선언된 바 있음에도 그 후의 사정변경 때문에 새로 위헌으로 결정된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경우,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과 형사법하에서 형벌이 가지는 특수성에 비추어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그에 따른 재심청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률의 문언에 반하여 해석으로 소급효 및 피고인의 재심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고, 그에 따른 현저한 불합리는 결국 입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3]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4항 제1호 헌법재판소 2006. 4. 27. 선고 2006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위헌으로 선언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그에 앞서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4헌바4, 2005헌바4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합헌으로 선언된 바 있다거나, 위 위헌결정이 위 합헌결정 이후에 발생한 관련 법률의 개정 등 외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따른 것이더라도 법률상 달리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4] 금융기관 임원인 피고인이 대출 사례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경법’이라 한다) 위반(수재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이 그 후 개정되어 위 수수액에 대한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서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볍게 변경되기는 하였으나, 그에 앞서 위헌결정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가중처벌 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대신 적용되어야 하는 원래의 벌칙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의 법정형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비교하면 결국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구법보다 경하게 된 때( 형법 제1조 제2항 )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형이 더 무거운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2호 를 적용할 수 없고, 또한 형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그 대신 적용되는 형벌조항의 법정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적용될 뿐이라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위 조항에 따른 공소시효기간인 5년이 경과된 후에 위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상순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3항 은 “ 제2항 단서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헌결정에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은 개별 사건에 있어서의 정의 내지 평등의 원칙을 구현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법적 안정성 내지 신뢰보호의 원칙에는 배치되는 측면도 있어 그 중 어느 원칙을 보다 중시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적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고, 우리 헌법재판소법이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과 비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명문으로 달리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적 결단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위헌결정의 특수성 때문에 예외적으로 부분적인 소급효의 인정 또는 소급효의 제한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사자의 소급적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 소급효 인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 또는 신뢰보호의 침해 우려,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법적 질서 혹은 기득권과 위헌결정에 따른 새로운 법적 질서의 조화 등 제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맹목적인 소급효의 인정이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법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소급효의 범위를 달리 정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비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이와 같은 법리를 명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두16202 판결 , 헌법재판소 2008. 9. 25. 선고 2006헌바10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형벌조항의 경우에도 그 제정이나 개정 이후의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로 말미암아 비로소 위헌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경우에는 그 조항의 효력발생 시점까지 위헌결정의 전면적인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적 정의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은 비형벌조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특히 동일한 형벌조항에 대하여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그 조항의 합헌성이 선언된 바 있음에도 그 후의 사정변경 때문에 새로 위헌으로 결정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경우,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과 형사법하에서 형벌이 가지는 특수성에 비추어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그에 따른 재심청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률의 문언에 반하여 해석으로 그 소급효 및 피고인의 재심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할 것이고, 그에 따른 현저한 불합리는 결국 입법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경법’이라 한다) 제5조 제4항 제1호 헌법재판소 2006. 4. 27. 선고 2006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위헌으로 선언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에 앞서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4헌바4, 2005헌바4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에서 동일한 조항이 합헌으로 선언된 바가 있고, 위 위헌결정은 그 후에 발생한 관련 법률의 개정 등 외부적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따른 것이라 해도 법률상 달리 볼 수는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와 같은 해석이 법적 안정성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형벌조항의 경우에는 최초 합헌결정 후 사정변경에 기인한 위헌결정의 경위에 비추어 구체적 타당성의 원칙에마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지만,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이는 입법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해결책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의 구 특경법 위반(수재등)죄의 경우, 위 피고인이 그 범행으로 수수한 금액의 합계가 5,000만 원으로, 위 위헌결정 이후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이 2007. 5. 17. 법률 제8444호로 개정되어 위 수수액에 대한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서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볍게 변경되기는 하였으나, 그에 앞서 위헌결정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가중처벌 벌칙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4항 대신 적용되어야 하는 원래의 벌칙규정인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의 법정형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비교하면 결국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구법보다 경하게 된 때( 형법 제1조 제2항 )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형이 더 무거운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2호 를 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형벌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그 대신 적용되는 형벌조항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공소시효가 적용될 뿐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구 특경법 제5조 제1항 위반죄는 그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하여 공소시효가 5년인바, 이 사건 공소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5년이 경과된 2009. 9. 25.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에 해당한다고 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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