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나2003008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소
원고, 항소인
한국전력기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권택수, 강태욱, 이재엽, 이수지, 김정대
피고, 피항소인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호, 유상현, 박종욱, 김지아
피고보조참가인
한국남동발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응세, 정영훈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8. 선고 2015가합514730 판결
변론종결
2017. 9. 28.
판결선고
2017. 11. 2.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① 피고는 별지(1), (2) 목록 기재 정보를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피고는 피고의 사무소, 공장,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별지(1), (2) 목록 기재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문서, 컴퓨터 파일, 하드디스크, 유에스비(USB) 메모리 및 그 출력물, 도면, 사진을 각 폐기, 삭제하라. ③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④ 피고가 위 ①항을 위반할 경우 위반상태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피고는 원고에게 1일당 10,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1. 기초사실'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8면의 '가. 원고의 주장'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가) 영업비밀성 부존재 주장
① 이 사건 설계자료는 건설도면으로서 공개될 수 밖는 없는 자료이고, 원고는 참가인과 D 3, 4호기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할 때인 2003. 2.부터 2012년 12.경 수사를 의뢰하기까지 이 사건 설계자료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은 커녕,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원고의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설계자료 중 기술규격서는 입찰공고 당시 공지된 서류이고, 표준규격자료는 이 사건 설계자료 작성 당시 공지된 자료를 정리한 것에 불과하므로 영업비밀이 아니다.
나) 영업비밀의 귀속 주체
① 설령 이 사건 설계자료가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참가인이 제공한 자료, 정보 및 지침 등의 업무지시에 따라 작성한 것이고, 참가인은 수십년 간 화력발전소를 건설, 운영하여 오면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특히 설계표준화자료를 바탕으로 원고를 통해 주도적으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작성 내지 수정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설계자료는 참가인에게 독자적으로 귀속되거나 적어도 원고와 참가인에게 공동으로 귀속되는 영업비밀이므로, 참가인은 피고에게 적법하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설령 애당초 원고의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참가인은 D 3, 4호기 계약에 따라 설계용역대가를 지급하고 그 영업비빌 보유자의 지위를 이전받았다.
②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7, 59, 152 내지 171, 5523 내지 5540의 설계자료는 원고가 참가인과의 실질적 협의를 거쳐 작성된 것이므로 원고와 참가인에게 공동으로 귀속된 영업비밀이다.
③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433번의 설계자료는 기기제작사의 영업비밀이다.
④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1 내지 23, 119, 130, 1362 내지 3127, 3951 내지 3957, 3963, 5898 내지 6010의 설계자료는 원고의 하도급업체가 작성한 것으로 원고의 영업비밀이 아니다.
다) 이용허락
설령 이 사건 설계자료가 원고 및 참가인에게 공동으로 원시적으로 귀속된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그 생성 당시부터 후속호기의 설계시 이용될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고, 그에 대한 원고의 이용허락이 있으므로, 참가인은 피고에게 적법하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설계자료의 영업비밀성
1) 관련 법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1)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경제적 유용성),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 ·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비밀유지성)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등 참조).
2) 비공지성
가) 갑 제2, 9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아래 나)항에서 살펴보는 '기술규격서'와 표준규격화자료 중 표준화된 전기기호들을 제외한 이 사건 설계자료는 영업비밀로서의 비공지성을 갖추었다고 보인다.
