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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 2003. 11. 13. 선고 2002고합70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미간행]
피 고 인

A

검사

김석우

변 호 인

법무법인 B 담당 변호사 C외 4인

주문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으로부터 금 1,175억 1,000만원을 추징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2. 1. 30.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죄 등으로 징역 3년 및 추징금 219,239,000,901원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 계속 중이며, 1995. 8. 25. 경부터 1998. 5. 11.경까지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 대표이사로 1988. 1. 1.경부터 1999. 5. 4.경까지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 대표이사 회장으로 각 근무하면서 위 회사들 및 F주식회사 등이 포함된 G그룹의 대주주 겸 회장으로서 G그룹 소속 계열사들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던 자인바,

1. 피고인이 1996. 5.경부터 1997. 6.경까지 사이에 계열사인 D를 이용하여 바하마에 있는 스티브영 인터내셔널(Steve Young intenational)사로부터 석유정제시설을 수입하여 독립국가연합인 사하공화국에 있는 골드스팍(Gold Spark)사에 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이를 수입하여 다시 수출한 것처럼 수출·수입계약서 등 관계서류를 허위로 작성하여 수입대금을 교부받아 체이스맨하탄은행 뉴욕지점에 개설된 스티브 영 인터내셔널 계좌로 송금하여 불법적으로 국외 유출한 1억 7천만불에 대하여 1997. 6.경 주식회사 H(1997. 11.경 위 D로 상호 변경) 대표이사인 I로부터 수사기관에 고발을 하겠다는 협박을 당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위 불법국외유출자금 중 이미 국외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여 재반입이 불가능한 자금에 대하여, 외국에서 운영되는 까닭에 그 설립 및 운영상황에 대하여 비밀유지가 용이한 역외펀드를 설립하여 E주식회사의 회사공금을 국외로 도피시킨 후 자금세탁과정을 거친 다음, 위장무역으로 해외에 유출하였던 자금이 환수된 것처럼 가장 하여 국내로 들여와 향후에 있을 수 있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위 국외재산도피사건을 은폐하거나 유리한 자료로 활용할 의도로 J와 공모하여, 거주자와 다른 거주자간의 범죄, 도박 등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한 지급 등에 관한 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그러한 허가 없이,

1997. 7.경 영국 런던 소재 E 영국주재 사무소에서, 사실은 역외펀드를 이용하여 해외에서 투자할 계획이 전혀 없었음에도 진술한 바와 같이 자금을 해외로 유출시킬 목적으로 E 상무 K, 이사 L에게 1억불을 투자할 역외펀드를 설립할 것을 지시하고, 위 지시를 받은 K 등이 1997. 8. 20.경 국제적 조세회피 지역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M(이하 ‘M’이라 한다)라는 역외펀드를 설립하자, 1997. 8. 22.경 및 1997. 9. 24.경 펀드 명의로 해외에서 지분증권(Unit Certificate)을 2차례에 걸쳐 발행하고, 위 각 일자에 E가 위 지분증권을 미화 각 5,000만 달러에 전액 매입하는 형식으로 미화 합계 1억불을 외환은행 뉴욕지점 퀸스게이트 뱅크 앤 트러스트(Queensgate Bank & Trust Co.)계좌로 송금하여 해외로 자금을 유출함으로써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보관중이던 피해자 E 소유의 미화 1억불을 횡령하고,

