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다269385 대부료반환
원고상고인
호계주공아파트주변지구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라
담당변호사 고준우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안양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재무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8나63716 판결
판결선고
2021. 7. 15.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안양시 (이하 주소 1 생략) 일원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다. 피고는 2014. 11. 7.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하였고 같은 날 이를 고시하였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16. 11. 30. 안양시(이하 주소 2 생략) 도로 3,407.8㎡ 중 3,226.8㎡(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에 관한 대부계약 체결 신청을 예상 대부료 금액과 함께 안내하였다. 원고는 2016. 12. 21. 피고와 2016. 7. 8.부터 2019. 3. 31.까지 이 사건 도로를 대부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6. 12. 26. 원고에게 이 사건 대부계약에 따라 이 사건 도로에 관하여 2016년분 대부료 33,858,980원과 2017년분 대부료 70,013,490원 합계 103,872,470원의 대부료 납부를 고지하였다. 원고는 2017. 1. 20. 피고에게 위 대부료를 모두 납부하였다.
(3) 한편 피고는 사업시행인가를 할 때 이 사건 도로에 관하여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65조 제2항에 따른 무상양도 대상인 '용도가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로 지정하였다.
(4) 원고는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6항에 따라 사업시행인가에 의하여 이 사건 도로의 사용에 따른 사용료 또는 점용료가 면제되므로 대부료 역시 면제된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주위적으로, 이 사건 대부계약은 강행규정 위반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지급받은 대부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피고 공무원들이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 대부계약의 체결을 강요하여 대부료를 납부한 것이므로 피고 공무원들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대부료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나. 쟁점은 구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조합이 그 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 부지를 점유·사용하는 경우 대부료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2. 대부료 지급의무 발생 여부
가.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때에는 도로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도로의 점용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6항은 "정비사업에 대하여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라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관계 법률 또는 시·도 조례에 따라 해당 인·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와 해당 국유지 · 공유지의 사용 또는 점용에 따른 사용료 또는 점용료를 면제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나.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6항의 문언 해석과 구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면, 도로가 용도폐지로 일반재산이 된 경우에 용도가 폐지되기 이전에 의제된 점용허가의 효력은 소멸되어 대부계약 체결의 대상이 된다. 주택재건축조합이 그 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 부지를 점유·사용하는 경우 대부계약에 따른 대부료를 지급해야 하고, 대부료에 대해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6항의 사용료 또는 점용료 면제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법률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해당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이나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또는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참조).
(2)「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2021. 4. 20. 법률 제180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은 공유재산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공유재산은 그 용도에 따라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구분하고(제5조 제1항), 행정재산 외의 모든 공유재산을 일반재산으로 정한다(제5조 제3항). 행정재산에 관해서는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고 이에 사권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여 처분 등을 제한한다(제19조 제1항 본문).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 또는 수익을 허가할 수 있고 그 사용·수익을 허가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과 산출방법에 따라 매년 사용료를 징수한다(제20조 제1항, 제22조 제1항), 한편 일반재산에 관해서는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하거나 사권을 설정할 수 있으며, 법령이나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는 현물출자 또는 대물변제를 할 수 있고(제28조 제1항), 대부계약을 체결하였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율과 산출방법에 따라 매년 대부료를 징수한다(제32조 제1항). 이러한 공유재산법 규정에 따르면, 일반재산은 행정재산과 달리 사용·수익허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대부계약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리고 행정재산이라 하더라도 공용폐지가 되면 행정재산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여 일반재산이 되므로, 그에 대한 공유재산법상의 제한이 소멸되며, 강학상 특허에 해당하는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에 대한 허가는 그 효력이 소멸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두6612 판결 참조).
(3) 주택재건축사업의 정비구역 내의 기존 도로 용도를 폐지하고 재건축아파트의 부지 등 일반재산으로 사용하면 도로법이 정한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점용허가는 더 이상 불가능하고, 일반재산에 관하여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초하여 대부료를 징수하는 절차를 거치는 대신 관리청의 처분에 따라 일방적으로 점용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4두5903 판결 참조).
(4) 공유재산법 제33조 제2항은 "다른 법률에 따른 사용료 또는 점용료의 납부대상인 행정재산이 용도폐지 등의 사유로 이 법에 따른 대부료 납부대상으로 된 경우 그 대부료 산출에 관하여는 제1항을 준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어 행정재산이 용도폐지 등의 사유로 일반재산이 되면 대부료 납부대상이 됨을 전제로 하고 있다.
(5) 한편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은 전단에서 신설 정비기반시설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귀속을, 후단에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를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항은 "당해 정비기반시설은 그 정비사업이 준공인가되어 관리청에 준공인가통지를 한 때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거나 사업시행자에게 귀속 또는 양도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어 사업시행자가 용도가 폐지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양도받는 시기는 사업시행인가를 한 때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자에게 사업시행기간 동안 위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구 도시정비법이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면서 제97조 제7항에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의 경우 정비사업의 시행 기간 동안 해당 시설의 대부료는 면제된다."라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이는 위 규정 신설 전에는 대부료가 부과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칙에서 위 신설 조항의 소급적용에 대한 명확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부칙 제1조에 따른 개정법의 시행일인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인 2018. 2. 9. 이후에만 위 신설 규정이 적용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로의 경우 원고가 사업시행인가 ·고시를 받은 2014. 11. 7. 도로로서의 용도가 폐지되어 일반재산이 되었고 이에 대한 점용허가나 그에 따른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6항의 사용료 또는 점용료 면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해 피고와 이 사건 도로 부지에 대한 대부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대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도로를 정당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고와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대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주위적·예비적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6항의 사용료 또는 점용료 면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