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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비율 40:60  
부산지법 2003. 8. 20. 선고 2002가합11918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3.10.10.(2),305]
판시사항

제척기간이 경과된 채권의 경우 민법 제495조 를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 제495조 를 규정한 이상,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채권의 당사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형성된 신뢰를 보호함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통상의 거래관념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채권의 행사기간이 단지 제척기간이라는 사유만으로 당사자 신뢰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거나 달리 판단되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인바(이미 상계적상의 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채권의 제척기간이 경과되었거나 곧 경과될 것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신뢰에 반한 채권행사를 한다면 신의칙에 반할 우려도 있다), 제척기간이 경과된 채권의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 의 유추적용은 허용된다.

원고

코랄리 마린 엘티디(Corali Marine Lt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고영일)

피고

주식회사 한진해운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원)

변론종결

2003. 7. 23.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화 86,388.97$ 및 이에 대하여 2000. 7. 1.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4∼8호증, 갑9호증의 1, 2, 을1호증의 1, 2, 을2호증의 1∼7, 을3∼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광희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엠브이 코랄리호(이하 '코랄리호'라 한다)는 1977.에 건조된 총톤수 10,984t, 총길이 146.07m, 최고속력 14.2노트의 일반화물선으로서 원고가 소유하고 있고, 엠브이 한진평택호(이하 '한진평택호'라 한다)는 1995.에 건조된 총톤수 90,004t, 총길이 268.5m, 최고속력 19노트의 LNG운반선으로서 피고 알바트로스 리스 코포레이션 파나마 씨티가 소유자이나, 피고 주식회사 한진해운이 운항자로서 이를 보유하며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2) 코랄리호는 부산항 남쪽 묘박지(생도로부터 289도 방향으로 1.3마일 가량 떨어진 지점)에 정박하다가 2000. 7. 1. 07:40경 항만관제소로부터 항행허가를 얻어 부산항을 출항하여 07:55경 자동 무중신호기와 두개의 레이다를 작동시켰고, 07:59경에는 항계를 벗어나게 되었는데, 당시 침로는 160도, 속력은 6.2노트였다.

08:05경 레이다에 좌현전방에서 자선의 침로를 침범하는 선박(한진평택호)을 발견하고 그 침로를 170도로 변경하였고, 08:08경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극우전타로 변침하였으나 한진평택호를 피하지 못하여 결국 08:10경 항계로부터 1.13마일 가량 떨어진 지점(대략 북위 37도 00분 7초, 동경 129도 05분 0초 지점) 부근 해상에서 코랄리호의 좌현 보트 데크(boat deck)와 윙 브릿지 데크(wing bridge deck) 부분이 한진평택호의 우현 외판(우현 선수 1번 ballast tank부분)과 충돌하였다.

(3) 한편, 한진평택호는 2000. 7. 1. 03:00경 입거수리를 위해 울산항을 출발하여 07:00경 부산항 외항 부근에 도착하였는데 그 무렵 안개 때문에 시계가 악화되자 선교 및 선수에 견시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레이다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다음 부산항 남쪽 묘박지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한진평택호는 07:45경 예정 묘박지인 부산항 N-5 묘박지에 투묘하기 위하여 선수에 앵커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07:46경에는 속도를 약 4노트의 미속(SLOW SPEED)으로 변경하여 침로 240도로 부산항 N-5 묘박지를 향해 접근하던 중, 07:55경 알파레이더상에 우현전방 2시 방향의 N-4 묘박지 부근에서 비교적 빠른 속력으로 남하하는 선박(코랄리호)이 발견되었으나 더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아니한 채 목적지인 묘박지로 진입하였다.

그런데 코랄리호가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하여 진행하여 오자 한진평택호는 선박충돌 방지를 위하여 08:05경 주의환기 신호를 취명하고, 08:07경에는 극좌전타로 변침하였으며, 08:08경에는 엔진을 정지하였고 08:09경 반속(HALF SPEED)으로 후진하는 등의 피항조치를 취하였으나 결국 코랄리호를 피하지 못하고 08:10경 위와 같이 충돌하게 되었다.

(4) 사고 당시의 기상상태는 짙은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100m 이내의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었고, 조류는 북동조류가 1∼2 노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한편, 선박충돌 지점 부근 해상은 주위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이 많고 부산항으로의 출입을 위한 선박통행이 빈번한 지역이다.

(5) 코랄리호가 출항한 장소로부터 충돌지점까지의 거리는 대략 2.35마일이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속도는 4.7노트 정도이나, 코랄리호는 항계를 벗어난 이후 적어도 6.2노트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한진평택호가 07:50경부터 08:08경까지 이동한 거리를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속도는 4.83노트이나, 08:10 충돌 당시의 실제 속도는 4노트 이하였다.

나. 해상교통안전법상의 관련 규정

제13조 (경계)

선박은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의 충돌의 위험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적합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에 의하여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한다.

제14조 (안전한 속력)

① 선박은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유효한 동작을 취하거나 당시의 상황에 적합한 거리에서 정선할 수 있도록 항상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여야 한다.

