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등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나8463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리베리나 오스트레일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양민석 외 2인)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대현교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담당변호사 여운길 외 4인)

변론종결

2011. 10. 13.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피고의 가지급물반환 신청을 기각한다.

3. 가지급물 반환신청 비용을 포함한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가지급물반환 신청취지

1. 청구취지

선택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159,000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9. 5. 2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10%,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453,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5. 2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피고의 가지급물반환 신청취지

원고는 피고에게 미화 134,000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10. 12. 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부분에서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2면 제12행부터 제6면 제8행까지의 ‘1. 기초사실’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금융위기로 면실(목화씨) 가격이 급락하자 이 사건 계약의 합의해제 또는 단가조정을 시도하다가 원고가 피고의 제안을 거절하자 결국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하였으나, △ 호주에서 광양항으로의 직항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용장에 ‘환적 불허용, 하역항 광양항’의 조건을 붙이고, △ 호주의 면실 포장설비상 20피트 컨테이너로 포장하는 것만이 가능하여 20피트 컨테이너에 포장하기로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신용장에서 포장을 40피트 컨테이너로 지정하였으며, △ 이 사건 신용장의 요구서류 중에 상호 합의되지 않고 발급이 곤란하거나 불필요한 서류들을 포함시키는 등으로 신용장개설의무를 위반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요구서류 목록에서 일부만을 삭제한 신용장을 다시 개설하면서 나머지 부분은 시정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비엔나협약 제64조, 제72조, 제73조 등에 의하여 이 사건 계약 전체를 해제하였으므로, 피고는 비엔나협약 제75조에 의하여 그 손해배상으로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대금과 당초 피고에게 매도하기로 하였던 이 사건 면실을 미쓰비시에게 재매각한 대체거래 대금과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는 이러한 손해배상을 미화 또는 원화로 선택적으로 청구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

(1)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1980 (Vienna Sale Convention)

(이하 ‘비엔나협약’이라 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제1조 제1항에 의하면, 비엔나협약은 영업소가 다른 국가에 소재한 당사자 간의 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되고, 이때 당사자들의 영업소는 모두 체약국에 있거나(같은 항 a호),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어느 체약국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 경우이어야 한다(같은 항 b호).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호주 퀸즐랜드주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원고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피고 사이에 체결된 물품매매계약이고, 호주는 1988. 3. 17. 비엔나협약에 가입하여 1989. 4. 1.부터, 대한민국은 2004. 2. 17. 가입하여 2005. 3. 1.부터 각 그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2008. 8. 29.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는 비엔나협약이 준거법이 된다고 할 것이다.

(2) 호주 퀸즐랜드주 법

한편, 비엔나협약에서 직접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보충적인 준거법은 대한민국 「국제사법」에 의하여 정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준거법 선택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에 기하여 양도계약 체결 당시 양도인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인 호주 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호주는 연방제 국가로서 각 주마다 다른 법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호주 법 가운데 원고가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퀸즐랜드주 법이 보충적인 준거법이 된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여부

(1) 이 사건 계약 및 비엔나협약 제53조, 제54조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대금지급 의무에는 그 지급을 위하여 계약 또는 법령에서 정한 조치를 취하고 절차를 따르는 것이 포함되는바, 대금지급을 신용장에 의하기로 합의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라 신용장을 개설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단순히 신용장 개설을 지체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신용장 개설을 거절한 경우 이는 본질적인 계약위반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비엔나협약 제64조 제1항 가호에 기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의 신용장개설 의무는 비엔나협약 제54조의 규정에 따라 대금지급 의무에 포함되므로, 피고의 신용장개설 의무 지체 시에 원고가 피고에게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피고가 그 부가기간 내에 이 사건 계약상의 합의조건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거나 그 개설을 거절한 경우, 원고는 비엔나협약 제63조 제1항, 제64조 제1항 나호에 기하여 피고의 계약위반이 본질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개설한 이 사건 신용장에 부가된 조건들이 이 사건 계약에 위반되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먼저, 이 사건 면실의 포장방법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6, 7, 11, 12호증(이하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 원고를 비롯한 대다수 호주의 곡물 수출업체들이 20피트 컨테이너 적재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반면 40피트 컨테이너 적재시설은 갖추지 못하여서 40피트 컨테이너 포장은 사실상 곤란하거나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고, △ 피고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계약 체결 이전부터 중개인 등을 통하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면실을 20피트 컨테이너에 적재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이다.