① 이 사건 설계자료를 크게 구분하면 ㉮ 기계, 환경, 건축, 토목, 전기, 계측제어 등 각 전문분야별로 발전소 설비에 대한 기본설계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성된 기본검토서, ㉯ 상세설계를 위해 필요한 주요 검토항목을 선정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상세설계의 근간이 되는 설계입력 자료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기본설계보고서, ㉰ 발전소를 구성하는 기계적 설비와 환경설비, 주설비연계계통(Balance of Plant)과 관련하여 각 설비의 기능과 안정적 운전을 위하여 개별 계통 및 기기의 형식, 용량, 구성인자의 설계요건을 정한 설계기준서, ㉱ 설계기준서를 바탕으로 설정된 발전소 각 계통 및 기기를 설계계산서 작성과정을 통해 기기별 용량과 수량을 확정한 계통설명서, ㉲ 원고가 선택한 설계기준과 설계가정, 각종 산식에 따라 설비 및 계통의 규격을 결정한 설계계산서, ㉳ 발전소에 적용할 설비를 구매하기 위한 기술요건을 명시한 기술규격서, ㉴ 토목분야 설계도면, 전기분야 도면, 계측제어 도면 등 각종 도면으로 구분된다. 위 자료들은 원고가 보유한 대용량 화력발전소의 설계와 관련한 노하우, 기술, 경험이 집적된 서류로서 일반에게 공개되었거나 공개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
②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일부가 발전소 건설, 유지, 보수 등과 관련하여 일부 협력업체에게 공개되었다 하더라도 동종업체나 불특정 다수인이 정보보유자인 원고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③ D 3, 4호기 계약서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술지식이용등 조항' 제1항이 규정되어 있으며,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참가인은 후속 호기 설계용역사에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설계자료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설계자료의 핵심기술은 설계표준화 자료 내지 각종 규격, 설계기준, 기존 발전소 설계자료 등에 이미 공지되었으며, 운전지침서, 보수지침서, 자재목록, 데이터북은 기기제작사가 작성한 것으로서 원고는 단순취합만 하였으므로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75호증, 을나 제6, 30, 31, 32, 5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설계자료 중 기기(주기기 또는 보조기기)에 관한 입찰설명서에 포함된 '기술규격서' 및 표준규격자료(순번 1350 내지 1361의 설계자료) 중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등 국내외 기관이나 협회 등에 의하여 표준화된 기호들은 이미 공지된 자료로서 영업비밀로서의 비공지성이 상실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입찰설명서는 입찰유의서, 계약조건, 입찰양식, 기술규격서로 구성되므로, 입찰설명서가 공지되었다면 기술규격서도 이와 함께 공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참가인이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에게 전자입찰사이트를 통한 등록절차를 요구한 것은 3, 4호기 계약 이후이고, 3, 4호기 계약 당시에는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가 참가인 사무소를 방문하는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입찰설명서를 열람 내지 배부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기술규격서를 포함하는 입찰설명서는 낙찰받은 자에게 교부되는 것이 아니라 발주사가 기기의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에게 구매하고자 하는 기기의 기술규격을 설명하는 서류로서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해당 기기 제작사들 모두에게 배포되는 것이므로, 입찰유의서(갑 제75호증) 제21조2)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 기기제작사들에게 배포된 때에 공지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④ 표준규격자료(순번 1350 내지 1361의 설계자료) 중 국내외 기관이나 협회 등에 의하여 표준화된 기호들은 전기 도면의 작성시 사용되는 통일된 언어에 해당하여 이미 공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 을가 제1, 19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기술규격서와 표준규격자료 중 표준화된 기호들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설계자료가 공연히 알려져 있다거나 기기제작사가 작성한 정보를 원고가 단순취합하여 운전지침서 등을 작성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3), 설령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일부에 기재된 개개의 정보 중 일부가 관련자에게 공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전체로서의 구체적인 기술정보의 내용이 공연히 알려져 있는 정보라고 보이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설계자료에 기재된 구체적인 기술정보에 관한 영업비밀로서의 비공지성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와 참가인의 주장 중 위 기술규격서와 표준규격자료 중 표준화된 기호들에 관한 부분은 이유 있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다.
3) 경제적 유용성
가) 기초사실, 갑 제1호증의 1, 2, 을가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설계자료는 유용한 기술상 정보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원고는 1980년대 이후부터 국내의 수많은 대용량급 화력발전소 설계용역 업무를 수행한 회사로서, 800MW급 이상의 화력발전소 설계용역 분야에서 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다른 경쟁업체보다 영업상 우위 내지 선행의 유리함(headstart)을 가지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 사건 설계자료의 내용에 기재된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였다.
