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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8. 11. 23. 선고 2017나2061141 판결
[손해배상(국)] 상고[각공2019상,106]
판시사항

정신장애인 또는 이에 준하는 인지능력을 갖춘 갑 등이 섬에서 염전 근로자로 일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매우 좋지 않은 주거나 위생상태에서 가혹행위 및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등 염전 주인에게서 받았던 피해와 관련하여 국가와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관리·감독 소홀 또는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소속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와 을 지방자치단체의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정신장애인 또는 이에 준하는 인지능력을 갖춘 갑 등이 섬에서 염전 근로자로 일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매우 좋지 않은 주거나 위생상태에서 가혹행위 및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등 염전 주인에게서 받았던 피해와 관련하여 국가와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관리·감독 소홀 또는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갑 등은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정신장애인 또는 이에 준하는 인지능력만을 갖춘 사회적 약자이고, 가족과 사회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으며, 외딴 섬에서 때로는 가혹행위와 인격적인 수모를 감수하면서 대가 없이 장기간 중노동을 감당해야 했던 점에서 당시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공무원 또는 근로감독관이 갑 등이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는 정황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법령에서 정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이들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도 인정되며, 위와 같은 공무원의 위법한 부작위는 갑 등에 대한 구호가 이루어진 때까지 계속되었고, 갑 등의 정신적 고통 역시 계속되었으므로, 국가는 갑 등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하고, 한편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갑에 대한 실태 확인 이후 신속한 구호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였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는 객관적인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고,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도 인정되므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에 을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 공동하여 갑에 대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라이트 외 7인)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경일)

변론종결

2018. 10. 17.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가. 피고 대한민국, ○○군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2. 9.부터 2018. 11. 2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2에게 2,000만 원, 원고 3에게 3,000만 원과 각 이에 대하여 2015. 12. 9.부터 2018. 11. 2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① 원고 1, 원고 3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피고 대한민국이 부담하고, ② 원고 2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 중 1/3은 원고 2가, 나머지는 피고 대한민국이 부담하며, ③ 원고 1과 피고 ○○군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피고 ○○군이 부담한다.

4. 제1항 중 돈 지급을 명하는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고 1의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 대한민국, ○○군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다음과 같이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1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 ○○군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15. 12. 주1) 9. 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2, 원고 3의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2, 원고 3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2, 원고 3에게 각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2015. 12. 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사건 경위

2014. 1. 28. 전남 △△군 □□면에 있는 염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장애인 2명이 구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수사기관과 근로감독기관이 전남 △△군, ○○군 등에 있는 염전 일대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벌였다. 원고들은 당시 전남 ○○군, △△군에 있는 섬에서 염전 근로자(염부)로 일했던 사람인데, 이들이 염전 주인(염주)한테서 받았던 피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는 이와 같은 피해와 관련하여 원고들이 피고들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묻는다.

가. 원고 1

1) 원고 1은 지적장애 3급의 정신장애인이다.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원고 1은 서울역 등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소외 1을 만났다. 원고 1은 소외 1과 함께 곤지암에 있는 농장에서 일하다, 2003. 3.경 소외 1의 권유에 따라 소외 1의 형(소외 2)이 있는 전남 ○○군 ◇◇면(◇◇도)에 들어왔다. 원고 1은 그때부터 2014. 3.경까지 ◇◇면에 있는 소외 2 운영의 ‘(상호 1 생략)’에서 염부로 일했다. 소외 2는 원고 1에게 숙식을 제공했지만,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 1의 주거나 위생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2) 소외 2는 2006년 또는 2007년 원고 1의 아버지한테서 “원고 1의 아버지는 소외 2에게 원고 1의 양육을 위탁하며 추후 원고 1의 노임과 제반 이익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며 가족처럼 양육하여 주시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위임각서’라 한다)를 받았다.

