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면서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경우, 그 채무인수의 법적 성질(=이행인수)
[2]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부동산 매수인과 새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고 매도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고 있다면, 그 전에 임차인이 매수인을 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관리하던 금융기관에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가 다른 사람이 임차인의 명도확인서를 위조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간 사실을 알고서 그를 사기혐의로 고소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이 매수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채무인수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6. 14. 선고 92다23377 판결 (공1994상, 1937)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8599 판결 (공1995하, 3124) 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1273 판결 (공1997하, 2271)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69026 판결 (공2001상, 1244)
원고, 상고인
김석문
피고, 피상고인
박은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그 소유인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394-10 지상 한일빌딩의 304호(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를 2000. 3. 31.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 임대차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대한 사실, 위 임대차계약이 존속 중인 2002. 10.경 피고는 주식회사 천광건설(2003. 3. 17. 주식회사 우리성건설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천광건설’이라고 한다)에게 위 한일빌딩 건물과 그 대지를 7억 5,000만 원에 매도하였는데, 당시 피고와 천광건설은 위 빌딩에 임차한 원고를 비롯한 임차인들에 대한 피고의 임대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천광건설이 인수하기로 한 사실, 2002. 10. 30. 위 빌딩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총액을 원고의 임대차보증금을 포함한 1억 400만 원으로 정하여 피고의 위 빌딩에 대한 부동산 임대업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천광건설이 양수하기로 하는 사업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2002. 11. 8. 위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천광건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천광건설은 2002. 11. 8. 위 매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이하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8억 8,000만 원을 대출받고 한마음상호저축은행 앞으로 채권 최고액 11억 4,4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는데, 당시 천광건설과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은 위 대출금 중 1억 3,400만 원은 위 빌딩에 임차한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이 위 대출금채권보다 선순위로 될 경우를 대비하여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서 관리하되, 임차인들 명의의 명도확인서를 제출할 경우 이를 지급하기로 하였던 사실, 천광건설이 2002. 11. 중순경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을 1,000만 원, 차임을 월 3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려면 사무실을 비워주고 보증금은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 예치시켜 두었으니 환불받아 가라고 하자, 원고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이후 원고가 2003. 3. 7. 이 사건 건물을 천광건설에게 명도한 후,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이미 천광건설의 소외인이 2002. 12. 18.경 원고 명의의 명도확인서를 위조하여 같은 달 19. 한마음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송금 받은 후였으므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실, 이에 원고가 소외인 등을 형사고소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와 천광건설이 이 사건 빌딩을 매매하면서 원고에게 알리지 않아 매매 사실을 전혀 몰랐고, 임대인 지위 이전에 동의한 바도 없으므로 피고는 임대인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늦어도 천광건설이 원고에게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구한 2002. 11. 중순경에는 이 사건 빌딩의 매매 사실과 임대인 지위 양도 사실을 알았음에도 위 임대인 지위 양도에 관하여 곧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는 임대차보증금을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서 반환받을 목적으로 2003. 3. 7. 임대차목적물인 이 사건 건물을 명도하였고, 천광건설의 소외인이 원고 명의의 명도확인서를 위조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 받아 간 사실을 알게 되자 2003. 7. 22. 소외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천광건설 간의 임대인 지위 양도 약정은 임차인인 원고에 대하여도 구속력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여전히 임대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 즉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58599 판결 , 1997. 6. 24. 선고 97다1273 판결 , 2001. 4. 27. 선고 2000다6902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천광건설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포함한 위 건물 및 토지를 매수한 이후 원고와 새로운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하고, 이 사건 건물을 천광건설에 명도하고서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고 있는 만큼, 천광건설이 임대차보증금을 맡겨 두었다는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소외인이 원고 명의의 명도확인서를 위조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간 사실을 알게 되자 소외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한 사실 등의 사정만으로는 천광건설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까지 면책적으로 인수하였다거나, 원고가 면책적 채무인수에 동의하거나 이를 승낙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을뿐더러, 천광건설이 피고의 임대인으로의 지위를 승계하는 데 대하여 원고가 묵시적으로나마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한편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1998. 9. 2.자 98마100 결정 은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천광건설이 피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것인지, 원고가 그와 같은 면책적 채무인수에 관하여 동의 또는 승낙하였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와 천광건설 사이의 인수약정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것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