② 이 사건 설계자료를 800MW급 이상의 화력발전소 설계용역 경험이 없는 경쟁업체(피고는 D 5, 6호기 전에는 800MW급 화력발전소 설계용역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에서 이를 입수할 경우,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화력발전소 설계에 활용할 수 있으며, 발전소 용량의 차이에 따른 설계상의 차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 과정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가치가 인정된다.
③ 더구나 이 사건 설계자료는 화력발전소 건설 분야의 특수성, 이 사건 설계용역대금의 액수, D 5, 6호기 설계과정에서 이 사건 설계자료가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통해서도 그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는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이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의 핵심 기술은 주기기(보일러, 터빈 등)에 있으므로 이 사건 설계자료는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카피플랜트(Copy Plant) 설계방식은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검토한 후 후속호기의 여건에 맞게 이를 개선 · 반영하여 설계를 수행하는 방법이므로, 후속호기의 설계에 선행호기의 설계자료가 이용되는 한 선행호기 설계자료의 경제적 유용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비밀관리성
가) 갑 제2, 23 내지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설계자료를 비밀로서 유지 · 관리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① 원고는 회사 내부 보안규정과 그 시행을 위한 세부절차와 기준을 규정한 보안업무절차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비밀 유출방지를 위한 정보보안교육을 실시하고 보안서약서 등을 받는 등 회사의 영업비밀 보안유지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이 사건 설계자료를 포함한 기술개발서류를 5단계 등급으로 구분하여, 접근자별로 권한을 구분하여 관리하여 왔다.
② 이 사건 설계자료에는 원고의 회사명이 기재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에는 "본 내용은 원고의 소유이므로 당사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무단사용을 금함", "THE INFORMATION PRESENTED ON THIS PAGE IS KOPEC PROPRIETARY AND MAY NOT BE DISCLOSED AND/OR REPRODUCED WITHOUT THE PRIORWRITTEN PERMISSION OF KOREA POWER ENGINEER CO.INC.(KOPEC)" 또는 "© KOPEC 2004"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③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참가인은 후속호기 설계용역사에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건 설계자료에 관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와 참가인은 D 3, 4호기 계약의 참고자료이용 조항 등에 따라 이 사건 설계자료가 후속호기 설계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제공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원고가 수행계획서 및 입찰공고문 등을 통해 이 사건 설계자료가 D 5, 6호기의 건설에 사용되리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그 후에도 2012. 12. 진정을 하기 전까지 수년간 방치함으로써 이 사건 설계자료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초사실과 을나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이 D 5, 6호기 계약 체결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원고에게 수행계획서 및 입찰안내서를 건넨 후 이에 대한 이견사항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아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피고에게 D 5, 6호기 설계 목적 범위에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여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묵시적인 허락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뿐,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이 사건 설계자료의 비밀관리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5)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위 기술규격서와 표준규격자료 중 표준화된 기호들을 제외한 나머지 설계자료는 영업비밀성이 인정된다.
다. 이 사건 설계자료의 영업비밀 귀속 주체
1) 설계표준화자료4)의 영업비밀 귀속 주체
가) 인정사실
① 원고는 한국전력공사의 발주로 1984. 9. 15.부터 1985. 3. 14. 6개월간 500MW급 표준석탄화력발전소 개발용역을 수행하였는데, 원고는 국내외 기존 5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중 대표적인 발전소로 피고가 설계용역을 수행하였던 B 1, 2호기 발전소 등 5개를 선정하여 Layout 및 주요 계통과 기기에 대한 기술사항을 수집, 비교하였다.
② 원고는 1995. 5.경 한국전력공사와 사이에 D 1, 2호기 종합설계기술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800MW급 석탄화력발전소에 관한 설계표준화자료 설계업무도 그 용역범위에 포함시켰는데, 위 도급계약서(을나 제1호증)에는 설계표준화자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기재가 있다.