2. 1998. 4. 22.경 서울 영등포구 N 소재 E 회장실에서, E는 수백만 명의 고객보험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이고, 1996 회계연도 누적 결손금이 9,232억원, 1997 회계연도에는 누적 결손금이 1조 2,031억원에 이를 정도로 이미 부실화되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위해 준비하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준비금마저 부족한 상태였으므로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선교재단 또는 학교법인 등에 기부를 할 경우에는 위 회사의 설립목적, 기부금의 성격, 그 기부금이 회사에 끼치는 이익, 그로 인한 회사의 손해 등을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 보험계약자, 주주 또는 회사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으로 기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처 O가 이사장으로 있는 P재단에 3억원을 임의로 기부하는 등 그 무렵부터 1999. 1. 29.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7회에 걸쳐 합계 167억 1,000만원을 기부하여 Q 등에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E주식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3. 1999. 1. 8.경 서울 용산구 R 소재 F주식회사(이하 ‘F’라 한다) 사장실에서, F는 1995.경부터 적자 누적으로 누적결손금이 1996 회계연도에는 약 1,433억원, 1997 회계연도에는 약 2,817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실화되어 1998 회계연도에는 E를 비롯한 G그룹의 계열사들로부터 약 8,700억원을 출자 받아 겨우 자본잠식상태를 면한 상태였으므로, F가 학교법인 등에 기부할 경우에는 위 회사의 설립목적, 기부금의 성격, 그 기부금이 회사에 끼치는 이익, 그로 인한 회사의 손해 등을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 주주 또는 회사 채권자에게 손해를 가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으로 기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위 회사의 대표이사 S에게 T대학교에 기부금을 주도록 지시하여 S로 하여금 같은 날 T대학교에 5억원을 기부하게 하여 T대학교에 위 금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F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1, 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각 일부 진술기재

1. 증인 U, L, V, W, X, Y, Z, S, AA, AB, AC의 각 법정진술

1.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AD의 진술기재

1.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AE의 진술기재

1. 제5회 공판조서 중 증인 AF, AG, AH의 각 진술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V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사본

1. AD, AE, U, AF, AG, AH, L, W, AA, X, K, I, AI, V, Y, AJ, AK, Z, AC, S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AL, AM, AN의 각 진술서

1. F 재무제표(수사기록 1986쪽 이하)

1. 수사보고(대차대조표등 분석결과)

1. 수사보고(수정재무제표)

1. 판결문 사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과 죄질이 가장 무거운 판시 재산국외도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에 가중)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한 사유 참작)

1. 미결구금일수 산입

1. 추 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0조 제3항 , 제1항 (2003. 11. 12. 기준매매율 1불당 1175.10원으로 환산)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변호인들의 주장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가. 검찰이 2001. 7.경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를 실질적으로 마무리하고도 피고인에 대한 종전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후 비로소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종전사건과 병합하여 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자의적인 공소권행사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는 효력이 없다.

나. 피고인은 구 러시아지역 및 동구지역에 대한 투자를 위하여 판시 제1항과 같이 M을 설립하기로 하고 1억불을 송금하도록 한 다음 J에게 그중 8천만불을 대출의 형식으로 팔콘 트레이드 어쏘시에이트 컴퍼니 리미티드(이하 ‘팔콘’이라 한다.) 등 4개 회사에 빌려주도록 지시하기만 하였을 뿐 펀드의 운용에 있어서는 J가 전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으로서는 구체적인 투자처나 자금의 흐름 등에 관하여 알지 못하고 있는 바, (1) 이와 같이 해외투자를 위하여 자금을 국외로 송금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서 법령에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킨 것이 아니고, (2)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펀드설립이나 자금운용 등의 과정에 가담한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은 방조범에 불과하다 할 것이며, (3) 나아가 종전사건의 재산국외도피의 범행과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은 실질적으로 같은 사건이라 할 것인데, 종전사건의 항소심판결에서 피고인이 자수한 사실이 인정된 바 있으므로,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에 관하여도 자수감경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 판시 제2항 및 제3항의 기부행위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티타임 형식의 이사회결의를 거친 것일 뿐만 아니라, 기부 당시의 E와 F의 자산상태나 기부금의 성격 등에 비추어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판단

가. 공소권남용 주장에 관하여

(1) 형사소송법 제246조 제247조 에 의하여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나,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도3026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J와 공모하여 1996. 5. 26. 바하마에 있는 스티브영 인터내셔널사로부터 석유정제시설을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미국 체이스맨하탄은행 뉴욕지점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한 다음,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이스맨하탄은행 뉴욕지점에 개설된 스티브영 인터내셔널사 계좌로 수입대금 명목으로 9회에 걸쳐 미화 합계 165,926,739.50불을 송금하도록 하여 법령에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켰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1999. 1. 9. 기소되어(이하 ‘종전사건’이라 한다) 1999. 7. 27.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2002. 1. 30.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다시 피고인 및 검사가 상고하여 현재 위 사건은 2002도661호 로 대법원에 계속중에 있다.