가사, 위와 같은 합의가 당사자 간에 명시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상 포장방법을 “컨테이너 벌크(bulk in container)”로만 합의하고 컨테이너 규격을 특정하지 않은 이상, CFR 조건에 따라 하역항까지의 운송비를 부담하는 원고로서는 20피트 컨테이너와 40피트 컨테이너 중에서 포장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40피트 컨테이너가 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이고 40피트 컨테이너의 육상운송비 부담이 크다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없이 당연히 40피트 컨테이너 포장이 계약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며, 피고가 40피트 컨테이너를 신용장 조건에 부가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계약 당시에 원고와 사이에 이 점에 관하여 합의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가 신용장의 포장방법 및 추가조건에 40피트 컨테이너 포장을 요구한 것은 이 사건 계약에서 합의되지 않은 조건을 임의로 부가한 것이라 할 것이다.

(3) 다음으로, 환적 불허용 조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호주에서 광양항까지의 직항선편이 없었고, △ 이 사건 계약에서는 인도 지시사항에 “CFR 부산항”, 특별조건에 “광양항 인도시 부산항 대비 톤당 미화 5달러 할증”이라고 합의하였을 뿐, 환적의 허부에 관하여 별도로 명시한 바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임의로 광양항을 하역항으로 지정하면서 환적 불허용 조건을 부가하였는바, 이 또한 이 사건 계약상에서 합의되지 않은 조건을 임의로 부가한 것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에 적용되는 국제상업회의소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제6차 개정 「신용장 통일규칙」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20조 c항 ii호에 의하면 신용장조건에서 환적을 금지하더라도 물품이 컨테이너에 선적되었다는 것이 선하증권에 의하여 증명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이 결제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환적불허용 조건을 부가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자유로이 환적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가 환적불허용 조건을 부가했다고 해서 이 사건 계약에 어긋나는 조건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환적을 허용하는 것으로 신용장조건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였음에도 피고는 환적 불허용이라는 종전 신용장조건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환적에 대하여 「신용장 통일규칙」에 따라 이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어, 원고로서는 피고가 부가한 신용장조건과 다르게 환적을 할 경우 피고 또는 신용장 개설은행으로부터 이의제기나 지급거절을 당할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끝으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각종 요구서류의 제출을 신용장조건으로 추가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 ‘신용장 개설의뢰인인 피고에 의해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요구서류 9)’ 및 ‘비유전자변형생물체(NON-GMO) 관련 증명서(추가조건 8)’에 관해서는 2009. 5. 6. 및 2009. 5. 21.자 각 신용장조건 변경 신청 당시에도 삭제를 하지 않았는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먼저, ‘개설의뢰인에 의해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에 관하여 보건대, 국제상업회의소 제정 「인코텀즈 2000」(Incoterms 2000,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 2] 기재와 같고, 이하 ‘인코텀즈’라 한다) 인코텀즈는 2010년에 다시 개정되었으나 이 사건에 관해서는 인코텀즈 2000이 적용된다.