3) ○○경찰서는 2011. 6. 17. ‘소외 2의 원고 1에 대한 인권침해가 의심된다’는 첩보를 입수하였다. ○○경찰서 경찰공무원은 2011. 6. 22. 소외 2와 원고 1을 각각 조사한 다음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에 사건을 인계하였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은 2011. 7. 19. 소외 2와 원고 1을 각각 조사한 다음 ‘소외 2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내사종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선행 사건’이라 한다).

4) 소외 2는 2015. 2. 4.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2009. 3. 1.부터 2014. 3. 4.까지 원고 1의 임금 합계 59,106,92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근로기준법 위반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5. 2. 4. 선고 2014고정131 판결 ),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사실만 기소되었다).

5) 원고 1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외 2는 수시로 원고 1을 때리거나 욕을 하였다. 원고 1이 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소외 2는 원고 1에게 “택배로 실어서 부모가 거주하는 남양주시로 보내버리겠다.”라고 겁도 주었다.

소외 2는 2016. 12. 8.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정신장애인인 원고 1이 심신장애로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것을 이용하여, 2003. 3.경부터 2014. 3. 4.까지 원고 1의 임금 합계 110,283,990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준사기죄, 장애인복지법 위반죄), ‘위 기간에 원고 1을 때리거나 윽박지르는 방법으로 근로를 강요하였다’는 범죄사실(근로기준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6. 12. 8. 선고 2016고단222 판결 ).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 소외 2는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았고( 광주지방법원 2017. 4. 25. 선고 2017노29 판결 ),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원고 2

1) 원고 2는 정신장애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다.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원고 2가 언제, 어떤 경위로 전남 △△군 □□면에 있는 섬에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2) 원고 2는 2009년 또는 2010년경 □□파출소를 방문하였다. 담당 경찰공무원은 원고 2의 신원을 확인한 다음 그의 어머니 소외 3에게 연락하였다. ‘□□면에 올 때까지 5일 정도 걸린다’는 소외 3의 얘기를 듣고, 경찰공무원은 □□면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염주 소외 4에게 원고 2를 맡겼다.

3) 소외 4는 약 5일 동안 원고 2를 데리고 있으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 염전 일을 시켰다. 약 5일 정도 지나 □□면에 들어온 소외 3의 부탁에 따라, 소외 4는 이후에도 원고 2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염전 일을 시켰다. 원고 2의 주거나 위생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4) 소외 4는 2010년부터 2014. 3.경까지(원고 2가 잠시 보호시설 등에 있었던 기간 제외) 원고 2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염전 일을 시켰는데, 이후 이 사건이 문제 되자 소외 3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원고 3

1) 초등학교를 중퇴한 원고 3은 한글을 읽거나 쓸 수 있고 숫자에 대한 개념도 있지만, 대처능력이나 자기결정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 원고 3은 1991. 3.경부터 2006년경까지 전남 △△군 □□면 소재 섬에 있는 소외 5 운영의 ‘(상호 2 생략)’에서 염부로 일했다. 원고 3은 2007년경 섬을 탈출하기도 했지만, 2008. 11.경 다시 소외 5에게 돌아온 다음 2014. 3.경까지 소외 5의 집 앞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면서 그의 식당일을 하였다. 원고 3의 주거나 위생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2) 원고 3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4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소외 5 지시에 따라 염주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의 염전 일을 하였으나, 노임은 소외 5가 직접 받아 사용하였다. 소외 5는 1991. 3.경부터 2014. 3.경까지 원고 3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3을 수시로 때리거나 욕을 하였다.

3) 원고 3이 식당 불판을 제대로 씻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외 5는 2010. 3. 21. 주방 식칼로 원고 3의 하복부를 찔렸고, 이로 인해 원고 3은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이라 한다). 원고 3은 ▽▽▽▽병원, ◎◎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2010. 4. 1. 다시 섬으로 돌아와 소외 5의 일을 하였지만, 그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4) 소외 5가 원고 3에 대한 범죄행위로 받았던 형사처벌은 다음과 같다.