(나) 검찰은 종전사건의 1심 공판절차가 진행중이던 1999. 3. 30., 1999. 3. 31. 및 1999. 4. 7. E 국제부장 L, 국제담당 상무 K 및 피고인을 상대로 피고인이 M을 설립하여 1997. 8. 22. 및 1997. 9. 24. 각 미화 5천만불을 국외로 도피한 사실에 관하여 조사하였고, 피고인은 그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M을 이용한 1억불의 불법적인 국외도피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1. 5. 22.경 피고인이 M을 이용하여 1억불을 해외로 송금한 다음 8천만불을 팔콘 등 4개 회사에 대여처리하였다가 6,900만불을 D가 위장무역으로 해외유출하였던 자금이 환수된 것처럼 위장하여 국내에 환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8천만불이 정상적인 해외투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1999. 3. 결산시 이를 전액 유가증권평가손실로 계상하여 2000년도 결산과정에서 결손금을 과대계상하도록 하고, 아울러 위 1억불 중 국내로 환수되지 아니한 1,100만불을 국외로 도피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인을 검찰에 고발하였고, E는 2001. 6. 27.경 피고인이 M을 이용하여 1억불을 해외로 송금하여 그중 8천만불을 횡령하고, 학교법인 Q, P재단, T대학교에 대한 기부행위로 배임행위를 저질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인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라) 위 서울지방국세청 및 E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위 1억불의 국외재산도피, 횡령 및 기부행위와 관련한 배임혐의에 관하여 수사에 착수한 결과, 2001. 7. 25.경 ‘피고인이 M을 이용하여 법령에 위반하여 1억불을 국외로 도피시키고, 그중 8천만불을 횡령하였으며, E의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여 P재단 등에 17회에 걸쳐 167억 1천만원을 기부하여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2001. 7. 26. ‘피고인이 종전사건의 항소심에서 불구속으로 재판받고 있고, 영장청구 기재 범죄사실로 다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상당한 이유가 없으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위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였다.

(마)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된 이후에도 2001. 7. 31.경까지 이 사건 각 범죄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및 참고인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다가 그 이후 위 범죄사실에 관하여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였고, 종전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02. 5. 10.경 F 주식회사에 연도별 기부금 납부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송부하여 달라는 수사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2002. 5. 13. 그 자료를 제출받고, 같은 날 F 대표이사 S를 참고인으로 소환하여 F가 1999. 1. 8. T대학교에 5억원을 기부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조사한 다음(이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F가 T대학교에 5억원을 기부한 것이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보강수사로 보인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2002. 7. 10. 추가적인 조사 없이 피고인을 이 사건 범죄사실로 기소하였다.

