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은행에 대출금채무가 있던 을이 사망한 후 갑 은행에 개설된 을 명의의 계좌로 을의 임금과 퇴직금 등이 입금되어 이를 포함한 예금이 위 계좌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을의 공동상속인인 병과 정이 한정승인을 하였고, 이후 상속재산에 관한 파산선고결정이 내려져 무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는데, 무가 갑 은행을 상대로 위 예금의 지급을 구하자, 갑 은행이 위 예금채권은 대출금채권과의 상계처리로 모두 소멸되었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위 상계는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갑 은행이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무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권을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은행에 대출금채무가 있던 을이 사망한 후 갑 은행에 개설된 을 명의의 계좌로 을의 임금과 퇴직금 등이 입금되어 이를 포함한 예금이 위 계좌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을의 공동상속인인 병과 정이 한정승인을 하였고, 이후 상속재산에 관한 파산선고결정이 내려져 무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는데, 무가 갑 은행을 상대로 위 예금의 지급을 구하자, 갑 은행이 위 예금채권은 대출금채권과의 상계처리로 모두 소멸되었다고 항변한 사안이다.
① 을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됨으로써 을의 급여와 퇴직급여는 상속개시 시에 상속재산에 속하게 되고, 병과 정은 한정승인신고 당시 상속재산목록에 위 급여 및 퇴직금을 을의 적극재산으로 신고하였는데, 위 상속재산이 을의 사망 후에 우연히 갑 은행에 개설된 을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갑 은행의 상계권을 허용하게 된다면 갑 은행이 다른 상속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변제받게 되어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점, ② 위 예금채권은 을의 사망 당시인 상속개시 시점에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갑 은행의 대출금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을 명의의 보통예금계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을이 사망하여 상속개시가 이루어졌음에도 장래에 새로운 예금채권이 발생하여 이를 상계할 수 있다는 구체적 상계 기대가 갑 은행에 있다거나 그 신뢰가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22조 제1호 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후에 파산재단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상계를 금지하고 있는데, 채무자회생법의 상속재산 파산제도가 상속재산을 적정하고 공평하게 청산하고, 같은 순위의 상속채권자들 사이에서는 평등한 변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는 측면에서 한정승인제도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제1호 와 마찬가지로 상속채권자인 갑 은행이 상속개시 후에 상속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그 상계는 상속채권자 사이의 공평을 해치게 되어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상계는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갑 은행이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무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권을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민법 제2조 , 제492조 , 제1028조 , 제1030조 제1항 , 제1032조 , 제1033조 , 제1034조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2조 제1호
원고,피항소인
망 소외 1의 상속재산 파산관재인 원고
피고,항소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홍성용)
제1심판결
대구지법 2023. 4. 19. 선고 2022가소268888 판결
2023. 10. 18.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989,10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피고로부터 2021. 4. 5. 50,000,000원을 변제기 2026. 4. 5.로 정하여 대출받고, 2021. 4. 18. 53,000,000원을 변제기 2026. 4. 18.로 정하여 대출받았다(이하 위 각 대출계약에 따라 대출받은 돈을 ‘이 사건 각 대출금’이라 한다).
나. 망인은 2021. 5. 10.에 사망하였고, 부모인 소외 2, 소외 3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다.
다.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 피고 은행에 개설된 망인 명의의 계좌로 ○○전기 주식회사로부터 2021. 6. 4. 임금 1,657,480원, 2021. 6. 15. 퇴직금 10,901,145원이 입금되었고, 이를 포함하여 위 계좌에는 2021. 12. 11. 기준으로 12,989,106원의 예금(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이 남아 있었다.
라. 망인의 공동상속인인 소외 2, 소외 3은 2021. 6. 17. 대구가정법원 2021느단10678 상속한정승인신고를 하여 2021. 8. 10. 위 신고가 수리되었다. 위 공동상속인들은 2021. 8. 16. 민법 제1032조 에 따라 신고기간을 2021. 8. 16.부터 2021. 10. 15.까지로 정하여 상속한정승인공고를 하였다.