㉮ 표준화 개념, 기본 및 상세설계 : 이 표준화 업무는 한전과 협의하여 선정된 국외 800MW급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의 기술 조사를 통하여 기술적인 제반사항을 종합 분석하고, 설계 개선 및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여 국내 실정에 적합하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우수한 800MW급 석탄 화력발전소의 표준화를 위한 개념, 기본 및 상세설계를 수행, 향후 건설될 발전소의 설계 모체로 활용함으로써 발전소의 안전성, 이용 및 기술성을 높임은 물론 설계 및 건설경비를 절감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 한전 제공 사항 : 대용량 석탄 발전소의 관련 설계도서 및 자료(다만, 필요자료에 한함), 기타 한전이 보유한 자료로서 이 역무에 필요한 기술자료
㉰ 기본 설계지침 : 이 용역에서 검토 수행되는 기본설계 기술사항은 향후 건설될 800MW급 석탄 화력 후속기 설계업무에 직접 이용되도록 작성되어야 하므로 제반 기술사항의 결정에 앞서 2개 이상의 방안(최적설계 내지 기술검토 요구사항에 한함)을 작성, 경제성과 기술성을 검토한 후 선진국의 새로운 기술이나 설계 등의 장단점을 열거하여 우리나라에 적용가능한 장점만을 고려, 단일안을 제시하여 최종적으로 한전의 검토 후 결정한다.
③ 원고가 1998. 8.경 작성한 '800MW급 석탄화력 설계 표준화 종합보고서'(을가 제1호증, 을가 제59호증)는 총 17권으로 되어 있는데, 각 권의 제1면에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발표하거나 활용, 인용 및 복사하고자 할 때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설계 표준화 업무로 인한 기대효과로 ㉮ 미자립 기술분야에 대한 사전 검토 및 대비로 발전소 설계 기술 및 신뢰성 확보, ㉯ 설계, 제작 및 건설 공사비 절감과 건설공기 단축, ㉰ 해외 신기술 적용 및 국내 신기술 개발능력 배양, ㉱ 표준화된 건설공정 및 예산수립으로 원활한 사업수행 도모, ㉲ 기자재 국산화의 조기달성 등이 언급되어 있다.
④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89. 12.경 체결된 B 3, 4호기 설계기술용역 도급계역서(을가 제32호증)에는 "한국전력공사의 표준 석탄화력설계(설계표준화 자료를 의미한다)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⑤ 원고가 설계용역사로 참여한 보령 3 내지 6호기, C 1 내지 6호기, 하동 1 내지 4호기, 하동 7, 8호기, 당진 1, 2호기, 당진 9, 10호기, B 3 내지 6호기에 관한 설계용역계약에서도 발주자인 한국전력공사(또는 그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가 설계용역사인 원고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석탄 표준화 설계자료' 내지 '표준석탄화력 설계자료'(모두 설계표준화 자료를 의미한다)가 포함되어 있다.
⑥ 참가인은 2001. 4.경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할하여 설립된 회사로, 설계표준화자료에 관한 계약상 권리 · 의무를 포괄승계하였다.
[인정 근거 : 을가 제1, 19, 32, 50 내지 53, 55, 59, 61, 63호증, 을나 제1, 23, 24호증, 을 제5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설계표준화자료는 비록 원고가 이를 작성하였지만 발주자인 한국전력공사의 권리 · 의무를 포괄승계한 발전자회사인 참가인에게 귀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설계표준화자료는 발주기관인 한국전력공사가 유사 용량급 발전소 설계에 반복 적용하여 그 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설계표준화자료가 참가인이 아닌 원고에게 귀속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전력공사가 설계표준화자료를 유사 용량급 발전소 설계에 활용할 때마다 원고의 동의 내지 승인을 얻거나 그 대가를 지급할 수 밖에 없게 되어, 한국전력공사가 설계표준화자료를 제작하려고 한 의미가 없어지거나 퇴색해진다.