(바) 한편, 검찰은 피고인의 처 O가 이른바 옷로비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에서 위증을 하였다는 혐의로 2000. 1. 15. 기소하였으나 2000. 11. 9. 서울지방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그 판결은 이 사건 공소제기 전날인 2002. 7. 9.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3) 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검찰이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하여 2001. 5. 22. 및 2001. 6. 27. 각 서울지방국세청 및 E의 고발에 기하여 수사에 착수한 결과 2001. 7. 25.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그 영장청구가 기각된 후에도 피고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여 2001. 7. 31.경에는 F의 T대학교에 대한 5억원의 기부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추가조사 외에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를 실질적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고, 위 F의 기부행위와 관련한 보강수사를 위하여 2002. 5.경까지 9개월이 넘는 장기간이 소요될 만한 아무런 사정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2001. 7. 31. 이후 이 사건 기소일까지 피고인과 관련한 다른 범죄혐의에 관하여 별도의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등의 자료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 한편 검찰은 종전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2001. 8. 23.자 의견서(증 제13호)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한 영장청구 및 기각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하여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수사에도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며, 기소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다투고 있어서 1심 공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을 이유로 조속한 공판진행을 촉구하고 있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찰이 위 의견서를 제출한 2001. 8. 23.경에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가 실질적으로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종전사건 항소심의 조속한 종결을 촉구하면서도, 별다른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F와 관련한 보강수사만을 남겨놓은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하여는, 기소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이를 방치하다가 종전사건의 항소심판결이 선고된 이후 2개월 가량이 지난 시점에 간단한 추가조사만 거치고 뒤늦게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을 종전사건과 병합하여 심판받을 기회를 상실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종전사건의 사실심 판결선고 이전에 공소제기가 충분히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제기되었으므로 그 공소제기의 시기에 있어서 적절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 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전사건은 그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 및 검사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속중에 있는바, 위 종전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항소심에서 인정한 자수감경이 적법한지 여부 등에 관하여 다투어지고 있다.), 이 사건 공소제기가 종전사건의 항소심 판결선고 이후에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종전사건과 병합하여 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운 점, ② 종전사건은 1999. 1. 9. 기소되어 1심 판결이 1999. 7. 27. 선고되었음에도 항소심 공판절차가 장기화되어 2002. 1. 30.경에야 비로소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는 서울지방국세청 및 E의 고발이 있은 후인 2001. 5. 및 2001. 6.경 이후에 이루어진 것인데(검찰은 1999년경 피고인의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을 대체로 인지하고도 피고인이 당시 국내로 반입되지 아니한 3,100만불의 국내 반입을 약속함에 따라 수사를 보류하였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수사기록 1162쪽 참조), 이와 같이 종전사건의 항소심 계속중 뒤늦게 수사가 개시된 이 사건 범죄사실이 일시적으로 종전사건과 병합이 가능한 상태에 있었던 것도 종전사건의 항소심이 이례적으로 장기화되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 ③ 또한 이 사건 범죄사실 중 재산국외도피 부분은 종전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이기는 하나 그 자체가 법정형이 무기징역 내지 징역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로서 종전사건과 구별되는 별개의 범행이어서 처벌가치가 없다거나 경미한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④ 나아가 변호인의 주장처럼 이 사건 고발 및 수사착수의 경위에 다소 의문이 있다거나, O에 대하여 무죄가 확정된 다음날 이 사건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검찰이 피고인에게 병합하여 심판받을 기회를 박탈하거나 또는 다른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이 사건 기소시기를 늦춘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제기의 시기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에 나아가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가 될 정도로 이 사건 공소제기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자의적인 공소권행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나. 재산국외도피 부분

(1)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① E의 일반적인 해외투자의 방식과는 달리 이 사건 M의 설립과 관련하여 투자대상에 대한 별다른 사전 조사과정이나 해외투자 관련실무자들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고, K, L, AE 등이 피고인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M의 설립과 관련하여 일부 실무적인 부분에 관여하였을 뿐 피고인과 J 외에는 구체적인 투자처 등 펀드의 자금운용과 관련하여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실(피고인조차도 구체적인 투자처 등에 관하여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② 위 펀드의 자금 1억불 중 8천만불이 팔콘 등 4개 회사 발행의 무담보약속어음에 투자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위 무담보약속어음 발행회사의 실체를 확인할 아무런 정보도 확보되지 아니한 사실, ③ 역외펀드의 투자자금인 위 8천만불 중 약 6,900만불이 곧바로 국내로 재반입되어 D의 위장무역 대금 상환에 사용된 사실, ④ 한편 피고인도 1999. 4. 7. 검찰에서 D의 위장무역대금을 처리하기 위하여 J와 상의하에 M을 위장 설립하고 1억불을 해외로 송금하였다가 그 중 약 6,900만불을 국내로 반입하여 위 D의 위장무역대금을 상환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사실(수사기록 1071쪽)이 인정된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이 J와 공모하여 종전사건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이 사건 M을 이용하여 1억불을 해외로 도피시킨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

(2) 이와 같이 피고인이 종전사건을 은폐하기 위하여 J와 상의하여 M을 설립하고 1억불을 송금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은 J와 함께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의 범행을 주도한 자라 할 것이고, 단지 J의 범행에 도움을 주는 행위에 그친 방조범이라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가사 피고인이 종전사건과 관련하여 자진출두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자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범행은 종전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범행이기는 하나 종전사건과는 범행의 일시나 방법 등에서 구별되는 별개의 범행이라 할 것이고, 위 자진출두서도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G그룹 계열사 H 대표이사 I가 조사를 받으면서 본인이 외화도피 등의 죄를 저질렀다는 진술을 하고 있으므로 본인이 자진 출두하여 이에 대하여 밝히고, 만약 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므로 이에 자진출두서를 제출하오니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로서 종전사건 외에 위 범행사실에 관한 자수의사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종전사건의 자수의 효력이 위 범행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가사 위 범행에 대하여 자수의 효력이 미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한데, 다음의 양형이유란에서 보는 사유들에 비추어 보면 자수감경할 사안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다. 기부행위로 인한 배임부분