은 CFR 조건 하에서 선적전 검사(pre-shipment inspection)가 행해질 경우 그 비용을 매수인이 부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5.B.9.) 위 검사가 필수적이라거나 반드시 매수인 또는 매수인이 의뢰하는 자에 의해서 검사가 행하여져야 한다고 명시하지는 않고 있고, 이 사건 계약에서 선적전 검사에 관하여 아무런 합의가 없었는바, 원고와의 사전 합의 없이 피고가 일방적으로 개설의뢰인에 의해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를 신용장 요구서류에 추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비유전자변형생물체(NON-GMO) 관련 증명서’에 관하여 보건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이 사건 면실이 유전자변형생물체인 경우에만 적용되고 이 사건 면실이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아닌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바, 이 사건 면실이 유전자변형생물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면실에 관하여 위 법률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면실이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NON-GMO 증명서가 있다면 피고의 수입통관이 신속하거나 용이해지게 될 가능성은 있으나, 인코텀즈의 규정에 의하면, CFR 조건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출통관은 매도인, 수입통관은 매수인의 책임이고(5.A.2., 5.B.2. 참조), 또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요청에 따라 매수인의 위험과 비용으로, 매수인이 물품의 수입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서류를 취득함에 있어서 모든 협조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5.A.10. 참조) 이는 협조의무에 그치고 수입통관과 관련된 위험과 비용은 어디까지나 매수인에게 귀결되어야 하므로, NON-GMO 증명서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간에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던 이 사건에서 위 증명서를 신용장 요구서류로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위 서류의 취득을 매도인의 위험과 비용으로 귀결시키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가 위와 같이 ‘개설의뢰인에 의해 지정된 자가 발행한 검사증명서’ 및 ‘비유전자변형생물체(NON-GMO) 관련 증명서’를 신용장 요구서류에 추가한 것은 이 사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5)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고 실현이 곤란하거나 원고의 책임과 비용으로 돌릴 수 없는 조건을 신용장조건 또는 요구서류에 추가하였으며, 원고가 10일 이상의 합리적인 부가기간을 정하여 신용장의 수정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핵심적인 부분의 수정을 거절한 이상, 피고의 행위는 본질적인 계약위반 및 대금지급 의무 위반 모두에 해당한다.

다. 해제 범위

(1) 이 사건 신용장은 2009. 5. 선적분에 관한 것이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위반한 신용장조건의 수정을 거부하였고 2009. 6. 이후의 나머지 분할선적분에 관한 신용장 개설에 관해서도 피고가 동일한 태도를 유지할 것임이 충분히 추단되므로, 이는 당사자 일방의 의무불이행이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는 비엔나협약 제73조 제2항 비엔나협약 제73조

(2) 어느 분할부분에 관한 당사자 일방의 의무 불이행이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장래에 향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그 해제는 합리적인 기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에 따라 장래에 향하여 나머지 부분의 계약 또한 해제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그 전체가 원고의 2009. 5. 25.자 해제통보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계약서에 기재된 ‘계약불이행의 경우 불이행된 인도 또는 선적분에 한하여 거절사유가 되고, 전체 계약 또는 매수인 및 매도인 간의 기타 계약의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조항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의 해제 범위는 2009. 5. 선적분에 한정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계약서에 ‘계약조건에 부합하는 이행에 실패한 경우 불이행된 인도 또는 선적분에 한하여 거절사유가 되고, 전체 계약 또는 매수인 및 매도인 간의 기타 계약의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 FAILURE TO PERFORM: Failure to perform in keeping with the Terms and Conditions of a Contract shall be grounds for the refusal only of such Delivery(ies) or Shipment(s) in default, and not for the recession of the entire Contract or any other Contract between the Buyer and Seller

라는 조항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계약의 성격 및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은 비엔나 협약 제73조 제1항 비엔나 협약 제73조

(1) 물품을 분할하여 인도하는 계약에서 어느 분할부분에 관한 당사자 일방의 의무 불이행이 그 분할부분에 관하여 본질적 계약위반이 되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분할부분에 관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의 규정과 유사한 것으로서, ‘어느 분할부분에 관한 당사자 일방의 의무 불이행이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되는 경우’에 해제권을 인정하고 있는 비엔나협약 제73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CFR 조건의 경우 매도인의 선적세부사항 통보 의무는 매수인의 신용장개설 의무보다 앞서는 선이행 의무인데도 원고가 선적세부사항을 통보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 이행기전 계약위반의 책임이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없으며, 가사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과실상계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신용장에 의한 대금지급 약정이 있는 이상 매도인으로서는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매수인의 대금지급 의사 및 능력을 확인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CFR 조건이라고 해서 매수인이 신용장을 개설하기도 전에 매도인이 먼저 자신의 비용을 들여 선박운송계약을 하고 그 선적정보를 매수인에게 통지할 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매수인이 적법한 신용장을 개설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선적기한까지 물품을 본선에 인도하여 그 사실을 매수인에게 통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인코텀즈 5.A.3.a) 및 5.A.4.와 5.A.7.].

