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누2555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원고
1. 주식회사 A(등록번호 : B)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A(등록번호 : C)
2. D 주식회사
3. 주식회사 E
4. F 주식회사
5. 주식회사 G (변경 전 : 주식회사 H)
6. I 주식회사 (변경 전 : 주식회사 J)
7. 주식회사 K
8. 정리회사 주식회사 L의 관리인 M의 소송수계인
I 주식회사
9. 주식회사 N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환송전판결
변론종결
2014. 6. 27.
판결선고
2014. 7. 25.
주문
1. 피고가 2010. 6. 16. 원고들에 대하여 의결 O로 한 별지 목록 제1, 2항 기재 시정명령 및 제6항 기재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총비용 중 3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6. 16. 원고들에 대하여 의결 O로 한 별지 목록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별지 목록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에서, 환송 전 당심이 같은 목록 제5항 기재 시정명령과 제6항 기재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 사실, 이에 쌍방이 각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이 환송 전 판결 중 같은 목록 제1, 2항 기재 시정명령과 제6항 기재 과징금납부명령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이 법원으로 환송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이에 따라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같은 목록 제1, 2항 기재 시정명령 및 제6항 기재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들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에 관한 부분에 한정된다.
2. 이 사건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지위 및 시장점유율 등
원고 주식회사 A, D 주식회사, F 주식회사, 주식회사 G, 주식회사 J,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 N, 주식회사 E, 그리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지 않은 주식회사 P 및 주식회사 Q1)(이하 이들을 통틀어 '원고들 등'이라 한다)는 희석식 소주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들 등은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 합계 10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9. 8. 기준 원고들 등의 출고량 및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현황을 살펴보면, 1위 사업자인 J가 전체 출고량의 50.82%, 전체 매출액의 51.46%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9개 소주 제조사가 출고량, 매출액에서 각각 1% 내지 13%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세청은 주류업체들에 대한 주류면허권 외에 과세권, 조사권을 통해 주류업체들의 사업활동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고, 주정생산원료의 배정, 주정출고가격, 주정판매가격, 소주 출고가격 등 전체 생산단계에 대하여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
나.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0. 6. 16. 의결 O로, 원고들 등이 아래와 같이 2007. 5.과 2008. 12. ~ 2009. 1. 두 차례에 걸쳐 소주 출고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한 행위(다만 P의 'R'은 후자 관련 합의 대상에서 제외)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다만 그 중 과징금납부명령은 원고들의 제2차 소주가격 인상합의 부분에 대하여만 부과되었다)을 하였다.
1) 2007. 5. 제1차 소주 출고가격 인상
2) 2008. 12. ~ 2009. 1. 제2차 소주 출고가격 인상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3,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합의의 부존재
원고들이 국세청의 가격규제 정책으로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제1, 2차 가격 인상과 같은 가격결정 공동행위를 할 이유가 없었고, 실제로 가격결정 공동행위를 한 적도 없으며, 원고들의 가격인상 외형이 동일하다고 보이는 이유는 원고들이 가격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국세청의 가격 규제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국세청의 가격 통제를 받는 소주시장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발령 여부나 그 액수 등에 관하여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합의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갑 2 내지 8, 12, 21 내지 23, 26, 33, 35 내지 38호증, 을 8호증의 1, 4, 을 9호증, 을 11호증의 3, 을 18, 19호증, 을 26호증의 4의 각 기재, 증인 AD, AE, AF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비록 원고들이 사장단 모임에서 가격 인상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었고, 원고 J의 가격 인상 후 곧이어 나머지 원고들도 가격을 인상하였으며, 그 인상률이나 인상 시기가 원고 J와 유사하여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외형이 존재하지만, 이는 각 지역별로 원고 J와 해당 지역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시장구조에서, 국세청이 원고 J를 통하여 전체 소주업체의 출고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고 있는 소주시장의 특성에 따라 나머지 원고들이 국세청의 방침과 시장상황에 대처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 원고들 사이에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고가 제1, 2차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의 증거라고 제출한 그 밖의 자료들을 살펴보아도, 원고들 등 주요업체 사이에 소주 출고가격의 인상 여부, 인상률, 인상 시기 등에 관하여 합의하였음을 추단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
① 종래 주류에 관하여는 주세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여 주세보전 등의 목적으로 가격규제가 이루어졌고, 이를 위하여 최고기준가격 제도, 가격고시제, 사전신고제가 차례로 시행되다가 1999. 9. 1.부터 현재와 같은 출고가격 사전신고제가 시행되었으며, 주세법과 그 시행령에는, 국세청장이 주세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주류제조자 등에게 가격 등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고, 주세보전, 주류 유통관리를 위하여 주류제조자 등에 대하여 주류 출고가격 및 가격변경 신고 등에 관하여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국세청은 물가안정 및 주세보전 등의 목적을 위해 위와 같은 법령 등의 규정을 넘어서 뚜렷한 근거 없이 소주 출고가격을 관리하는 행위까지도 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소주시장에서 가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고 J로 하여금 소주 출고가격 인상률 등을 사전에 국세청과 협의하도록 하고 그 가격 인상 여부, 인상률 및 인상 시기를 국세청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이는 국세청이 전국의 모든 소주 업체를 상대하는 대신 지역별 과점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주시장에서 모든 지역에 소주를 판매하면서 전국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원고 J에 대하여만 가격을 규제하면, 나머지 소주업체들은 원고 J에 대한 가격 인상 승인내용을 국세청의 의사인 것으로 파악하여 그와 별 차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각자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므로 기대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② 한편 원고 J는 구 AG와 기업결합을 할 당시 피고가 내렸던 시정명령으로 인하여 2011. 1. 24.까지는 소비자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출고가격을 인상할 수 없는 처지였고, 국세청 역시 물가안정 등을 위해 원고 J가 요구하는 가격 인상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인상률만을 허용하였으며, 나머지 소주 업체들도 국세청의 가격통제에 순응하여 원고 J에 대한 국세청의 가격 인상 승인 내용에 따라 각자의 가격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결정해 왔으므로, 소주 업체들이 가격 인상 여부 및 인상률 등을 결정함에 있어 재량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특히 제2차 가격 인상이 있을 무렵에는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에 소주를 포함시켰고, 이에 따라 국세청이 위에서 본 방법으로 원고 J를 통하여 소주 출고가격을 통제함으로써 가격 인상을 억제하였다. 이와 같이 종래 소주 업체들은 물가상승률에 근접하는 가격 인상만이 승인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처지였던 까닭에 원고 J가 가격을 인상할 때에는 다른 업체들도 곧바로 가격을 인상해 왔고, 2002년 이후 5회에 걸쳐 원고 J가 가격을 인상할 때 다른 소주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적은 전혀 없었다.
