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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도395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부정처사후수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문서변조·변조공문서행사·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군사기밀보호법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제3자뇌물취득]
판시사항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 상륙함사업팀장 피고인 갑과 함정사업부장 피고인 을이 차기수상함구조함(ATS-Ⅱ, 통영함)에 탑재할 선체고정음탐기 구매사업을 진행하면서 공모하여, 병 주식회사의 제안서 평가결과 작전운용성능 등 성능입증자료의 제출이 없어 요구조건 미충족임에도 업무상 임무에 위반하여 평가결과를 모두 ‘충족’이라고 기재하여 음탐기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행사함으로써 방위사업청으로 하여금 병 회사와 성능 미달의 음탐기 납품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대한민국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 상륙함사업팀장 피고인 갑과 함정사업부장 피고인 을이 차기수상함구조함(ATS-Ⅱ, 통영함)에 탑재할 선체고정음탐기 구매사업을 진행하면서 공모하여, 병 주식회사의 제안서 평가결과 작전운용성능 등 성능입증자료의 제출이 없어 요구조건 미충족임에도 업무상 임무에 위반하여 평가결과를 모두 ‘충족’이라고 기재하여 음탐기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행사함으로써 방위사업청으로 하여금 병 회사와 성능 미달의 음탐기 납품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대한민국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준환 외 6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무기체계 구매사업의 전반적 진행 절차 및 관련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차기수상함구조함(ATS-Ⅱ, 이하 ‘통영함’이라고 한다) 탑재 선체고정음탐기(이하 ‘이 사건 음탐기’라고 한다)를 중심으로 본 무기체계 구매사업의 전반적 진행 절차와 관련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음탐기를 비롯한 통영함 탑재 장비의 구매사업은 방위사업청이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된 작전운용성능(ROC) 및 해군의 의견을 반영하여 입찰조건에 해당하는 제안요청서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입찰절차를 거쳐 ‘시험평가 및 협상 대상 장비’를 선정하면 해군본부에서 시험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방위사업청이 기종을 결정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해당 장비가 납품되면 해군본부의 수락시험을 거쳐 통영함과 함께 해군에 인도되는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나.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은 방위사업청 사업관리실무위원회가 2009. 3.경 이 사건 음탐기를 비롯한 6종의 관급장비에 대한 구매계획이 포함된 ‘관급경쟁장비 구매계획(안)’을 의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 상륙함사업팀(이하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이라고 한다)은 2009. 4.경 이 사건 음탐기의 제안요청서(안)을 작성하여 제안요청서 검토위원회의 심의·의결 및 함정사업부장, 사업관리본부장의 결재를 거쳐 제안요청서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설명회를 개최하였으나, 2009. 6.경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였고, 재입찰 공고절차까지 거쳤으나 공소외 1 회사 외에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었다. 한편 이 사건 음탐기에 관한 해군의 요구성능은 기존 평택함, 광양함의 구형 음탐기 사양을 기준으로 작성되었고 그것이 제안요청서에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공소외 1 회사는 해군의 요구성능을 훨씬 상회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제안서평가팀(팀장 해군 대령 공소외 2)은 2009. 6. 30.경부터 2009. 7. 2.경까지 공소외 1 회사의 제안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일부 항목(필수조건 1개, 선택조건 2개)을 ‘조건부 충족’으로 판정하는 외에 나머지 항목 모두 ‘충족’으로 판정하였고,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은 2009. 7.경 그 제안서 평가결과를 토대로 공소외 1 회사가 제안한 ○○○(△△△△△△)사의 제품을 ‘시험평가 및 협상 대상 장비’로 선정하였다.

