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탄약운반장갑차개발사업 지원업무 협의를 위하여 퇴근 후 시제업체의 담당자를 만나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이는 업무수행의 연속이거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탄약운반장갑차개발사업 지원업무 협의를 위하여 퇴근 후 시제업체의 담당자를 만나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이는 업무수행의 연속이거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피항소인
김창효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호)
피고,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3. 10. 1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2. 3. 1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서도 명백히 다투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
가. 원고는 대전 유성구 수남동 소재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이라 한다) 소속 선임연구원으로서, 아래 2.나.(1)항 판시의 육군 K9자주포용 탄약운반장갑차개발사업(이하 '탄운차개발사업'이라 한다) 시행 당시 그 기술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기계화 화력체계부 3팀(팀장 포함하여 구성원 11명)의 일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나. 원고는 2001. 11. 6. 16:30경 탄운차개발사업의 시제업체인 삼성테크윈(주)(이하 '삼성테크윈'이라 한다) 소속 특수사업부 기술영업팀 부장 권성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같은 날 17:30경 퇴근 후 같은 구 봉명동 소재 모아파크모텔(이하 그냥 '모텔'이라 한다) 508호실에서 권성환을 만났고, 같은 날 19:30경 모텔 인근의 영일만 횟집에서 같이 저녁식사를 한 다음 같은 날 21:00경 다시 모텔로 돌아와 같은 날 21:30경 원고의 연락을 받고 온 정재원 소령 등 3명이서 23:50경까지 있다가 헤어졌다.
다. 원고는 그 직후 원고 소유의 대전 31라7980 마티즈 승용차(이하 '이 사건 승용차'라 한다)를 운전하여 국과연 내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다가 그 다음날인 11. 7. 00:20경 같은 구 외삼동 소재 외삼마을 입구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가로수를 충격(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하는 바람에 '출혈성 뇌좌상, 뇌경막외 및 뇌경막하혈종, 두개저골절, 다발성 늑골골절' 등의 상해(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입었다.
라. 원고는 같은 해 12. 31. 피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는 탄운차개발사업 지원업무의 일환으로 시한이 촉박하여 일과 후 관련업체 담당자를 만나 업무협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발생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요양신청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02. 3. 11.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퇴근 후 권성환, 정재원을 만난 것은 사적모임이고, 비록 그 만남이 업무협의를 위한 출장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는 업무협의가 종료된 후 발생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위 라.항 판시 신청을 불승인(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위 1. 나.항 판시 퇴근 전에 팀장 대행인 이진영에게 탄운차개발사업 관련 협의를 위하여 권성환을 만난다는 구두보고를 하여 출장승인을 받은 다음 모텔에서 권성환 등을 만나 업무협의를 한 다음 정상적인 경로를 따라 국과연 내의 숙소로 돌아오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수행 중에 일어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사실관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3호증의 1, 2, 3, 갑 4, 9호증, 갑 8호증의 1, 2, 갑 11호증의 2, 3, 4 을 2, 4, 5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권성환 및 당심 증인 이진영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탄운차개발사업의 진행내용 등
(가) 국방부와 육군본부(이하 '육본'이라 한다)에서는 1998.경부터 탄운차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육본 소속 무기체계과와 무기체계사업단(2002. 10. 1.자로 전력개발관리단으로 명칭 변경)에서 그 실무를 담당하여, 전자는 탄운차 성능결정 등 기술적인 부분을, 후자는 탄운차개발사업의 사업관리 및 체계개발관리 업무를 담당하였고, 삼성테크윈은 2001. 4.경 탄운차개발사업의 시제업체로 선정되어 시제품의 설계와 제작, 기술시험평가, 종합군수지원요소개발 및 기술자료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국과연은 육본과 삼성테크윈에 탄운차개발에 대한 기술지원을 하였다.
(나) 1) 탄운차개발사업은, 2001. 4.부터 2002. 1.까지 국과연에서 삼성테크윈 참여하에 체계개발동의서를 작성하여 육본의 검토, 수정을 통해 확정한 다음, 삼성테크윈이 같은 해 2. 말까지 체계개발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하여 육본과 국방부의 개발승인을 얻어 2002. 중반부터 2005.까지 시제품을 생산, 개발하여 성능검사를 거쳐 2006.에 군부대에 보급할 예정으로 추진중에 있었다.
2) 위 1)항 판시 체계개발동의서는, 개요(탄운차 개발의 필요성, 운영개념, 성능), 체계개발개념(설계, 시제제작, 종합군수지원) 및 시험평가계획(기술시험, 운용시험), 종합일정계획으로 구성되는데, 그 작성과정에서 국과연과 삼성테크윈은 2001. 8.부터 탄운차의 성능과 관련한 아래 사항(이하 '쟁점협의사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협의를 하였다.
가) 신관결합방법 중 포탄을 탄운차에 싣기 전에 신관을 결합할 것인가 아니면 포탄을 실은 후에 자동적으로 결합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사항
나) 탄운차 후문 탄약적재를 위한 컨베이어벨트의 추가 개발 여부에 관한 사항
(다) 원고는 위 (나) 2)항 판시와 같이 체계개발동의서 작성 등 탄운차개발사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위하여 삼성테크윈의 부장인 권성환과 주로 협의를 하였다.