③ 한편 출고가격 인상이 예상될 경우 주류도매상의 사재기 등 불법유통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다는 등의 이유로 국세청이나 원고 J는 가격 인상에 관한 사전협의 과정 등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원고 J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로서는 자신들이 출고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원고 J에 대한 국세청의 가격 인상 승인이 선행되어야 하는 데다가, 출고가격 인상을 예상한 주류도매상의 가수요에 대응하고 승인된 범위 내에서 경쟁력 있는 인상률을 책정하는 등 승인되는 가격 인상의 정도와 시기에 따라 적절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또한 소주시장은 지역별 과점시장이라는 특성에 따라 대개 지역별로 원고 J와 해당 지역 업체가 그 지역시장 대부분을 분점하면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로 원고, J 이외의 소주 업체들에게는 원고 J에 대한 국세청의 가격 인상 승인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 경영활동의 하나였고, 이를 위해 이들은 주로 주류도매상 등을 통해 원고 J의 가격 인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왔으나, 그 반면 이들 업체가 원고 J 이외의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계획에 관심을 가지거나 나아가 서로 가격을 담합할 유인(誘引)은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④ 피고가 원고들 등 소주 업체들 사이에 제1차 가격 인상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로 제출한 원고 N의 임원인 AH이 작성한 2007. 4. 10.자 업무수첩에는 '원고 D과 원고 E은 둘 사이의 경쟁 때문에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반면, 원고 E의 임원인 AI가 작성한 2007. 4. 11.자 업무수첩에는 '원고 D과 원고 E은 원고 J의 가격 인상 시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등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것임에도 가격 인상 여부조차 서로 상반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과정을 통해 취득한 부정확한 정보를 기재하여 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 밖에 피고가 1차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의 증거로 제출한 자료들을 살펴보아도 이 역시 원고 J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주류도매상 등으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기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⑤ 피고가 제2차 가격 인상을 논의하였다고 지목하는 2008. 10. 10. 제210회 AJ 모임에는 원고들 중 5개 업체가 불참하였다는 것인데, 가격 인상과 같은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에 업체들의 상당수가 불참하였다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거기에 불참한 특정 지역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업체들과 원고 J사이에서만 가격 인상이 논의 되었다고 한다면 이 또한 소주시장이 지역별로 원고 J와 해당 지역업체에 의한 과점시장인 점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또한 통상 시장 참여자는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제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인데, 원고 J가 전체 매출액의 거의 80%를 차지하는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서 실질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P과 P이 제조하는 경쟁 상품인 'R'의 가격과 관련해서는 전혀 담합을 하지 않은 채 다른 지역 업체들과 사이에서만 가격 담합을 하였다는 피고의 주장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⑥ 한편 피고가 이 사건 담합의 당사자에서 제외한 P은 2006. 2.에 소주 'R'을 병당 730원에 최초 출시하여 병당 800원인 원고 J의 주력 상품 'AK'과는 70원의 가격차가 있었는데, 오히려 국세청이 2006. 11.경 원고 J와 비슷한 수준으로 'R'의 가격을 인상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P은 2006. 12.경 가격을 770원으로 인상한 후 2007. 5.에는 819.36원까지 인상함으로써 당시 'AK'의 가격 839.36원과의 격차가 20원에 불과하게 되었다. 또한 국세청은 제2차 가격 인상 당시 다른 업체와 비교하여 인상이 지연될 경우 도매상의 사재기 등 불법유통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 F에 대하여 인상 시기를 앞당기도록 지도하기도 하였다.
⑦ 위와 같이 국세청은 원고 J의 소주 출고가격을 통제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업체들의 가격도 일정 범위 내에서 함께 움직이도록 직·간접적으로 관리하였는데, 이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소비재인 소주가격을 통제함으로써 물가안정을 꾀함과 더불어 소주라는 상품과 그 소비시장의 특성상 특정 업체만 출고가격을 낮추게 되면 그에 비례하여 세수는 감소하는데도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아 결국 중간도매상의 이윤만 증가시킨 채 사재기 등의 유통상 혼란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 등 사이에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은 원고들 사이에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강원
판사 강상욱
판사 정재훈
주석
1) 이들을 각각 "A", "D", "F", "G", "J", "K", "L", "N", "E", "P"(다만 P은 2009. 3. 2. 주식회사 Q에 주류사업 부문을 양도하였다), "Q"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