가) 소외 5는 2005. 6. 23.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쇠파이프와 플라스틱 파이프로 원고 3을 두 차례 때려 상해를 입혔다’는 범죄사실[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05. 6. 23. 선고 2005고단368 판결 ),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사기관은 뒤늦게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 등을 수사하였다. 소외 5는 2014. 7. 10.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 ‘원고 3에게 소외 6 등의 염전 일을 시키면서 원고 3을 대신해서 받았던 임금을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횡령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4. 7. 10. 선고 2014고합49 등 판결 ).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 소외 5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광주고등법원 2014. 11. 6. 선고 2014노273 등 판결 ),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의 1 내지 7, 13, 갑 제5호증의 1, 갑 제8호증의 1 내지 8, 갑 제16, 21, 22, 24, 25, 28 내지 30호증의 각 기재, 갑 제17, 19, 20, 23, 38, 39, 41, 42호증의 각 일부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4, 당심 증인 소외 5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과 이 사건 쟁점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일부 염주들이 전남 △△군, ○○군 일대 염전 등에서 정신장애인에게 가혹행위를 하면서 근로를 강요하는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는데도, 피고들 소속 공무원은 원고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한 다음 이들을 구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 대한민국은 염전과 직업소개소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들의 잘못으로 원고들이 위와 같은 피해를 보았다’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면서 피고들 또는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위자료로 각 3,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1) 원고 1의 경우(피고들에 대한 청구)

가) 피고 대한민국의 위자료 지급책임 관련: ①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원고 1이 보호가 필요한 정신장애인인 것’을 알면서도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② ○○경찰서 경찰공무원,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은 이 사건 선행 사건을 조사하면서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장애인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 1에 대한 구호가 늦어졌다.

나) 피고 ○○군의 위자료 지급책임 관련: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원고 1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 원고 2의 경우(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원고 2를 소외 4에게 맡겼다.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소외 4의 원고 2에 대한 인권침해 사실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원고 3의 경우(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2010. 3. 21.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의 발생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위법한 부작위로 인해 원고 3은 이후에도 소외 5에 의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나. 피고들의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1) 원고들의 주장은 ‘적극적인 작위의무가 있었는데도, 피고들 소속 공무원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다.

이와 같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마찬가지이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법령을 위반하여’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정해져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 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한 경우도 포함한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일차적으로 그 위험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 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때라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95666 판결 등 참조).

2) 특히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하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등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경찰의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공무원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된 것이지만, 경찰공무원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공무원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009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쟁점

1)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전남 △△군, ○○군 일대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강제노동 피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관리·감독 소홀 또는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피고들의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 직업소개소와 관련된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제1심법원의 판단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타당하다.

2) 그러나 ‘인권유린’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원고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장기간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원고들은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정신장애인 또는 이에 준하는 인지능력만을 갖춘 사회적 약자이고, 가족과 사회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으며, 외딴 섬에서 때로는 가혹행위와 인격적인 수모를 감수하면서 대가 없이 장기간 중노동을 감당해야 했던 점에서, 당시 원고들은 판례에서 말하는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당시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를 주로 살펴보아야 한다.

3) 피고들 소속 공무원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고의·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이 사건 당시 ‘정신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제노동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언론보도가 줄곧 있었고, 이와 같은 폐해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되었다는 사정을 무시할 순 없다. 특히 언론에 보도되었던 강제노동 사건의 발생 장소(전남 △△군 또는 ○○군 소재 양식장이나 염전 등)·시기(1997년부터 2012년까지)·대상(정신장애인 등)이 모두 이 사건과 같거나 유사하였던 점에서,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공무원 또는 근로감독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서는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원고 1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대한민국의 위자료 지급책임의 발생

앞서 채택한 증거와 당심 증인 소외 10의 일부 서면증언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소속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피고 대한민국의 위자료 지급책임이 인정된다.

1) 원고 1의 정신장애 정도

가) 원고 1의 정신장애 상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이다. 장애인 등록을 위해 시행된 심리학적 평가(갑 제2호증의 5, 2011. 11. 16. 시행)에 따르면, 원고 1은 경도의 정신장애 상태(전체 지능 64, 언어성 지능 63, 동작성 지능 68, 사회성숙도 약 6.8세, 사회지수 27점)에 있었다. 원고 1의 상태는 ‘논리적이지 못함, 정서적 교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음,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습득 가능한 기본지식과 어휘력이 매우 낮음, 지시를 일반화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함’ 등으로 평가되었다.

