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다1955 손해배상
원고상고인
1. A
원고피상고인
2. 망 B의 소송수계인
가. V
나. W
다. X
라. Y
피고피상고인
1. 대한민국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2. C.
3. D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12. 7. 선고 2011나42548 판결
판결선고
2015. 3. 20.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망 B의 소송수계인 V, W, X, Y에 대한 피고 C, D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A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A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위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고 A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C, D의 구체적인 지시에 의하여 원고 A이 체포·구속되었다거나 계엄사령부 소속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라 한다) 수사관들이 위 원고의 변호인 접견교통권과 가족 면회권 등을 침해한 불법행위가 위 피고들의 직접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위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이나 그 이후에 이루어진 서울대학교의 위 원고에 대한 제명처분, 형사판결 확정에 따른 참정권 박탈과 수형인명부 등재 등은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 C, D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 때 그 기간 내에 권리 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C, D의 지시를 받은 합수부 수사관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임시회 회기 중에 있던 망 B을 현행범이 아닌데도 체포·구속하였고, 위 체포·구속 일시는 영장주의를 배제한 당시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제10호가 효력을 발하기 전이었는데도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며, 범죄사실의 요지와 변호임 선임권을 고지하거나 변명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위 체포·구속행위는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따라서 위 피고들은 망인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망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위 피고들의 항변에 대하여, 위 불법 체포·구속 등 불법행위는 망인에 대한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 판결 선고일 전날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판결 선고일 이후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할 것이나, 망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이 확정된 때까지는 망인이 위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07. 7. 21.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망인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상 위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임시회 회기 중이었던 1980. 5. 17. 23:00경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 소속 군인들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되어 구금되었다가 1980. 8. 14. 계엄법 위반죄로 기소되었고,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는 1980. 9. 17. 징역 2년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인 육군 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는 1980. 11. 3.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어 석방되었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사실, 그 후 망인은 2004. 7. 9. 위 계엄고등군법회의의 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4재노18호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07. 7. 13. '피고 C 등이 1979. 12. 12. 군사반란 이후 1980. 5. 17.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시작으로 1981. 1. 24. 비상계엄의 해제에 이르기까지 행한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가 되어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해당하고, 망인의 원심 판시 각 행위는 이러한 헌정질서 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심대상판결을 파기하고 망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2007. 7. 21. 위 재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이 위와 같은 유죄의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수사과정에서의 위법행위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그러한 장애사유가 해소된 재심무죄 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와 같이 망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위 피고들이 불법 체포·구속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늦어도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부터는 그러한 장애사유가 해소되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였다고 할 것인데, 망인은 위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위 피고들의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망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 행사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위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망 B의 소송수계인 V, W, X, Y에 대한 피고 C, D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A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A과 피고들 사이의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