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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31298 판결
[신용장대금예치금][공1998.8.1.(63),1964]
판시사항

신용장 개설은행이 미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다음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한 경우,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의 조사 및 하자통지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신용장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신속한 하자통지의무와 그 위반시의 권리상실에 관한 규정은 신용장대금이 결제되기 전에 관한 것이고, 한편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는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와는 본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계약일 뿐 아니라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는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과 수익자 간의 원인관계로부터는 물론이고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로부터도 독립하여 규율되고 있는 것이므로, 위 규정을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에, 그것도 개설은행이 미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다음 사후에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한 경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대한민국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산하 국방군수본부를 통하여 프랑스의 유러피언 파이낸셜 컴퍼니 리미티드(European Financial Company Ltd., 이하 에피코사라 한다)로부터 이 사건 무기를 수입하기로 하고 그 대금 지급을 위하여 1990. 11. 26. 피고에게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는 같은 달 28. (신용장번호 생략), 수익자 에피코사, 금액 미화 3,617,880불로 하는 내용의 취소불능신용장(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였고, 원고는 1991. 12. 23. 피고에게 이 사건 신용장대금의 결제에 사용할 목적으로 그 대금 상당액인 미화 3,617,880불을 예치하였다. 피고는 1992. 12. 16. 통지은행인 피고의 파리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따른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1. 위 파리지점에 위 신용장대금 미화 3,617,880불에서 선적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미화 180,894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위 에피코사 앞으로 지급하도록 지시하면서 원고로부터 예치받은 금원으로 미화 3,436,986불을 위 파리지점에 상환하여 주었다. 그런데 피고가 통지은행으로부터 송부받은 선적서류에는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과 관련하여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불일치하는 하자가 있었다.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개설은행인 피고가 통지은행으로부터 송부받은 선적서류에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일치하지 아니하는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자에게 신용장대금이 지급되도록 하였으니,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 결제조건을 위반한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로부터 예치받은 신용장대금 예치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다. 그런데, 다른 한편,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받은 경우 지체 없이 이를 검사하여 만일 그것이 자기가 지시한 바와 합치하지 않음을 발견하면 곧 그 뜻을 개설은행에 통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바, 이 사건에서 원고는 1992. 12. 29.경 피고로부터 선적서류를 인수받으면서 원고의 신용장대금 예치금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이 모두 결제, 충당된 사정을 알았고 그 후 피고로부터 지체상금을 지급받고서도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선적서류를 검토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는 그 선적서류의 하자 유무를 알았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 불일치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선적서류를 인수한 후 8개월이 지나서 피고에게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상당한 기간을 도과한 것이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우선 앞서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는 1992. 12. 16. 그 파리지점을 통하여 수익자가 보낸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송부받고 거기에 이 사건 신용장의 조건과 문면상 불일치하는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21. 파리지점에 이 사건 신용장대금을 수익자 앞으로 지급하도록 지시하면서 그 대금을 상환하여 주었으며(기록에 의하면 그 무렵 위 신용장대금이 수익자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가 신용장대금 결제조건을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수익자에게 이 사건 신용장대금을 결제한 후인 같은 달 29.에야 비로소 위 선적서류를 송부받은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개설은행인 피고가 신용장대금 결제조건에 위반하여 일방적으로 수익자에게 신용장대금을 결제한 후에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한 경우에도 개설의뢰인에게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통지의무가 있고 그와 같은 통지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이유나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즉, 원고와 피고 간의 법률관계를 어떤 성질의 것으로 보든지 원심판시와 같은 법리를 규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고, 달리 같은 취지의 상관습이 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하며, 당사자 간에 같은 취지의 특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 원심은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등의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듯 하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즉, 원심은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b)항 내지 e)항에 의하면, 개설은행은 서류를 접수한 후 그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그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a reasonable time) 내에 그 서류를 인수할 것인가 또는 인수를 거절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하며, 개설은행이 서류의 접수를 거절하기로 결정한 때에는 지체 없이(without delay) 서류를 송부한 은행이나 수익자에게 그 불일치 사항을 명시하여 통지하여야 하고, 개설은행이 위 규정에 따르지 못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클레임을 