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이광우
변 호 인
변호사 이종기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의 각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금천저수지 방면 농로에서 전주-금구간 도로로 진입하기 위하여 위 도로 2차로 끝부분에 약 1m 가량 진입해 서 있는 순간 피해자 공소외 1이 피해차량을 운전하여 전주 방면에서 금구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고인의 차량을 충격한 것이거나, 피고인의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도 제동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아무런 과실이 없다.
(나)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은 자신의 차량에 약 500㎏가량의 짐(들꽃 10포대)을 싣고 경사진 오르막길로 올라가고 있어 정면을 잘 보지 못하였고, 위와 같이 차량 내에 적재된 화물로 인하여 피해차량과 가볍게 스친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즉시 이의제기를 받은 바 없어 위 사고 발생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의 차량과 피해차량의 충돌 정도가 경미한 점,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외상이 없어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는 피해자들의 연령에 비추어 퇴행성에 의한 기왕증일 가능성 있는 점, 피해차량에 동승한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이 사건 사고로 아무런 상해를 입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것이라 보기 어렵거나, 설령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라 하더라도 이는 경미한 상해로 구호조치를 필요로 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
(2) 양형부당
이 사건 사고 발생에 피해자측 과실이 크게 기여한 점,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사고 후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를 역주행하여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반대편 도로로 넘어간 다음 피해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편으로 도주함으로써 횡단보도에서의 새로운 교통상의 위험과 반대편 도로에서의 교통상의 위험을 초래하였으므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2) 양형부당
피고인이 이미 동종 범행사실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었던 점, 범행경위 및 결과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한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하여}
(1) 피고인의 운전상 과실 인정 여부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 및 당심 증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1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피해차량을 운전하여 김제시 금구면 금천리 소재 전주-금구간 도로를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전주 방면에서 금구 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위 진행방향 우측인 금천저수지에서 위 도로를 가로지르기 위하여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음기를 울리며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피고인이 그대로 진입하다가 피해차량 우측 휀더 부분을 자신의 차량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은 사고 발생의 경위 및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다음의 사정,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완전히 도로에 진입한 다음에 피해차량과 충격한 점,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신의 차량에 약 500㎏가량의 짐(들꽃 10포대)을 싣고 경사진 오르막길로 올라가고 있어 정면을 잘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피해차량을 충격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이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차량이 피해차량을 충격함과 동시에 약 2 ~ 3분간 T자형으로 정차하였다가 피해차량 운전자인 공소외 1이 후행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피해차량을 운전하여 우측 갓길에 정차한 후 차에서 내려 피고인 차량의 조수석 옆으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내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의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미안하다는 손짓만 하고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여 전주 방향으로 운전해 간 사실, 피해자들은 위 사고 현장에서 약 30분 가량 머물면서 112에 사고 신고를 하였고, 피고인이 다시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정지하라고 손짓하였음에도 그대로 간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취지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그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이 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위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가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위 구호조치 필요성 유무는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 사고의 내용과 사고 후의 정황, 치료의 시작시점·경위와 기간 및 내용, 피해자의 연령 및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되, 대개의 경우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직접 대화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통증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피고인이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여야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던 경우에는 구호조치의 필요가 없었다고 쉽사리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20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내용, 그로부터 추단되는 이 사건 사고의 충격 형태, 피해자들의 상해의 부위, 정도 및 치료내용(원심의 ○○의원, ○○신경외과, ○○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1, 4, 5는 이 사건 사고 이후 실제로 입원하여 주사요법, 약물요법, 물리요법 등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눈에 띄는 외상을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피해자들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는지 여부를 사고 발생 즉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해자들이 각 2주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은 점(피해자들이 경찰관의 말을 듣고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발부받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필요하였다고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상해를 입게 하고도 차량을 정차하여 피해자들과 대화하거나 피해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한 이상 이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한 때’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도로교통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7656 판결 등 참조).
원심에서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피해차량의 파손의 정도는 피해차량의 우측 휀더 부분이 수리비 589,120원 상당이 들도록 파손된 정도로 경미하여 차량의 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부서지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지도 아니하였고, 양 차량이 충격으로 위치를 이동하거나 조향력을 잃지도 아니하였으며, 사고 직후 피해자 공소외 1이 후행 차량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자 피해차량을 우측 갓길로 옮겨 세운 것이라면,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사고 후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를 역주행하여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반대편 도로로 넘어간 다음 피해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편으로 진행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애초에 예정한 진행방법으로 진행한 것으로 진행방법 자체의 위험성으로 인한 것일 뿐 이 사건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하여 증대된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 및 피해차량의 손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과,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도주의 범의를 부인하는 등 이 사건 각 범행을 뉘우치고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들,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 환경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위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