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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6. 14. 선고 94도46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로교통법위반][공1994.7.15(972),1996]
판시사항

경미한 교통사고로서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는 것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 경우 피해자를 한적한 곳에 유도할 의사로 깜빡이등을 켜고 시속 10km의 저속으로 운전하여 갔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호 소정의 "도주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때에는 운전자 등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사고가 중대하여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운전자 등은 바로 그 사고현장에 정차하여 응급조치 등을 취하여야 할 것이나, 경미한 교통사고로서 바로 그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아니고 또는 사고장소가 차량의 왕래가 많은 등 오히려 그 자리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구태여 사고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 인도하여 그 곳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한적한 곳에 유도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깜빡이등을 켜고 시속 10Km의 저속으로 운전하는 등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갔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이 규정하는 "도주"의 의사가 있다거나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1993.3.25. 21:40경 혈중알콜농도 0.12%의 주취상태로 이 사건 프라이드 승용차를 운전하여 국민은행 주안지점 앞에서 피해자 김중곤 운전의 에스페로 승용차를 뒤따라 가다가 안전거리확보 등의 주의의무를 태만한 과실로 신호에 따라 정지하는 피해자 차량의 뒷부분을 피고인 운전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여 위 피해자와 탑승자인 인진순에게 각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힘과 동시에 수리비 금 938,00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들을 구호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 한다) 제5조의 3 제1호 소정의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란 사고현장을 장소적으로 이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사고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도주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가.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에서 최초로 신문을 받음에 있어 피고인은 사고 당일 앞서 가던 피해차량이 신호대기로 정차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하였으나 미흡하여 사고차량 앞 밤바 부위로 피해차량 뒷밤바 부위를 충격하여 피해를 입히고 음주운전한 것이 발각될까봐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한 뒤 일처리를 할 마음으로 약간 후진한 뒤 다시 앞으로 천천히 진행하면서 한적한 도로를 약 100m를 진행하다 보니 영업용 택시가 뒤따라 와서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정차하여 신고된 것인데, 사고 당시 피고인이 정차하려고 제동을 하여 충격도 약한 상태로서 피해차량이 파손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피해차량 탑승자들이 다쳤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고 변소하고, 사고 직후 곧바로 신고를 하던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는 알고 있느냐, 피고인은 자리를 피한다는 것은 도주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느냐는 등의 신문에 대하여는, 음주운전한 것이 적발이 될까봐 조용한 곳으로 유도하여 처리를 할 마음에서 천천히 피해자가 볼 수 있도록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상태로 자리를 피한 것이고, 피고인이 깜빡이 비상등을 켜고 앞으로 진행하다가 오른쪽 좁은 도로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피해차량이 뒤를 따라 올줄 알았는데 피해차량은 따라오지 않고 목격한 영업용 택시가 뒤 따라와서 앞을 가로막아 세우므로 붙잡힌 셈이나, 사고난 장소는 대로상이므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하면 음주운전사고로 처벌이 무거울까봐 일단 조용한 장소로 유도하여 처리할 마음으로 갔으며, 피고인이 그대로 진행할 때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천천히 갔으므로 그렇게 도주할 마음을 갖지 않고 외진 곳으로 피해자를 유인할려고 마음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는 바,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이 도주할 의사나 목적이 없었음을 변소한 것으로 볼 것인데, 사법경찰리 작성의 손강선(피고인을 검거한 영업용 택시운전사)이나 김중곤(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가 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신문을 한 흔적이 없는 바, 이는 사법경찰리가 피고인이 위와 같이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가다가 영업용 택시운전사인 손강선에게 추적 검거된 것만으로 도주에 해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러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나. 