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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3.3.21. 선고 2011구합1746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1구합17462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퍼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3. 2. 28.

판결선고

2013. 3. 2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8. 1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서 플랜트사업부 토목설계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8. 12. 29. 16:25 경 서울 영등포구 D에 있는 이 사건 회사의 본사 건물 10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고, 망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망인의 직접사인을 연수 및 호흡중추 마비로 추정하였으며, 중간 선행사인을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선행사인을 추락으로 각 판정하였다.

나. 원고는 2010. 5. 7.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10. 8. 16.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6,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C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2011. 12. 26.자 회보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현장근무 경험이 적었고 해외파견 경험도 없는 망인이 2008. 7. 2.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플랜트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시공팀장으로 임명되어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지만 2008. 10. 6.부터 10일간 쿠웨이트 현지에 출장을 다녀온 이후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다가올 해외파견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되었으며, 결국 이러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해 해외파견 근무를 포기하고 본사로 복귀한 첫날에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신감 상실, 우울, 직장유지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말미암아 자살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경력, 업무내용

가) 망인은 1990. 2.경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 8.경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1989. 6. 12. 건설재료시험기사, 1989. 7. 3. 토목기사, 2002. 5. 27.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각 취득하였다.

나) 망인은 1990. 1. 1. E 주식회사에 토목직 사원으로 입사하였고 1999. 9. 30.E 주식회사가 이 사건 회사에 합병되면서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사망일인 2008. 12. 29.까지 약 19년간 토목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4. 3. 1. 차장으로 승진한 이후 2006. 9. 8.경부터는 시화3공구 현장에서 근무하였으며, 2008. 1. 1.부터는 플랜트사업부 토목설계팀으로 전보되어 해외플랜트사업 관련 토목설계, 시공업무를 담당하였고, 2008. 7. 2.부터 이 사건 공사의 시공팀장 업무를 맡게 되었다.

2) 사망 무렵의 상황

가) 플랜트사업부는 해외 공사현장이 전체 공사현장의 80% 이상이었는데, 망인이 2008. 7. 2. 이 사건 공사업무를 맡게 될 당시 망인은 해외파견 근무를 자원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인 쿠웨이트에 파견될 예정이었다.

나)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영어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데에 부담감을 느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였으나, 2008. 10. 6.부터 2008. 10. 15.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장을 다녀온 이후 자신의 영어실력이 시공팀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다) 이후 망인은 2008. 12. 초순경 부장으로 승진하였으나,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에 토목설계팀의 수석엔지니어인 F 차장과 수차례 상담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토목설계팀장에게 해외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회사 내부에서는 망인의 의사를 수용하여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였으며, 망인도 그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한편 망인의 근무지는 2009. 1. 1.부터 서울 구로구 G에 있는 사무실에서 서울 영등포구 H에 있는 이 사건 회사의 본사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라) 망인은 사망 전날 처인 원고에게 "내일 여의도 사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이제 창피해서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할지 걱정이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아마 내가 1순위일 거다. 영어도 못해 해외파견도 못나가는 내가 앞으로 부하직원들 앞에 어떻게 서야 될지 모르겠다.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정말 죽고 싶다."라고 말한 후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마) 망인은 2008. 12. 29. 아침에 자동차를 운전하여 G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였다가 같은 날 14:00경 고양시 덕양구 I에 있는 집에 들러 원고에게 "H에 있는 본사에 간다."고 말한 후 지갑과 휴대전화를 집에 놓아둔 채 자동차를 집 주차장에 세워 놓고 이 사건 회사의 본사 건물로 갔고, 망인은 2008. 12. 29. 16:20경 이 사건 회사의 본사 건물 10층 옥상에서 동료직원 2명과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던 중 갑자기 뛰어내리려고 하였으며, 이에 위 동료직원들이 "어 이러면 안돼요"라고 말하며 이를 말렸으나,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3) 망인의 병력, 평소 건강상태, 성격

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따르면, 망인은 자극성 장증후군, 위장염 및 대장염, 소화불량,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지방(변화성)간, 고혈압성 심장병, 알코올성 지방간, 고지혈증 등의 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을 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았거나 이와 관련된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다.