마. 위 공동상속인들은 2021. 9. 15. 대구지방법원 2021하단1777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22. 3. 14. 망인의 상속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결정을 받았으며(이하 ‘이 사건 파산선고’라 한다), 같은 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 피고 은행에 개설된 망인 명의의 계좌로 2021. 6. 4. 임금 1,657,480원, 2021. 6. 15. 퇴직금 10,901,145원 등이 입금되어 2021. 12. 11. 기준으로 12,989,106원의 이 사건 예금채권이 존재하고, 2022. 3. 14. 망인의 상속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결정이 이루어져 같은 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관재인인 원고에게 파산재단에 속하는 이 사건 예금채권 12,989,10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2. 12.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상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피고는, 2022. 3. 7.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 중 12,989,106원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예금채권과 상계(이하 ‘이 사건 상계’라 한다)처리하여 이 사건 예금채권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나. 판단
1) 피고의 자동채권의 발생
망인은 피고로부터 2021. 4. 5., 2021. 4. 18. 이 사건 각 대출금을 대출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대출금의 대출에 적용되는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가계용) 제7조 제2항은 “채무자가 이자를 지급하여야 할 때부터 1개월간 지체한 때 채무자는 당연히 당해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각 대출금의 이자 지급이 2021. 9. 5.부터 연체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은 2021. 10. 5.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변제기에 도래하였다고 할 것이다(위 2021. 10. 5. 당시 2021. 4. 5. 자 대출금채권의 원금은 44,170,004원, 2021. 4. 18. 자 대출금채권의 원금은 49,892,687원이었다).
2) 상계적상
민법 제492조 제1항 주1) 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라 함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행의 청구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지 채무자가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카10 판결 등 참조),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의 경우 그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1968. 8. 30. 선고 67다1166 판결 참조).
이 사건 예금채권은 변제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채권의 성립 이후 언제든지 청구가 가능하므로, 적어도 이 사건 예금채권의 마지막 입금일인 2021. 12. 11.에는 이 사건 예금채권 12,989,106원 전체가 변제기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예금채권과 피고의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은 2021. 12. 11. 모두 변제기에 도래하여 상계적상에 있다.
3) 상계의 의사표시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민법 제493조 제1항 ),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발생하는바( 민법 제111조 제1항 ), 사망한 자에 대하여 한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22. 2. 28. 수령인을 망인으로 하여 망인의 주소지로 ‘2022. 3. 4.까지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의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이 사건 예금채권과 상계할 예정이다.’는 내용의 상계예정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상계예정통지서는 망인의 사망 후에 망인에 대하여 이루어진 의사표시로서 그 효력이 없다. 그러나 2022. 3. 14. 망인의 상속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결정이 이루어져 같은 날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22. 7. 15. 망인의 상속재산 파산관재인인 원고에게 ‘기존에 발송한 상계예정통지만으로 상계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본 통지서를 통해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다.’는 내용의 상계실행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사실, 위 상계실행통지서가 2022. 7. 18. 원고에게 송달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상속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가 이루어진 경우 수동채권인 이 사건 예금채권은 파산재단에 속하여 그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있으므로 파산관재인인 원고에 대하여 한 피고의 2022. 7. 15. 자 상계의 의사표시는 2022. 7. 18. 원고에게 도달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4) 상계충당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예금채권은 상계적상일인 2021. 12. 11.에 소급하여 피고의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
5) 원고의 재항변
가)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이 사건 상계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파산재단에 속하는 이 사건 예금채권을 파산관재인인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재항변한다.
① 한정승인자는 한정승인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상속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자동채권인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에는 항변권이 붙어 있어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예금채권 중 2021. 6. 4. 입금된 1,657,480원은 망인의 급여채권으로, 1,850,000원 미만의 금액이어서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에 의하여 압류가 금지된 채권이다. 2021. 6. 15. 입금된 10,901,145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9조 의 유족특별급여로 지급된 것이어서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1호 의 “유족부조료”에 해당하거나 제5호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에 해당하므로 압류금지채권이다. 따라서 이를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없다.
③ 파산채권자인 피고가 망인의 사망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알고 이 사건 예금 반환채무를 부담한 때에 해당하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22조 제2호 가 유추 적용되어 이 사건 상계는 금지된다.
④ 망인의 사망 후 망인의 계좌로 우연히 입금되어 부담하게 된 이 사건 예금 반환채무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남용이다.
