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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3. 11. 8. 선고 2012누24223 판결
[과징금등처분취소청구] 상고[각공2014상,37]
판시사항

[1] 사업자 사이에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것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예외적으로 정보교환 행위에 대하여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2] 라면 제조·판매 사업을 하는 갑 주식회사가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 갑 회사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들도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 6차례에 걸쳐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비슷한 시기에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갑 회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갑 회사 등의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 제5항 등 관계 규정의 내용, 형식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자 사이의 정보교환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의 금지 유형에 별도로 규정된 바 없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의 법률상 추정 사유 중 하나인 ‘사업자 간 접촉의 횟수·양태’에 해당하여 사업자 사이에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것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기초로 각자의 가격을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외국에서 담합행위의 일종으로 규제하는 소위 ‘동조적 내지 협조적 행위’도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매개로 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정보의 성질 및 내용, 정보교환의 시기, 주체 및 방식 등 정보의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여기에 정보교환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가격의 일치가 있었거나 당해 행위가 기존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 등 합의 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다양한 간접사실이 추가된 경우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라면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갑 주식회사가 다른 사업자들과 함께 갑 회사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들도 동참하여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 6차례에 걸쳐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비슷한 시기에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갑 회사와 다른 라면 사업자들 사이에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 회사 등이 가격인상계획 등 가격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하였을 뿐 아니라, 최초 인상에 관한 기존의 합의를 이어받아 같은 방법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그 이후의 가격인상이 이루어졌고, 갑 회사 등의 출고가가 원 단위까지 일치하며, 갑 회사 등의 가격정보교환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가격이 일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이후 인상에 관하여도 출고가를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어, 결국 6차례의 인상에 관하여 성립한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주식회사 농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혜광 외 4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김지홍 외 2인)

변론종결

2013. 8. 3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2. 7. 12. 의결 제2012-107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 및 삼양식품 주식회사, 주식회사 오뚜기, 주식회사 한국야쿠르트(이하 ‘삼양’, ‘오뚜기’, ‘야쿠르트’라고 하고, 이를 합하여 부를 때에는 ‘라면 3사’라 하며, 원고와 라면 3사를 합하여 부를 때에는 ‘원고 등’이라고 한다)는 라면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 에 따른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2. 7. 12. 의결 제2012-107호로, ‘원고가 라면 3사와 함께 2000. 12. 말 또는 2001. 1. 초 개최된 대표자 회의에서 원고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타사들도 동참하여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후 2001. 5.부터 2001. 7.까지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등 2001. 5.부터 2010. 2.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원고가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여 가격인상 내역·시기 등의 정보를 타사들에게 알려주면 타사들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에서 가격을 인상하고, 가격인상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타사의 가격인상 진행상황을 확인한 후 자사의 가격인상안에 반영하면서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비슷한 시기에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고 한다)고 인정하고, 위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자진신고자인 삼양 임직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달리 가격인상의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2) ① 가격인상의 외형상 일치가 인정되지 않은 제품과 ○○우동 등 라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제품이 관련상품에 포함되었으며,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기간에 대하여도 관련매출액이 산정된 점, ② 이 사건 공동행위로 원고가 부당이득을 취하지 못하였고, 라면가격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이루어져서 제재의 필요성이 낮음에도 지나치게 과중한 과징금을 부과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판단

