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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7.20. 선고 2020구합3540 판결
귀화불허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3540 귀화불허처분취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6. 15.

판결선고

2021. 7. 20.

주문

1. 피고가 2020. 6. 5. 원고에 대하여 한 귀화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일본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2003. 3. 18.경 대한민국 국적자인 모와 함께 방문동거(F-1)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원고는 2017. 9. 7.경 거주(F-2) 자격으로 체류자격이 변경되었고, 현재까지 위 체류자격을 유지하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8. 8. 21. 피고에게 국적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특별귀화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0. 6. 5. 불허사유로 '범죄경력'을, 근거규정으로 '국적법 제5조 제3호'를 각 들어 원고의 귀화를 불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는 1996. 2. 13. 일본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모 C와 일본인 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부모가 이혼하면서 원고는 2003년 3월경 모를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일본과는 인적·물적 관계가 단절되었다.

비록 원고가 2017. 10. 23. ○○지방법원 ○○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으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원고는 성인이 된 후 배달일이라도 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다가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서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범행의 정도 또한 비교적 경미하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는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

원고는 2017. 10. 23. ○○지방법원 ○○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으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20. 7. 16.경에도 모욕죄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또한 원고는 2013. 3. 18.경 방문동거(F-1) 체류자격으로 입국하였으면서 정해진 체류기간인 2006. 3. 18.을 도과하여 2017년 8월경까지 11년 이상 불법체류하였고, 2018. 1. 10.경 여권번호 등이 변경되었음에도 이를 법정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여 출입국관리법 제35조 위반 혐의로 과태료 2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품행이 단정할 것’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판단

1) 관련 규정 및 법리

가) 국적법 제4조 제1항은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귀화허가 신청을 받으면 제5조부터 제7조까지의 귀화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한 후 그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귀화를 허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적법 제5조 제3호는 귀화 요건 중의 하나로서 '법령을 준수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적법 제7조 제1항은 특별귀화 요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는 사람은 제5조 제1호, 제1호의2, 제2호 또는 제4호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여도 귀화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특별귀화의 경우에도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국적법 시행규칙 제5조의2국적법 제5조 제3호를 구체화하여 품행 단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관하여 제1호에서 '귀화허가를 받으려는 외국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은 경우로서 법무부장관이 해당 외국인의 법령 위반행위를 한 경위·횟수, 법령 위반행위의 공익 침해 정도,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인도적인 사정 및 국익 등을 고려해 품행이 단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면서, 그 다목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그 벌금을 납부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 시행규칙 제5조의2 제2호는 '외국인이 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이 해당 외국인의 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위나 그로 인한 공익 침해 정도,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인도적인 사정 및 국익 등을 고려해 품행이 단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품행 단정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나) 국적은 국민의 자격을 결정짓는 것이고, 이를 취득한 사람은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동시에 국가의 속인적 통치권의 대상이 되므로, 귀화허가는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국적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다. 앞서 본 국적법 제4조 제1항 등 귀화허가의 근거 규정의 형식과 문언, 귀화허가의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해 보면, 법무부장관은 귀화신청인이 국적법상의 귀화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649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무부장관은 재량권 행사에 있어 국적법의 입법 목적, 국적 취득 요건을 정하고 있는 개별 규정의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이를 행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이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을 위배하여 불합리한 재량 행사를 하여 외국인의 귀화신청을 불허하였다면,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2)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품행단정 요건을 충족하는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관계 규정 및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국적법 제5조 제3호국적법 시행규칙 제5조의2 제2호에 정한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되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수 없다.

가) 원고는 1996. 2. 13. D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모 C와 일본인 부친 사이에 태어났다. 그 후 원고의 부모가 이혼하였고, 원고는 만 7세인 2003. 3. 18.경 모를 따라 방문동거(F-1)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E'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과 혈연적 · 생활환경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반면 원고는 일본과 아무런 생활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나) C는 원고의 방문동거(F-1) 체류자격에 따른 체류기간인 2006. 3. 18.이 경과는한 후에도 미성년 자녀인 원고를 위하여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하는 등 원고의 신분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C는 경제적 문제로 원고의 양육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마저 두절하였다.

