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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80283 판결
[손해배상(기)]〈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설치한 조각가 부부가 해당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발언 등을 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공2024상,97]
판시사항

[1]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의 의미 / 순수한 의견 표명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 판단하는 기준

[2]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 및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

[3]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갑 등이 위 노동자상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들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발언들을 한 시의회 의원 을을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발언들은 통상적인 어휘의 의미나 전후 문맥 등 전체적인 흐름, 사회평균인의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의 의미를 확정할 경우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에 불과하여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고, 위 발언들이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을로서는 위 발언들을 행할 당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경우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등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의견 표명 자체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는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나 전후 문맥 등 전체적인 흐름, 사회평균인의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피고가 적시된 사실에 대하여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피고가 부담한다.

[3]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갑 등이 위 노동자상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들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발언들을 한 시의회 의원 을을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발언들은 전체적인 맥락 등을 고려하면 위 노동자상이 일본 내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구출된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양자 간에 상호 유사성이 있다는 을의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발언들은 통상적인 어휘의 의미나 전후 문맥 등 전체적인 흐름, 사회평균인의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의 의미를 확정할 경우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에 불과하여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고, 위 발언들은 공적 공간에 설치되어 그 철거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된 공론을 이끌어낸 위 노동자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발언들이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을로서는 위 발언들을 행할 당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얄 담당변호사 박병철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2. 9. 22. 선고 2021나211038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조각가 부부인 원고들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2016. 8. 24.부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상징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하여 국내 각지에 설치해 왔고, 2019. 8. 13. ○○시청 앞 공원 광장에도 이 사건 노동자상을 설치하였다.

나. ○○시의회 의원인 피고는 이 사건 노동자상과 관련하여 2019. 8. 12.부터 2019. 8. 14. 사이에 피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위 노동자상은 조선인이 아니라 1920년대 일본 경찰의 수사로 구출된 일본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모델로 만들었으므로 이 사건 노동자상 설치는 역사왜곡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담은 이 사건 발언들을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이 사건 발언들은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 아니라 피해자를 원고들로 특정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그 내용 또한 허위로 보이며, 피고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경우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등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의견 표명 자체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는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나 전후 문맥 등 전체적인 흐름, 사회평균인의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의 진위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피고가 적시된 사실에 대하여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피고가 부담한다 (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먼저 이 사건 발언들은 통상적인 어휘의 의미나 전후 문맥 등 전체적인 흐름, 사회평균인의 지식이나 경험 등을 고려하여 그 표현의 의미를 확정할 경우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에 불과하여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고, 이를 허위라고 볼 만한 원고들의 증명 또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의 이 사건 발언들은 그 전체적인 맥락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노동자상이 일본 내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구출된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양자 간에 상호 유사성이 있다는 피고의 비판적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2) 특히 이 사건 노동자상이 실제로 누구를 모델로 하였는지, 그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는 제작자인 원고들의 내심의 의사에 기반한 창작 결과물만을 보는 제3자로서는 이를 알 수가 없는 것이고, 그 진위를 증거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3) 예술작품이 어떠한 형상을 추구하고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 작품이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부터 감상자의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에 놓여 그에 따른 비평의 대상이 된다. 예술작품에 대한 개인적·심미적 취향의 표현이나 특정 대상과 비교하는 등의 비평은 그 자체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섣불리 이를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2)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노동자상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를 인정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1) 이 사건 발언들은 공적 공간에 설치되어 그 철거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된 공론을 이끌어낸 이 사건 노동자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위 노동자상과 유사하다고 지목된 일본인들의 사진은 실제로 상당 기간 국내 초·중·고교 교과서나 부산 소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내 설치물에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로서 소개된 바 있었던 점, 그러다가 이 사건 노동자상의 설치 전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위 사진 속 인물들이 사실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한 점, 그 후로 해당 교과서나 역사관 내 사진이 순차 교체되거나 삭제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설혹 이 사건 발언들이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위 발언들을 행할 당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발언들을 허위사실의 적시로 단정하고, 위법성이 없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여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에는 명예훼손에서의 사실의 적시, 허위성의 증명 및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주심) 노정희 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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