나)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따르면, 망인은 자살할 무렵인 2008. 12. 1.과 2008. 12. 15. J 내과의원에서 비감염성 위장염 및 대장염으로 각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 J이 망인의 사후에 발급한 2009. 7. 2.자 진단서에는 임상적 추정에 따른 병명이 '비기절적 불면증, 위장염 및 대장염'으로 기재되어 있고, 치료의견으로 "망인은 2008. 12. 1. 내원하여 4, 5개월 전부터 발생한 불면증, 만성설사, 식욕부진, 10kg 이상의 체중감소를 호소하였음. 비기질적 불면증, 위장염 및 대장염이 의심되어 진경제, 지사제, 장운동 조절제를 15일 사용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어 2008. 12. 15. 혈액검사 및 심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자세히 문진한 결과 최근 직장에서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불면 외에도 심리적 불안감, 가슴 답답함, 갑자기 죽을 것 같다는 심경을 호소하였음. 수일 후 망인이 전화로 검사결과를 문의했을 때 저영양 상태 이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대장내시경 검사 및 스트레스와 연관된 신경정신과 치료를 권유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의사 J이 그 후 다시 발급한 2010. 4. 29.자 진단서에는 임상적 추정에 따른 병명에 '우울증'이 추가로 기재되어 있고, 치료의견으로는 2009. 7. 2.자 진단서의 치료의견의 내용 중 '스트레스와 연관된 신경정신과 치료를 권유하였음'이라는 부분이 '우울증이 의심되어 신경정신과 치료를 권유하였음'으로 바뀌어 기재되어 있다.

다) 망인의 직장 동료인 강현진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책임감과 자존심이 강하고 꼼꼼하며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라) 망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일정 등을 수첩에 기재하였는데, 그러한 내용 중간에는 스스로의 행동과 소심한 성격을 탓하고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내용도 함께 기재되어 있다.

4) 의학적 소견

가) 피고 서울지역본부 자문의

① 자문의 1의 소견 내용 : 망인이 자살 전 불안하고 우울이 심한 상태에 있었음은 인정되나, 진료기록에 갑상선 기능의 이상이 있음이 기록되어 있고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을 경우 불안 및 우울 증상이 유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망인의 자살은 망인의 소심한 성격과 의학적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

② 자문의 2의 소견 내용 :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불안, 신체 증상 등을 겪었고, 이러한 증상의 연장선에서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스트레스가 직업상 통상적인 것이었던 점과 개인적 취약성을 고려하더라도, 영어 및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이 50% 이상으로 인정되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③ 자문의 3의 소견 내용 : 기왕력이 없는 망인이 해외파견 근무를 위한 해외 출장 이후 우울, 불안, 불면 등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우울감 발생 이후 주로 호소한 내용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이었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다.

나) 피고 본부 자문의

① 자문의 1의 소견 내용 : 망인이 쿠웨이트 현지에 가서 적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 아니고, 발령 문제가 나와서 불안증상이 나타난 것은 망인의 개인적 취약성에 따른 것이므로, 망인의 자살을 업무와 관련지을 수 없다.

② 자문의 2의 소견 내용 : 망인은 자신의 꼼꼼하고 내성적인 성격과 영어실력이 타인에 비해 처진다는 열등감 때문에 직장인으로서의 통상적인 파견업무임에도 자신의 영어실력과 회사에서의 적응 문제를 과장하여 심각하게 인식함으로써 불안과 절박감에 의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다) 이 법원의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망인이 근무한 업계의 해외근무 관행이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망인은 영어 구사능력에 자신감이 없었고 이로 인해 회사에 불이익을 가져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으며 이로 인해 해외근무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한 자신감 상실, 우울, 직장유지에 대한 불안이 자살로 이어졌다고 판단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2 내지 5호증, 갑제8 내지 13호증, 갑제14호증의 1 내지 3, 갑제15, 16호증, 갑제18, 19호증, 을제2,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C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2011. 12. 26.자 회보결과, 이 법원의 중앙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하므로,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 내지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되며,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에 비추어 그 자살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참조).

