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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
[부당이득금반환][공1995.11.15.(1004),3584]
판시사항

가.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타인 명의를 도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 당사자의 특정 방법

나. 갑이 계속적 거래로 인한 병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의 명의를 도용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거래대금을 체불함으로써 보험자가 병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보아 보험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한 사례

판결요지

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자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체결 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고,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

나. 갑이 계속적 거래로 인한 병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의 명의를 도용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거래대금을 체불함으로써 보험자가 병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그 보험계약을 무효로 보아 보험자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한 사례.

원고, 상고인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민

피고, 피상고인

서울코피아사무기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수복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던 소외 1이 평소 친분이 있던 소외 2 모르게 그의 명의로 케논판매본부라는 상호하에 문구류 판매업을 시작하면서 1989.12.2. 피고와의 사이에 피고가 공급하는 사무기기 및 용품을 실수요자에게 판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위 대리점계약상의 영업보증금의 지급담보를 위하여 소외 2의 승낙도 없이 마치 자신이 위 소외 2인 것처럼 임의로 위 소외 2의 명의를 사용하여 원고와의 사이에 피보험자를 피고로 하고 보험가입 금액을 금 10,000,000원, 보험기간을 1989.12.2.부터 1990.12.1.까지로 하는 지급계약 보증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위 소외 1이 위 영업보증금의 지급을 지체하자 피고가 위 대리점계약을 해지하고 원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원고는 1990.3.2. 피고에게 보험금 1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계약은 위 소외 1이 위 소외 2의 명의를 모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그 법률상 효력이 없다 할 것인데,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위 보험금을 수령함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소외 1이 위 소외 2의 명의를 모용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는 위 소외 2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무효라 할 것이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나아가 위 보험계약이 위 소외 1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무효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위 소외 1이며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보험사고도 위 소외 1이 피고와의 사이에 체결한 위 대리점계약상의 영업보증금의 지급불이행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와 위 소외 1 사이에 유효하게 체결된 보험계약에 따라 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위 소외 1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고,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의 위 판시는 요컨대 위 소외 1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1이 마치 자신이 소외 2인 것처럼 행세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는 소외 1이 소외 2인줄로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라 할 것이어서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소외 1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볼 여지는 없어 보인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피고에 대하여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부담하게 될 물품대금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영업보증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계약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채무자인 보험계약자의 신용상태가 그 계약체결의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위 소외 1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보험가입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소외 2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의 명의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청약하였고 이에 원고는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소외 1이 서류상에 보험청약자로 되어 있는 소외 2인 줄로만 알고 그 계약이 아무런 하자 없는 당사자에 대한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여겨지므로(원심이 들고 있는 을 제3호증의 26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문제가 생긴 뒤에 비로소 소외 1에 대한 전산조회를 하여 보고 그가 증권교부 부적격자임을 알았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체결 당시 소외 1을 당사자로 생각하였더라면 원고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보면 객관적으로 볼 때 원고는 소외 1이 제출한 청약서상에 보험계약자로 되어 있는 소외 2을 보험계약의 상대 당사자인 주채무자로 인식하여 그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았으리라고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위 소외 1이 아니라 위 소외 2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실제는 위 소외 1이 소외 2로부터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음이 없이 임의로 소외 2의 이름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소외 1이 대리점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은 결국 아무런 효력이 없는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수령이라 할 것이므로 더 나아가 위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험사고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피고는 법률상 아무런 원인 없이 이득을 취하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당사자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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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11.25.선고 93나33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