제기할 권리를 상실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상당한 기간에 관하여 제4차 규칙에서는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아니하였으나 1993년에 개정된 제5차 개정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b항에서는 7 은행영업일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The Issuing Bank … shall have a reasonable time, not to exceed seven banking days following the day of receipt of the documents …), 미합중국의 통일상법전 제5-112조 (1)항의 (a), (b)에서도 개설은행은 서류 접수 후 3일 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모두 비록 개설은행이 직접 수익자로부터 또는 선적서류를 송부한 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선적서류의 조사의무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으나 신용장 거래가 문서에 의하여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여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신속하게 인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고, 이러한 신용장거래의 특성상 개설의뢰인 역시 개설은행으로부터 제시된 서류를 받은 경우에도 신속하게 인수 여부를 결정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며, 따라서 이를 게을리할 경우 개설의뢰인은 개설은행이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한 선적서류를 매입하였다는 이유로 개설은행이 개설의뢰인의 구좌에서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신용장통일규칙이 원심 판시와 같은 취지에서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에 관하여 신속한 하자통지의무와 그 위반시의 권리상실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위 각 규정은 신용장대금이 결제되기 전의 통지의무에 관한 것이고, 한편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는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와는 본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계약일 뿐 아니라,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는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과 수익자 간의 원인관계로부터는 물론이고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로부터도 독립하여 규율되고 있는 것인바, 그런데도 원심이 신용장거래의 특성을 내세워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에, 그것도 개설은행이 미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다음 사후에 선적서류를 송부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위 규정들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다시 말하여, 원심이 신용장통일규칙 등의 위 각 규정을 앞서 본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은 원고 산하 국방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외자조달관리규정 제96조, 제97조에서 그 담당직원에게 선적서류의 검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개설의뢰인으로서 선적서류를 인수받은 후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선적서류를 검토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외자조달관리규정은 원고가 그 내부관계에서 담당직원에 대한 사무처리를 규율하기 위하여 둔 규정에 불과하므로 이를 원고와 피고 사이의 대외적 법률관계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일 뿐 아니라, 위 규정이 개설은행에 의하여 신용장대금이 지급되고 난 후에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를 인수받은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외자조달관리규정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

라. 본래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 개설은행은, 앞서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정해진 기간 내에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조사, 확인하여 불일치가 있으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바, 이에 위반하여 피고가 신용장대금을 결제한 것이라면 이 사건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며, 그리고 나서 사후에 피고가 선적서류를 송부하였다고 한들 원고에게 원심 판시와 같은 통지의무가 있다고 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원고와의 사이의 신용장대금 결제조건에 위반하여 대금을 지급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당사자 간의 계약관계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책임의 본말을 전도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마. 한편, 원심판결 이유가 분명하지는 아니하나, 원고가 선적서류를 인수받았고 신용장대금이 결제, 충당된 사정을 알고도 상당한 기간 내에 선적서류를 검토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그 불일치의 하자를 문제삼지 않기로 하였거나 그 불일치로 인한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가 앞서 본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에 관한 불일치를 문제삼지 않기로 한 바는 없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위와 같은 불일치가 있다는 점을 적시하지 않고 원고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했다는 것으로서 원고가 그 하자를 알았는지 몰랐는지의 여부도 분명하지 않으며 달리 원고가 명시적으로 하자를 문제삼지 않기로 하였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청구를 포기하기로 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는바, 그렇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신용장대금이 결제, 충당된 사정을 알았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대금 예치금 중에서 선적지연으로 수익자에게 지급되지 아니한 금원 상당액을 국고에 반환받고도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선적서류를 검토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정만으로 그 불일치를 문제삼지 않기로 하였거나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바. 결국 원심판결은 신용장의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법률관계와 그 통지의무 및 신용장대금 예치금의 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필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정귀호(주심) 박준서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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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6.17.선고 96나38171
-서울고등법원 1999.7.23.선고 98나3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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