② 설계표준화자료는 한국전력공사가 원고에게 제공하는 대용량 석탄 발전소의 관련 설계도서 및 자료(500MW 설계표준화자료는 피고가 그 설계용역을 직접 수행한 B 1, 2호기가 그 설계표준화 업무의 대상 발전소의 하나로 채택되기도 하였다)를 기초로 그에 대한 기술조사를 통한 표준화로 작성된 결과물이다. 또한, 설계표준화자료를 통하여 설계, 제작 및 건설 공사비 절감과 건설공기 단축, 국내 신기술 개발능력 배양, 표준화된 건설공정 및 예산수립으로 원활한 사업수행 도모, 기자재 국산화의 조기달성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설계표준화자료를 설계용역사인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
③ 원고가 작성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제출한 '800MW급 석탄화력 설계 표준화 종합보고서' 17권의 각 권의 제1면에는 설계표준화자료의 귀속주체가 한국전력공사임을 전제로 이를 사용할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위 종합보고서 표지에는 한국전력공사와 원고의 상호가 병기되어 있는데, 위 사전 승인의 주체로는 한국전력공사만 기재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위 설계표준화자료가 한국전력공사에 귀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④ 원고와 한국전력공사 또는 그 발전자회사 사이에 체결된 많은 화력발전소 설계용역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설계표준화자료의 귀속주체임을 전제로 한국전력공사가 설계표준화자료를 원고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 이 사건 설계자료의 영업비밀의 귀속 주체
가) 이 사건 설계자료 중에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는 기술규격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설계자료의 영업비밀의 귀속 주체에 관하여 살펴본다. 영업비밀의 보유자란 당해 정보를 자신이 직접 생산, 개발한 경우나 매매 또는 실시권허여계약 등 법적으로 유효한 거래행위에 의하여 이를 취득하는 등으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나) 갑 제2호증, 을가 제2, 4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아래 다), 라)항에서 살펴보는 설계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설계자료에 관하여 원고는 영업비밀인 위 설계자료를 최초로 만들어 낸 자로서 영업비밀의 보유자에 해당한다.
① 기술지식이용등 조항 제1항은 원고가 참가인에게 제공한 기술지식에 관한 비밀유지조항일 뿐 지식재산권 이전에 관한 조항이 아님은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다. 또한, 이 사건 D 3, 4호기 설계용역계약에는 D 5, 6호기 설계용역계약 제40조 즉, '본 용역의 소유권과 사용권은 발주자가 가진다. 다만, 계약상대자는 발주자의 동의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② D 3, 4호기 계약 당시 용역계약일반조건(2014. 1. 10.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제1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는 기술용역 분야의 설계도서 등에 관한 지식재산권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다가, 2014. 1. 10. 개정에 의하여 '제35조의1(계약목적물의 지식재산권 귀속 등) ① 해당 계약에 따른 계약목적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가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는데,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개정 전에 발주자가 기술용역 분야의 설계도서 등에 관한 지식재산권을 단독으로 또는 계약상대자와 공동으로 보유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 하지만 갑 제22, 55, 77, 83 내지 88호증, 을가 제22, 23, 36호증, 을나 제38, 39, 52, 5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설계자료 중 ① 설계표준화 자료와 관련된 설계자료, ② 별지(1) 목록 순번(이하 '순번'이라 한다) 119, 130, 433, 3963, 5898 내지 6010에 관하여는 원고가 영업비밀의 보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이 사건 설계자료 중 급수계통 배관 계측제어 장치도(P&ID)와 관련하여, 원고는 설계표준화자료를 개선하여 위 장치도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설계자료 중 기계분야, 배관분야, 제어계측분야, 전기분야, 토목분야, 환경분야 등의 설계자료들이 설계표준화자료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유사하여, 이 사건 설계자료 중에는 설계표준화 자료로부터 파생된 설계자료도 포함되어 있다(원고는 설계표준화자료와 이 사건 설계자료를 비교하는 증거로 갑 제83 내지 88호증을 제출하고 있다). 위 설계표준화자료의 영업비밀 귀속 주체가 참가인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설계표준화 자료와 동일하거나 관용수단의 변경, 부가, 삭제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변경이 없는 설계자료에 관하여는 원고가 영업비밀의 귀속 주체라고 볼 수 없다.
