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다210054 대여금
원고상고인
A
피고피상고인
B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2016. 2. 2. 선고 2015나11044 판결
판결선고
2016. 7. 2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약사인 피고는 소외 H으로부터 여수시 소재 'G약국'을 임차한 원심공동피고 C으로부터 위 약국을 동업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대학후배이자 약사로서 기존에 피고와 다른 사업체를 동업하고 있던 원고 및 D에게 G약국 운영에 관한 동업을 제안하였다. 이에 원고와 D이 승낙하여 원고, 피고, D, C 4인은 서로 동등한 지분 비율로 G약국을 동업으로 운영하기로 하는 약정(이하 '이 사건 동업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와 D은 이 사건 동업계약에 따라 일단 동업자금으로 2억 5,000만 원씩을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자금 조달이 어려웠고, 이에 피고가 이들을 대신하여 합계 5억 원을 지출하여 G약국의 임대차보증금의 일부로 임대인 H에게 지급하였다. 이후 피고에게, 원고가 2억 5,000만 원, D이 5,000만 원 합계 3억 원을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는 동업자금 2억 5,000만 원을 현실적으로 지출하여 부담하는 대신, 피고의 C에 대한 8억 원의 채권 중 일부인 2억 5,000만 원을 동업자금으로 충당하기로 C과 합의하였으나, 이러한 사정을 원고나 D에게는 알리지 아니하였다.다. 그런데 위 임대차계약 명의자로서 H과의 계약관계 업무를 전담하던 CI H과의 약정을 위반하여 견질용 약속어음을 임의로 유통시키고, 선지급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가등기를 임의로 해지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이 사건 동업계약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라. 이에 원고와 D이 이미 지급한 동업자금의 반환을 독촉하자, C은 2011. 4. 6. 원고와 D에게 각 2억 5,000만 원을 2011. 4.30.까지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주었으나, 결국 위 기일까지 이를 반환하지 못하였다.
마. 위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여 이 사건 동업계약의 무산으로 입은 원고의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면서 피고로부터 소개받은 C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였고, 피고는 자신과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던 C을 두둔하면서 C이 약속한 날인 2011. 4. 30.까지 동업자금을 반환할 것이고, 만약 이행되지 않으면 피고가 개인적으로라도 해결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원고를 달래기도 하였다.
바. C은 결국 약속한 기일이 도과하도록 원고와 D에게 동업자금을 반환하지 못하였고, 원고, 피고, D은 그로부터 일주일 가량 후인 2011. 5. 6.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피고가 법적인 책임을 떠나 원고 및 D과 절친한 지인으로서 고통을 함께 하고자 C이 변제하기 전에 3억 원을 일년에 걸쳐 분할하여 먼저 지급하여 준다. 원고와 D은 3억 원을 (C으로부터) 직접 변제받기 원하면 직접 변제받을 권리는 여전히 있고, 피고로부터 일부를 지급받고 추후 (C으로부터) 변제받으면 추가로 변제받은 금액은 피고에게 돌려준다. 이 확인서는 원고, 피고, D이 (C에 대하여)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하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고, 이를 어기면 피고가 지급한 금액을 즉시 변제하기로 하며, 법적 대응을 해야 할 때에는 3인이 서로 협력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3. 위와 같은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 및 이행 상황, 동업계약이 무산된 경위와 C의 동업자금 미반환 등의 사정, 동업계약 당사자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 및 채권·채무 관련 이해관계, 이 사건 확인서 작성 전후의 원·피고의 상황 및 언행 등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확인서는 C을 소개하여 원고와 D으로 하여금 G약국 운영에 관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게 한 피고가 원고의 지속적인 호소에 응하여, 피고 자신이 동업계약 무산에 따른 동업자금 반환 등에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C이 변제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원고와 D에게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여 주기로 확정적으로 약정하는 내용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처분문서인 이 사건 확인서는 피고와 원고, D이 이 사건 동업계약이 무산됨에 따른 대응책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호의로 돈을 지급하여 주기로 하였을 뿐 어떠한 법적 의무를 지기로 약정한 것은 아니라고 하여, 이 사건 확인서에 근거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돈의 지급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
대법관박병대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