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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추54 판결
[중앙해양안전심판재결취소][공2002.11.1.(165),2442]
판시사항

위법한 징계재결을 받은 해양사고관련자가 소로써 불복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상의 조사관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대법원에 대하여 위법한 징계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조사관의 직무와 권한 및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조사관은 해양사고관련자와 대립하여 심판을 청구하고, 지방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에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제2심의 청구를 할 수 있는 등 공익의 대표자인 지위에 있는바, 징계재결이 위법한 경우에 징계재결을 받은 당사자가 소로써 불복하지 아니하는 한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공익에 대한 침해로서 부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조사관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대법원에 대하여 위법한 징계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

원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박영선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원재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02. 4. 10.자 중해심 제2002-8호 재결

변론종결

2002. 7. 26.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해양사고의 발생과 징계재결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총톤수 6,976t인 화물선 크리스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가 2001. 5. 19.경 태국 방콕항에서 설탕 9,500t을 적재하고 출항하여 군산항으로 항행하던 중 2001. 5. 27. 21:10경 군산 앞 바다 소비치도 서방 약 3마일 해상(북위 35도 13분 13초ㆍ동경 125도 50분 31초)에서 닻자망(얽애그물)을 우측 옆 해저에 투망한 채 거기에 닻줄을 매어 정박중이던 총톤수 9.77t인 새우잡이 어선 만성호(이하 '상대 선박'이라 한다.)의 우측 옆으로 지나가다가 이 사건 선박의 선수 부분이 그물에 걸려 상대 선박을 끌고 가다가 상대 선박의 우현 부분이 이 사건 선박의 좌현 부분에 충돌하여 상대 선박이 전복되면서 그 선원 4명이 익사하였다.

나. 소외 1은 이 사건 선박의 선장으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당직자 대신 직접 선교에 올라 항해를 지휘하던중이었다.

다. 피고는 2002. 4. 10. 소외 1이 비교적 여유 있는 거리에서 상대 선박을 발견하고도 초기에 예측한 최근접 통과거리만을 믿고 감속을 하지 아니하고 계속적인 경계를 소홀히 한 채 상대 선박에 지나치게 접근한 직무상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징계재결(이하 '이 사건 징계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직원인 조사관으로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한 이 사건 징계재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그 취소의 소를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나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원고 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조사관의 직무와 권한 및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조사관은 해양사고관련자와 대립하여 심판을 청구하고, 지방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에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제2심의 청구를 할 수 있는 등 공익의 대표자인 지위에 있는바, 징계재결이 위법한 경우에 징계재결을 받은 당사자가 소로써 불복하지 아니하는 한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공익에 대한 침해로서 부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조사관이 공익의 대표자로서 대법원에 대하여 위법한 징계재결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 적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3. 2. 12. 선고 92추79 판결 , 1987. 4. 28. 선고 86추2 판결 등 참조).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징계재결이 적법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이 배잡이 줄이 아닌 그물 줄에 걸려 상대 선박을 끌고 가다가 충돌한 사고로서, 그물 줄은 야간항해에서 관측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소외 1이 그러한 그물 줄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선수부에 걸고 간 것을 그의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통항선박에 장애가 되는 그물을 설치해 놓고 야간에 적절한 등화표시를 하지 않았고, 경계근무 소홀로 통항선박들에 탐조등을 비추지 않았으며, 그물이 끌려갈 경우 위험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투묘를 하지 아니하고 그물에 매어 정박한 상대 선박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인데도, 피고가 증거취사를 잘못하거나 이 사건 사고의 원인과 어로작업중인 선박에 관한 해상교통안전법상의 규정을 오해함으로써 소외 1에게 직무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징계재결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해상교통안전법 제13조 , 제14조 , 제15조 제1항 , 제16조 제4항 , 제5항 , 제26조 제2항 , 제27조 제1항 , 제2항 , 같은법시행규칙 제4조 의 각 규정에 의하면, 선박은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의 충돌 위험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적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에 의하여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하고,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유효한 동작을 취하거나 당시의 상황에 적합한 거리에서 정선할 수 있도록 항상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여야 하며, 안전한 속력을 결정하는 데에는 시계의 상태, 해상교통량의 밀도, 선박의 정지거리·선회성능 기타 조종성능, 야간에는 항해에 지장을 주는 불빛의 유무, 바람·해면 및 조류의 상태와 항해장애물의 근접상태, 선박의 흘수와 수심과의 관계, 레이더의 특성 및 성능, 레이더에 의하여 탐지한 선박의 수·위치 및 동향 등을 감안하여야 하고,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당시의 상황에 적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야 하며,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때에는 다른 선박과의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두고 통과할 수 있도록 그 동작을 취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그 동작의 효과를 다른 선박이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주의깊게 확인하여야 하며,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거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속력을 줄이거나 기관을 정지 또는 후진하여 선박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어야 하는 한편, 항행중인 동력선은 조종불능선이나 조종제한선의 진로를 피하여야 하도록 되어 있다.