② 순번 119. 130의 석고 및 정제회 반출부두 공사설계서와 공사시방서는 원고의 주장(원고의 2017. 7. 3.자 준비서면)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제공하는 설계자료 및 원고의 업무지시에 의거하여 ㈜K와 ㈜L이 각 작성한 것이다.
③ 순번 433의 설계자료는 전기와 관련된 조작회로도인데, 전기배전반 기기제작사(M)의 명칭이 표시된 도면(을나 제38호증)에는 도면이 수정된 날짜가 2006. 7. 14.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433번의 원고의 명칭이 표시된 도면에는 수정된 날짜가 2006. 12. 2.로 표시되어 있어, 원고가 기기제작사의 도면을 입수한 후 기기제작사의 명칭 대신 자신의 명칭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설계계산서는 설계계산 방법이나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는 기술자료인데, 원고의 주장(원고의 2017. 7. 3.자 준비서면)에 의하더라도 순번 3963의 해수담수화설비 설계계산서는 설비의 용량과 해수이송펌프의 토출 압력을 계산하는 설계도서로서, 원고가 작성한 해수취수 계통 P&ID, 수처리건물 건축도면, 토목분야의 매설배관 도면과 원고가 제공하는 설계계산에 필요한 설계기준, 가정, 배관표준규격 등의 자료를 토대로 ㈜N이 설계계산서를 작성한 것이다.
⑤ 순번 5898 내지 6010의 터빈건물소구경 · 대구경배관배치도는 원고의 주장(원고의 2017. 7. 3.자 준비서면)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설계한 도면 등을 참고하여 ㈜O, ㈜P이 작성한 것으로, 원고의 설계자료에 근거하여 하도급사인 위 회사들이 작성한 설계도면이다.
라) 또한, 을나 제33, 3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순번 7, 59의 설계자료는 원고와 참가인이 공동으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순번 7의 연돌 기본설계보고서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연돌구조물 형식뿐만 아니라 내부 강재연통의 재질, 직경, 굵은 철근 이음방법 등을 제안한 내용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피고가 원고의 위 설계자료 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② 순번 59는 '연돌도면'에 관한 것인데, 이는 연돌축조공사와 관련하여 참가인이 원고에게 구체적으로 설계변경을 요청한 마감의 방법, 플랫폼(Platform)의 설치 등에 관한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참가인이 원고의 위 설계자료 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마) 참가인은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152 내지 171, 5523 내지 5540의 설계자료도 참가인과의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므로 원고와 참가인에 공동으로 귀속되는 영업비밀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을나 제34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참가인이 위 설계자료의 실질적인 작성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참가인은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순번 1 내지 23, 1362 내지 3127. 3951 내지 3957의 설계자료도 하도급업체가 작성한 것으로 원고의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을나 제3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소결론
설계표준화 자료가 참가인에게 귀속되므로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이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인 변경이 없는 설계자료는 원고에게 귀속되는 영업비밀이 아니다. 또한 순번 433, 3963, 5898 내지 6010, 119, 130의 설계자료도 원고에게 귀속되는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설계자료 중 이를 제외한 나머지 설계자료는 원고에게 귀속되는 영업비밀이나, 순번 7, 59의 설계자료는 원고와 참가인에 공동으로 귀속되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라. 이 사건 설계자료의 후속호기 설계시 이용에 대한 원고의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