(2) 위 1. 나.항 판시와 같이 원고와 권성환이 만나게 된 경위
(가) 권성환은, 체계개발동의서의 최종안 작성 전에 쟁점협의사항에 대하여 국과연 및 육본과 협의하기 위하여 2001. 11. 6.부터 같은 달 7.까지 1박 2일간 출장명령을 받았다.
(나) 권성환은 같은 달 6. 10:30경 국과연에서 원고를 만나 1시간 가량 쟁점협의사항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그 때 육본이 국과연에 그에 대한 기술검토결과를 같은 달 9.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과 같은 달 12. 육본에서 개발성능결정을 위한 심의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 권성환은 육본이 국과연에 위 (나)항 판시와 같이 기술검토를 요청한 배경과 향후 추진계획을 파악하기 위하여 같은 달 6. 오후경 육본 무기체계사업단의 김모 중령을 만나 쟁점협의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한 것을 비롯하여 탄운차개발사업의 일정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라) 이어 권성환은 같은 날 16:30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쟁점협의사항의 검토기한이 촉박하니 협의를 하자고 하였으나, 원고가 근무시간 외에는 민간인의 국과연 출입이 통제되고, 퇴근시간이 임박하니 밖에서 만나자고 하여 권성환이 투숙할 예정이던 모텔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3) 원고와 권성환의 만남 전후의 과정
(가) 원고는 위 1. 나.항 판시 퇴근 전에 팀장 대행인 이진영에게, 퇴근 후 권성환과 만나 쟁점협의사항에 대하여 협의를 하겠다는 구두보고를 하여 출장승인을 받았다.
(나) 원고는 2001. 11. 6. 19:00경 모텔에서 권성환을 만나 쟁점협의 사항 및 탄운차개발사업의 방향 등에 대하여 협의를 하다가 같은 날 19:30경 인근의 영일만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1) 원고와 권성환은 같은 날 21:00경 횟집을 나와 모텔로 왔고, 같은 날 21:30경 원고의 연락을 받고 온 육본 무기체계사업단 기술관리과 소속 정재원 소령과 함께 쟁점협의사항 등에 대하여 논의를 하다가 23:50경 헤어져 위 1. 다.항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국과연 내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2) 위 1. 다.항 판시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장소는 모텔에서 국방과학연구소로 가는 유일한 도로에 해당한다.
(4) 국과연의 차량관리 등
(가) 국과연은 군사보안목표 '가'급으로서 외부인의 불필요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하여 보안관리규정 제67조에 의거 차량출입통제를 하고 있는데, 이 사건 승용차는 국과연 차량관리 등록번호 0718로 출입허가를 받았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승용차를 출퇴근 및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국과연으로부터 1998.부터 2000.까지는 당시 시행되던 수당지급요령 제17조 제1항에 따라 차량유지보조비로 월 100,000원씩 지급받았고, 연봉제가 시행된 2001. 1.부터는 위 금액 상당을 정액급연봉에 포함하여 지급받고 있다.
다. 판 단
(1) 법 리
근로자가 사업장을 떠나 출장중인 경우에는 그 용무의 이행 여부나 방법 등에 있어 포괄적으로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그 행위가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일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장과정의 전반에 대하여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어 그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8892 판결 등 참조)
(2) 판 단
위 나.항 판시사실에 나타난 여러 사정, 특히 원고가 시제업체인 삼성테크윈의 권성환을 통하여 탄운차개발사업에 대한 기술지원업무 및 협의 등을 주로 하여 온 점, 권성환이 국과연의 쟁점협의사항에 대한 기술검토결과서의 작성 및 그에 대한 육본의 개발성능결정을 위한 심의에 대비하여 먼저 원고에게 만남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로서도 쟁점협의사항에 대하여 시제업체의 의견을 반영하고,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권성환과 협의를 할 필요성과 근무시간 이후에 국과연 외부에서 그를 만나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이에 팀장 대행에게 구두보고하여 출장승인을 받은 다음 권성환등을 만나 쟁점협의사항 등에 대하여 협의를 한 점, 원고가 권성환과 협의를 마친 후 국과연으로부터 매월 급여에 포함되어 받은 차량유지보조비로 운행되는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국과연 내의 숙소로 돌아가는 유일한 통로에 해당되는 도로를 진행하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한 점 등을 위 (1)항 판시 법리와 대비하여 사회통념에 좇아 판단하면, 원고가 출장승인을 받아 권성환을 국과연 외부에서 만나 쟁점협의사항 등에 대하여 협의한 것은 사적인 만남이나 모임이 아니라 국과연의 업무인, 탄운차개발사업의 기술지원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는 이상 원고가 권성환과 헤어져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국과연 내의 숙소로 돌아오는 행위는 출장 업무수행의 연속이거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이 사건 교통사고는 업무수행을 위한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