주식회사가 그 재산을 대가 없이 타에 기부, 증여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당의 감소를 가져 오게 되어 결과적으로 주주에게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가하는 것이 되지만 그것이 배임행위가 되려면 그 회사의 설립목적, 기부금의 성격, 그 기부금이 사회에 끼치는 이익, 그로 인한 주주의 불이익 등을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 그 기부행위가 실질적으로 주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5.7.23. 선고 85도480 판결 참조).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① E는 판시와 같이 1996 회계연도 누적결손금이 9,232억원, 1997년 회계연도 누적결손금이 1조 2천여억 원에 이르는 등 최소한의 책임준비금도 부족하였고(변호인은 이와 같은 누적 결손금은 금융감독원이 자산을 청산시의 가치로 평가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E가 보험감독원으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기 위하여 직접 작성하여 1997. 5.경 및 1998. 5.경 보험감독원에 제출한 각 수정대차대조표에 의하더라도 1997. 3. 31. 현재 누적결손금이 5,825억원, 1998. 3. 31. 현재 누적결손금이 8,974억원에 이른다. 수사기록 1525, 1526쪽 참조), F 역시 1997 회계연도에 누적결손금이 2,817억원에 이르러 1998 회계연도에 G그룹 계열사로부터 약 8,700억원을 출자받아 자본잠식상태를 겨우 면하는 등 자산상태 및 재무구조가 매우 불량한 시기에, 피고인이 이사회의 결의 등도 거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기부를 지시하여 이 사건 기부가 이루어진 사실(가사 변호인 주장과 같이 약식의 티타임에서 기부와 관련한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자산상태나 아래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② 이 사건 각 기부의 상대방에 관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은 학교법인 Q의 이사장, 피고인의 처 O는 P재단의 이사장이고, 피고인의 매제 AO는 종전에 T대학교의 소속재단인 AP의 이사로 등재되는 등 피고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③ 기부금의 액수도 1회에 보통 3억 내지 4억원에 이르는 등 3개 기부처에 대한 기부금이 합계 172억원에 이르는 사실(이 사건 기부가 이루어진 무렵 E와 F의 전체 기부금 내역에 의하면, 피고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위 3곳을 제외한 기부금액은 대부분 1천만원을 넘지 않는 소액에 불과하다)이 인정된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기부행위는 E 및 F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각 기부금내역이 사후적으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었고 보험감독원에도 보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라. 결국, 변호인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수출입 관계서류를 위조하여 은행으로부터 1억 8천만불 상당을 편취하여 그중 1억 6천만불 상당을 해외로 유출하였다가 그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위장 역외펀드를 설립하여 1억불을 해외로 유출한 다음 그 중 일부를 국내로 재반입하여 종전의 위장무역대금을 상환하고, 나아가 E와 F의 열악한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Q 등에 172억원 상당의 거액을 기부하여 배임행위를 저지른 범행으로써, 대그룹의 총수로서 사회의 지도자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이와 같이 거액의 회사재산을 사유물인 것처럼 임의로 해외로 유출하거나 기부하여 회사의 고객이나 주주, 채권자 등에게 커다란 재산적 손해를 초래하는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죄질이 극히 중하다 할 것이고, 범행 이후에도 정상적인 해외투자를 위하여 M을 설립한 것이라거나, 그 범행은 이미 해외로 도피한 J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서 자신은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여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해 하는 등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에서 그 죄질에 상응한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이 비교적 고령이고, 협심증에 시달리는 등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점, 종전사건으로 인하여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에 계속중인 점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작량감경한 형기범위 내에서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하고, 아울러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법정구속은 하지 않기로 한다.

판사 김병운(재판장) 박종국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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