1)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여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은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란 2 이상의 사업자 사이에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의사가 합치하는 것으로서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합의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상호 간의 의사연결’의 방법이나 형식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명시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로도 가능하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은 “2 이상의 사업자가 제1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로서 해당 거래분야 또는 상품·용역의 특성, 해당 행위의 경제적 이유 및 파급효과, 사업자 간 접촉의 횟수·양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행위를 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사업자들 사이에 공동으로 제1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 규정의 내용, 형식 및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자 사이의 정보교환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의 금지 유형에 별도로 규정된 바 없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 의 법률상 추정 사유 중 하나인 ‘사업자 간 접촉의 횟수·양태’에 해당하여 사업자 사이에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것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기초로 각자의 가격을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외국에서 담합행위의 일종으로 규제하는 소위 ‘동조적 내지 협조적 행위’도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매개로 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정보의 성질 및 내용, 정보교환의 시기, 주체 및 방식 등 정보의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여기에 정보교환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가격의 일치가 있었거나 당해 행위가 기존의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 등 합의 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다양한 간접사실이 추가된 경우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을 제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 2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1. 5. 이루어진 제1 주1) 인상 에 관하여 원고와 라면 3사 사이에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제2 내지 제6 인상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3, 18, 20, 31, 52, 56, 57, 59, 60, 62 내지 64, 68, 70 내지 73, 77, 79 내지 82, 84, 87, 89 내지 91, 95, 97, 98 내지 100, 102, 105 내지 109, 111, 113 내지 116, 121, 123 내지 130, 136, 137, 140 내지 142, 145, 146, 149, 150, 151, 156, 157, 158, 163, 16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각 사정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①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이 가격인상계획 및 인상내역 등 가격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하였을 뿐 아니라, ② 제1 인상에 관한 기존의 합의를 이어받아 그 연장선상에서 같은 방법에 의하여 순차적으로 제2 내지 제6 가격인상이 이루어졌고, ③ 원고 등의 출고가가 원 단위까지 미세하게 일치하는 등 가격이 일치하였으며, ④ 원고 등의 가격정보교환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 가격이 일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제2 내지 제6 인상에 관하여도 출고가를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제1 인상 내지 제6 인상에 관하여 성립한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두1263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대표자 회의 등의 개최

원고 등은 2000. 12. 말 또는 2001. 1. 초 서울 강남구 소재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개최된 대표자 회의를 통하여 라면 가격인상의 필요성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한 후 원고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회사들도 이를 따르기로 협의하였다. 또한 2001. 3. 28. 서울 용산구 소재 캐피탈 호텔에서 개최된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참석자들은 총회 시작 전 원고로부터 정부와 가격인상 협의 진행상황을 듣고 가격인상률을 협의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01. 5. 21.자로 봉지면 17개, 용기면 17개 품목의 출고가격을 평균 9.9% 인상하였고, 이후 2001. 6. 1. 삼양 및 야쿠르트, 2001. 7. 1. 오뚜기의 순서로 라면가격을 인상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 등은 2001. 5.부터 2010. 2.까지 총 6회에 걸쳐 아래 〈표 1〉과 같이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을 실행하며 출고가격 인상폭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결정하였으며, 특히 주력품목의 출고가격은 대부분 원 단위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표 1〉 원고 등의 라면 출고가격 인상 내역

본문내 포함된 표
순번 가격인상 시기 농심(△라면) 삼양(□□라면) 오뚜기(▽라면) 야쿠르트(◇라면)
1 2001년 5월 가격인상일 2001. 5. 21. 2001. 6. 1. 2001. 7. 1. 2001. 6. 1.
평균 인상률 9.9% 12.0% 10.5% 9.7%
2001년 7월 주력품목 출고가 322 322 322 322
2 2002년 10월 가격인상일 2002. 10. 25. 2002. 11. 1. 2003. 1. 2. 2002. 12. 1.
평균 인상률 8.5% 9.5% 9.1% 8.6%
2003년 1월 주력품목 출고가 349 349 349 349
3 2003년 12월 가격인상일 2003. 12. 22. 2004. 2. 21. 2004. 4. 1. 2004. 2. 1.
평균 인상률 7.7% 7.8% 6.9% 7.7%
2004년 4월 주력품목 출고가 367 367 367 367
4 2004년 12월 가격인상일 2004. 12. 24. 2005. 3. 1. 2005. 4. 16. 2005. 2. 15.
평균 인상률 7.1% 7.2% 7.4% 7.4%
2005년 4월 주력품목 출고가 401 401 401 401
5 2007년 3월 가격인상일 2007. 3. 1. 2007. 4. 16. 2007. 9. 1. 2007. 4. 1.
평균 인상률 6.5% 7.3% 8.0% 6.6%
2007년 9월 주력품목 출고가 430 430 417 430
6 2008년 2월 가격인상일 2008. 2. 20. 2008. 3. 1. 2008. 4. 1. 2008. 5. 1.
평균 인상률 11.9% 12.6% 13.5% 12.5%
2008년 4월 주력품목 출고가 496 496 455 496