그에 따라 해군본부 전력시험분석평가단(이하 ‘전평단’이라고 한다)은 2009. 8.경 시험계획평가서를 작성하고 방위사업청 분석시험평가국(이하 ‘분평국’이라고 한다)의 확정절차를 거친 다음 그 계획서에 따라 2009. 9. 3.경부터 2009. 10. 9.경까지 이 사건 음탐기에 대해 직접 시험평가를 실시하였고, 그 무렵 방위사업청은 시험평가와 별도로 공소외 1 회사와 협상을 시작하였다. 해군본부 전평단은 2009. 10. 21.경 작전운용성능, 군 운용 적합성 등 시험평가항목 전부를 ‘충족’으로 판정한 시험평가결과를 방위사업청 분평국에 통보하였고, 방위사업청 분평국은 2009. 11. 2.경 위 시험평가결과에 대한 검토를 거쳐 이 사건 음탐기에 대하여 ‘전투용 적합’이라는 판정 결과를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에 통보하였다.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는 2009. 11. 18. 공소외 1 회사와 이 사건 음탐기 구매 가계약을 체결하였고,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은 위 시험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건 음탐기 기종결정(안)을 작성하여 사업관리실무위원회에 상정하고 2009. 11. 25. 위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2009. 11. 30. 사업관리본부장의 최종 결재를 받음으로써, 위 가계약이 2009. 12. 3. 본계약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다.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장인 피고인 3은 통합사업관리팀장으로서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다만 위와 같은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의 여러 절차 중 피고인 3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업무는 제안요청서(안) 작성, 사업설명회 개최 및 제안서 접수, 대상 장비 선정(안) 작성, 시험평가와 별개로 진행된 공소외 1 회사와의 협상, 기종결정(안) 작성 등이었고, 제안서 평가는 제안서평가팀에서, 시험평가는 방위사업청 분평국 주관 아래 해군본부 전평단에서 각 실시하고, 제안요청서(안) 및 기종결정(안) 등은 별도의 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었다. 한편, 피고인 5는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피고인 3의 상위 결재권자이자 사업관리실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에 관여하였다.

라. 위와 같이 체결된 이 사건 음탐기 구매계약에 따라 2011. 6. 24.경 공소외 1 회사가 납품한 이 사건 음탐기가 통영함에 탑재되었으나, 2013. 5.경부터 2013. 12.경까지 해군본부에서 실시한 통영함 운용시험평가 및 시운전평가 결과, 공소외 1 회사가 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최대탐지거리 OOOO미터’는커녕 제안요청서에 반영된 해군의 요구성능인 탐지거리 OOO야드 이상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수심 OOO미터에서 침몰선박 접촉 불가, 방위거리 오차 과다 발생’ 등을 사유로 ‘전투용 부적합’으로 판정되었다. 이후 이 사건 음탐기의 성능 개선을 추진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방위사업청은 2014. 12. 27.경 공소외 1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음탐기 구매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기에 이르렀고, 그로 인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외에도 통영함의 적기 전력화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마. 검사는 위와 같은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의 실패 원인이 기존 평택함, 광양함의 구형 음탐기 사양이 군 요구성능에 반영된 점, 성능입증자료 없이 시험평가결과를 모두 ‘충족’으로 판정하는 등 시험평가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하고 요구성능을 만족하지 못하는 이 사건 음탐기의 구매절차를 중단하지 않은 점 등에 있다고 보고, 별건으로 해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 전력소요처 전력소요과장 공소외 3 등을 군 요구성능 작성과 관련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해군본부 전평단 시험평가처장 공소외 4, 해군참모총장 공소외 5 등을 시험평가결과와 관련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각 기소하였고,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 행사하고 임무위배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피고인 3, 피고인 5를 이 사건으로 기소하였다. 또한 검사는 통영함과 소해함 후속함에 탑재할 가변심도음탐기 구매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고 가변심도음탐기의 제안요청서를 변조·행사하였다는 혐의로 피고인 1과 위 소해함 탑재 장비의 납품을 해군 및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에게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1 회사 등을 운영하는 공소외 6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 사건 음탐기 납품과 관련하여 해군참모총장에게 전달하라는 명목으로 공소외 6으로부터 뇌물을 교부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피고인 2 역시 이 사건으로 기소하였다.