(2)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1 내지 3의 각 기재는 이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선박은 길이 116.16m, 폭 20m, 높이 10.7m, 선수 흘수는 7.6m이고, 상대 선박은 길이 13.9m, 폭 3.91m, 높이 1.12m이다.

(나)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장소 부근 해상을 처음으로 운항하면서 이 사건 선박이 2001. 5. 27. 19:45경 전남 영광군 안마도 근해에 이르자 직접 항해당직을 담당하였는바, 당시 전방 항로 주위에 30 내지 40척의 어선들이 산재하여 어로작업을 하면서 자선의 어망을 피해가도록 탐조등을 비추어 주어, 조타수로 하여금 수동조타하도록 하여 진침로 약 23도, 속력 약 11노트의 상태에서 수시로 조금씩 변침, 피항하면서 항해를 계속하던 중, 같은 날 20:50경 선수 거의 중앙 부근 약 4마일 거리에서 백색 전주등(전주등) 한 개를 켠 상대 선박을 발견하였으나 다른 어선과 달리 탐조등을 비추어 주지 아니하여, 선미측으로 어망을 내리고 정지하여 있는 배로 판단하고, 그대로 항해하면 좌현 약 0.15마일 거리로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특별히 유의를 하지 아니하고 있던 차에 곧이어 우현측에서 어망을 피해가라고 탐조등을 비추는 어선 현민호를 피항하느라 상대 선박과의 안전한 통과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소홀히하였다.

(다) 한편 상대 선박은 이 사건 사고장소 부근 해상 수심 약 17m 해저에 폭 8m, 높이 4m인 직립자망 20개를 횡으로 얽어 약 160m 길이로 연결한 닻자망을 투망한 후 닻줄(길이 약 20m)을 내어 어망의 배잡이 줄(길이 50m)에 묶은 상태로 정박하고 있었고, 선원들은 양망 시기를 기다리느라 선교 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접근하여 오는 선박을 경계할 당직자를 배치하지 아니하였다.

(라) 이 사건 선박은 위와 같이 작업중인 어선을 피하기 위하여 변침을 한 탓에 이 사건 선박과 상대 선박의 통과거리가 예상보다 가까워져 있었으나, 소외 1은 앞서와 같은 상황 판단을 그대로 믿은 나머지 속력을 줄이지 아니한 채 상대 선박의 선미 쪽에서 선수 쪽으로 진행하던 중 이 사건 선박의 구상 선수부가 상대 선박의 그물에 걸렸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고 상대 선박을 약 30초간 끌고 가다가 상대 선박의 우현 부분이 이 사건 선박의 좌현 부분에 충돌되어 상대 선박이 전복되게 하였다.

(3)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상대 선박이 정박중 경계를 소홀히하여 충돌을 피하기 위한 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그 원인의 하나라고 할 것이지만(다만,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대 선박은 어로에 종사하는 선박이 아니라 정박중인 선박이었으므로, 해상교통안전법 제33조 제2항 제2호 의 규정과 같이 어구를 내고 있는 방향으로 백색의 전주등 1개를 표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따라서 백색의 전주등 1개를 표시한 것은 적법하다.), 다른 한편 어로작업중인 어선들이 산재해 있는 이 사건 사고장소 부근 해상을 처음으로 운항하게 된 소외 1로서는 가능한 한 이러한 어선군을 우회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것이고, 설령 우회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정박하여 조종불능상태인 상대 선박을 통과하는 경우 그 선박의 뒤쪽이 아니라 옆쪽으로 그물이 쳐져 있을 수도 있으므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하여 속력을 충분히 줄인 후 상대 선박과의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두고 통과할 수 있도록 동작을 취하여야 할 것임에도, 어선군을 우회하지 아니함은 물론 속력을 줄이지 아니하고 상대 선박과의 사이에 안전한 거리도 두지 아니한 채 같은 속력으로 근접하여 운항한 점에서 소외 1에게도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도 그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징계재결에서 소외 1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직무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그 과실의 내용과 이 사건 사고의 결과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그 징계의 내용 또한 과중한 것이 아니어서 징계양정상의 재량을 그르친 위법도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재결이 위법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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