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서울고법 1989. 1. 26. 선고 88노2050 제5형사부판결 : 확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하집1989(1),405]
판시사항

현행범인 체포를 위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자정이 넘은 시각에 피해자가 택시 안의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체포하기 위하여 택시문을 밀어부쳐 피해자에게 약 4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골골절상등(이 사건 피해자의 체질적 특성 때문에 상해의 정도가 가중되었음)을 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현행범인 체포를 위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성명불상자와 공동하여 그 판시의 일시 장소에서 이 사건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이 주차하여 놓은 택시의 앞쪽 앞문을 열고 비스듬히 기댄 채 택시 안에 들어있는 현금을 절취하여 도주하려는 것을 발견하고, 위 택시의 열려진 문을 강하게 닫아 위 공소외 1의 발을 택시문 사이에 끼이게 하여 그 충격으로 약 4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경골 골절상을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은 위 공소외 1이 위 영업용택시에서 현금을 절취하려 할 당시 그 옆에 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을 뿐 공소외 성명불상자와 합세하여 위 택시문을 세게 닫거나 밀어부친 사실이 없고, 가사 피고인이 택시문을 밀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공소외 1이 위 택시에서 현금을 절취하려는 것을 목격한 공소외 성명불상자들이 그를 체포하기 위하여 택시문을 강하게 닫아 동인의 발이 이미 문사이에 끼인 이후의 일이므로 위 공소외 1이 입은 상해는 피고인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야간에 절도를 당한 피해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행한 것으로서 그 당시의 전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사회상규상 충분히 허용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인 즉 결국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고, 한편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이 비록 자신의 차에서 물건을 절취하는 도둑을 잡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의 정도가 과중하여 피해자에게 요치 4개월간의 중상을 입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양형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먼저 택시문을 민 적이 없다는 위 항소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판시의 일시 장소에서 그 운전의 영업용택시를 주차시켜 두고 부근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중 성명불상인으로부터 택시에 도둑이 들었다는 말을 듣고 나가보자, 피해자가 위 택시의 왼쪽 앞문을 열고 왼쪽발을 지면에 디딘 채 상체를 택시 안으로 구부리고서 차량 운전석 옆의 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성명불상인이 피해자를 붙잡기 위해 택시문을 닫고 밀어부치고 있어서 피고인도 이에 가세하여 잠시 택시문을 밀어부쳐 그 충격으로 피해자에게 요치 약 4개월간의 좌경골 골절상 등을 가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위 항소논지는 이유없고(이 사건 공소장의 기재에 의하면, 검사는 원심인정의 범죄사실과는 다소 다르게, 피고인이 택시 문짝에 끼인 피해자의 왼쪽발을 꺾어서 판시의 상해를 가한 것처럼 적시하고 있으나, 선뜻 믿기 어려운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이외에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 위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상해의 결과가 택시문을 닫고 밀어부친 충격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음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상 피고인의 택시문을 민 행위와 상해의 결과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고, 가사 피해자의 상해가 위 성명불상자와 피고인 중 어느 사람의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는지가 분명치 않다 한들 이경우 가해자 모두를 상해죄의 공동정범으로 본다는 형법 제263조 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인을 그 죄책을 면할 수 없으므로 위 항소논지도 어느모로 보나 이유없다.

그러나 위 정당행위의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대로 피고인이 자정이 넘은 시각에 누군가가 자기의 택시안에서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택시 곁에 가보니 성명불상인 한사람이 택시 안에 있는 절도범인 피해자를 붙잡기 위해 택시문을 닫고 밀어 부치고 있어서 피고인도 이에 가세하여 잠시 택시문을 밀었던 것인 바, 피고인 위와 같은 행위는 야간에 절도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굳이 피해당사자가 아닌 누구라도 흔히 할 수 있는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 다소의 상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가해행위는 현행범체포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12조 및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제20조 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충분히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이고, 피고인 등의 위 가해행위로 인하여 상당히 중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피해자가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의 발육이 부진하고 외부의 충격에 약한 체질적 특성 때문에 상해의 정도가 가중된 것으로서 이 때문에 위 정당행위의 성립이 어떤 장애를 받는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정당행위임을 내세우는 위 항소논지는 이유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성명불상자와 공동하여, 1988.2.15. 00:20경 서울 마포구 대흥동 2의 64 앞 유료주차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이 피고인이 세워둔 서울 (차량 번호 생략) 택시의 왼쪽 앞문을 열고 비스듬히 기댄 채로 택시안에 들어가서 현금을 절취한 후 도주하려는 것을 발견하고, 위 성명불상자와 같이 위 택시의 열려진 문을 강하게 닫아 위 공소외 1의 발을 택시문 사이에 끼이게 한 다음 동인의 왼쪽발을 잡고 꺾어서 동인에게 요치 약 4개월간의 좌경골 골절상 등을 가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는 바, 앞서 파기 이유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왼쪽발을 잡고 꺾은 사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택시문을 밀어부친 행위는 인정되나 그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문태(재판장) 이태운 이재철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