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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9985 판결
[사기][공2009상,295]
판시사항

[1] 기망행위를 통해 스스로 재물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재물을 교부받게 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2] 갑이 을에게 이중매도한 택지분양권을 순차 매수한 병·정에게 이중매도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명의로 형식적인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갑이 직접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병·정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1] 범인이 기망행위에 의해 스스로 재물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그 제3자가 범인과 사이에 정을 모르는 도구 또는 범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대리인의 관계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불법영득의사와의 관련상 범인에게 그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의사는 반드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며, 그 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범인과 그 제3자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기망행위 혹은 편취행위의 동기, 경위와 수단·방법, 그 행위의 내용과 태양 및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곧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이익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귀속하는지는 사기죄의 성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2] 갑이 을에게 이중매도한 택지분양권을 순차 매수한 병·정에게 이중매도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의 명의로 형식적인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준 사안에서, 갑이 직접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병·정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각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피고인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면서 대한주택공사로부터 받은 거주자공급택지분양권(이하 ‘이 사건 분양권’이라 한다)을 2002. 4.경 이미 공소외 3에게 매도하였고,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는 반면 카드대금 채무가 3,500만 원에 이르러 이 사건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더라도 매도대금은 위 카드대금 채무의 변제에 사용할 예정이어서 공소외 3과의 계약관계를 해소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분양권을 다시 매도하는 경우 공소외 3과의 분쟁이 예상되어 새로운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분양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2. 12. 5. 공소외 4를 통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이 사건 분양권을 3,500만 원에 재차 매도한 다음, 2004. 9.경 공소외 4를 통하여 피해자 공소외 1과 이 사건 분양권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미 공소외 3에게 매도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분양권의 양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믿은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위 성명불상자에게 매매대금조로 1억 400만 원을 교부하게 하고, 2005. 3. 22.경 공소외 4를 통하여 피해자 공소외 2와 이 사건 분양권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미 공소외 3에게 매도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분양권의 양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믿은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조로 1억 1,700만 원을 교부하게 하여 이를 각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분양권을 이미 공소외 3에게 매도하였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성명불상자에게 3,500만 원에 재차 매도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분양권의 전매 제한으로 인하여 차후 이 사건 분양권이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전매가 이루어지는 경우 새로운 매수인과 사이에 피고인이 직접 매도인이 된 매매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협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사실, 이후 위 성명불상자가 이 사건 분양권을 공소외 1에게 1억 400만 원에 매도하였고, 공소외 1이 이를 다시 공소외 2에게 1억 1,700만 원에 매도한 사실(이하 성명불상자와 공소외 1 사이 및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에 각 체결된 매매계약을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이 순차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부동산중개업자는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매도인이 된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이 공소외 4를 통하여 인감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여 줌으로써 피고인과 공소외 1, 공소외 1과 공소외 2 사이에 피고인을 매도인으로 한 각 매매계약서가 작성된 사실, 피고인은 그 대가로 200만 원과 300만 원을 각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이 순차 이루어짐에 있어, 피고인이 매도인이 되어 피고인과 공소외 1,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각 매매계약서가 작성된 점, 피고인의 매도인으로의 지위는 형식적인 것이긴 하나 이는 피고인의 의사에 기인한 것이고 그에 따른 사례금도 수령한 점,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는 전매가 금지되어 있는 이 사건 분양권이 이미 공소외 3에게 매도되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그와 같은 위험은 원래 피고인이 이 사건 분양권을 이중으로 매도함으로써 초래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의성실의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할 거래의 통념상 피고인은 매수인들인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에게 이중매매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행위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이 사건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고인이 아닌 제3자들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경우로서, 이러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그 제3자가 피고인의 도구 또는 대리인의 관계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피고인에게 그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취득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재물을 취득한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이 사건 분양권을 매수한 사람들로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분양권을 전매한 것일 뿐 그것이 피고인의 경제적 이익에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제3자인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을 불법영득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이, 피고인의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제3자인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을 불법영득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범인이 기망행위에 의해 스스로 재물을 취득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그 제3자가 범인과 사이에 정을 모르는 도구 또는 범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대리인의 관계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불법영득의사와의 관련상 범인에게 그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어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의사는 반드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며, 그 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범인과 그 제3자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기망행위 혹은 편취행위의 동기, 경위와 수단·방법, 그 행위의 내용과 태양 및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곧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이익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귀속하는지는 사기죄의 성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은 당초 피고인이 이 사건 분양권을 이중으로 매도함으로써 초래된 것이고, 그 각 매매대금을 교부받은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은 피고인과 사이에 직접적 또는 형식적으로 이 사건 분양권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자들로서 피고인과 전혀 무관계한 제3자라고는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은 그 자신의 의사에 기해 형식상 매도인의 지위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주었고, 그에 따른 사례금도 수령하였던 점, 만약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협력하지 않았더라면, 그 각 실질적 매도인인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은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로부터 각 매매대금을 교부받을 수 없었고, 피고인의 협력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각 상당액의 전매차익을 취하게 되었던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있어 실질적 매도인인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로 하여금 그 각 매매대금을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는 위 각 매매대금 상당의 경제적 이익이 궁극적으로 피고인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분양권을 전매한 것일 뿐 그것이 피고인의 경제적 이익에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제3자인 성명불상자나 공소외 1로 하여금 각 매매대금을 불법영득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경우에 있어서의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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