2. 검사의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고, 각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기소되었다.

피고인 3은 통영함 탑재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을 총괄하던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장, 피고인 5는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다. 피고인 3, 피고인 5는 공모하여, 공소외 1 회사가 제안한 이 사건 음탐기의 제안서 평가결과 작전운용성능 등을 충족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시험평가 자료의 제시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조건부 충족’ 판정을 받았고 그 후 시험평가를 거칠 때까지도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사업관리실무위원회에 상정할 기종결정(안)의 기재사항 중 ‘필수조건 및 선택조건의 충족 여부’를 기재함에 있어, 실제로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위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제안서 평가 시에 ‘조건부 충족’으로 판정되었던 사유 등을 있는 그대로 기재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음탐기에 대한 기종결정(안)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마치 이 사건 음탐기가 제안서 평가 시 ‘조건부 충족’ 처리된 사실이 없거나 그 사유가 해소된 것처럼 제안서 평가결과를 모두 ‘충족’이라고 기재하여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한 다음 사업관리실무위원회 위원들에게 회의 자료로 배부하고, 사업관리본부장의 결재를 받으면서 이를 제시하여 행사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이 기종결정 직전 단계인 시험평가 시까지 성능입증자료 제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음탐기는 요구조건 미충족임이 확인되었으므로 그 구매절차를 중단하는 등 구매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이 사건 음탐기의 성능입증자료 제출 시기를 연기하여 주고 허위의 기종결정(안)을 작성함으로써 방위사업청으로 하여금 성능 미달의 이 사건 음탐기에 관하여 공소외 1 회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결국에는 공소외 1 회사에 미화 3,401,000달러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대한민국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3, 피고인 5에게 위 공소사실과 같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거나 공소외 1 회사에 이익을 주고 대한민국에 손해를 가하려는 배임의 범의를 가지고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살피건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허위공문서작성 및 배임죄에 관한 피고인 3, 피고인 5의 범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못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된다.

1)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기존의 노후함인 평택함, 광양함에 설치된 ○○○(△△△△△△)사의 구형 음탐기 정도의 사양이 새로 발주하는 통영함에 탑재할 음탐기에 대한 군 요구성능으로 제시되어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이 작성한 제안요청서(안)에도 그대로 반영된 점이 지적되기는 하나, 상륙함사업팀장인 피고인 3이나 함정사업부장인 피고인 5가 군 요구성능 작성 과정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사의 음탐기를 취급하는 공소외 1 회사의 입찰 참여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절차를 유리하게 진행하려고 그와 같이 충분하지 못한 요구성능으로 제안요청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통영함 탑재장비 등 무기체계 구매사업의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대상 장비를 선정하고 기종을 결정하는 데 특히 중요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제안서 평가는 피고인 3이 속한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이 아닌 별도의 제안서평가팀에서 하고, 시험평가는 방위사업청 분평국의 주관 아래 해군본부 전평단에서 하도록 되어 있으며, 제안요청서(안) 및 기종결정(안) 등은 각각 위원회를 구성하여 거기에서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는 등 구매사업의 절차구조상 피고인 3이 사업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 의도대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피고인 3의 상위 결재권자인 함정사업부장 피고인 5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보인다.

2) 또한 이 사건 음탐기의 군 요구성능 자체가 높은 수준이 아니었던 데다가 이미 평택함 등에 탑재된 음탐기 납품 실적이 있던 ○○○(△△△△△△)사의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제안된 이 사건 음탐기가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거나 문제가 많은 장비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고인 3, 피고인 5가 다른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리하게 절차를 진행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할 수 없다.