2011. 12. 7. 발급된 장애진단서(갑 제2호증의 6)에 따르면, 원고 1은 ‘지적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타인의 감독과 도움이 필요한 상태임, 정신병적인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음’으로 평가되었다. 당시 시행된 진료기록(갑 제2호증의 7)에도 ‘세세한 내용은 이해 불가, 사회생활·대인관계 기술 등 전반적으로 부족, 언어는 문맹, 돈 개념 부족, 타인에게 속을 수 있음, 종종 혼잣말’ 등이 기재되었다.

나) 당심 변론기일에 출석한 원고 1의 변론 내용과 태도에서도 원고 1에게 정신장애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원고 1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상황에 관해, 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처음부터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았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갑 제19, 20호증).

2)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부작위 관련

가)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2006년 또는 2007년 소외 2에게 “나중에 원고 1한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사고가 나면 큰일 나니까 조치를 잘하라.”라고 얘기했다. 소외 2는 해당 경찰공무원의 도움으로 남양주시에 있는 원고 1 부모의 거주지에서 이 사건 위임각서를 받았다. 이후 소외 2는 원고 1을 ◇◇면에 데려온 다음 종전과 동일한 형태로 임금을 주지 않고 염전 일을 시켰다.

나) 원고 1의 정신장애 정도나 상태,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소외 2에게 얘기한 내용과 그와 같은 얘기를 하게 된 경위, 소외 2의 원고 1에 대한 가혹행위의 정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원고 1의 상태나 가족관계, ‘원고 1이 소외 2에 의한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는 정황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결국,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원고 1이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이라 한다) 제2조 주2) 에서 정한 ‘실종아동등’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실종아동법의 취지에 따라 일정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태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 아무 대가 없이 정신장애인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일삼는 행위가 장애인의 신체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이나 사안의 심각성, 원고 1이 강제노동에 시달린 기간과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면,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는 마땅히 실종아동법 제16조 에 따라 관할 행정기관 등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거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 에 따른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부모마저 보호와 인수를 포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이 사건 위임각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2의 원고 1에 대한 노동의 강요나 가혹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은 누구든지 알 수 있었던 점에서도 그렇다.

라) 결국,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객관적인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법령에서 정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도 인정된다.

3) 이 사건 선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부작위 관련

가) 형사소송법 제221조 , 제163조의2 에서는 사법경찰관은 정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를 조사할 때에는 피해자와 신뢰관계 있는 사람을 동석하도록 규정한다. 경찰공무원의 위와 같은 의무는 구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 범죄수사규칙 제62조,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 제18조의4 등 여러 법령에도 규정된 것이다. 범죄수사규칙 제201조에서는 경찰관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할 때에는 일정한 경우 이들을 분리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단지 조사를 받는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데에만 그 취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고 1과 같이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조사할 때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거나 조사 시 가해자를 분리해야 비로소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위와 같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 있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쉽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점에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나) 이 사건 선행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서 경찰공무원은 2011. 6. 22.,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은 2011. 7. 19. 원고 1과 소외 2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소환한 다음 같은 장소에서 조사하였고, 특히 원고 1을 조사하면서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원고 1은 신뢰관계인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고 소외 2와 분리되어 조사받을 필요도 있었다. 앞서 본 것처럼 외관상으로도 ‘원고 1이 정신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던 점 외에도, 이 사건 선행 사건 조사 과정에 나타난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담당 공무원 역시 충분히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