그리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두8009 판결 참조)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자살의 원인이 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게 되나, 당해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두24644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자살할 무렵 해외파견 및 부족한 영어실력과 관련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불면증,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고, 나아가 망인이 해외파견 희망 의사를 번복함에 따라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후 망인은 이러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면 직장 상사나 동료 및 부하직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어 직장에서의 지위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실을 추단할 수 있고, 또한 이러한 스트레스를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위와 같은 증세를 야기하였다고 인정할 정도의 명백한 다른 요인을 찾을 수 없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위에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① 망인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았거나 이와 관련된 명시적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처음으로 언급된 2009. 7. 2.자 및 2010. 4. 29.자 진단서는 모두 망인의 사망 후 발급되었는데 2009. 7. 2.자 진단서에는 망인의 임상적 추정에 의한 병명이 '비기질적 불면증, 위장염 및 대장염'만으로 기재되었으나 2010. 4. 29.자 진단서에는 임상적 추정에 의한 병명에 '우울증'이 추가되어 있으며, 망인에 대한 위 각 진단서 작성의 기초자료가 된 것으로 보이는 진료기록에는 망인에 대한 진단사항으로 '상세불명의 비감염성 위장염 및 대장염, 비기질적 불면증, 갑상샘 기능 연구상 이상 결과' 등의 기재만이 있을 뿐 우울증에 관련된 내용은 없는 사정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추가된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충분한 진료에 기초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② 망인은 2004. 6. 18.경부터 자극성 장증후군, 위장염 및 대장염, 소화불량, 식도염을 동반한 위-식도역류 질환 등으로 진료를 받는 등 평소 소화가 되지 않는 증상에 대해 치료를 받아왔고, 2004. 3. 6.경부터 고콜레스테롤혈증, 지방(변화성)간, 혼합성 고지혈증, 고혈압성 심장병, 알코올성 지방간 등으로 진료를 받아왔으므로 이러한 질환들이 망인의 불면증,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③ 망인은 명문 대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토목 분야에 관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약 19년간 이 사건 회사의 토목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세 차례 표창을 받은 반면 회사로부터 불이익한 처분을 받은 적이 없으며, 2006. 9. 8.경부터는 시화3공구 현장에서 근무하여 현장근무 경험도 겸비하고 있었으므로, 망인이 담당한 토목 관련 업무에 대하여는 충분히 적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④ 해외파견은 이 사건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이고, 망인이 해외 공사가 많은 플랜트사업부에 전보될 당시부터 망인의 해외파견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을 뿐 아니라, 망인은 이 사건 공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될 당시 해외파견을 자원하여 그 의사에 따라 해외파견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해외파견 근무가 망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도 아니었다.

⑤ 망인이 해외에서 담당하기로 한 업무내용이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직원들의 통상적인 업무내용에 비추어 현저히 과중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망인의 해외파견에 대한 일정이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던 것도 아니므로 망인이 자살할 무렵 느낀 해외파견에 대한 부담감은 이를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⑥ 이 사건 공사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공팀장의 직책으로 해외파견을 나가는 것이 망인에게 부담감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망인에게 회사 내에서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⑦ 망인이 해외파견 근무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 고민하다가 결국 해외파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토목설계팀장에게 전달하였고, 망인이 자살할 무렵에는 이미 이러한 의사가 받아들여져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졌으며, 그러한 사정에 대하여 망인도 알고 있었으므로, 망인의 해외파견 근무에 대한 부담감은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⑧ 망인은 사망 약 한 달 전인 2008. 12. 초순경 부장으로 승진하였고,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는 회사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이후에도 실제로 망인이 퇴사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거나 상사나 동료로부터 질책, 모욕, 따돌림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 사건 회사의 본사에서 맡게 된 업무 분야 역시 토목과 관련된 것이었으므로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도 그리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⑨ 망인의 수첩 메모 내용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망인은 자신의 소심함을 심각하게 자책할 정도로 소심한 한편, 업무에 있어서는 꼼꼼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개인적 소인이 망인의 신체적 이상증세 발현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⑩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일부러 집에 들러 망인의 처인 원고를 만났고, 지갑, 핸드폰, 자동차를 집에 두고 갔던 점을 고려할 때 망인은 이미 자살에 대하여 어느 정도 계획하고 있었다고 볼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망인이 자살하기 직전 이 사건 회사의 본사 10층 옥상에서 직장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하였던 점, 망인이 갑자기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동료들이 말리자 "미안해요"라고 말하면서 뛰어내린 점을 위 사정과 함께 고려하면, 망인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송우철

판사 이상덕

판사 윤진규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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