이 사건 음탐기에 대한 해군본부 전평단의 시험평가결과가 작전운용성능, 군 운용 적합성 등 모든 항목을 충족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방위사업청 분평국에서 다시 검토를 거쳐 전투용 적합으로 판정한 이상, 피고인 3은 이 사건 음탐기의 성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이를 뒤집고 피고인 3이 이 사건 음탐기가 성능 미달이고 문제가 많은 장비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려면 그에 관한 충분한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와 같이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

3) 이 사건 음탐기가 제안서 평가를 거쳐 ‘시험평가 및 협상 대상 장비’로 선정된 이후 시험평가를 마칠 때까지도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은 공소외 1 회사로부터 별다른 자료 제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시험평가 과정에서 해군본부 전평단의 요청으로 공소외 1 회사가 2회에 걸쳐 작전운용성능 등 시험평가 항목에 대한 추가 답변을 한 바 있고, 게다가 군 운용 적합성 항목 중 진동, 소음, EMI, EMC에 관한 시험성적서는 시험평가 이전에 해군본부 전평단과 방위사업청 분평국에 의하여 작성·확정된 시험평가계획서의 시험평가방침에 이미 ‘기종 결정 후 납품 이전 시까지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러한 시험평가 조건의 결정과 시험평가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었던 피고인 3, 피고인 5로서는 해군본부의 시험평가결과를 신뢰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하는 외에 추가 심사를 위해 절차를 중단하거나 그 밖의 다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볼 만한 특이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피고인 3, 피고인 5에게 범의가 인정되려면 해군본부 전평단의 시험평가 과정이 단순히 절차적으로 미흡하였다는 점을 넘어서 그 결과가 명백히 잘못되었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음탐기 구매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자칫 해군이나 국가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는 사정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을 증명할 증거는 현저히 부족하다.

4) 한편, 방위사업관리규정(2009. 8. 5. 방위사업청훈령 제101호로 개정된 것)에 의하면, 기종결정(안)에 포함하여야 하는 내용 중 하나로 ‘대상 장비의 조건충족 상태, 필수조건 및 선택조건 충족 여부’가 규정되어 있고(제223조 제7항 제3호), 「무기체계 구매사업 제안서 및 기종결정 평가 지침」(2009. 8. 20. 방위사업청지침 제2009-54호로 개정된 것)도 기종결정(안)에는 위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제18조 제2항 제3호) ‘통합사업관리팀장은 시험평가결과, 협상결과 및 비용요소평가결과를 근거로 기종결정(안)을 작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8조 제1항).

그런데 제안서 평가는 제안서가 제출된 장비를 ‘시험평가 및 협상 대상 장비’로 선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이고, 위 규정에서 ‘대상 장비’라 함은 이러한 제안서 평가를 거쳐 시험평가 및 협상의 대상으로 선정된 장비를 말한다. 또한 위 지침은 기종결정(안)을 시험평가결과 등을 근거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므로, 결국 위 규정 및 지침의 ‘필수조건 및 선택조건 충족 여부’는 시험평가 과정에서 그러한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기재하도록 한 것이고, 그 이전 단계인 제안서 평가과정에서 평가된 내용은 이미 대상 장비의 선정 단계를 지나 기종결정을 하는 데 이르러서는 크게 비중 있는 고려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기종결정(안)에 제안서 평가결과를 기재하는 이상, 제안서 평가 당시 조건부 충족된 항목이 존재하였다는 점을 기재하는 것이 사업관리실무위원회 위원들에게 기종결정(안) 심의와 관련하여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이 기종결정(안)에 제안서 평가결과를 모두 ‘충족’이라고 기재한 것에 이 사건 음탐기를 납품한 공소외 1 회사에 유리하게 편의를 봐 주려는 등 어떤 숨은 의도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원심도 인정하였듯이 기종결정(안)에 제안서 평가결과를 기재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명확한 업무처리지침 내지 관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3은 기종결정(안)의 작성실무를 담당한 공소외 7과 함께 기존의 선례를 참조하여 기종결정(안)을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나아가 기종결정(안)에는 시험평가결과의 상세한 기재는 물론 일부 항목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납품 전까지’ 제출받기로 하였다는 취지가 명확히 드러나 있으므로 위원회 위원들이 기종결정을 하는 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5) 검사는 피고인 3이 제1심 법정에서 처음에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범행을 자백하다가 이를 번복하였다면서 원심이 자백의 신빙성 등에 관한 판단을 유탈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3이 자백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는 제1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 3은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의 진행 경과 및 업무처리 관행, 기종결정(안) 작성의 경위 등에 관하여 상세히 진술하면서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다투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어 자백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검사는 피고인 3, 피고인 5가 기종결정 시까지 이 사건 음탐기의 성능을 입증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원심이 판단을 유탈하였다고 주장하나,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 역시 시험성적서 등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제출시기를 납품 전까지 연기해 주었음을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6) 무엇보다도 피고인 3, 피고인 5가 공소외 1 회사를 운영한 공소외 6이나 이 사건 음탐기 사업의 이른바 에이전트로서 당시의 해군참모총장 공소외 5의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피고인 2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는 등의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가 밝히고 있는 피고인 3, 피고인 5의 범행 동기, 즉 피고인 5는 진급을 위하여 공소외 5의 동기인 피고인 2의 청탁을 받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거나, 피고인 3은 군 위계질서상 상급자인 피고인 5의 부당한 지시를 어길 수 없어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배임행위에 이르렀다는 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살펴보아도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검사가 들고 있는 피고인 3의 진술이나 공소외 2, 공소외 8의 진술 등을 살펴보면, 해군으로서는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의 예산불용 등을 방지하고 적기 전력화를 위해 연내에 사업을 추진하여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에 관한 해군지휘부의 관심이 당시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해군 소속의 현역 소장이었던 피고인 5 및 대령이었던 피고인 3 등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을 담당하던 해군 담당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일 뿐이다.