피고인은 검찰이나 제1,2심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제1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은 안천중학교 교사로서 사고 당일 육성회 주최 학사모임에 참석하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 때문에, 피해자와 조용한 곳에서 은밀히 해결할려고 마음먹고 피고인 차량을 후진시킨 후 비상깜빡이를 켜고는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어 피해자 차량옆에 피고인 차량을 잠시 세운 후 왼쪽차창을 통하여 미안하다는 표시로 목례를 하고 계면쩍게 미소를 띄면서 피고인이 비교적 한적한 편도 2차선의 오른쪽 길로 갈테니 따라오라는 표시로 피고인의 왼손으로 우회전하라고 신호까지 보내고, 피해자가 따라오리라고 생각하고 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시속 10Km 정도의 저속으로 깜박이를 켠채 진행하였는데, 차량들이 빽빽이 주차되어 있고 피고인 차량뒤로 뒤따르는 차량이 있어 주차할 마땅한 곳을 찾아 멈칫 멈칫하면서 진행한 것이 사고장소로부터 100m 정도 지나게 되었는데 갑자기 영업용 택시가 피고인 차량을 추월해와 앞을 가로막고 피고인을 끄집어 당겨 석암파출소로 갔고 잠시 후 피해자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고 파출소로 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으며, 원심에서의 변소내용도 같고, 피해자 김중곤은 제1심에서 사고 후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가 2차선에 있던 그의 차량옆 3차선에서 잠깐 섰고, 피고인이 뭔가 손짓을 하는 것 같더니 헤저등을 켠 채 오른쪽 길로 서서히 진행하여 갔느냐는 신문에, 그는 피고인이 손짓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나 그의 처가 보았다고 하였다고 증언한 바 있고, 영업용 택시운전사인 손강선은 제1심에서 피고인 승용차가 사고 후 차선을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바꿔 피해차량 옆에 잠시 대었다가 비상등을 켠채 서서히 오른쪽으로 난 편도 2차선 도로로 우회전하여, 그는 이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다가 피고인이 도주한 것으로 생각하고 피고인 승용차를 따라 우회전하였는데,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는 비상등을 켠채 멈칫 멈칫 하면서 시속 약 10Km 속력으로 100m 정도를 계속 진행하기에 피고인 차를 추월하여 피고인의 멱살을 잡고 뺑소니 아니냐고 내리라고 하였더니 피고인은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뒤에 차가 밀려 있으니 차를 옆에 빼고 이야기 하자고 하였다고 증언하였는 바, 이들의 증언은 피고인의 변소를 어느 정도 뒷바침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 생각컨대, 피고인이 이 사건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에는 사고현장에서 바로 정차하여 어떠한 구호조치 등을 취할 필요없이 피해자를 한적한 곳에 유도하여 화해를 시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교사의 신분으로서 음주운전을 하였다면 이를 은폐하고자 하는 의사에서도 그러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4.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때에는 운전자 등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사고가 중대하여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운전자 등은 바로 그 사고현장에 정차하여 응급조치 등을 취하여야 할 것이나, 경미한 교통사고로서 바로 그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아니고 또는 사고장소가 차량의 왕래가 많은 등 오히려 그 자리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구태여 사고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 인도하여 그 곳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그가 변소한 대로 피해자를 한적한 곳에 유도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깜빡이등을 켜고 시속 10Km의 저속으로 운전하는 등 그가 변소하는 바와 같은 방법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갔다면 특가법 제5조의 3 이 규정하는 바의 "도주"의 의사가 있다거나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에도 피고인이 피해자가 따라올 수 없는 방법으로 운전해 가버린다거나, 피해자가 따라오면 좋고 따라오지 않으면 그냥 가버릴 목적으로 유도하는 척 하였는데 피해자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알고 그냥 가버린 것이라면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위에서 본대로 100m 정도를 지나가고 있는 사이에 위 손강선에게 추월당하여 경찰에 연행된 관계로 피해자 김중곤 등을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막바로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한 사실만 가지고 도주한 것이라고 인정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차량을 유도하는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인지 이것이 피고인이 변소하는 바와 같은 의사나 목적으로 한 것인지, 피고인이 영업용 택시운전사인 손강선에게 추월당하였을 때 도주할 의사가 있었던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특가법 소정의 도주의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한 것이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도주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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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1.21.선고 93노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