이러한 합의 사실을 뒷받침하는 삼양 임직원들의 피고 조사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은 그 장소 및 참석자 등에 관하여 구체적일 뿐 아니라 아래와 같은 제반 사정을 더하여 보면 신빙성이 있다.

① 원고는 2001. 5. 14. 가격인상 내부품의 결재를 완료하고 2001. 5. 18. 이를 거래처에 통보하였으며 2001. 5. 21. 가격인상을 단행하였는데, 2001. 5. 14. 오뚜기 제품기획실이 작성한 ‘라면류 가격인상 검토’ 자료(을 제64호증)에는 주력품목인 ▽라면의 출고가격을 기존의 290원에서 11% 인상하여 322원(원고의 주력품목인 △라면의 인상금액과 동일하다)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원고가 가격인상을 내부적으로만 결정하고 거래처에도 통보하지 아니한 시점에 오뚜기가 원고와 원 단위까지 동일한 가격인상을 결정한 것은 사전적인 합의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② 삼양은 2001. 5. 24. 야쿠르트에 가격인상 내용을 팩스로 전달하였고(을 제60호증), 오뚜기가 2001. 5. 22. 작성한 ‘삼양 라면류 가격인상 현황’ 자료(을 제61호증)에는 품목별로 출고가격이 표시된 삼양의 가격인상 현황이 기재되어 있다. 오뚜기가 2001. 5. 24. 작성한 ‘라면 가격인상 적용시기 검토보고’ 자료(을 제62호증) 및 2001. 6. 1. 작성한 ‘라면 가격인상 관련 경쟁사 동향 보고’ 자료(을 제70호증)에는 삼양, 원고, 야쿠르트의 가격인상 진행상황 및 가격인상 제품의 상세한 생산현황이 기재되어 있다. 야쿠르트가 2001. 5. 28. 작성한 ‘당사 라면류 가격인상 내역’ 자료(을 제71호증)는 오뚜기가 2001. 5. 28. 작성한 ‘당사 라면류 가격조정안(최종)’ 자료(을 제72호증) 및 2001. 6. 30. 작성한 ‘당사 라면류 가격인상 내역’ 자료(을 제68호증)와 그 내용 및 형식에서 매우 유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가격정보교환은 위와 같은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③ 1998년 이후 가격인상이 없어 가격인상이 원고 등의 현안이었고, 위 회의 직후 가격인상이 단행되었다. 위 회의 등에서 가격인상에 관한 사항이 공식적인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은 논의만으로도 가격인상의 공동행위를 실행하는 것은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④ 삼양의 자진신고 내용에 부분적으로 불일치하거나 모순인 부분도 있으나, 2006년경 사망한 소외 3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기초로 하거나 합의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자진신고 진술이 이루어졌으며, 이 사건 공동행위 중 제2 내지 6 인상이 가격정보교환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실행되어 자진신고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그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고, 이와 달리 삼양 직원들이 소위 ‘우지파동’ 이후 삼양과 관계가 악화된 원고를 모해하기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고 위증을 하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나) 가격의 일치

원고 등은 2001년 합의에 따라 주력품목의 출고가를 322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한 이후 2002. 10.부터 2010. 2.까지 총 6회에 걸쳐 각 사의 라면제품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을 실행하며 가격인상 제품의 평균 인상률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력품목의 출고가는 2001년부터 이 사건 처분 전인 2008년까지 대부분 원 단위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다) 가격정보 등의 교환

