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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2016. 10. 27. 선고 2016가소3054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16하,737]
판시사항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갑이 시험장에서 휴대가 가능한 시각 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기능만 있는 디지털식 시계인 이른바 ‘수능시계’를 소지하고 있다가, 시험감독관 을이 시험 시작 전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자, 자신이 소지한 시계를 제출하여야 하는지 물어본 다음 ‘어떠한 기능이 있는 시계라면 제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시계를 제출함으로써 별도의 시계가 비치되지 않은 시험장에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른 사안에서, 을과 국가는 공동하여 갑이 휴대 가능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름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에 응시한 수험생 갑이 시험장에서 휴대가 가능한 시각 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기능만 있는 디지털식 시계인 이른바 ‘수능시계’를 소지하고 있다가, 시험감독관 을이 시험 시작 전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자, 자신이 소지한 시계를 제출하여야 하는지 물어본 다음 ‘어떠한 기능이 있는 시계라면 제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시계를 제출함으로써 별도의 시계가 비치되지 않은 시험장에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른 사안에서, 을은 수험생들에게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라 시험장 반입이 금지되는 물품과 휴대가 가능한 물품에 대하여 명확한 안내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 이외의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시계’는 휴대 가능 물품에 해당하는데도 갑을 포함한 수험생들에게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라는 취지로 안내하였고, 갑의 문의에 대해서도 막연히 어떠한 기능이 있는 시계라면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함으로써 갑이 소지한 시계를 제출하게 하고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능시험을 치르게 하여 수능시험에 관한 수험생의 권리 내지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였고, 국가는 시험감독관들이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숙지하고 반입 금지 물품과 휴대 가능 물품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하도록 지휘, 감독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하여 을이 그릇된 안내를 함으로써 수능시험에 관한 수험생의 권리 내지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을과 국가는 공동하여 갑이 휴대 가능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름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영곤)

피고

대한민국 외 1인

변론종결

2016. 10. 13.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1. 12.부터 2016. 10. 2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1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 원고 2, 원고 3의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1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의 40%는 원고 1이, 나머지 60%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고, 원고 2, 원고 3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2, 원고 3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8,000,000원, 원고 2, 원고 3에게 각 1,000,000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 11. 12.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원고 1은 2015. 11. 12. 시행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이 사건 수능시험’이라고 한다)에 응시하여 ○○○○여고 제8시험실(이하 ‘이 사건 시험실’이라고 한다)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다.

○ 피고 대한민국은 고등교육법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이 사건 수능시험을 시행하고 있고, 피고 2는 이 사건 시험장의 1교시 시험의 제1감독관이다.

○ 한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수능시험에 관한 집행권한을 위임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5. 3. 31.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이하 ‘이 사건 시험시행기본계획’이라고 한다)’을 작성·발표하였는데, 위 계획에 따르면 시험장에 반입이 금지되는 물품과 시험 중 휴대가 가능한 물품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
- 휴대용 전화기, 디지털 카메라,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카메라 펜, 전자계산기, 라디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와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 이외의 기능이 포함된 시계 등 모든 전자기기
○ 휴대 가능 물품
- 신분증, 수험표, 컴퓨터용 사인펜, 수정테이프, 흑색 연필, 지우개, 샤프심과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 이외의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시계

○ 피고 2는 이 사건 시험실에서 1교시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으로서 수험생들에게 부정행위 및 관련 처리사항, 수험생 유의사항 등에 대해 설명과 함께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한 안내를 하였는데,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점을 알리려다가 문득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자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였다.

○ 당시 원고 1은 시각 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기능만이 있는 디지털식 시계인 일명 수능시계(이하 ‘이 사건 시계’라고 한다)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피고 2으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피고 2의 설명에 의할 때 이 사건 시계는 반입이 금지되는 물품에 해당하므로 당황한 상태에서 피고 2에게 이 사건 시계를 보여주며 위 시계를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 그 후 원고 1은 피고 2으로부터 ‘무슨 기능이 있니’라는 질문을 받고 ‘예’라고 답하였다. 이에 원고 1은 피고 2으로부터 ‘그럼 제출해야지’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위 시험실의 제2감독관에게 이 사건 시계를 제출하였고, 결국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 수능시험을 치렀다(당시 시험장에는 수험생들이 수시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시계가 비치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2. 판단

가. 원고 1의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 2는 이 사건 수능시험의 시험감독관으로서 수험생들에게 이 사건 시험시행기본계획에 따라 시험장 반입이 금지되는 물품과 휴대가 가능한 물품에 대하여 명확한 안내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 이외의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시계’는 휴대 가능 물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 1을 포함한 위 시험장의 수험생들에게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였고, 자신이 소지한 시계의 소지 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원고 1에게 답변함에 있어서도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 이외의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시계’는 휴대가 가능하고 그 외 기능이 포함된 시계는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막연히 어떠한 기능이 있는 시계라면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을 함으로써 원고 1로 하여금 이 사건 시계를 제2감독관에게 제출하게 하고 그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 수능시험을 치르게 하여 위 시험에 관한 수험생의 권리 내지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수능시험을 실시함에 있어 수험생의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시험감독관들이 위 시험시행기본계획을 숙지하고 반입 금지 물품과 휴대 가능 물품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하도록 지휘, 감독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시험감독관인 피고 2이 위와 같이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한 그릇된 안내를 함으로써 원고 1의 위 시험에 관한 수험생의 권리 내지 정당한 이익을 침해한 잘못이 있다.

그렇다면 피고들은 공동하여 피고들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1이 휴대 가능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하고 이 사건 수능시험을 치름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수능시험은 1년에 한 번 실시되는데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원고 1로서는 원래 기대하였던 대로 각 교시별 시간 안배를 하기 힘들어 상당한 불안감에 심적 고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다만 이 사건 수능시험의 각 교시별로 시험 종료 10분 전에 종료 안내 방송을 실시하는 점, 원고 1로서도 위 시험 전 이 사건 시험시행기본계획과 동일한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 안내문을 교부받아 이 사건 시계가 휴대 가능한 물품에 해당함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시험감독관인 피고 2에게 위 시계에 포함된 기능은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기능’에 불과하여 이미 공지된 안내문에 의할 때 휴대가 가능함을 제대로 설명하였더라면 위 시계를 소지한 채 시험을 치를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피고들이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5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5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2, 원고 3의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1의 이 사건 수능시험에 관한 수험생의 권리 내지 정당한 이익이 위와 같은 사정으로 침해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원고 1의 부모인 원고 2, 원고 3에게 금전으로 위자할 만한 법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 2, 원고 3의 이 사건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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