(1) 소외 2는 2011. 6. 22.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 “원고 1은 정상인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소외 2는 “원고 1에게 일을 시키면서 월급을 주지 않았다. 원고 1의 아버지한테서 이 사건 위임각서를 받았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은 사정이 매우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2) 원고 1 역시 같은 날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 “소외 2의 염전 이름은 모른다. 소외 2한테서 한 번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돈이 뭔지도 몰랐다.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글도 모르는데 뭔 돈이 필요하냐. 돈이 있어도 쓸 줄 모르고 사용할 때도 없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를 통해서도 원고 1의 상태 또는 원고 1과 소외 2의 관계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3) ○○경찰서에서 수사기록을 인계받았던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은 ○○경찰서의 수사내용을 모두 확인하였다. 원고 1은 2011. 7. 19.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에서 조사받으면서 “자신은 먹고 자고 사는 것이 우선이다. 돈도 필요 없다.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된 것인지 생각해 본 적 없다. 먹고 자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진술하였던 점에서도, 근로감독관은 원고 1의 상태나 원고 1과 소외 2의 관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4) 원고 1의 조사 태도는 이후 신뢰관계인 동석하에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원고 1은 2015. 2. 25. ○○경찰서에서 신뢰관계인 동석하에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원고 1은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응하지 못한 채 화를 내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혼잣말로 욕도 하면서 중얼거리는 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조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갑 제39호증).

다) 다음과 같이, ○○경찰서 경찰공무원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의 법령 위반 행위는 단순히 원고 1에게 수사절차상의 만족감을 주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체발견의 지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 이 사건 선행 사건에서 원고 1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던 내용은 이후 신뢰관계인 동석하에 이루어진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신뢰관계인 동석의 영향만은 아니었겠지만, 원고 1은 2015. 2. 25. ○○경찰서 조사 시 신뢰관계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소외 2가 자신을 폭행하거나 욕을 하는 등 강제로 염전 일을 시켰다.”라고 진술하였다.

(2) 이 사건 선행 사건 조사 당시 원고 1은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소외 2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였다. 그런데도 소외 2는 2011. 7. 19.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에서 조사받은 직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고 1이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1을 폭행하기도 하였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16. 12. 8. 선고 2016고단222 판결 에 기재된 ‘2011. 6. 22.경’은 ‘2011. 7. 19.’의 오기로 보인다). 신뢰관계인 동석하에 소외 2와 분리해서 조사받았더라면, 위와 같은 결과를 피할 수도 있었다.

라) 정리하면, 이 사건 선행 사건 조사 당시 ○○경찰서 경찰공무원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은 법령에 따라 ‘장애인 피해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는 ‘법령에 규정된 기본적인 수사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객관적인 정당성도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경찰서 경찰공무원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의 잘못은 그 자체만으로도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수사기관에 부여된 위와 같은 의무 내용과 그 중대성에 비추어 보면, ‘법령의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거나 그와 같은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하였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은 의무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충분히 사건의 실체를 발견한 다음 원고 1을 구호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던 점에서, 담당 공무원의 행위는 객관적인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4) 소결론

헌법 제10조 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기본권은 공동체의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적어도 생명·신체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에 대해서는 그것이 피고 대한민국이 아닌 제3자로서의 사인에 의해서 유발되었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보호의무를 진다( 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6헌마71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파출소·○○경찰서 경찰공무원,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지청 근로감독관의 행위는 법령을 위반하여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수사원칙을 저버리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부작위는 원고 1에 대한 구호가 이루어진 때까지 계속되었고, 원고 1의 정신적 고통(손해) 역시 계속되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1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 ○○군의 위자료 지급책임의 발생

1) 인정 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와 갑 제2호증의 9 내지 12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11의 일부 서면증언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012. 5. 2. 소외 2의 주거지를 방문하여 장애인으로 등록된 원고 1과 관련하여 소외 2의 처 등을 면담하였다. 면담기록에는 원고 1의 정신장애 상태, 가족관계, 원고 1이 소외 2의 주거지에 온 경위, 소외 2가 원고 1의 아버지한테서 받았다는 이 사건 위임각서의 내용, 원고 1이 염전 일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원고 1의 기본적 생활과 아팠을 때 병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함”이라고 기재되었다.