7) 결과적으로 성능 미달의 이 사건 음탐기가 납품된 것과 관련하여 검사 주장대로 피고인 3이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의 통합사업관리팀장으로서 최종적인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더라도,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3은 물론 피고인 5 등 담당자들이 업무처리상 치밀함 등이 부족하였다고 탓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부터 피고인 3, 피고인 5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배임의 범의가 당연히 도출된다고는 볼 수 없다.

8) 더하여 국방과학연구소 등 전문기관은 공소외 1 회사가 제안서에 제안한 대로만 이 사건 음탐기를 제작·납품하였더라면 군 요구성능 내지 작전요구성능 등을 만족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고, 이 사건 음탐기가 납품되어 통영함에 탑재된 때는 기종결정 이후로도 1년 6개월이 경과한 후인 데다가 해군이 운용시험평가 및 시운전평가를 한 때는 그 후로도 2년이 지난 시점으로 기종결정 이후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이 사건 음탐기 구매사업 등 일련의 절차가 더 진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음탐기 관련 사업실패의 원인에는 이 사건 음탐기를 대상 장비로 선정한 후 시험평가 과정에서 필요한 성능을 갖추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잘못뿐 아니라 본계약 체결 이후 사업관리 등 후속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공소외 1 회사 측이 당초 제안서의 성능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등이 두루 관련되어 있다고 보이고, 특히 공소외 1 회사가 군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음탐기를 납품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구매사업에 참여하여 결국에는 성능 미달의 이 사건 음탐기를 납품한 것이라면 단순 채무불이행을 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3, 피고인 5에게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결국 원심이 피고인 3, 피고인 5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하고 허위공문서작성죄에 있어서 범행의 고의,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확정함에 있어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판단을 유탈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9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공소외 6, 공소외 10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의 점, 2010. 6. 1.자 공문서변조 및 행사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에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또한 원심판결에 양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결국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되므로,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문서변조행위에 관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점은 있으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0. 5. 24.자 공문서변조 및 행사의 점, 부정처사 후 수뢰의 점에 대하여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문서변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의 점 및 제3자 뇌물취득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알선행위의 타인성, 공소장변경,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한편, 피고인 2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유죄 부분인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6. 피고인 4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4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경우 원심판결에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죄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되므로, 피고인 4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7. 결론

그러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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