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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2022. 9. 22. 선고 2021나21103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피고,피항소인

피고

2022. 7. 21.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각 원고에게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8. 14.부터 2022. 9. 2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 8. 1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지급일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문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일본인을 모델로 이 사건 노동자상(별지 1. 사진 참조)을 제작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이 일본인을 모델로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모욕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명예훼손·모욕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각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별지 2. 사진 속의 일본인 노동자를 모델로 하여 제작되었다는 피고의 주장 또는 의혹제기에 불과하므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 주1)

2)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였음을 몰랐다.

3) 이 사건 노동자상은 일본인으로 밝혀진 노동자들의 모습과 유사하거나 같아 논쟁의 여지가 있고, 공적 공간에 설치됨에 있어 거쳐야 할 법적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는 이를 지적한 것이므로 그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위법성도 없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1)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의견을 표명하는 방법으로 행해질 수도 있는바, 그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 또는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이라면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아니한가의 구별은, 당해 표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인이 보통의 주의로 그 표현을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거기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표현이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내용 및 표현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인지에 대하여 단순히 의견을 표현한 것을 넘어서, 해당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단순한 의견의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로서 적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

가)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는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머리글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4585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노동자상의 제작자가 원고들이라고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점, 언론기사 등을 통해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가들이라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바, 인터넷 등 간단한 정보검색을 통하여 이 사건 노동자상의 제작자가 원고들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점 등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을 아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이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지목하는 이 사건 노동자상이 원고들이 제작한 노동자상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서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3)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가 적시한 사실의 허위성 여부

가)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413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적시한 사실은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별지 2. 사진 속 인물과 이 사건 노동자상은 외모에 있어 동일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야윈 체형과 상의 탈의 및 하의는 허벅지를 드러낼 정도의 짧은 옷차림이라는 유사점을 갖고 있으나, 단순히 그와 같은 복장의 유사점만으로 이 사건 조각상이 별지 2.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볼 수 없다(야윈 체형, 허름한 옷차림은 강제징용 착취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데,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허위사실 적시다).

② 원고들은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기 위해 강제징용과 관련된 자료들을 조사·분석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것이지 특정 사람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조각상과 별지 2. 사진 속 인물이 갖는 유사점인 복장의 경우 다른 자료(갑 제5호증)를 통해 확인되는 강제징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복장과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 조각상이 별지 2.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③ 피고 스스로 이 사건 노동자상의 제작자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점, 위에서 판단한 것과 같이 별지 2. 사진만으로 이 사건 노동자상이 그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반면에, 달리 피고가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하여 확인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들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인 별지 2. 사진 속 인물을 참조하거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내용은 이 사건 조각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점에 대하여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피고가 추측뿐인 사실(원고들이 일본인인 별지 2. 사진 속 인물을 모델로 하여 이 사건 조각상을 제작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마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4)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 여부

가)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진실성이 증명되지 아니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표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행위자가 적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고,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노동자상이 별지 2. 사진 속의 인물을 모델로 하였다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조각상의 제작 과정을 몰랐다. 그럼에도 의견·의혹 제기가 아닌 마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로 오인될 수 있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여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를 작성하였다.

② 별지 2. 사진 내지 이 사건 조각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임을 이유로 그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 및 자료들이 확인되나, 그와 같은 자료들이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한 진위 확인을 위한 적절하고 확실한 자료들이라 보기 어렵다.

③ 피고로서는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 이 사건 조각상들의 제작자인 원고들이나 조각상의 설치 주체를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정작 그들에 대하여 사실을 확인하려고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④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 조각상이 관련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설치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도 일부 보이나, 이 사건 게시글과 보도자료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언급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한 분량에 비추어 이 사건 조각상이 별지 2. 사진 속 일본인을 모델로 하였다는 사실이 주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설치 관련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표명하면 되는데, 피고는 설치에 반대하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조각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5) 소결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에 적시된 사실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여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의 위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은 이와 별도로 모욕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는데, 이는 앞서 인정한 명예훼손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위자료 산정에 참작하도록 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의 이 사건 게시글 및 보도자료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원고들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점, 그중에는 원고들에 대한 모욕적 표현도 포함되어 있는 점, 반면 이 사건 노동자상은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인 ○○시청 앞 공원 광장에 설치될 것을 예정하고 제작된 것으로서, 피고는 시의원의 지위에서 그에 관한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위법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 전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 2,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각 원고에게 위자료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9. 8. 14.부터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2. 9. 22.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해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그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장창국(재판장) 한승철 하승수

주1) 갑 제4호증의 1의 1쪽 하단 및 갑 제11호증 73쪽 상단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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