나)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012. 5. 17. 소외 2의 주거지를 다시 방문했다. 당시 면담기록에는 원고 1의 건강·주거 상태, 가족관계, 원고 1이 소외 2의 주거지에 온 경위, 이 사건 위임각서 내용과 함께 “원고 1은 피고 ○○군 ◇◇면에 친인척도 없거니와 장애인으로 노동력 착취 및 복지실태가 미약한바, 정부의 지원 및 복지시설 입소 등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함”이라고 기재되었다.

다)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2014. 2. 27., 2014. 3. 5. 다시 소외 2의 주거지를 방문하였다. 당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원고 1이 임금을 받지 않고 염전 일을 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라) 2012년 당시 원고 1에 대한 실태 확인 이후에도, 피고 ○○군은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원고 1을 구호하거나 수사기관에 소외 2를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 판단

가) ①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를 함께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들 서비스가 연계되어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긴급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인 경우 신속히 대응할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제4조 ). ② 지방자치단체는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을 보호할 책임을 진다( 장애인복지법 제9조 ).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장애인 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4 ). 2013. 4. 23.부터 시행된 개정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학대’와 관련된 여러 규정을 두었다.

위와 같은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 직무와 관련하여 공무원의 고발의무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34조 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장애인에 대한 노동의 강요 또는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였다면 신속히 관련 기관에 요청하거나 사업주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법으로 해당 장애인을 구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원고 1에 대해 신속한 구호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였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인식했던 내용과 위와 같은 의무 위반이 원고 1에게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객관적인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고,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군 ◇◇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 ○○군은 원고 1에 대하여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

(1) 원고 1이 2003년(면담기록에는 2005년으로 기재되었다)부터 장기간 아무런 대가 없이 염부로서 중노동에 시달렸다는 내용은 면담기록에도 명확히 기재되었다.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이 사건 위임각서의 존재와 내용을 확인하였는데, 해당 내용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사회통념상 용납될 수 없음은 문언 자체로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2) 원고 1의 정신장애 정도나 상태 등이 면담기록부에 일부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공무원은 장애인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열람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비추어 볼 때, 원고 1은 평소에도 악취가 나는 지저분한 옷을 입고 정돈되지 않은 머리 상태를 유지하는 등 비위생적인 외관을 갖추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1의 주거지 역시 어지럽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 ○○군 ◇◇면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원고 1의 상태나 처지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3) 이와 같은 상황에 비추어 보면,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소외 2가 정신장애인인 원고 1에게 중노동을 강요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원고 1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다. 위자료 범위

원고 1이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의 정도와 정서적 박탈감의 정도, 원고 1이 소외 2한테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기간, 피고들 소속 공무원이 작위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태양·기간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3,000만 원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피고 대한민국이 주장하는 책임제한 사유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다른 원고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경합하여 원고 1에게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였던 이상, 피고들의 위자료 지급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1에게 위자료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구하는 바에 따라 2015. 12. 9.(이 사건 소장이 피고 대한민국에 송달된 다음 날)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8. 11. 2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원고 2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대한민국의 위자료 지급책임의 발생

1) 인정 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와 갑 제5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파출소 방문 당시 경찰공무원이 인식할 수 있었던 원고 2의 상태

(1) 원고 2는 작업지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 수준이 낮고, 혼잣말을 되풀이하는 특이한 행동을 반복하며, 조현병도 의심되는 정신장애인이다.

(2) 원고 2는 2009년 또는 2010년경 스스로 □□파출소를 방문하였다. 당시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신원조회를 통해 ‘원고 2에 대하여 실종신고가 접수되었음’을 확인한 후 그의 어머니 소외 3에게 연락하였다. 당시 원고 2는 종전 사업주한테서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나)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조치 내용

(1) 소외 3이 □□면에 들어올 때까지 약 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염주 소외 4에게 원고 2의 보호를 부탁하였다. 소외 4가 해당 기간에 임금을 주지 않고 원고 2에게 염전 일을 시켰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면에 들어온 소외 3은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소개로 소외 4를 만난 다음 그에게 원고 2의 보호를 부탁하였다. 소외 3은 소외 4에게 ‘원고 2에게 염전 일을 시키더라도, 자신(소외 3)은 임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 4는 원고 2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염전 일을 시켰다.