을 제13, 80, 83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제2 인상에 관하여 가격정보교환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제3 내지 제6 인상에 관하여 이메일 등을 통하여 가격정보교환이 있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주2) . 원고 등은 각 가격인상 무렵에 가격인상 일자, 가격인상 내역, 가격인상 제품의 생산일 등을 이메일 등을 통하여 서로 제공하여 구체적인 가격인상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고, 이러한 가격정보교환에 기초하여 아래와 같은 자료들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① 제3 인상에 관하여 야쿠르트가 2004. 1. 26. 작성한 ‘라면 제품 공장도가격 인상시기 변경’ 자료(을 제90호증) 및 ‘라면 가격인상 관련 경쟁사 동향’ 자료(을 제91호증)에는 삼양 및 오뚜기의 가격인상 진행상황과 인상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다.

② 제4 인상에 관하여 야쿠르트가 2005. 1. 5. 작성한 ‘라면 가격 인상 계획(안)’ 자료(을 제111호증)에는 원고, 삼양, 오뚜기의 가격인상 진행상황 및 인상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가 작성한 ‘오뚜기 품목별 가격인상안’ 자료(을 제113호증)는 오뚜기가 2005. 2. 25. 삼양에 보낸 ‘품목별 가격인상안’ 자료(을 제109호증)와 동일하며, 오뚜기가 가격인상 내부품의 결재를 완료한 2005. 3. 14. 이전에 위 각 자료가 작성되었다. 원고가 2005. 3.경 작성한 ‘영업대책회의’ 자료(을 제112호증)에도 오뚜기, 야쿠르트의 가격인상계획과 특별지원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다.

③ 제5 인상에 관하여 야쿠르트가 2007. 3. 5. 작성한 ‘2007년 라면 가격인상(안)’ 자료(을 제129호증)에는 원고의 가격인상 예상내역 및 삼양, 오뚜기의 가격인상 예정시기 등이 기재되어 있다. 오뚜기가 2007. 2. 28. 작성한 ‘농심 라면, 스낵류 가격 인상 관련 보고’ 자료(을 제130호증)에는 야쿠르트의 가격인상 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야쿠르트가 가격인상 내부품의 결재를 완료한 2007. 3. 7. 이전에 작성되었다.

라) 가격정보교환과 가격 일치 사이의 연관성

이 사건 가격인상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 회사별로 3개월 내지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가격정보교환이 이루어진 시기와 함께 이러한 정보교환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합의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가격정보교환의 시기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정보교환이 대부분 가격인상일 이전에 이루어졌음은 다툼이 없고, 나아가 2001. 5. 14. 오뚜기 제품기획실이 작성한 ‘라면류 가격인상 검토’ 자료(을 제64호증), 오뚜기가 2005. 2. 25. 삼양에 보낸 ‘품목별 가격인상안’ 자료(을 제109호증), 오뚜기가 2007. 2. 28. 작성한 ‘농심 라면, 스낵류 가격 인상 관련 보고’ 자료(을 제130호증) 등과 같이 특정 회사가 가격인상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을 하기 전에 다른 회사가 그 가격인상 정보를 반영하여 내부 자료를 작성한 사례가 있었고, 삼양 직원 소외 2도 ‘삼양의 경우 원고가 거래처에 공문을 배포하거나 언론보도가 있기 전에 원고로부터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보교환이 가격인상 전은 물론 원고 등의 거래처 통보일 이전에도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이 사건 정보교환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합의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격인상 시점에 경쟁의 핵심적 요소인 가격인상계획 및 인상내역에 관한 정보가 교환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가격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가격정보교환이 없이 언론 보도 또는 자체적인 시장조사를 통하여 입수한 정보만으로 경쟁사의 가격정보에 관하여 정확하고 정밀한 자료를 작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자료는 가격인상결정에 반영되었을 것이므로 가격정보교환에 기하여 가격이 일치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시장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원고의 선도적인 가격인상을 다른 사업자들이 추종하여 가격이 일치하였을 뿐 가격정보교환과 가격 일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① 가격정보교환을 통하여 원고 등이 다른 회사의 가격인상내역을 자신의 가격인상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정보교환이 장기간 지속됨으로써 이 사건 공동행위가 원활하게 이행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원고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던 점, ② 원고가 제1 인상에 관한 합의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제2 내지 제6 가격인상이 이루어진 점, ③ 원고가 2004. 12. 24. 가격을 인상하며 구가(구가)지원 기간을 2005. 1. 13.까지로 정하였다가 삼양 등이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자 구가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등 다른 사업자의 가격인상을 고려하여 구가지원을 활용하였던 주3)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공동행위의 유인