비록 원고가 형식적으로는 2006. 3. 19.부터 2017. 8. 26.까지 체류기간을 도과한 채 대한민국에 불법 체류한 결과가 되었지만, 원고가 그와 같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것은 전적으로 원고의 법정대리인이자 대한민국 국적자인 모 C의 잘못이고 당시 만 11세에 불과한 원고에게 그 귀책을 돌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사유는 원고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볼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다) 그 후 원고는 위와 같은 신분 문제로 대한민국 내에서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C가 한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이부누나인 F(1981년생)의 보살핌으로 성장하였다. 원고는 성인이 된 직후인 2015년 2월경 신분 문제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면허 없이 F의 남편으로부터 오토바이를 빌려 배달일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하게 되었다. 원고가 입원한 사이 F의 남편이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와 원만히 합의하였고, 원고는 당시에는 이로 인하여 형사처분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원고는 2017. 8. 28.경 경찰로부터 불심검문을 당하여 불법체류자임이 밝혀지는 바람에 출입국관리법위반사범으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되었다가, 원고가 대한민국 국적자의 자녀로서 오랫동안 대한민국에 거주한 사정이 고려되어 2017. 19. 7.경 거주(F-2) 체류자격을 얻으면서 보호가 해제되고 체류가 허가되었다. 위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위와 같이 무면허운전을 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뒤늦게 2017. 10. 23. ○○지방법원 ○○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으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원고가 무면허운전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에 인도적으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범행의 죄질 또한 비교적 경미하다. 또한 위 범행은 이 사건 처분일로부터 5년 전의 것이고, 원고의 벌금형은 이미 실효되었다(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3호 참조).

피고는 이와 같이 원고가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벌금을 납부한 날부터 5년이 되지 아니하였음을 근거로 국적법 시행규칙 제5조의2 제1호 다목에 따라 원고가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위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위 시행규칙 제5조의2 제2호의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는 원고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고는 2018. 1. 10.경 여권번호, 발급일자, 유효기간 등이 변경되었음에도 이를 법정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출입국관리법 제35조의 외국인등록사항 변경신고의무를 위반하였고,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거주(F-2)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단순 신고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반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위 의무위반으로 인한 공익의 침해 정도도 크지 아니하다.

마) 원고가 태어날 당시 시행되던 구 국적법(1997. 12. 13.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는 출생한 당시에 부(父)가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면서(제1, 2호), 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국적이 없는 때에 한하여 모(母)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여(제3호) 부계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출생 후인 1997. 12. 13. 국적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개정 국적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출생한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여 부모양계혈통주의를 채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위 개정 국적법 부칙 제7조 제1항 제1호는 '개정 국적법 시행 전 10년 동안에 대한민국의 국민을 모로 하여 출생한 자는 개정 국적법 시행일부터 3년 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개정 국적법 시행 전에 대한민국 국민을 모로 하여 출생한 자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 부칙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헌법재판소 2000. 8. 31. 선고 97헌가12 결정)에 따라 2001. 12. 19. ’H로부터 G까지 대한민국의 국민을 모로 하여 출생한 자로서 모가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 등은 2004년 12월 31일까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다시 개정되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었다(제7조 제1항 제1호). 한편 위 각 부칙 규정은 모두 15세 미만인 자의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을 법정대리인으로 정하고 있다(제7조 제3항).

원고는 대한민국 국적자인 C를 모로 하여 1996. 2. 13. 태어난 사람이어서, 위 개정 국적법 및 개정 국적법 부칙에 따라 2004. 12. 31.까지 법정대리인이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하기만 하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법정대리인인 C는 2003년 3월경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에도 위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법무부장관에게 원고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위한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결국 원고는 위 부칙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실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사정도 국적법 시행규칙 제5조의2 제2호에서 정하는 인도주의적 사정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바) 피고는 원고에게 모욕죄로 수사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정을 원고의 귀화를 허가하지 않는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모욕 혐의로 조사받던 중 2020. 7. 16. 불기소(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을 뿐이고 위 전력이 원고의 품행과 관련이 있다고 추단할 만한 아무런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수사를 받았다는 사정 역시 원고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볼 근거가 되지 못한다.

3)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앞서 본 관계 규정 및 법리와 같이 피고는 귀화신청인이 국적법항 귀화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귀화를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 따라서 원고가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피고에게는 원고의 무면허운전 전력 등을 이유로 원고의 귀화허가 신청을 거부할 재량이 있지만, 그와 같은 피고의 재량권 행사 또한 사법통제의 대상이 된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의 범죄경력 등을 이유로 원고의 귀화를 불허한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으로서 피고에게 허용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즉 ① 원고의 모 C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원고는 만 7세의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현재까지 'E'라는 이름으로 18년 이상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면서 그 생활터전이 대한민국에 형성되어 있다. ② 원고는 1997. 12. 13. 개정 국적법 부칙 등에 따라 일정한 기간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하기만 하면 출생에 따른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법정대리인인 C가 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상실하였고, C가 원고의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등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바람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성장하였다. ③ 원고가 저지른 법 위반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귀책으로 돌리기 어려운 것이거나, 신분 문제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모로부터 제대로 부양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성인이 되자 생계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저지른 것으로서 그 경위에 인도적으로 참작할 부분이 있고, 각 위반행위가 공익을 침해하는 정도도 중하다고 볼 수 없다. ④ 피고가 원고의 귀화를 불허할 경우 원고는 대한민국 내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서 자칫하면 강제퇴거될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생활상 주어지는 각종 사회보장적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불이익이 크다.

4) 소결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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