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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00568 판결
[손해배상(기)]부제목[공2013하,1700]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 후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던 경우,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상당한 기간’의 범위

[2] 생명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과 배우자 등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각각 별개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갑 등 망인들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유족들인 을 등이 국가를 상대로 갑 등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만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청구취지 등을 변경하여 을 등의 고유 위자료를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의 고유 위자료에 관하여는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이후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다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생명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과 민법 제752조 에 의한 배우자 등 유족의 정신적 피해로 인한 그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각각 그 권리를 행사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갑 등 망인들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유족들인 을 등이 국가를 상대로 갑 등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만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청구취지 등을 변경하여 망인들의 배우자 등으로서 을 등의 고유 위자료를 구한 사안에서, 갑 등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청구권과 을 등의 고유 위자료청구권은 별개의 권리로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따로 따져야 하는데, 갑 등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에 관하여는 제소 시점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이어서 이에 대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지만, 을 등의 고유 위자료에 관하여는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정태 외 3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에 대하여 망 소외 1, 2, 3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유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부분과 원고 14, 15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원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이후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다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을 통하여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이상,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파생된 법적 의미에는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피고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위 대법원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한편 생명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과 민법 제752조 에 의한 배우자 등 유족의 정신적 피해로 인한 그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이므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각각 그 권리를 행사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후 망 소외 1, 2, 3, 4(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가 2008. 11. 25. 망인들을 광주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 ② 위 진실규명결정 이후 위 망인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과거사정리법의 규정과 정리위원회의 건의 등에 따라 피고가 입법을 통하여 망인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기대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피고가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자,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약 2년 11개월이 지난 2011. 11. 21.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 ③ 그러나 원고들은 이 사건 소장에서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만 청구하고 망인들의 배우자, 부모, 자녀로서의 고유 위자료는 청구하지 않았다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이미 지난 2012. 6. 13자 또는 2012. 7. 16.자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비로소 이를 청구에 포함시킨 사실, ④ 원심은 피해자 본인인 망 소외 1, 2, 3의 위자료 청구권을 원고들이 상속한 것으로 인정하고(망 소외 4의 본인 위자료 청구권은 원고 14, 15가 상속인이 아니라고 하여 제외), 나아가 망인들 4명의 부모, 배우자, 자녀들 고유의 위자료를 따로 인정하여, 원고 1에게 망 소외 1 본인의 위자료 및 망 소외 1의 부 소외 5, 모 소외 6, 처 소외 7, 아들 원고 1의 고유 위자료를, 원고 2, 3, 4에게 망 소외 2의 모 소외 8, 처 소외 9, 자녀 원고 2, 3, 4의 고유 위자료를, 원고 5, 6, 7, 8, 9, 10, 11, 12, 13에게 망 소외 3의 부 소외 10, 모 소외 11, 처 소외 12, 자녀 원고 10, 11, 12, 13의 고유 위자료를, 원고 14, 15에게 망 소외 4의 처 소외 13, 자녀 원고 14, 15의 고유 위자료를 각 지급하라고 명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소장에서 청구된 망인들 본인의 위자료 청구권과 이 사건 소장에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된 망인들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의 권리로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따로 따져야 할 것인데, 망 소외 1, 2, 3의 본인 위자료에 관하여는 이 사건 제소 시점이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상당한 기간 내라고 할 것이니 이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망인들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유 위자료에 관하여는 원고들이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마. 따라서 망 소외 1, 2, 3의 본인 위자료에 관한 원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이하 ‘원고 1 등’이라 한다)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으나, 망인들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유 위자료에 관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으나, 그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고,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 또한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은 그 피해가 발생한 때로부터 무려 약 60년이 경과하였고, 과거사정리법도 그 피해의 일률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숫자도 매우 많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희생자 유족의 숫자 등에 따른 적절한 조정도 필요하다( 위 대법원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이미 유사한 다수의 사건들이 확정된 바 있는데도 이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를 달리할 만한 다른 사정에 관하여 밝히지 않은 채 상당한 정도로 증액된 기준을 적용하여 망 소외 1, 2, 3의 본인 위자료 액수를 인정한 것은 다소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으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므로 거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사실심법원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이에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고 1 등에 대하여 망 소외 1, 2, 3의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유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부분과 원고 14, 15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원고 1 등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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