(3)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평소에도 염부 명단을 작성·관리하였고, □□면 일대를 순찰하기도 하였다. 소외 4는 □□파출소 경찰공무원을 면담하는 기회에 ‘원고 2의 어머니 부탁에 따라 자신이 원고 2를 데리고 있다’는 점을 포함하여 자신과 원고 2의 관계를 사실대로 얘기했다. 경찰공무원은 원고 2를 직접 면담하기도 하였다.

2) 판단

위 인정 사실 또는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의 생명·신체의 보호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들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2의 정신장애 정도,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던 점을 종합하면, 당시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원고 2가 실종아동법 제2조 에서 정한 ‘실종아동등’에 해당하거나 일정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태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원고 2가 □□파출소를 방문할 정도였다면, 그에게 적절한 구호가 필요하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강제노동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었다.

나)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실종아동법 제16조 에 따라 관할 행정기관 등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거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 에 따른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조치 내용은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방문 직후,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소외 4에게 원고 2의 보호를 맡긴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다. □□파출소가 도움 요청이 쉽지 않은 섬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공간이 넉넉지 않았으며 잠시 보호를 부탁하는 정도였더라도, 경찰공무원은 ‘소외 4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원고 2에게 염전 일을 시킬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출소 경찰공무원과 소외 4가 친분이 있었던 점이나 경찰공무원이 여러 염부를 두고 있는 소외 4에게 원고 2의 보호를 일부러 맡긴 경위, □□파출소가 염부를 사용하는 염주의 현황을 알고 있었던 점(소외 4 역시 제1심법정에서 “□□면은 섬이라 작아서 아무래도 오고 가고 사람들이 압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요청이 들어왔지요.”라고 증언하였다)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2) 소외 3이 소외 4에게 원고 2의 보호를 맡긴 과정에서,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소외 3을 소외 4에게 소개한 행위’나 ‘소외 3이 소외 4에게 원고 2의 보호를 맡기는 것을 방치한 행위’ 역시 부적절했다. 소외 4가 정신장애인을 장기간 ‘보호’하는 데 적절치 않음은 누구든지 알 수 있었고, 특히 소외 4가 이미 약 5일 동안 원고 2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염전 일을 시켰던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소외 3의 부탁에 따라 소외 4가 원고 2를 보호하게 되었더라도,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부모가 실종아동등의 인수와 보호를 포기하였더라도,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장애인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점( 장애인복지법 제4조 , 제9조 )에서,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실종아동법 제16조 에 따라 관할 행정기관 등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거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 에 따른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소외 4가 원고 2를 보호할 경우, ‘원고 2의 생명·신체·재산에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것임’이 어렵지 않게 예상되었던 점에서 그렇다.

(3) 소외 4가 원고 2의 보호를 맡은 이후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조치 역시 부적절했다.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소외 4와 원고 2를 면담하면서 원고 2의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에서 그렇다.

3) 소결론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조치는 ‘정신장애인이 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지, 이들이 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을 포기하면서까지 일가친척 없는 외딴 섬에서 강제노동의 길을 선택하는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결과이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부작위는 원고 2에 대한 구호가 이루어진 때까지 계속되었고, 원고 2의 정신적 고통 역시 계속되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2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

나. 위자료 범위

고용 기간이나 소외 4가 원고 2에게 대우한 내용 등에서 알 수 있는 원고 2의 정신적 고통의 정도,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이 작위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태양·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 2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2,000만 원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2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구하는 바에 따라 2015. 12. 9.(이 사건 소장이 피고 대한민국에 송달된 다음 날)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8. 11. 2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원고 3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대한민국의 위자료 지급책임의 발생

1)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의 발생을 인식했는지 여부

앞서 채택한 증거와 당심 증인 소외 12에 대한 일부 서면증언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당시 □□파출소 경찰공무원은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의 발생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가)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 발생과 그 직후 정황에 관하여, 소외 5는 당심 법정에서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한 취지로 증언하였다. 다만 원고 3이 □□면 보건소에서 간단히 처치를 받은 다음 헬기장으로 이동하기까지의 경과에 관하여 “자신(소외 5)은 보건소장에게 ‘부엌에서 서로 다투다가 칼로 실수했다’라고 얘기했고, 이후 헬기장에서 경찰공무원에게도 ‘부엌에서 서로 다투다가 칼로 실수했다’라고 얘기했다.”라고 증언하였다. 제반 증거에 비추어 보면, 소외 5의 증언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다.

