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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도3218 판결
[사기][공1994.4.15.(966),1139]
판시사항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사례

판결요지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중고자동차매매업소의 종업원으로서 공소외 1(제1심 공동 피고인)등과 공모하여 할부금을 불입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공소외 1이 1992. 1. 15.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석관영업소 판매담당직원인 공소외 이영대에게 거짓말을 하여 그랜져승용차 1대에 대한 할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차량 인수금 명목으로 금 4,765,020원을 입금시킨 다음 차량출고의뢰서를 교부받아 피고인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그랜져승용차 1대를 출고하여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판시와 같이 공소외 김원진 명의로 그랜져승용차 1대에 대한 할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금 4,443,064원을 입금시킨 다음 공소외 김준태를 통하여 인도받고, 공소외 김준태 명의로 그랜져승용차 1대에 대한 할부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금 4,811,842원을 입금시킨 다음 피고인이 위 울산공장에서 출고받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동차매매중개인인 피고인이 할부구입차량을 3차례에 걸쳐 일시불구입차량이라면서 그 매매중개를 하였거나 하려고 한 점, 이 사건 자동차들 중 2대는 피고인이 직접 출고의뢰서를 가지고 가서 출고받아 온 것이고, 그 출고의뢰서에는 해당 자동차의 판매가격이 적혀 있어 중고자동차매매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출고의뢰서에 적혀진 가격만 보아도 해당 자동차들이 일시불로 구입한 차가 아니고 할부로 구입한 차임을 쉽게 알 수 있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당초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정도의 의심은 드나 피고인이 당시 출고의뢰서에 적혀진 가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는 자료가 없으며, 또한 자동차의 가격이 일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사양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점, 피고인이 중고자동차매매업에 종사한 기간이 불과 1년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업무에 정통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소외 1 작성의 책임이행각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자동차의 매매중개 당시 해당 자동차들이 일시불로 구입한 차들임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였던 점, 공소외 1이 피고인과의 공모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야말로 공소외 박상진 등으로부터 이용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되는 자료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의의 입증이 부족하여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인에 대한 제1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편취의 범의 및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들이 할부로 구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할 것인데, 다음에서 인정되는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사전에 이 사건 각 승용차가 할부로 구입된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1. 기록에 의하면, 원판시 그랜져승용차 3대 중 공소사실 제1, 제3기재 승용차 2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양인덕 명의의 출고의뢰서를 가지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가서 출고 받은 다음 임시번호판을 부착한 채 매도하기 위하여 삼환자동차매매상사에 주차하여 두었다가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는 공소외 성도경에게 금 18,000,000원에 매도하였고, 공소사실 제2기재 승용차는 공소외 1이 공소외 김원진 명의로 현대자동차 북부영업소와 할부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공소외 김준태가 출고받아 임시번호판을 부착한 채 위 매매상사에 가져다 두었다가 공소외 서원석재주식회사에 금 17,500,000원에 매도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이 승용차를 현금으로 매수한 자가 매도하기 위하여 출고받기도 전에 중고자동차매매업자에게 출고의뢰서를 교부하면서 출고와 함께 매매알선을 위탁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것일 뿐 아니라 그와 같은 경우에 중고자동차로서의 매매가격이 일시불구입대금 보다 휠씬 저렴하게 되어 통상적으로 자동차영업소와 사이의 매매계약을 해제함으로써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한 손해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보게된다 할 것임에도 위 승용차의 대금을 지급한 후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바로 중고자동차매매업자에게 승용차의 출고 및 매매알선을 의뢰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일반인의 경험칙상 쉽게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2. 중고자동차의 매매알선업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판매위탁을 받았을 때에는 자동차의 판매가격을 결정하여야 하는데 할부매매인 경우에는 잔여불입대금을 공제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가격결정을 함에 있어 자동차가 현금매매 형식으로 매수한 것인지 아니면 할부매매 형식으로 매수한 것인지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할 것인바, 피고인이 출고도 되지 아니한 위 승용차들의 매매알선의뢰를 받으면서 단순히 위탁자의 말만 믿고 현금으로 구입한 차들임을 확인하여 매매가격을 결정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이 가지 아니한다.

3. 공소사실 제1, 2기재 각 승용차의 판매대금 및 등록대금과 관련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시종일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는 금 15,000,000원에, 공소사실 제2기재 승용차는 금 14,000,000원에 각 매도한 다음 수수료 금 3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대금 전액을 공소외 1 등에게 지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와 같은 진술은 공소외 1의 진술과도 대체로 부합되나 한편,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성도경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검사작성의 공소외 김영일에 대한 진술조서의 각 기재 및 기록에 편철된 영수필통지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는 성도경에게 금 18,000,000원에, 공소사실 제2기재 승용차는 공소외 서원석재주식회사에게 위 김영일의 명의로 금 17,500,000원에 각 매도된 사실, 위 각 승용차에 대한 신규등록비용과 매수인 명의로의 이전등록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하였고, 또한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의 신규등록세 및 교육세로 합계금 1,434,120원, 채권구입대금으로 금 2,870,000원이 소요되었으며, 위 성도경 명의로의 이전등록세 및 교육세로 합계금 921,900원, 채권구입대금으로 금 920,000원이 소요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결국 피고인의 매매알선수수료를 포함하지 아니하더라도 위 승용차의 신규등록 및 이전등록에 소요된 비용이 실제 매매대금과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에게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액과의 차액보다 많게 된다. 따라서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의 위의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 할 것이다.

4. 피고인은 공소사실 제1, 2기재 각 승용차를 매도한 다음, 이에 대한 신규등록과 매수인 명의로의 이전등록을 스스로 하였다고 자인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검사작성의 공소외 김승훈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 및 자동차제작증)에 의하면 승용차에 대한 신규등록을 함에 있어서는 출고의뢰서 및 승용차의 출고와 함께 교부받은 세금계산서와 자동차제작증이 있어야 하며, 그 세금계산서나 자동차제작증에는 자동차의 구입대금이 적혀 있어 통상 이를 근거로 등록세 등을 산출하는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 각 승용차를 매도할 무렵이나 적어도 신규등록을 할 당시 자동차제작증 등에 적혀진 자동차대금을 보아도 위 각 승용차가 할부 형식으로 구입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된다 할 것이다.

5. 그리고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작성하여 준 것이라는 책임이행각서의 기재에 의하면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에 대하여는 1992. 3. 31.자로, 공소사실 제2기재 승용차에 대하여는 같은 해 5. 1.자로 "현금차량판매에 결격사유가 생길시는 위임인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공소사실 제1기재 승용차에 대한 책임이행각서의 작성시기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위 승용차를 매도한 이후인 1992. 4. 11.경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작성자인 공소외 1은 제1심법정에서 그 기재일자에 작성하였고 소급해서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어 그 진술이 서로 부합되지 아니하는바,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위 책임이행각서의 교부를 피고인이 위 승용차의 매매위탁을 받을 당시 현금구입차량이라는 것을 확인한 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자료로 삼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공소사실 제2기재 승용차에 대하여는 공소외 1이 소개하였을 뿐이라는 것인데 그와 같이 승용차의 판매를 소개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위와 같은 내용의 책임이행각서까지 작성, 교부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범의가 없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편취의 범의에 대한 심리미진 아니면 채증법칙위반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우만(주심) 김용준 안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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