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보험자가 보험약관상의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이 사건 자동차종합보험계약상의 보통약관에 피보험자가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의 청구를 받은 경우 보험회사에 그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고, 미리 보험회사의 동의 없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합의하여서는 안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 위 보험약관 소정의 피보험자의 고지 및 동의의무는 피보험자가 피해자와 손해배상의 일부나 전부에 관하여 합의할 경우에 보험회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여 그 합의의 적정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손해배상금이 이중으로 지급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가 직접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위 약관의 규정에 반하여 사전에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하지 않거나 합의금 지급 후에도 이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보험회사가 피해자와 별도의 합의를 통해 이중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다면 보험회사로서는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중복지급하게 된 합의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예교)
원심판결
서울지법 동부지원 1997. 8. 20. 선고 96가단53285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 및 항소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6. 8. 24.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4호증의 1,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9의 각 기재와 제1심 및 당심 증인 이성근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96. 5. 6.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인 서울 4마9347호 에스페로 승용차에 관하여 보험종목은 대인, 대물, 자기신체 및 차량으로 하고, 보험기간은 1996. 5. 6.부터 1997. 5. 6.까지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1996. 7. 20. 18:35경 위 차량을 운전하여 경기 포천군 영증면 영송리 앞 37번 국도상을 영증방면에서 전곡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행하였는데, 때마침 반대방향에서 경기 3그2551호 엑셀 승용차를 운전하여 진행해 오던 소외 김남순이 이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조작하다가 차체의 중심을 잃고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가 당시 원고의 차량을 뒤따라 오던 소외 정승철 운전의 경기 99바8262호 견인차량과 충돌하였고, 위 사고로 말미암아 위 김남순은 같은 달 21.경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위 사고 직후 도주하였다가 체포되어 구속되어 있던 중 처인 소외 1을 통하여 1996. 8. 24. 위 김남순의 아버지 소외 김만기에게 형사합의금으로 금 1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원고가 위 김만기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 10,000,000원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인 만큼 위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자인 피고에 대하여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보험약관 소정의 고지의무를 어기고 위 형사합의금 지급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피고가 이를 알지 못한 채 그 후 위 피해자 김남순의 상속인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일체를 지급하였으므로 위 약관 소정의 면책조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임의로 지급한 위 형사합의금 상당의 금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 앞서 든 각 증거와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김영재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위 김만기에게 위 형사합의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사전에 원고 또는 그를 대리한 위 이종옥이 피고에 대하여 이를 통지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는 원고측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과의 합의 및 손해배상금 지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후 1996. 8. 초에 담당직원인 소외 이성근을 통해 당시 구속수감중이던 원고를 대신하여 위 소외 1에게 피해자들과의 합의사실 여부를 문의하였다가 위 소외 1로부터 합의사실이 없다는 대답을 듣고, 그 후에도 원고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그 무렵 피보험자인 원고를 대신하여 위 김남순의 상속인들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대하여 절충한 결과 1996. 9. 2. 상속인들을 대리한 위 김만기와 사이에 위 손해배상금 일체를 금 115,000,000원으로 합의하여 그 무렵 이를 지급하였는데, 원고측의 위 형사합의금 지급사실에 대해서는 같은 해 11.경 위 소외 1로부터 전화를 받고 비로소 알게 된 사실, 위 손해배상금은 피고가 이 사건 사고경위 및 피해자의 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회사 내부의 손해배상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산출한 금원으로, 그 산출과정에 위 형사합의금 지급사실은 일체 반영된 바가 없는 사실, 한편 원·피고가 체결한 위 자동차종합보험계약상의 보통약관에는, 피보험자가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의 청구를 받은 경우 보험회사에 그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야 하고(위 약관 제67조 제1항 제2호), 미리 보험회사의 동의 없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합의하여서는 아니되며(같은 항 제3호),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늘어난 손해액이나 회복할 수 있었던 금액을 보험금에서 공제하도록(같은 조 제2항) 각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당심 증인 소외 1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살피건대, 위 보험약관 소정의 피보험자의 고지 및 동의의무는 피보험자가 피해자와 손해배상의 일부나 전부에 관하여 합의할 경우에 보험회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하여 그 합의의 적정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손해배상금이 이중으로 지급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피보험자가 직접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서 위 약관의 규정에 반하여 사전에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하지 않거나 합의금 지급 후에도 이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한 보험회사가 피해자와 별도의 합의를 통해 이중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다면 보험회사로서는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중복지급하게 된 위 합의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위 김만기에게 위 형사합의금을 지급하기 이전에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여 그 동의를 얻은 바가 없음은 물론 그 후 피고가 위 피해자측과 손해배상액을 합의하고 이를 지급할 때까지도 피고에게 이를 알리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피고가 적정한 손해배상액을 초과하여 이중으로 지급하게 된 위 형사합의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위 보험약관 소정의 규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그 지급을 구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