제15조 (충돌의 위험)

① 선박은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당시의 상황에 적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야 한다.

② 레이다를 설치하고 있는 선박은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성의 유무를 미리 확인하기 위하여 레이다에 의한 장거리 주사와 탐지된 물체에 대한 작도 기타 체계적인 관측을 하여야 한다.

③ 선박은 불충분한 레이다 정보 기타 불충분한 정보에 의하여 다른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6조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

① 선박은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경우에는 될 수 있는대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적절한 선박의 운용상의 관행에 따라 적극적으로 취하여야 한다.

② 선박은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침로 또는 속력을 변경할 때에는 될 수 있는대로 그 변경을 다른 선박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충분히 크게 하여야 하며, 침로나 속력을 소폭으로 연속적으로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

③ 선박은 넓은 수역에서 침로를 변경하여 충돌을 피하고자 할 때에는 적절한 시기에 큰 각도로 침로를 변경하여야 하며, 그에 따라 다른 선박에 접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④ 선박은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때에는 다른 선박과의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두고 통과할 수 있도록 그 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이 경우 그 동작의 효과를 다른 선박이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주의깊게 확인하여야 한다.

⑤ 선박은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거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속력을 줄이거나 기관을 정지 또는 후진하여 선박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어야 한다.

제27조 (제한된 시계에 있어서의 선박의 항법)

② 모든 선박은 시계가 제한된 그 당시의 사정과 조건에 적합한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여야 하며, 동력선은 제한된 시계 내에 있는 경우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③ 선박은 제1절의 규정에 의하여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시계가 제한되어 있는 당시의 상황에 충분히 유의하여 항행하여야 한다.

④ 레이다만으로 다른 선박이 있는 것을 탐지한 선박은 당해 선박과 매우 근접한 상태가 되고 있는지의 여부 또는 당해 선박과의 충돌의 위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당해 선박과 매우 근접한 상태가 되고 있거나 당해 선박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피항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⑤ 제4항의 규정에 의한 피항동작이 침로의 변경만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될 수 있는대로 다음 각 호의 동작은 피하여야 한다.

1. 추월당하고 있는 선박에 대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선박이 자선의 정횡으로부터 앞쪽에 있는 경우 좌현쪽으로 침로를 변경하는 행위

2. 자선의 정횡 또는 정횡으로부터 뒷쪽에 있는 선박의 방향으로 침로를 변경하는 행위

다. 판단

(1)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위 해상교통안전법상의 규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당시 한진평택호는 짙은 안개로 시계가 100m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정박되어 있는 선박 등으로 인해 우현변침이나 대각변침의 어려움이 있는 장소를 통과하고 있던 중 07:55경 레이다를 통해 한진평택호의 우현전방에서 비교적 빠른 속력으로 남하하는 코랄리호를 발견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그 선박과의 충돌을 피하거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을 얻기 위하여 속력을 줄이거나 기관을 정지 또는 후진하여 선박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돌 위험 여부에 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만연히 기존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그대로 진행한 잘못으로 인하여 뒤늦게 기관을 정지 및 후진하고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좌현전타행위로까지 나아간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는 이러한 한진평택호의 항해상의 과실을 한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2) 그러나 한편으로,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위 해상교통안전법상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코랄리호도 시계가 제한된 당시의 사정과 조건에 적합한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여야 하며 다른 선박과의 충돌 위험성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다에 의한 장거리 주사 등의 모든 수단을 활용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선박충돌 당시 짙은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제한되어 있고 주위의 많은 선박들로 인하여 혼잡한 지역을 6.2노트 이상의 상당한 속력, 즉 당시 사정과 조건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속력으로 운항한 사실 및 무중에서 레이다를 통한 주시의무를 태만히 하였거나 레이다에 의한 장거리 주사 등을 불이행하여 08:05경에서야 비로소 한진평택호를 발견하고 뒤늦게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우현전타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코랄리호의 항해상의 잘못도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원고는 코랄리호는 07:55경부터 극미속(DEAD SLOW)으로 진행하였다고 주장하나, 갑11, 12호증의 기재는 이를 믿기 어렵고, 오히려 갑4, 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코랄리호의 충돌 직적 속도는 6.2노트 이상이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결국, 이 사건 선박충돌 사고는 코랄리호의 항해상 과실과 한진평택호의 항해상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인데, 선박충돌 당시의 상황, 선박충돌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코랄리호와 한진평택호의 과실비율은 60:4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7호증의 2, 5, 7, 12∼15, 23∼26, 을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적극적 손해

(가) 구명 라프트 2대 구입비 : 미화 7,000$(이하 $는 미화를 뜻한다)

(원고는 구명 라프트 2대의 구입비로 12,900$를 지불하였다고 주장하나, 갑7호증의 2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 구입비로 12,900$를 지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으므로, 피고들이 을6호증의 기재를 근거로 자인하고 있는 7,000$를 손해로 본다.)

