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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 5. 28. 선고 2019가단9597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외 1인)

피고

김소연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병철)

2021. 4. 9.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 8. 1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지급일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부부조각가이고, 피고는 제8대 ○○시의회 의원이다.

나. 원고들은 2016. 8. 24.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하 ‘이 사건 노동자상’이라 한다)을 제작하여 왔고, 이 사건 노동자상은 2019. 8. 13. ○○시청 앞 공원 광장에 세워졌다.

다. 피고는 이 사건 노동자상과 관련하여 2019. 8. 12. 및 2019. 8. 14. 피고의 페이스북에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 한다)을 게시하였고, 2019. 8. 14. 보도자료(이하 ‘이 사건 보도자료’라 한다)를 배포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2019. 8. 12.자 페이스북 게시글
‘우리가 “강제징용 노동자”로 알고 있는 사진 속 남성들은 우리 조상들이 아니고 “일본인”들입니다. 이는 모든 사료로서 확인이 되었고 교육부에서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기로 했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산역을 비롯하여 추진위가 설치한 동상들은 이 사진 속 남성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역사왜곡”입니다’, ‘일본인을 모델로 만들고 우리 조상이라 말하는 것은 역사왜곡입니다.’, ‘분명히 일본인 모델임을 알면서도, 오로지 민노총이 주장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과서에서조차 빠진, 잘못된 사진 속 일본인을 모델로 한 동상건립이야말로, 꿋꿋이 “친일”을 자행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오가는 ○○ 한복판에도 도대체 왜, 일본인을 모델로 한 동상이 세워져야 합니까’
● 2019. 8. 14.자 페이스북 게시글
‘동상의 모델이 된 비쩍 마르고 헐벗은 사람은 1926년 일본에서 학대당해서 (염전노예처럼) 당국에서 수사를 하고 찾아낸 일본인들의 모습입니다.’, ‘“일본인”을 모델로 한 불법시설 동상이 설치되어, 시민들이 엉뚱하게 일본인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역사를 기념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2019. 8. 14.자 보도자료
우리가 “강제징용 노동자”로 알고 있는 자료사진 속 남성들은 우리 조상들이 아니고 “일본인”들이다’, ‘용산역을 비롯하여 추진위가 설치한 동상들은 이 사진 속 남성을 모델로 한 것으로 이는 명백한 “역사왜곡” 행위며, 사소한 거짓말들이 쌓여서 그릇된 역사를 만든다.’, ‘우리 아이들이 오가는 ○○ 한복판에 도대체 왜, 일본인을 모델로 한 동상이 세워져야 하는가?’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각종 자료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본인을 모델로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는 원고들이 일본인을 모델로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

따라서 피고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각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인 노동자를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는 피고의 주장 또는 의혹제기에 불과하므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

2)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음을 알지 못한 채 일본인을 모델로 한 노동자상에 대하여 시민들이 검증도 하지 않고 기념하고 추모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의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고, 피고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으므로 위법성도 없다.

3. 판단

가.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의 경우에도 적시된 기초 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참조).

2) 판단

피고인이 ○○시의회 시의원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더하여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시의회 시의원의 지위에서 ‘강제징용 노동사장 건립추진위원회’, ‘민주노총’ 등의 주도하에 설치된 이 사건 노동자상과 관련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면서 이를 규탄하는 취지로 페이스북에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는 이 사건 노동자상 건립에 대한 정치인인 피고의 비판적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노동자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의 주된 논거로 이 사건 노동자상의 실제 모델이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일본인 노동자라는 점을 밝히면서 이는 역사왜곡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는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강제징용된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고, 피고의 주장과 같이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되어 설치된 이 사건 노동자상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을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음이 밝혀질 경우, 이 사건 노동자상의 건립을 추진하는 단체들뿐만 아니라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까지도 침해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를 게시 또는 배포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포함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

나.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45857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노동자상의 제작자가 원고들이라고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을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지목하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원고들이 제작한 노동자상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로 이 사건 노동자상의 제작자인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까지도 침해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피고가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원고들을 제작자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적시한 사실의 허위 및 위법성 여부

1) 관련 법리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4138 판결 등 참조)

한편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임이 증명된 경우는 물론 그 증명이 되지 않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는 그 적시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적시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0다61793 판결 등 참조).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는바, 여기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의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 등 참조).

2) 적시한 사실의 허위 여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5, 6, 9, 10, 13,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2019. 3. 20.경 초등교과서에 개제된 강제징용 노동자 사진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 의해 보도되었던 점, ② ‘반일종족주의를 타파하자’라는 책자 및 월간 조선에 개제된 위 책 저자 소외인의 인터뷰 내용에서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한국인이 아니고 1926. 9. 9.짜 〈아사히카와신문〉에 실린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경찰에 구출된 일본인 노동자’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 ③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설치를 반대하는 모임 등의 단체는 2019. 6. 5.경 이 사건 노동자상은 1926년 일본인을 모델로 하였다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하기도 하였고, 이 사건 노동자상이 ○○시청 앞 공원 광장에 설치되기 이전인 2019. 6. 28.에 개최된 토론회에서도 ‘일본인 이미지 ○○징용노동자 동상 건립을 반대한다’는 자료가 배포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문제제기가 이 사건 게시글의 게시 및 이 사건 보도자료 배포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이 사건 노동자상의 건립을 추진하던 단체에서 이에 대하여 반박하는 해명 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 점, ④ 초등학교 교과서에 강제징용 노동자로 잘못 게재된 일본인 노동자의 사진과 이 사건 노동자상 인물의 외모적 특징이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들이 적시사실의 허위성 즉,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3) 위법성 조각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갑 제4호증, 을 제5, 13,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를 게시 및 배포한 행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가) 이 사건 노동자상은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인 ○○시청 앞 공원 광장에 설치될 것을 예정하고 제작된 것으로서, 그 제작 배경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나 검증 요청을 필수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공의 조형물로 보이고, 더욱이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를 기리기 위하여 제작된 이 사건 노동자상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노동자를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는지 여부는 그 건립의 찬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의 관심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 당시 이 사건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지 여부 및 이 사건 노동자상의 설치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시민사회에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시의회 시의원으로서 공공의 관심 사항이자 시민사회에 논쟁이 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의견 내지 논평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시의원의 지위에서 이 사건 노동자상의 건립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기 위하여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전체적인 취지가 ‘일본인을 모델로 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는 역사 왜곡으로 시정되어야 한다’거나 ‘관련 법규에 따른 적법한 설치를 촉구한다’는 것으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비판 또는 부정적인 의견의 대상으로 삼은 상대방 또한 이 사건 노동자상의 건립을 추진한 단체와 동상 설치 인허가와 관련한 ○○시 등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원고들을 직접 비판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게시 및 반포 이전에 원고들을 알았다거나, 원고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라. 소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를 게시 및 배포한 피고의 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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