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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4466 판결
[무고][미간행]
판시사항

[1] 항소심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여 피고소인을 무고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의 조치에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 위반 및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다숙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경우에는,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제1심이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이 이를 뒤집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소인 공소외 1은 2009. 1. 1. 04:30경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사례를 약속하며 자신의 승용차에 승차시켜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한 다음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피고소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추행하였으니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관에게 제출하여 공소외 1을 무고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공소외 1의 트레이닝복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성기를 만진 것이 아니라,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손을 잡아끌어 그의 바지 안으로 피고인의 손을 집어넣었으며, 노원역지구대에서 공소외 1의 음주측정 결과 음주측정치가 전혀 나오지 않자 그제야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신고한 것이 아니라, 위 지구대에 들어가서 곧바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고 그 이후에 음주측정도 함께 요구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고소한 내용은 허위의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하여,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제1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당시 위 지구대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증인 공소외 2는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흥분된 상태로 먼저 지구대로 들어와 공소외 1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처벌을 원한다고 하였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주장을 듣고 있던 중 피고인이 공소외 1이 술 마시고 운전한 것 같으니 음주측정을 해보라고 요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직접 시행한 제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1의 트레이닝복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스스로 그의 성기를 만졌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고소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공소외 1의 성기를 만지지 않았고, 공소외 1이 그의 배 부위로 피고인과 서로 맞잡은 손을 끌어 당겼다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외 1의 성기를 만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에 기초한 고소는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어 피고인에게 무고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제1회 공판기일에 바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공소외 1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승용차에 탑승한 동기와 경위, 위 지구대로 가서 음주측정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위 사실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러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이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수사기록과 증인신문결과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로서 제1심이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여러 정황들 중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니, 공소외 1이 제1심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원심의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을 위반하고 그 결과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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