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증권회사 임직원의 투자권유로 투자한 고객이 손실을 본 경우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2] 주식의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기한 주식거래가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3] 증권회사의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원고,상고인
황무연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성)
피고,피상고인
현대증권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한 담당변호사 박종복 외 4인)
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투자 결과 손실을 본 경우에 투자가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이익보장 여부에 대한 적극적 기망행위의 존재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거래경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재산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 위법성을 띤 행위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50312 판결 등).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 피고 장희복이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거래행위와 거래방법, 원고의 투자상황, 투자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의 경력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수하였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그것이 원고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였다거나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함으로써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 장희복이 피고 이정헌으로 하여금 원고에 대하여 선물·옵션거래를 권유하게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피고 이정헌이 당시 투자상담사 1종 자격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사건 선물거래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다는 점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2) 피고 이정헌이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거래행위와 거래방법, 원고의 투자상황, 선물투자에 이르게 된 경위, 원고의 경력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가사 피고 이정헌이 선물투자를 권유하면서 선물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다소 미흡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에 대하여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방해하였다거나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함으로써 고객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증권회사 임직원의 고객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이정헌이 원고에게 손해발생 사실을 묵비하고 원고에게 사전동의 내지 사후보고 없이, 또는 원고의 거래 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임의로 이 사건 선물거래를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9. 7. 2.경 피고 이정헌에게 이 사건 선물거래의 중단을 제안한 사정은 인정되나, 그러한 제안을 한 것이 이 사건 선물거래의 종료시점에 근접한 시점인 점, 피고 이정헌이 매도헷지 목적을 들어 선물거래의 중단을 만류하자 원고도 이에 수긍하며 피고 이정헌의 판단하에 적절한 시점에 선물거래를 중단하라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거래 중단을 요구한 이후로도 피고 이정헌이 4회에 걸쳐 선물거래를 계속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하지 아니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을 제3호증의 13, 14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이정헌이 임의매매를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원고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임의매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증권회사와 고객 사이에 주식의 포괄적 일임매매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그 직원이 결과적으로 수익성 없는 주식거래를 반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충실의무)를 위배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증권회사가 고객과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하였음을 기화로 그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회사의 영업 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할 것인바, 증권회사의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한 것인지의 여부는 고객 구좌에 대한 증권회사의 지배 여부, 주식 매매의 동기 및 경위, 거래기간과 매매횟수 및 양자의 비율, 매입 주식의 평균적 보유기간, 매매 주식 중 단기매매가 차지하는 비율, 동일 주식의 매입·매도를 반복한 것인지의 여부, 수수료 등 비용을 공제한 후의 이익 여부, 운용액 및 운용기간에 비추어 본 수수료액의 과다 여부, 손해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 단기매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주식 매매의 반복이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4603 판결 , 2002. 3. 29. 선고 2001다49128 판결 등).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선물거래가 1999. 5. 3.부터 1999. 7. 8.까지 사이에 총 거래횟수가 452회이고, 그로 인한 손해액이 149,416,001원이며, 위 거래로 인하여 지급된 수수료 총액이 35,722,490원이고, 원고의 손해액과 대비하여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23.9% 정도인 사실에 비추어 피고 이정헌이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하는 매매거래를 반복하기도 하고 다소 무리하게 빈번한 매매를 하였던 사정이 일부 엿보이기는 하나, 한편 선물거래는 주식현물거래보다 투기성이 강한 거래로서 위탁증거금의 6.67배까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선물거래에 관하여 수시로 보고를 받고 주문을 내기도 하고 거래내역서를 받아 보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아니한 점에서 위와 같은 거래횟수나 방식을 묵시적으로나마 추인하였다고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선물거래를 통하여 현물주식투자에 대한 매도헷지를 함과 아울러 선물거래에서 난 수익으로 현물주식투자로 인한 기존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였고, 이 사건 선물거래를 할수록 오히려 후자에 더 치중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선물거래의 특성, 거래기간, 거래횟수, 원고의 투자자로서의 성향 및 투자금액, 지출된 수수료의 액수 등의 여러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 이정헌이 행한 이 사건 선물거래가 원고의 이익을 무시하고 피고 회사의 영업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과당매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