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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5.21.선고 2014가합572715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가합572715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10. J.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4. 9.

판결선고

2015. 5. 21.

주문

1. 원고 E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A, B, C, D, F, G, H. I, J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별지 청구금액 기재 각 표 중 해당 순번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1979. 12.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본적인 사실관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A 관련 사실

1) 원고 A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전주지방법원 79고합131호로 기소되었다가, 긴급조치 제9호가 1979. 12. 8.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되어 그 형이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1979. 12. 14. 면소판결을 받았다. 원고 A은 1979. 8. 16.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속되어 107일 동안 구금 상태에 있다가 1979. 11. 30. 보석허가를 받아 석방되었다. 2) 원고 B은 원고 A의 처, 원고 C, D은 원고 A의 자녀들이다.

나. 원고 E 관련 사실

1) 원고 E는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서울형사지방법원 성북지원 75고합187호로 기소되어, 1975. 11. 18.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75도1564 사건에서 1976. 3. 4.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으며,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원고 E는 1975. 6. 13.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속되어 266일 동안 구금 상태에 있다가, 1976. 3. 4. 집행유예 판결에 따라 석방되었다.

2) K은 원고 E의 부, 원고 F은 원고 E의 모, 원고 G, H, I, J는 원고 E의 형제자 매들이다. K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인 2013. 4. 17. 사망하였다.

2. 원고들의 청구원인

원고 A, E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연행되어 장기간 구금되었고, 원고 A은 재판 후에도 사찰을 받았다. 그런데 위 긴급조치는 위헌·무효이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체포이유·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체 원고 A, E를 체포하였고,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하여 재판하고 원고 A, E를 구금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 A, E와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 기재 각 표와 같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원고 E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은 것에 대하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금지급 결정에 동의하였으므로, 원고 E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은 것과 관련한 일체의 손해에 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원고 E 및 그 가족인 원고 F, G, H, I, J가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나, 판단

1) 법리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민주화보상법의 입법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 의료지원금 ·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 절차를 통하여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보상심의위원회가 신청인이 신청한 내용 중 일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민주화 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등 참조).

2) 원고 E가 제기한 소의 적법 여부 이 법원의 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E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한 것에 대하여 보상심의위원회에 생활지원금의 지급을 신청하였고, 보상심의위원회는 2005. 10. 12. 원고 E에게 지급할 생활지원금을 13,970,340원으로 결정하였으며, 원고 E는 2005. 10. 17. 위 생활지원금 결정에 이의가 없고 이를 지급받겠다는 의사와 아울러 화해계약이 성립함을 확인한다는 의사가 기재된 '동의 및 청구서'를 작성하여 보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다음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등으로 인하여 원고 E가 입은 피해 일체, 특히 위자료를 포함한 모든 피해에 대하여 원고 E와 피고 사이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이미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원고 E가 제기한 이 사건 소는 위 재판상 화해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

3) 원고 F, G, H, I, J가 제기한 소의 적법 여부

원고 F, G, H, I, J가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어떠한 결정을 받거나 보상금 등을 받았다거나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 F, G, H, I, J가 원고 E와 가족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에 대하여 원고 E가 동의함으로써 발생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원고 F, G, H, I, J에게 미친다고 볼 근거도 없다.

피고의 이 부분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원고 E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법리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 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 무효라고 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 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이를 신뢰하고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나, 판단

원고 A이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가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되어 면소판결을 받은 사실, 원고 E가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원고 A, E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하였다거나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 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에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갑 제4호증의 3, 4,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E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75노1564 사건에서 1976. 3. 4. 유죄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그 후 서울고등법원 2014재노12호로 재심을 청구하여 2014. 4. 9. 원고 E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위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내용의 재심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유죄판결과 관련한 수사 및 재판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갑 제10호증(원고 E 작성의 진술서)의 기재만으로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재판 후에 원고 A을 위법하게 사찰하였다거나, 그 밖에 수사 및 재판 과정 또는 그 후에 원고 A, E에게 어떤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원고 A, B, C, D, F, G, H, I, J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E가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원고 A, B, C, D, F, G, H, I, J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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