나) ①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원고 3은 2014. 3. 14.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소외 5가 칼로 자신을 찔렀다는 사실을 병원에서도 얘기했고 경찰공무원에게도 얘기했는데,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퇴원한 다음 날에도 □□파출소에 신고했는데, 사건이 무마되어 버렸다.”라고 진술하였다. 원고 3은 같은 달 21일 조사받을 때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원고 3은 2014. 4. 16.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퇴원한 다음 날 오후 3시경 □□파출소에 혼자 가서 파출소 경찰공무원에게 ‘소외 5가 칼로 자신을 찔렀다’라고 신고했다. 파출소에서 소외 5를 불렀는데, 소외 5가 ‘그런 적 없다’라고 해서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파출소 경찰공무원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당시 원고 3이 허위진술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원고 3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 당시 피고 대한민국 또는 □□파출소 경찰공무원의 직무상 법령 위반 문제 등은 불거지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 3이 허위진술할 이유가 없었던 점, 소외 5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2) 판단

가) 구 형사소송법(2011. 7. 18. 법률 제10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6조 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어 수사를 하여야 한다. 경사, 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어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범죄수사규칙 제29조는 “경찰관은 범죄로 인한 피해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관할구역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접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9조는 “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비록 위 규정이 범죄 피해자를 직접 보호하는 규정이 아니고 경찰공무원의 행동규범을 정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범죄의 진압과 수사,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책임을 부담하는 경찰공무원은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범죄가 발생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와 같은 위험이 장래에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즉시 범죄수사에 착수한 다음 피해자를 구호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당시 경찰공무원으로서는 즉시 범죄 발생 여부를 조사한 다음 원고 3을 구호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① 이 사건 당시 가해자인 소외 5 스스로 경찰공무원에게 ‘살인미수죄나 과실치상죄 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얘기했던 점, ② 원고 3이 사건 직후와 퇴원 직후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을 신고하였던 점, ③ 소외 5는 이전에도 위험한 물건으로 원고 3에게 상해를 가한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점, ④ 장기간 고용·피고용 관계에 있었던 소외 5와 원고 3의 관계, 원고 3의 사리분별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범행 내용과 정도, 위와 같은 범행이 원고 3에게 미친 영향, 경찰공무원이 쉽게 범행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경찰공무원의 부작위는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었거나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공무원의 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던 것도 인정된다.

3) 소결론

당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공무원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의 실체가 발견될 수 있었고 원고 3 역시 구호될 수 있었으나, 경찰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해 원고 3은 이후 약 4년 동안 소외 5에 의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부작위는 원고 3에 대한 구호가 이루어진 때까지 계속되었고, 원고 3의 정신적 고통 역시 계속되었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3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책임을 부담한다.

나. 위자료 범위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의 내용과 원고 3의 피해 정도, 이 사건 살인미수 사건 이후 원고 3이 피해를 보았던 기간,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공무원이 작위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태양·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 3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3,000만 원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3에게 위자료 3,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구하는 바에 따라 2015. 12. 9.(이 사건 소장이 피고 대한민국에 송달된 다음 날)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8. 11. 23.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해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들에게 위와 같이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지급을 명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윤승은(재판장) 조찬영 황승태

주1) 이 사건 소장이 피고 대한민국에 송달된 다음 날이다. 이 사건 소장이 피고 ○○군에 송달된 다음 날은 ‘2015. 12. 8.’이다.

주2) 판단에 필요한 법령은 별지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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