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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4. 1. 17. 선고 83도2746 판결
[업무상과실선박매몰][집32(1)형,325;공1984.3.15.(724) 390]
판시사항

가. 어로작업 중인 항행유지선과 피항선의 충돌시 항행유지선 조선자의 과실성립 요건

나. 항행유지선 조선자의 견시의무 해태와 사고발생 간의 인과관계

판결요지

가. 어로작업중인 항행유지선과 이를 피할 의무있는 피항선이 서로 충돌한 경우에 피항선이 위 항행유지선의 존재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운행하다가 충돌한 것이라면 항행유지선을 조선하던 피고인에게도 적절한 위험신호를 미리 발하여 그 위치를 상대방 선박에게 알림으로써 피항하도록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겠으나, 만일 피항선이 항행유지선의 존재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이를 피항하려다가 조선상의 과실로 충돌한 것이라면 항행유지선이 위험신호를 미리 발하여 그 위치를 알림으로써 피항하게 하지 못한 잘못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어로작업중인 항행유지선이라고 할지라도 피항선이 피항하지 않음으로써 충돌의 위험이 닥친 경우에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감속 또는 정선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그 같은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만일 항행유지선 조선자가 견시의무를 다하여 미리 피항선의 근접을 발견하였더라도 충돌의 위험이 닥친 단계에서 스스로 방향변경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피할 도리가 없는 이상 항행유지선 조선자의 견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사고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광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조선하던 제2남성호와 공소외 권현용이 조선하던 남방호가 서로 충돌한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피고인에게도 견시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위와 같은 충돌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1심판결을 유지하면서 피고인의 과실내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위 제 2남성호가 이 사건 사고당시 어로작업인 예망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제2남성호는 그 항해진로와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항행유지선이고 남방호는 위 제2남성호의 진로를 피하여야 할 피항선이라고 할 것이나, 항행유지선이라고 할지라도 견시의무를 다하고 피항선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동작을 하지 않을 때에는 음향 또는 발광장치에 의하여 경고신호를 발하는 등 사고방지의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위 제2남성호를 조선하던 피고인은 견시의무를 게을리하여 위 남방호와의 충돌의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함으로써 남방호에게 음향 또는 발광 등에 의한 경고신호를 발하여 피항하게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위와 같이 어로작업중인 항행유지선과 이를 피항할 의무가 있는 피항선이 서로 충돌할 경우에 피항선이 위 항행유지선의 존재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운행하다가 충돌한 것이라면 항행유지선을 조선하던 피고인에게도 적절한 위험신호를 미리 발하여 그 위치를 상대방 선박에게 알림으로써 피항하도록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겠으나, 만일 피항선의 조선자가 항행유지선의 존재와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이를 피항하려다가 조선상의 과실로 충돌한 것이라면 항행유지선의 피고인이 위험신호를 미리 발하여 그 위치를 알림으로써 피항하게 하지 못한 잘못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유지하고 있는 1심판결 채용의 증거(특히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작성의 권현용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김광영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위 사고발생전에 피항선인 위 남방호의 조선을 맡은 2등항해사 권현용과 조타수, 김광영은 약 5마일 밖에서 어로작업중인 제 1남성호와 제 2남성호를 발견하고 약 2.5마일 거리에 근접하면서 그 선박들이 서서히 남방호의 항해코스로 접근해 오는 것을 주시하여 그 항행방향과 속도 등을 확인하고도 만연히 피항할 수 있으리라고 경신하여 계속 운항하다가 충돌하기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제 2남성호의 조선자인 피고인이 미처 위험신호를 발하여 그 위치를 알림으로써 위 남방호로 하여금 피항하게 하지 못한 것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

3. 다만 항행유지선이라고 할지라도 피항선이 피항하지 아니함으로써 충돌의 위험이 닥친 경우에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감속 또는 정선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분명하나, 피고인은 사고당시 제1,2남성호가 그물을 연결하여 500미터의 간격을 두고 시속 2놋트로 예망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항의무에 위반하여 근접해 온 남방호를 미리 발견하였더라도 갑자기 선박의 방향을 변경하거나 달리 충돌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는바, 만일 피고인 변명대로라면 피고인이 견시의무를 다하여 미리 피항선인 남방호의 근접을 발견하였더라도 충돌의 위험이 닥친 단계에서 스스로 방향변경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피할 도리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견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이 사건 사고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남방호가 피항의무를 위반하여 어로작업중인 제2남성호와 충돌할 위험성이 인정될 정도로 근접한 단계에서 제2남성호가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정선 또는 감속하는등 방법으로 충돌을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가려본 연후에 피고인의 견시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된 과실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4. 결국 원심판결에는 과실책임의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어도저히 유지될 수 없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케 하고자 부산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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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1983.9.27.선고 83노1424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