라면가격의 결정이 사전승인에서 자율결정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이 사건 공동행위가 이루어졌고, 정부의 통제가 있었더라도 라면가격의 상한선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달리 정할 수 있었다. 또한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생활품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원고와 같이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도 독자적인 가격인상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가할 유인이 있었다.

2) 과징금 산정의 위법 여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전체 가격인상 제품에 관하여 명시적 합의가 있거나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가격정보교환에 따라 가격인상의 묵시적 합의가 실행된 이상 주력품목뿐만 아니라 전체 가격인상 제품을 이 사건 합의의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전체 가격인상 제품이 주력제품의 가격인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두17035 판결 등 참조). 또한 ○○우동 등 일부 제품도 라면의 개념에 포함될 뿐 아니라 이 사건 합의의 대상이 되었거나 그 가격인상에 영향을 받은 이상 관련상품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각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실행된 이상 부당한 공동행위가 없었던 기간이 관련매출액 산정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관련매출액 산정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원고가 얻은 부당이득의 액수가 크다고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공동행위가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원재료 가격인상 등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고 정부와의 사전협의로 가격인상이 억제되었던 사정이 참작되어 비교적 낮은 주4) 2% 의 부과기준율이 적용되었으며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30%가 다시 감경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별 지] 생략]

판사 이강원(재판장) 강상욱 정재훈

주1) 〈표 1〉 순번에 따라 제1 인상 내지 제6 인상이라고 한다.

주2) 원고의 경우 유통조사팀 직원이 가격인상 전인 2003. 12. 18., 2004. 12. 22., 2007. 2. 26., 2008. 2. 18. 삼양에 가격인상 내역을 이메일로 전달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주3) 구가지원 제도는 소비자가격이 인상된 제품을 일정기간 동안 종전의 출고가를 적용하여 거래처에 제공함으로써, 종전가격의 재고품을 소진하거나 거래처들이 판매마진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원고가 가격인상을 하였음에도 다른 사업자가 종전 가격대로 공급을 하여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경우, 원고는 구가지원을 통하여 인상 전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격인상이 상호 간에 실행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들은 원재료 가격의 인상 등으로 영업수익이 감소하여 재무구조가 악화된다. 이 경우에도 시장점유율이 높고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원고에 비하여 다른 사업자가 이러한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어서 결국 종전 가격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포기하고 원고의 가격인상을 따르게 될 수 있다. 즉 구가지원은 재고품 소진 등이 주된 목적이지만, 다른 사업자의 가격인상을 유도하는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주4) 2005. 4. 1.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을 0.5~1.5% 이하로 정하고 있었으나, 위 개정 후에 0.5~3% 이하로 개정되었고, 위 개정 고시 부칙 제2항은 “이 고시 시행일 전의 행위로서 이 고시 시행 전에 종료되거나 이 고시 시행 후에도 위반상태가 지속되는 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고시(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4-7호, 2004. 4. 1.)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개정 고시 부칙 제2항은 2007. 12. 31.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7-15호에 의하여 “이 고시 시행일 전의 행위로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 2007-15호 시행 전에 종료된 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고시(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4-7호, 2004. 4. 1.)에 의한다.”로 재개정되어, 이 사건 공동행위 전체에 대하여 개정된 부과기준율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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