1) 기술지식이용등 조항의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술지식이용등 조항은 발주자인 참가인이 설계용역사인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각종 보고서, 정보, 기타 자료 및 이에 의하여 얻은 기술지식 등을 발주자의 이익을 위하여 복사, 이용 또는 공개함에 있어 원고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고의 승인 없이는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지식 등을 복사 ·이용 ·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고와 참가인은 위 조항의 대상물에 이 사건 설계자료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조항이 명시적으로 이 사건 설계자료를 그 대상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원고가 제출하는 각종 보고서, 정보, 기타자료 및 이에 의하여 얻은 기술지식'으로 그 대상물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원고가 참가인에게 제출한 설계용역의 결과물도 '종합용역보고서' 형태인 점(을나 제39호증)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설계자료도 기술지식이용등 조항의 대상물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참가인이 D 5, 6호기 설계를 위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한 사실은 다툼이 없고, 피고가 이 사건 설계자료를 검토한 후 D 5, 6호기의 특성에 맞추어 일부 수정, 변경하는 방식으로 별지(2) 목록 기재와 같은 D 5, 6호기 설계자료를 작성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참가인이 피고에게 D 5, 6호기 건설을 위하여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함에 있어 명시적으로 기술지식이용등 조항에 따른 원고의 승인을 얻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3) 그러나 앞서 인정된 사실, 갑 제2, 22, 67호증, 을가 제2, 31, 32, 50, 51, 53 내지 55, 60 내지 64호증, 을나 제1, 3, 4, 12, 14, 19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피고에게 D 5, 6호기 설계 목적 범위에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묵시적인 허락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선행호기 설계자료와 후속호기 설계의 관계
한국전력공사는 1984년에 500MW급 화력발전소 설계표준화를, 1995년에 800MW급 화력발전소 설계표준화를 추진하였고, 특히 동일 부지에 연속적으로 건설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후속호기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D, 보령, C, B 등지에 건설된 화력발전소에 관한 설계용역계약은 후속호기 설계용역사로 하여금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검토한 후 후속호기의 여건에 맞게 이를 개선 · 반영하여 설계를 수행하도록 하였다(카피플랜트 설계방식의 의미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으나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을 동일한 부지에 같은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설계함에 있어 위와 같이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후속호기의 여건에 맞추어 개선,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에 의할 경우, 후속호기의 설계용역사는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검토한 후 후속호기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대로 반영할 수 없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수정 · 개선하여 후속호기의 설계를 수행하게 될 것이므로, 선행호기의 설계자료가 후속호기 설계용역사에게 제공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행호기 설계자료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단지 참가인이 제시하는 추상적이고 개략적인 의견만을 참고하여 선행호기 설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대책을 도출하여 후속호기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 보령 3 내지 8호기, C 3 내지 6호기 및 B 3 내지 6호기 등도 위와 같은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으로 설계되어 후속호기 설계시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같이 선행호기 설계자료가 후속호기 설계시 사용되었을 때 후속호기의 발주사나 설계용역사가 선행호기 설계용역사에 선행호기 설계자료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별도의 이용허락을 받은 예가 없고, 선행호기 설계용역사가 그 대가를 요구한 바도 없다.
