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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도1546 판결
[상해·무고][공1996.1.1.(1),114]
판시사항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증거를 들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진술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증거를 들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진술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88. 10. 2. 17:00경 서울 송파구 풍납동 소재 현대슈퍼마켓 골목에서 그 곳을 지나가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욕을 하자 피해자도 이에 대하여 욕을 하며 대꾸하는데 격분하여 피해자의 목을 낚아채어 넘어뜨리고 멱살을 잡고 대드는 피해자의 오른쪽 손가락을 잡고 세게 젖히면서 땅에 넘어뜨려 약 77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수 제2수지 근위지절 인대파열상을 가하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해죄로 고소하자 피해자를 형사처분받게 할 목적으로 같은 해 11. 29. 피해자가 허위의 내용으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같은 달 30. 강동경찰서에 제출하여 피해자를 무고한 것이다"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피해자인 제1심증인 피해자의 법정, 검찰 및 경찰에서의 각 진술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당시 재판 관계로 몹시 사이가 나빴던 점, 제1심증인 박인헌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입은 인대파열상은 통증이 매우 심하여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부목을 대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20일 정도 견딜 수 있는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됨에도 역시 제1심증인 권주회, 양은옥의 각 진술에 의하면 위 사건일로부터 9일 후인 같은 달 11.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나온 피해자를 보았으나 손가락에 붕대를 감았다거나 다친 흔적을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있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가족 이외에는 그 무렵 피해자가 다친 흔적을 본 사람이 없는 점 및 피해자가 지나치게 늦게 고소를 제기한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들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증인 이복상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각 진술은 그가 법정에서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음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증인 공소외 1의 법정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은 그가 싸우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어서 직접증거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신분이 피해자의 아들이고 위 이복상이 현장에서 그를 마주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음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각 배척하고, 그 밖에 원심증인 안대식의 법정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이나 제1심증인 신진균의 법정, 검찰 및 경찰에서의 각 진술과 의사 박인헌, 심창섭이 작성한 각 상해진단서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상해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상해의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상해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무고의 점 역시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음에 반하여 피해자가 일관하여 피고인에 의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결국 다른 자료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 중 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려야 할 것인바,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하여 원용하고 있는 증거들 중 위 박인헌의 진술을 보면 원심의 인정과 같이 피해자가 인대파열상으로 인하여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취지가 아니라 인대파열상을 입은 환자의 일반적인 증상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그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도 개인적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부목을 대는 등의 조치를 하면 견딜 수 있는 정도이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통증이 감소된다는 것이므로(공판기록 270면), 이러한 진술만 가지고는 위 사건일로부터 9일째 되는 날의 피해자의 상태가 부목을 대거나 붕대를 감는 등 물리적 조치를 하지 아니할 경우 그 통증을 견딜 수 없는 정도였는지를 가려낼 수 없다 할 것이고, 기록상 위 권주회, 양은옥이 원심의 판시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과연 물리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피해자의 우측 인지에 붕대 등이 감겨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이를 목격하고, 사후에 기억해 낸다는 것은 경험법칙상 쉽사리 납득되지 아니하므로 위 권주회, 양은옥의 진술은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그 밖에 피해자와 피고인이 사이가 몹시 나빴다는 점은 두사람이 길거리에서 만나 싸움을 벌일 만한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할 것이고, 가족 이외에 다친 흔적을 본 사람이 없다거나 지나치게 늦게 고소가 제기되었다는 등의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 또한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않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를 처음 진단한 의사 심창섭의 검찰 및 경찰 진술(수사기록 208면, 34면)에 의하면 피해자가 위 사건일 다음날인 1988. 10. 3. 내원하여 싸우다가 다쳤다면서 우측 인지 등의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약간 부어 있는 정도이고, 엑스레이 촬영상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아니하므로 1주 정도의 가료를 요하는 인대염좌로 진단하여 소염제와 진정제의 처방을 하였고, 피해자가 같은 달 7.에도 내원하여 손가락의 통증을 호소하므로 같은 처방을 하였으며, 같은 달 17. 내원시에는 염증의 의심도 있어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하였으나 역시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아니하여 항생제 등의 처방을 하였다는 것이고, 피해자의 수술을 담당한 위 박인헌의 검찰 및 경찰 진술(수사기록 202면, 59면)에 의하면 피해자는 1988. 10. 18. 처음으로 내원하여 같은 달 2. 싸우다가 다쳤다고 호소하였는데 보통의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인대파열이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먼저 진찰한 수련의는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였으나, 그가 특수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인대파열로 진단하여 같은 달 20. 입원시켜 수술을 하였고 그 상처부위로 보아 다친지 1주일 이상 경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므로, 위 각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위 사고일에 입은 우측 인지의 부상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인대염좌상으로 진단되었으나, 그 증세가 호전되지 아니하다가 최종적으로 인대파열상으로 밝혀져 수술하기까지에 이른 경과를 확인할 수 있어 이는 피해자의 위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유력한 자료가 됨은 물론 고소가 늦어진 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해명(다친 다음날 전치 1주의 진단서를 발부받았으나, 변호사 사무실에 물어보니 1주 정도로는 구속이 안된다고 하여 곧바로 고소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수사기록 261면)과도 부합된다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당초 현장에 없었음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고소인인 피해자를 무고죄로 맞고소한 다음 공소외 2를 내세워 공소사실 기재일시에 그와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하게 하고, 달력 등 물증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가 위 공소외 2가 이를 폭로하자 뒤늦게 증거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 일시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수사기록 434면), 스스로 그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기록상 제1심증인 이복상이 수사기관에서는 계속 피해자와 피고인이 싸우는 현장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다가(수사기록 16면, 31면, 70면, 121면, 255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당시 싸우는 소리만 들었을 뿐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는 하나(공판기록 279면) 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위 사고일에 근접한 시기에 행해진 것일 뿐 아니라, 직접 목격한 자가 아니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당시의 현장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반면 법정에서의 증언은 위 사고일로부터 3년 반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목격한 사실이 없다거나 기억이 없다는 진술로 일관하면서 수사기관에서 자세히 진술한 내용은 사후에 피해자로부터 들은 대로 진술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원심이 믿지 아니하거나 부족하다고 본 제1심증인 공소외 1, 신진균의 법정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을 보더라도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사유가 별달리 발견되지 아니할 뿐더러 피해자 또는 피고인과 전혀 안면이 없는 위 신진균의 진술에 의하면 1988. 10. 초순경에 공소사실 기재의 장소에서 남녀가 싸우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것으로서, 그가 진술하는 사건 현장의 정황이 피해자의 진술과 흡사함을 알 수 있으므로 이 또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자료가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를 포함한 위 증인들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이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나타난다면 모르되 원심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신빙할 수 없는 자료들만에 의하여서는 이를 배척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증거취사 과정이 전혀 합리성이 없어 결국 채증법칙을 위배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 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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