(나) 구명 보우트 구입 및 검사료 : 8,683.39$

① 구명정 검사비 650$

② 구입비 3,200$

③ 운송료 2,520$

④ 싱가폴에서의 운송비 2,313.39$

(다) 수리기사비용 : 13,700.74$

① 좌현 boat deck 수리 관련 비용 8,700.74$

(갑7호증의 21, 22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 수리와 관련하여 15,484.16$를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을6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손해액을 인정한다.)

② 좌현 Wing Bridge 수리 관련 비용 5,000$

(라) 자재비 : 2,630.9$

(갑7호증의 25, 26의 각 일부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자재비로 7,148.79$를 지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을6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손해액을 인정한다.)

(마) 사고 조사비용 및 검정비용 : 4,475.03$

(원고는 위 비용 이외에 갑7호증의 17∼19의 각 기재를 근거로 로이드사의 피라에우스, 바레인, 비사카팟남에서의 조사비용 합계 3,139.89$도 추가로 청구하고 있으나, 충돌직후 부산항에서의 조사비용 이외에 위 조사비용까지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바) 원고는 위 손해액 이외에 선원들이 한 임시수리비, 초과근무수당, 통신비, 사고관련 대리점의 초과근무비용 등 합계 9,557.71$도 이 사건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에 포함하여 이를 청구하고 있으나, 위 금액들은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거나 사실상 위 인정손해와 중복청구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유 없다.

(2) 일실 손해 : 8,689.70$

(가) 사고조사 및 선박 수리를 위한 운행 지체 등으로 인한 일실손해 6,398.35$

(나) 수리기간 동안의 유류비 2,291.35$

나. 원고의 손해배상채권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로 인한 원고의 위 손해 합계액 45,179.76$ 중 원고의 과실비율 상당액 27,107.86$(45,179.76$ × 0.6)를 공제하면 결국 피고들은 원고에게 18,071.90$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상계주장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는 코랄리호와 한진평택호의 쌍방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였으나, 선박충돌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그 손해배상채권을 재판상 청구하지 아니하여 위 채권이 소멸하였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피고들은 만일 피고들이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면 민법 제495조 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채권으로써 원고의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원고는 상법 제848조 의 규정에 의한 선박충돌채권의 행사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소멸시효기간과는 달리 위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나. 제척기간이 경과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의 허용 여부

민법 제495조 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척기간이 경과된 채권의 경우에도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결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 제495조 를 규정한 이상,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채권의 당사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위와 같은 상황에서 형성된 신뢰를 보호함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통상의 거래관념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채권의 행사기간이 단지 제척기간이라는 사유만으로 당사자 신뢰 보호의 필요성이 없다거나 달리 판단되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인바(이미 상계적상의 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채권의 제척기간이 경과되었거나 곧 경과될 것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신뢰에 반한 채권행사를 한다면 신의칙에 반할 우려도 있다), 제척기간이 경과된 채권의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 의 유추적용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선박충돌채권과 같이 1개의 선박충돌사실에 근거하여 발생한 2개의 손해배상채권은 충돌 당사자 상호간에 부담하는 의무의 실질적, 경제적 평등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이나, 민법 제495조 를 유추적용하지 않는 경우 쌍방과실로 인한 선박충돌시의 손해배상방법에 대한 단일책임설(쌍방과실로 인한 선박충돌시 손해가 많은 일방의 선주만이 상대방에 대하여 처음부터 하나의 손해배상청구권만이 발생할 뿐이라는 입장)과 교차책임설(각 선주는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각각 상대방의 과실비율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며 이를 가지고 서로 상계할 수 있다는 입장) 사이에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제척기간이 경과한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495조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상계를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2000. 10. 25.자 준비서면에 의한 피고들의 상계 의사표시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상계

(1) 피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을10호증, 을12호증의 1∼3, 을13호증, 을14호증의 1, 2, 을15호증의 1∼3, 을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이 사건 충돌사고로 인한 한진평택호의 외판교체비용으로 32,963,700원, 그 사고조사 및 검정비용으로 4,266,000원과 1,800$를 지출한 사실, 피고들이 한진중공업에 외판교체비용 등을 지불한 2000. 9. 15. 당시의 환율이 1$당 1,119.9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피고들은 위 비용 이외에 일반비용 합계 60,879,250원도 이 사건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하여 주장하고 있으나, 한진평택호의 실제 일실손해액 등은 별론으로 하고 을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비용이 이 사건 선박충돌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로 인한 피고들의 손해액은 35,043.77${33,243.77$(37,229,700 ÷ 1,119.90) + 1,800$}이나, 위 금액 중 피고들의 과실 비율 40% 상당액인 13,297.51$를 공제하면, 결국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21,026.26$이다.

(2) 정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18,071.90$임에 반해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21,026.26$이었는바, 피고들의 적법한 상계 의사표시에 따라 대등액인 원고의 손해배상채권 전부가 상계로 인하여 소멸되었으므로 더 이상 이 사건 선박충돌사고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신(재판장) 권성수 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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