② 참고자료이용 조항 등 계약 상황
앞서 본 바와 같은 동일 부지에 건설되는 선행호기와 후속호기의 관계를 고려하여 이 사건 설계용역에도 준공자료(설계자료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추후 발전소 운전 및 정비뿐만 아니라 향후 발전소 건설시 참고자료로 이용될 것이라는 참고자료이용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참고자료이용 조항에 따라 선행호기의 준공자료가 후속호기 발전소 건설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후속호기 설계용역사에 선행호기의 설계자료가 제공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참가인은 카피플랜트 설계방식에 따라 D 5, 6호기를 설계하기 위하여 설계용역사로 선정된 피고에게 설계에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한 것이다(다만, 참가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설계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설계자료가 공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참고자료이용 조항 등이 있음에도 원고는 그 이용조건, 대가에 관한 조항을 D 3, 4호기 설계용역계약에 두거나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③ B 화력발전소의 설계 상황
B 3, 4호기 설계용역계약에서 설계용역사인 원고와 하도급사인 피고 사이에 1989. 12.경 체결된 도급계약서 제33조 제1항은 기술지식이용등 조항과 동일한데, 원고는 위 도급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받은 설계자료를 한국전력공사에 제공하면서도 피고에게 승인을 받았다거나 별도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 3, 4호기는 위 B 1, 2호기의 카피플랜트 설계방식로 설계되어, B 1, 2호기 설계자료 및 설계개선사항을 기준으로 하였다. B 1, 2호기의 설계용역사는 피고이고, B 3, 4호기의 설계용역사는 원고이다. 그렇다면 원고는 발주자인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선행호기 설계용역사인 피고의 설계자료를 제공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승인을 받았다거나 별도의 대가를 지급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Q와의 계약을 통해 B 1, 2호기 설계자료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갑 제8,6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Q 사이의 위 계약은 자문계약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B 1, 2호기 종합기술용역보고서(을가 제31호증), B화력발전소 건설지(갑 제66호증, 을나 제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위 발전소 설계업무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원고로서는 피고의 이용허락도 받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④ 묵시적 이용허락을 추인할 수 있는 원고의 태도
원고는 2009. 6.경 이 사건 설계자료를 토대로 설계용역을 수행해야한다는 취지의 역무 수행방법 및 역무내역이 기재된 D 5, 6호기 수행계획서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검토의견을 참가인에게 제시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역무내역 등에 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위 수행계획서상 후속호기 설계용역사는 '선행호기 설비 개선사항검토 및 대책 제시'를 하여야 하는데(구체적으로는 '공용설비는 물론 D 1 내지 4호기용으로 계획된 설비들이 D 5, 6호기 설비에도 공용 가능한지 또는 공용시의 예상문제점과 개선사항을 검토제시하며 그 용량이나 형식, 규격, 재질, 수량 등이 적정한지 재검토 후 설계에 반영하여야 하고, 보일러 옥내화에 따른 건물 내부의 공조 및 환기설비, 조명설비, 소화설비 등을 선행호기와 비교하여 관계법령에 저촉되지 않고 설비의 안전성과 근무조건을 고려한 최적설계가 되도록 검토, 반영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이 사건 설계자료가 D 5, 6호기의 설계용역사에게 제공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원고는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D 3, 4호기 운영에 관하여만 참가인으로부터 제공된 문제점만을 검토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기타 사정들
후속호기의 설계용역사가 선행호기의 설계용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후속호기를 설계함에 있어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활용할 수 없게 한다면, 설계용역사에 따라 설계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주사의 입장에서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선행호기를 설계한 설계용역사만을 후속호기 설계용역사로 선정할 수 밖에 없게 되어 국가의 필수기간사업인 발전소 건설에 독점의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또한, 후속호기 설계용역사가 선행호기의 설계자료를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설계의 효율이 낮아짐에 따라 화력발전소 설계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그 부담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됨으로써 값싼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화력발전소 건설의 정책적인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 소결론
참가인이 이 사건 설계자료를 피고에게 제공하여 활용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묵시적인 이용허락이 있었음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이용허락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마), (바)목 위반에 관한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가. 원고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21면의 '가. 원고의 주장'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나. 판단
참가인이 이 사건 설계자료를 피고에게 제공하여 활용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의 묵시적인 이용허락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이용허락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내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위반에 관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한규현
판사 김용하
판사 이상호
주석
1)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2) 제21조(비밀유지의 의무)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자 및 입찰자는 당사로부터 배부받은 입찰에 관한 서류 또는 각종 자료 및 입찰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당해 입찰외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3) 비공지성의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엄격하게 부과하면 원고는 자기 이외에 모든 제3자가 그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사실을 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원고가 당해 정보를 일반적으로 입수할 수 없다는 점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입증하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상태라는 점은 추정되며, 피고는 당해 정보가 공연히 알려져 있는 것이라는 점을 반증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1998. 8.경 한국전력공사의 발주로 원고가 작성한 800MW급 석탄화력 설계 표준화 종합보고서(을가 제1, 19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