따라서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한 경우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선적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통지하면 되는 것이고,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부합하는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어떠한 사전 통지의무를 부담한다 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 이행기전 계약위반의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손해배상액의 산정

이 부분에서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10면 제16행부터 제11면 제13행까지의 ‘가. 손해배상 원본채권의 산정’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바. 손해배상의 통화 및 지연손해금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대금과 원고가 이 사건 면실을 미쓰비시에게 재매각한 대금과의 차액인 미화 159,000달러를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는바, 원고는 호주 법인이고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이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손해배상금을 어느 나라의 통화로 지급해야 하는지, 위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인 비엔나협약에서는 위와 같은 차액을 배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위와 같은 통화나 지연손해금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이 사건 계약의 보충적인 준거법인 호주 퀸즐랜드주 법에 의할 것이다.

(2) 그러므로 먼저 통화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관하여 호주 퀸즐랜드주 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호주의 연방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원고가 외국 통화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그 통화가 원고의 손실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통화일 경우 그 외국 통화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한 바 있고, GLEN KING MARINE & TRADING SERVICES v. THE OWNERS OF THE SHIP "ARMADA TERNAK", QG 82, 1997

QUALITY LIVESTOCK AUSTRALIA PTY LTD v. THE OWNERS OF THE SHIP "ARMADA TERNAK", QG 152, 1997

호주의 각 주법원도 위 연방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외국 통화 또는 호주 통화로 지급하도록 판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처음부터 대금을 미화로 정하였고 원고가 미쓰비시에게 재매각할 당시에도 대금을 미화로 정하였으며, 원고는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금을 미화로 지급하거나 또는 민법 제394조 에 의하여 한화로 지급할 것을 선택적으로 청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선택적으로 지급을 구하는 외국 통화인 미화 또는 원화 가운데 미화가 원고의 손실을 가장 잘 반영해 주는 통화라고 할 것이고, 민법 제394조 는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한다는 규정으로서 이는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인 경우에 적용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에 관해서는 비엔나협약 및 호주 퀸즐랜드 주법이 준거법이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미화 159,000달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다음으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보건대, 호주 퀸즐랜드주의 대법원법(Supreme Court Act 1995)과 대법원규칙(Supreme Court Regulation 2008)에서는, 청구원인이 발생한 날로부터 판결전까지의 기간 중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하여 이자 지급을 명할 수 있되 그 이율은 법원이 정하고(위 대법원법 제47조), 판결일부터 지급일까지는 미지급 금액에 관하여 이자 지급을 명하여야 하며(위 대법원법 제48조), 그 이율은 법원이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연 10%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대법원규칙 제4조). 한편으로 호주 퀸즐랜드주 법원의 판결에서는 통상적으로 판결전까지의 이율과 판결일로부터의 이율을 일치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앞서 손해배상금 미화 159,000달러에 대하여 손해발생일인 2009. 5.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미화 159,000달러에 대하여 2009. 5. 2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2010. 3. 22.)까지는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한편,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정의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지연손해금이란 채무의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본래의 채무에 부수하여 지급되는 것이므로 본래의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한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은 비록 소송촉진을 목적으로 소송절차에 의한 권리구제와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실질은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볼 수 없으므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함에 있어서는 원본채권의 준거법을 적용할 것이지「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7. 5. 9. 선고 95다34385 판결 ).

따라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 역시「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정의 연 20%의 비율이 아니라, 연 10%의 비율로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사.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앞서 본 손해배상금 미화 159,000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09. 5.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위와 같이 호주 퀸즐랜드주 법에 따라 정해진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피고의 가지급물반환 신청

피고는 제1심 판결의 가집행선고에 따라 2010. 12. 20. 원고에게 미화 134,000달러를 가지급하였는데,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경우 위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159,000달러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어서 이 범위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될 것인바, 피고가 가지급물로서 반환을 구하는 미화 134,000달러가 위 인용금액에 미달하는 이상, 피고의 이 사건 가지급물반환 신청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범위에서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 피고의 가지급물반환 신청도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의영(재판장) 박해빈 이인석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