나) 피고의 자동채권에 항변권이 붙어 있는지 여부
민법 제1032조 제1항 은 “한정승인자는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 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일정한 기간 내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여야 한다. 그 기간은 2월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1033조 는 “한정승인자는 전조 제1항 의 기간만료 전에는 상속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에게 그 변제를 거절할 권리가 인정되는 이상 피상속인에 대한 반대채무가 있는 상속채권자가 자기의 피상속인에 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이 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함으로써 민법 제1033조 에 따라 채권신고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어 피고의 자동채권인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은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위 신고기간은 2021. 8. 16.부터 2021. 10. 15.까지였고, 신고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에 채권신고가 있어 채권신고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상속채무의 총액을 확정하기 어려워 채권신고기간 만료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변제를 거절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신고기간이 만료되면 변제거절권은 소멸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상계는 위 신고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상계 당시 피고의 자동채권에 한정승인자의 변제거절권이라는 항변권이 붙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예금채권이 민사집행법상의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1호 에서 압류를 금지하고 있는 “법령에 규정된 유족부조료”는 공무원 또는 피용자 등 근로자의 사망 후에 배우자, 자녀 등의 부조를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그 밖의 법령에 의하여 발생하는 유족연금, 유족보상금 등의 청구권을 의미한다.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21. 6. 15. 입금된 돈은 망인이 근무하던 회사에서 망인의 퇴직급여를 산정하여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는바, 이를 두고 근로복지공단이 보험자로서 보험가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업무상의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근로자의 유족에게 지급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9조 의 ‘유족특별급여’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 제5호 에서 임금, 퇴직금 등의 급여채권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채무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함과 아울러 근로 또는 직무수행의 의욕을 유지시켜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려는 사회적·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인 망인이 이미 2021. 5. 10. 사망한 이상 2021. 6. 4. 자 예금채권, 2021. 6. 15. 자 예금채권은 망인의 급여, 퇴직금 등 급여채권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고 상속재산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예금채권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상계가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제2호 에 해당하는지 여부
채무자회생법 제382조 는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한다.”, 제416조 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때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422조 제2호 는 “파산채권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었음을 알고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상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이 사건 파산선고 당시인 2022. 3. 14. 이전에 이 사건 예금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이 사건 예금 반환채무를 부담할 당시 망인이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는 채무자회생법 제416조 에 따라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지급불능’의 경우에도 동법 제422조 제2호 를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사망으로 바로 지급불능 상태에 이른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상계는 동법 제422조 제2호 의 상계 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마) 상계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일반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상계적상이 있는 채권이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이러한 상계권자의 지위가 법률상 보호를 받는 것은, 원래 상계제도가 서로 대립하는 채권, 채무를 간이한 방법에 의하여 결제함으로써 양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원활하고 공평하게 처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계는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피고가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권을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을 지적하는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상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한정승인한 상속인은 상속에 의하여 얻은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면 된다( 민법 제1028조 ). 즉 채무와 책임이 분리되어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책임을 진다. 이처럼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제도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를 무한정 상속하여 파탄에 빠지는 것을 막아 상속인을 보호하려는 데 그 본래의 목적이 있다 할 것이나, 한편으로는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채권자에 대한 공고, 최고, 배당변제 등의 청산절차를 통하여 상속채권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평한 변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됨으로써 망인의 급여와 퇴직급여는 상속개시 시에 상속재산에 속하게 되고, 망인의 공동상속인인 소외 2, 소외 3은 한정승인신고 당시 상속재산목록에 ○○전기 주식회사에 대한 급여 1,657,480원 및 퇴직금 10,901,145원을 망인의 적극재산으로 신고하였는데, 위 상속재산이 망인의 사망 후에 우연히 피고 은행에 개설된 망인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피고의 상계권을 허용하게 된다면 피고가 다른 상속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변제받게 되는 결과가 되어 나머지 상속채권자의 권리를 해하게 되므로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② 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예금채권은 망인의 사망 당시인 상속개시 시점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각 대출금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망인 명의의 보통예금계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망인이 사망하여 상속개시가 이루어졌음에도 장래에 새로운 예금채권이 발생하여 이를 상계할 수 있다는 구체적 상계 기대가 피고에게 있다거나 그 신뢰가 보호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채무자회생법 제422조 제1호 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후에 파산재단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상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후에 부담한 채무를 파산채권과 상계하도록 허용한다면 그 파산채권자에게 그 금액에 대해 다른 파산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변제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파산채권자 사이의 공평을 해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계를 금지하고 파산절차에 의하여 파산채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채무자회생법의 상속재산 파산제도는 상속재산을 적정하고 공평하게 청산하고, 같은 순위의 상속채권자들 사이에서는 평등한 변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는 측면에서 한정승인제도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위 제422조 제1호 와 마찬가지로 상속채권자인 피고가 상속개시 후에 상속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그 상계는 상속채권자 사이의 공평을 해치게 되어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주1) 1) 민법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참조조문
- 민법 제2조
- 민법 제492조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2조 제1호
본문참조판례
대구가정법원 2021느단10678
대구지방법원 2021하단1777
대법원 1981. 12. 22. 선고 81다카10 판결
대법원 1968. 8. 30. 선고 67다1166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5다51968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본문참조조문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2조 제2호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2조 제1호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23. 4. 19. 선고 2022가소26888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